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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테크] 인간과 나란히 달린 로봇…베이징 로봇 마라톤이 던진 질문

2025년 베이징 이좡 개발구에서 열린 세계 최초의 로봇 하프마라톤은 21대의 인간형 로봇이 실제 인간 마라톤 코스를 완주할 수 있는지를 시험한 실험장이자, 중국의 로봇 기술력과 정책적 야심을 드러낸 대규모 공개 테스트였다. 완주율은 28.6%에 불과했지만, 이는 오히려 기술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의미 있는 시도였으며, 인간과 로봇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사회적으로 조명한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됐다.

2025년 4월, 베이징 동남부에 위치한 이좡(亦庄) 개발구에서 인류는 전례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인간 마라토너 1만 2,000명과 더불어 21대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함께 하프마라톤(21.0975km)을 달리는 이 대회는 기술, 사회, 정책이 교차하는 거대한 실험실이었다.

많은 이들에게 이 장면은 화려한 기술 쇼처럼 비쳤지만, 실상은 더욱 복합적이다. 이 대회는 인간의 영역에 도전하는 기술이 현실에서 어떤 가능성과 한계, 불안과 기대를 드러내는 보기 드문 사례였다. 단지 로봇이 걷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인간과 ‘같이’ 달릴 수 있는지를 시험한 최초의 장거리 공개 실험장이었다.

‘로봇 마라톤’이란 무엇인가

이 대회는 인간형 로봇이 실외 장거리 코스를 완주할 수 있는가를 묻는 테스트였다. 평지뿐 아니라 경사, 자갈, 진흙, 곡선 등 도시의 복합 환경이 그대로 반영된 이좡의 도로 위에서 로봇들은 자신만의 알고리듬과 물리적 구조를 시험받았다. 어떤 로봇은 출발도 하지 못한 채 쓰러졌고, 어떤 로봇은 절뚝이며 결승점을 향해 갔다. 그리고 단 6대만이 완주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실험은 단순히 ‘로봇이 걸을 수 있는가’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술이 현실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는지, 인간 사회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었는지, 그리고 국가 전략 차원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이벤트였다.

중국은 이 마라톤을 통해 전통적인 ‘기술 시연’ 방식을 넘어서, 실제 환경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산업화 가능성을 가늠하고자 했다. 동시에 이 실험은 전 세계가 함께 지켜본, 기술과 인간 사이의 심리적 경계를 시험한 퍼포먼스이기도 했다.

기술 쇼인가, 아니면 실험인가

행사 전 유튜브나 웨이보, 샤오홍슈 등 소셜미디어에는 유니트리(Unitree)의 ‘G1’ 로봇이 화려한 동작을 선보이는 홍보 영상이 확산되며 기대감을 높였다. 로봇이 무술을 하고, 계단을 내려가고, 점프 후 착지하는 장면은 “AI 시대의 진짜 전환점이 왔다”는 극찬을 끌어냈다.

하지만 정작 대회 당일, 기대는 실망으로 빠르게 바뀌었다. 화려한 동작을 자랑하던 G1 조차 보조 인력 없이는 주행을 지속하지 못했다. 많은 로봇이 출발선에서 멈추거나, 몇 걸음 가지 못하고 쓰러졌고, 일부는 고장으로 중도 퇴장했다. “자율주행 로봇의 미래”라는 마케팅은, 마라톤이라는 극한 상황 앞에서 실전 테스트의 잔혹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는 하나의 교훈을 남긴다. 영상 속 ‘완전 자율 로봇’은 현실의 변수 앞에서 여전히 불안정하고 의존적이라는 것. 그럼에도 이 실험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 불완전함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실패한 로봇들이 넘어지는 장면은 밈(meme)이 되었고, ‘고장 난 기계들의 경연’이라는 조롱도 뒤따랐다. SNS에는 “유니트리 G1, 출발 직후 자빠짐(#宇树G1起跑翻车)”, “머리 없는 로봇도 완주(#赛博铁人无头完赛)” 같은 해시태그가 넘쳐났다. 중국 내부에서는 “완전자율은 아직 요원하다”는 냉소와 함께 “넘어져도 다시 일어난 그 장면이 진짜 감동이었다”는 평가가 교차했다.

그러나 해외의 시선은 달랐다. MIT, 워싱턴대, IEEE Spectrum 등은 “인간형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장거리를 주행한 최초의 역사적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로봇 마라톤이 보여준 것은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 진짜 기술의 현재 위치였다.

기술은 경쟁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중국 정부가 이 이벤트에 걸었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베이징시 체육국, 경제정보화국, 이좡 개발구 관리위원회, CCTV 등 국가급 기관들이 총출동해 공동 주최한 이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닌 정책적 기술 실증 무대였다.

그 중심에는 ‘로봇 수도’로 불리는 이좡 개발구가 있다. 이곳은 화웨이, 바이두, 샤오미, 유비테크 등 수많은 첨단 기업과 연구소가 밀집한 국가경제기술개발구로, 중국 정부가 인간형 로봇 상용화의 전초기지로 집중 육성 중인 클러스터다. 100억 위안 규모의 로봇 펀드, 로봇 공공 테스트센터, 실증 단지, 규제 특례, 세제 지원이 통합된 정책-산업-기술의 총합적 실험장이다. 여기서 개최된 마라톤은 그 자체로 중국 로봇 산업이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는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특히 이번 대회는 로봇 기술의 실제 내구성과 신뢰성 검증, 복잡한 도시 환경에서의 작동 가능성 실험, 로봇 간 기술 격차 및 상용화 수준 확인, 대중의 기술 인식 변화와 글로벌 홍보 등 네 가지 목표를 갖고 설계됐다.

이 모든 목표는 ‘전시’가 아니라 ‘검증’을 위한 것이었다. 참가팀도 대학 연구실, 대기업 R&D팀, 신생 스타트업 등으로 폭넓게 구성됐고, 모든 참가자는 직접 개발하거나 커스터마이징한 로봇만 출전이 가능했다. 단순히 ‘기성 로봇을 구매하여 참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대회 규정은 실험실의 이론이 아닌, 현장의 현실에 맞춰 설계되었다. 핵심은 “로봇이 실제 도시 환경에서, 사람과 같이 움직일 수 있는가?”였다. 이를 위해 마라톤 코스는 평지뿐 아니라, 최대 9도의 경사, 자갈길, 요철, 곡선 등 복합지형으로 설계됐다. 참가 로봇은 단순한 직진이 아니라, 균형을 유지하며 예측 불가능한 노면에 적응해야 했다.

또한 대회 당일은 전날까지 내린 비로 노면이 젖은 상태였다. 그러나 다행히 4월 19일 당일은 흐림과 선선한 기온(11~15도)이 유지되어 로봇과 인간 모두에게 ‘이상적인’ 날씨가 조성됐다. 운영 측은 “실제 환경에서 로봇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검증하길 원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로 일부 로봇은 자갈길에서 멈추고, 경사에서 전복되거나, 습기에 취약한 배터리가 작동을 멈추는 사례가 속출했다.

로봇이 단순히 ‘자율주행’만 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각종 운영 규정은 매우 현실적이고, 때론 인간보다 로봇에게 더 관대한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배터리 교체는 무제한 허용되었으며, 단 교체 시간은 기록에 100% 반영되었다. 로봇 본체(기체)의 교체도 허용됐지만, 이 경우 회당 10~20분의 페널티가 기록에 추가되었다. 완전 자율, 반자율, 수동 조작 모두 허용되었고, 로봇 옆에 사람이 동행하며 보조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최대 3명의 팀원이 동행 가능, 냉각수를 뿌리거나 줄로 보조하거나 밀어주는 등의 행위도 조건부로 허용되었다.

즉, 이번 대회는 기술이 아닌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 전체를 실험한 무대였다. 인간이 보조하는 전제가 있더라도, ‘로봇이 완주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했다.

대회 참가 자격 및 요건

인간처럼 걷는다는 것의 기술적 의미

이번 베이징 로봇 마라톤은 단순히 ‘로봇이 뛴다’는 사실보다, 로봇이 ‘어떻게 걷고, 어떻게 쓰러지고,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가’를 보여주는 장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놀랍도록 복잡하고 치열한 기술적 도전의 총합이었다.

많은 이들이 간과하지만, 인간이 걷는다는 것은 사실상 지속적인 낙하를 방지하는 고난도의 균형 기술이다. 인간은 뇌와 소뇌, 신경계, 근육, 센서 역할을 하는 감각기관을 통해 이 정교한 균형을 실시간으로 유지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에게도 이와 같은 기능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것을 기계적이고 계산적인 방식으로 구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로봇의 보행 제어 기술은 흔히 ‘소뇌’에 비유된다. 중국공정원의 로봇 공학자 장젠웨이 (张建伟) 원사는 이를 “로봇의 운동제어는 인간 소뇌의 역할과 같다. 단순히 근육을 움직이는 수준을 넘어, 시각·촉각·관성 등 다양한 센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하여 균형을 잡는 고도의 능력이 요구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마라톤에 출전한 21대 로봇 중 완주에 성공한 로봇은 단 6대뿐이었다. 이는 걷는 행위가 얼마나 어려운 기술적 과제인지를 증명한다.

그 중심에는 ZMP(Zero Moment Point) 제어 기술이 있다. 이는 로봇이 넘어지지 않기 위한 ‘가상의 균형점’을 설정하고, 이 점이 발바닥 면적 안에 있도록 실시간으로 균형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중국의 ‘천공 Ultra’, 일본의 ASIMO, 미국의 Cassie 등 글로벌 로봇들이 공통적으로 채택한 구조다.

‘천공 Ultra’는 관성측정장치(IMU), 발바닥 압력 센서 등 수십 개의 센서를 융합한 자세 예측·보정 시스템을 통해 보행 중 중심을 지속적으로 계산하고 조정했다. 그 결과, 다양한 요철과 경사로 이루어진 21km의 코스를 무리 없이 주행할 수 있었고, 평균 속도 7.88km/h로 인간 수준에 근접한 속도를 구현했다. 이러한 균형 제어는 수십 개의 센서와 고속 피드백 시스템에 의존한다. 센서에서 들어온 정보를 바탕으로 로봇은 자신의 위치, 가속도, 힘, 접촉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걸음 하나하나를 예측하며 조절해야 한다.

걸음을 만드는 건 단순한 다리 회전이 아니다. 인간의 걸음걸이를 모사한 ‘중추 패턴 생성기(CPG)’, 관절 타이밍을 조절하는 FSM(유한상태머신), 궤적 계획 알고리듬 등 복합적인 제어 체계가 필요하다. 이 모든 요소가 어긋나면, 로봇은 곧바로 넘어지거나 멈춰 서게 된다. 실제로 마라톤에서 많은 로봇들이 몇 걸음 걷지 못하고 중심을 잃었고, 우승한 천공 Ultra조차 복잡한 제어 시스템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처럼 기본 보행 하나가 수천 개의 제어 루프와 예측 모델에 의해 작동되는 것이 바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세계다.

이번 대회는 단순히 걷는 것을 넘어서 넘어졌을 때 어떻게 복원하는가가 중요한 기술 시험대가 되었다. 일부 로봇은 쓰러진 후 1초 이내에 일어나거나, 순간적으로 중심을 재조정해 다시 보행을 재개했다. 이러한 ‘복원력’은 기존의 모델 기반 제어로는 어렵고, 강화학습 기반의 반복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어지는 성과다. 미국 오리건주립대의 Cassie는 수천 회에 걸친 가상환경 훈련을 통해 5km 완전자율 달리기에 성공한 바 있으며, 중국에서도 ‘온라인 적응제어’, ‘메타러닝’, ‘다중모달 피드백’ 등을 활용한 고급 학습 기반 제어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의 마라톤은 여전히 쉽지 않다. 피드백 지연, 센서 노이즈, 예기치 못한 충격 등은 로봇이 제대로 균형을 잡는 데 가장 큰 난관이다. 완주 로봇들도 결국은 “안정적인 보행”을 구현한 것이지, “자유롭고 전략적인 달리기”에는 이르지 못했다.

균형 유지와 궤적 수정 등의 기술적 난점을 극복해야 하는 회전 구간을 통과하는 로봇

로봇의 한계는 머리가 아니라 다리에 있다

이번 베이징 로봇 마라톤은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인간형 로봇이 실제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를 시험한 내구성 실험이었다. 그리고 이 실험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알고리듬도, 인공지능도 아닌 바로 ‘몸’, 하드웨어 구조 그 자체였다. 실제로 대회 현장에서 가장 많이 목격된 장면은 로봇의 알고리듬이 멈춘 순간이 아니라, 모터가 과열되고, 관절이 고장 나고, 균형을 잡지 못해 넘어지는 물리적 실패였다. 이는 로봇의 ‘신체’ 기술이 아직 인간의 체력과 유연성, 복원력에 비해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AI가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그것을 움직이는 구동계가 과열되면 모든 기능은 정지된다. ‘천공 Ultra’처럼 성공적으로 완주한 로봇조차도 냉각 기술, 배터리 관리, 경량화 프레임, 충격 흡수 구조 등을 갖추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특히 주목받은 요소는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저전력 고효율 모터 시스템으로 구성된 구동계 설계였다. 일부 로봇은 과도한 전류 소모로 중도에 멈추기도 했다. 또한 경기 중 로봇에 물을 뿌려주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이는 고온 환경에서 모터가 쉽게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임기응변이었으며, 냉각 시스템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례였다. 배터리 교체는 무제한 허용되었지만, 교체 시간은 기록에 반영되었다. 즉, 배터리 용량과 효율은 주행 전략의 핵심 변수라고 할 만큼, 배터리 교체 전략의 중요성이 두드러졌다. 낙상 후 회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유연한 프레임 설계’는 일부 팀만이 도입한 기술로, 이런 프레임의 내구성 차이가 완주 여부를 결정짓기도 했다.

이처럼 로봇은 두뇌와 소뇌(알고리듬과 제어 시스템) 이전에, 몸이 먼저 살아남아야 하는 존재다. 로봇 마라톤의 완주는 결국 체력 싸움이었다. 특히 다양한 지면 상태는 구동계의 내구성과 접지력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줬고, 대부분의 로봇은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체 기술’은 단순한 기계 설계를 넘어, 현장 적응력(adaptivity)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무게 대비 출력, 충격 완충, 관절 회복력, 소재 피로도 같은 요소는 알고리듬의 정교함과는 별개로 하드웨어의 물리 법칙에 지배된다.

대회의 기록과 영상을 분석해 보면, 많은 로봇이 알고리듬 오류가 아닌 관절 고장, 모터 작동 중지, 배터리 문제 등 하드웨어적 이유로 실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기술의 진화는 흔히 AI나 자율주행 알고리듬에 집중되지만, 실제 경쟁력은 여전히 물리적 생존성에서 갈린다. 이를테면, 어떤 로봇은 넘어졌을 때 구조적 탄성으로 충격을 흡수하고 다시 일어섰지만, 어떤 로봇은 단 한 번의 낙상으로 프레임이 뒤틀려 더 이상 주행이 불가능했다. 이는 결국 ‘기술의 진보는 물질의 진보와 맞닿아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다시 말해, 휴머노이드 기술의 발전은 ‘뇌–신경–근육–골격’을 모두 갖춘 사이보그적 시스템 디자인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 과정에서 기계공학, 재료공학, 열역학, 에너지관리 등 복합 기술의 동시발전이 필수 조건으로 요구된다.

21대 중 단 6대의 완주

베이징 로봇 마라톤은 숫자로 시작해 숫자로 끝나는 실험이었다. 참가 로봇 21대 중 결승선을 통과한 로봇은 6대에 불과해, 완주 성공률 약 28.6%를 기록했다. 대부분은 출발 직후 넘어지거나, 중도 탈락하거나, 수차례 멈춤과 재가동을 반복하다 실격 처리되었다.

이 숫자는 로봇 기술의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실험실에서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듬을 구현해도, 실제 노면의 진동, 돌발 변수, 구동계의 발열, 배터리 한계, 균형 조정 실패 앞에서는 로봇의 ‘지능’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증명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천공팀(천공 Ultra)은 인간 선수들과 겨뤄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속도와 내구성을 선보였다. 반면, 2위를 차지한 소완동팀(小顽童队)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송연동력 N2 기체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효율로 준우승을 기록했다. 3위에 오른 행자 2호팀(行者二号队)은 경기 내내 한 번의 배터리 교환도 없이 4시간 25분이라는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각 팀은 저마다의 독특한 전략과 기술로 어려운 레이스를 견뎌냈으며, 완주에 실패한 팀들도 각종 기술적 문제와 환경 변수 속에서 값진 경험을 남겼다.

우승을 차지한 천공 Ultra는 2시간 40분 42초 만에 21km를 완주했다. 놀라운 점은 이 성과가 단순한 하드웨어 스펙만으로 달성된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운영, 냉정한 판단, 실시간 현장 대응이 결합된 결과라는 데 있다. 천공 Ultra는 세 가지 기술적 강점을 보여줬다. 우선 넘어져도 구조 변형 없이 복귀가 가능하도록 경량화된 프레임과 고강성 소재를 사용했다. 또한 발열이 예상되는 구간에 진입하기 전 로봇에 냉각수를 분사했다. 이외에도 배터리 교체 시점과 주행 속도를 정교하게 계획해 에너지 관리를 최적화했다.

또한, 이 팀은 기체 교체 없이 배터리만 교체하면서 최소한의 페널티로 효율적인 주행을 유지했다. 이 모든 요소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현장을 시스템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25 북경 이좡 하프 마라톤 완주 로봇 팀

실패한 15대의 로봇, 무엇이 부족했나

반대로, 완주하지 못한 로봇들에는 몇 가지 공통된 패턴이 있었다. 일부 로봇은 신호가 시작되자마자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출발선에서 탈락했다. 이는 초기 센서 캘리브레이션 실패 혹은 균형 제어 알고리듬의 미세 조정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발열도 문제였다. 몇몇 로봇은 모터 과열로 주행이 중단되었고, 냉각 장치가 없거나 관리가 미흡했던 경우가 많았다. 배터리 교체 타이밍을 놓쳐 에너지 고갈로 인해 완전히 멈춘 사례도 다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계적 파손을 꼽을 수 있다. 자갈길이나 요철 구간에서 로봇 다리의 관절이나 프레임이 손상된 사례도 있었다.

이런 문제들은 단지 기술 부족이라기보다, 실전 환경에 대한 준비 부족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즉, 실패의 원인은 ‘기능 미달’이 아니라 ‘현장 대응력 미비’인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기술적으로 더 뛰어난 로봇이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대형 AI 모델을 탑재한 로봇, 고사양 하드웨어를 장착한 로봇들도 예상보다 빨리 탈락했다. 반면 비교적 단순한 시스템을 탑재한 로봇이 끝까지 버티는 경우도 있었다. 이 현상은 마치 레이스카 경기에서 고성능 차량이 기계 고장으로 리타이어하고, 낮은 스펙의 차량이 꾸준히 완주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는 ‘기술의 경쟁력’이 아니라 ‘현장 적응력’, 즉 시스템의 견고함과 운용의 탄력성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긴다.

이번 마라톤에서 로봇이 완주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성취를 넘어, ‘인간형 로봇이 도시 환경을 실제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건이다. 물론 이는 아직 ‘완전자율’과는 거리가 멀지만, 적어도 “기술이 현장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실험은 ‘로봇이 인간처럼 달릴 수 있느냐’를 증명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로봇이 인간의 공간에서 ‘실제로 함께할 수 있는 기술이 되었느냐’는 질문에 대한 첫 번째 응답이었다.

미완주팀 분석

이 글을 쓴 이경전 교수는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및 빅데이터응용학과, 첨단기술비즈니스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인공지능과 비즈니스 모델 융합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KAIST에서 경영과학을 전공하고, 미국 카네기멜런대학교 로보틱스 연구소와 MIT, UC 버클리 등에서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인공지능을 사회적 도구이자 제2의 언어로 바라보며, 기술의 사회적 수용성과 정책적 맥락에 대한 통찰을 다양한 매체와 저서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김미소 연구원은 경희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빅데이터응용학과 대학원에 재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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