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세계 최초로 인간을 닮은 범용로봇 개발한 ‘생추어리 AI’

AI로 일상 속에서 겪는 복잡하고 변화 무쌍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범용 로봇 개발을 추구하는 캐나다 AI 로봇 전문기업 생추어리 AI(Sanctuary AI)의 조르디 로즈 CEO에게 미래의 로봇에 대해 들어봤다.

로봇 분야는 오랫동안 특정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산업용 로봇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공장에서 엄청난 속도로 자재를 나르고 용접하고 페인팅 작업을 하는 로봇들은 인간 작업자가 할 수 없는 빠른 속도와 정확도와 힘으로 현대 산업을 대표하는 아이콘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하지만 최근 AI가 다양한 방면에서 로봇에 적용되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효율성이나 속도 측면에서 약점을 갖고 있던 휴머노이드 로봇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AI 기술이 휴머노이드가 갖고 있던 여러 약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 결과 휴머노이드 로봇은 보행이나 손의 움직임과 언어를 이용한 소통 등 기존 로봇이 간신히 구현하는 데 그쳤던 여러 기능을 실제 생활에서 꽤 매끄럽게 구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이처럼 휴머노이드 로봇에 AI가 도입되자 기존의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지던 일들도 로봇이 할 수 있게 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로봇이 다소 복잡하고 다단계에 걸친 작업 능력과 예기치 못한 상황의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실제로 AI가 인간 이상의 학습 및 추론 능력을 갖추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범용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처럼 로봇도 AI를 탑재하면서 인간처럼 판단하며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범용로봇(GPR·General Purpose Robot)으로 진화 중이다.

이러한 변화를 현실화하기 위한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 중 하나가 지난해 5월 16일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범용로봇인 피닉스(Phoenix)를 공개한 캐나다의 로봇 전문기업 생추어리 AI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첫 번째 로보틱스 인터뷰 시리즈로 생추어리 AI의 조르디 로즈(Geordie Rose) CEO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AI와 로봇 및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로즈는 최초의 상용 양자 컴퓨터를 개발한 캐나다의 디웨이브 시스템(D-Wave System)을 설립하고 CEO와 CTO를 역임한 뒤 2014년 산업용 AI 로봇 기업인 킨드레드(Kindred)를 세웠다. 이어 지난 2018년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업체인 생추어리 AI를 설립하고 CEO를 맡고 있다. 

생추어리 AI는 어떤 회사인가요?
생추어리 AI는 캐나다 밴쿠버에 설립한 로봇 회사로 인간과 대화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AI 기반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입니다. 저희가 추구하는 로봇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으며,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로봇입니다.

대표님은 이전에 양자 컴퓨팅 기업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AI 로봇에 도전을 하고 있는 데,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AI에 대한 관심은 이미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거대한 생각의 전환을 경험했습니다. 바로 컴퓨터에서 인간의 ‘마음’이라는 요소로의 전환 말입니다. 이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큰 변화의 과정이었습니다만, 이런 과정을 혼자서만 경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주변의 동료들도 ‘마음’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하면서 언젠가 이를 기술로 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런 사고의 전환 과정을 겪은 이후 두 가지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육체를 구성하는 로봇과 ‘마음’을 구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갖춰지면 언젠가는 사람을 이해하고, 지원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인간과 같은 무언가로 융합될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인간을 닮고, 인간을 이해하고, 지원하고, 함께 일하는 로봇의 등장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전 세계는 현재 진행 중이며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노동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현재의 삶의 방식을 지속하기에 충분한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특히 너무 지루하거나 더럽거나 위험해서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종에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육체를 가진 AI로봇은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입니다.

생추어리 AI가 얘기하는 GPR은 무엇이고, 이런 로봇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과거를 돌아보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도입되고 활용된 로봇은 특수 목적의 로봇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조 로봇은 정확하게 정해진 패턴에 따라 자동차 섀시를 이동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는 바닥을 청소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로봇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 특수 목적 로봇은 매우 유용하지만 설계된 일 외에 다른 용도로는 사용하기 힘들어 활용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다시 말해 이런 특수 목적 로봇은 사람의 광범위한 능력은 물론이고 다른 로봇의 업무도 수행할 수 없으며, 처음에 만들어진 목적 외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은 사람에 의해, 그리고 사람을 위해 설계됐습니다. 따라서 로봇이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효과적이고 유용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같은 지능, 형태, 기능, 감각을 갖춰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추어리 AI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진정한 범용로봇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GPR 방식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존의 모든 작업 환경에 적합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특수 목적 로봇을 도입하기 위해 작업장 전체를 새롭게 설계하고 재구성하는 것에 비해 훨씬 간단하면서도 비용 또한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사람과 같이 행동하고 움직이고 생각하도록 설계된 로봇은 다양한 산업과 지역에서 노동 시장의 공백을 메우고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며 인간 인력을 보강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로봇의 등장은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믿습니다.

생추어리 AI의 휴머노이드 로봇 피닉스는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GPR을 추구하고 있다.

AI와 로봇 공학의 통합과 관련해 생추어리 AI의 접근 방식이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입니까?
그동안 생추어리 AI 연구진이 쌓아 온 경험이 가장 큰 차별화 요소입니다. 생추어리 AI는 누구보다 먼저 GPR에 인간과 유사한 지능을 구현한다는 목적을 수립하고, 관련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저는 킨드레드에서 시작해 생추어리 AI에 이르는 10여 년의 기간 동안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습니다. 이렇게 앞서 시도한 덕분에 오늘날 여러 기관과 기업들이 발표하는 여러 로봇의 기능 등 많은 부분이 이미 우리가 특허를 출원한 것인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GPR 개발 초기에 가장 크게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손과 눈의 협응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었습니다. 로봇은 수십 년간의 연구와 노력 덕분에 드디어 두발로 걸을 수 있게 됐지만, 이 걸음이 어떤 유용성을 확보하지는 못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손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생추어리 AI 연구진은 우리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피닉스(Phoenix)의 손을 사람의 손과 최대한 유사하게 설계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섬세한 조작이 가능하도록 감각을 전달하는 자체 개발 햅틱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작업의 성공에 매우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또한 생추어리 AI는 로봇이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AI 우선’ 기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은 바로 ‘실체화된 AGI’를 만드는 것입니다. 공상 과학 소설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대형언어모델(LLM·Large Language Model)의 원리를 행동에 적용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점차 그 목표에 빠르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생추어리 AI는 AI기반 제어 시스템인 ‘카본(Carbon)’을 텍스트 대신 행동과 작업 데이터로 학습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대형행동모델(LBM·Large Behavioral Model)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접근 방식을 통해 유용한 작업, 특히 사람이 하기에는 너무 지루하거나 더럽거나 위험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GPR인 ‘피닉스’에 ‘카본’이라는 AI를 탑재함으로써 AI의 실체화라는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습니다.

생추어리 AI의 휴머노이드 로봇 피닉스의 사람과 최대한 유사하게 만들어진 손

AI가 로봇공학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적용 범위가 점점 더 확장되고 있습니다. 현재 AI가 로봇 분야에서 어떤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I 발전의 역사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이에 대한 방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LLM을 개발한 초기 선구자들이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기 시작했지만, 실제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유용하지는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기술의 한계에 막혀 있던 LLM의 발전이 막대한 양의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어느 순간 급격하게 성능이 향상됐습니다.

AI 분야에서 다음 혁명은 아마도 새로운 종류의 데이터, 그리고 더 많은 데이터와 함께 이뤄질 것입니다. 생추어리 AI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를 수집하고 나면, AI의 발전 속도는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마치 LLM의 발전 과정에서 보여준 급격한 혁신과 마찬가지로 로봇 또한 갑자기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마법과 같은 순간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생추어리 AI는 LBM을 구축함으로써 이런 순간을 조금 더 앞당기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생추어리 AI의 ‘피닉스’와 같은 GPR이 어떤 용도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향후에는 이런 로봇이 또 어떤 곳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GPR은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난제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이 기피하는 지루하고 위험하며 더러운 작업을 대신 도맡게 될 것입니다.

전 세계 인구가 점점 고령화되고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일자리를 채울 사람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육체노동과 같이 지루하고 더럽고 위험한 작업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로봇은 사람처럼 행동하고 움직이고 생각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다양한 산업과 지역에서 노동 시장의 공백을 메우고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며 인간 인력을 보강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미 1년 전에 첫 번째 상업적 공급을 시작한 생추어리 AI의 로봇은 사람과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향후 5년 이내에 사람이 할 수 없거나, 해서는 안 되는 역할을 로봇이 대신하는 것을 주변에서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장기적으로는 로봇이 사람이 하기 힘든 복잡하고 어려운 일까지 쉽게 해 내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AI 기반의 학습을 통해 생추어리 AI의 피닉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만큼이나 빠르고 정교한 동작을 보여준다.

로봇이 일상생활 속으로 점점 깊숙이 침투하고 통합되는 상황에서 생추어리 AI는 로봇의 안전과 윤리적 사용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갖고 있습니까?
생추어리 AI 또한 로봇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비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인류사에 획을 그을만한 거대한 도전은 일개 조직이 나서서 추구한다고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생추어리 AI는 일개 기업이 아닌, 학계부터 기업, 정부, 기관, 스타트업에 이르는 모든 종류의 조직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지속적으로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확장된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로봇의 안전한 사용과 윤리적 사용을 보장하기 위한 거대 담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생추어리 AI는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기술에 대 사려 깊고 책임감 있는 접근 방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AI 기술은 어린아이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아이를 키우는 책임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습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주최로 5월 30일(목) 코엑스에서 열리는 ‘EmTech 컨퍼런스’에 참가하시면 최신 로봇공학 기술 흐름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MIT 기계 공학 교수로 세계적인 생체 모방 로봇인 ‘치타’를 만든 로봇 분야 최고 권위자 김상배 교수가 머신 인텔리전스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미래 기술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세계 최고 테크 전문가들의 다양하고 알찬 강의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