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탑재한 자율주행 물류 로봇의 혁신, 티라로보틱스
《물류는 세계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의 저자이자 도교 산업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다마키 도시아키는 “물류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말한다. 그는 책에서 물류의 흐름에서 생긴 권력이 세계화를 진전시킨 사례로 아마존을 꼽았다. 이번 인터뷰에서 김동경 대표도 “아마존은 물류 시장의 큰 흐름을 만들었다. 물류 시스템의 발달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그 기저에 거대 물류 창고를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물류 로봇이 있다”고 피력했다. (현재 아마존은 기존 AGV와 자체 제작한 AMR을 같이 사용한다.) 김 대표는 AMR이 물류나 제조 산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성장 동력이 될 거라고 강조한다.
*편집자주: AGV와 AMR의 차이
AGV는 운전자 없이 자동으로 돌아다니는 산업용 차량, 이송체(Vehicle)다. AMR 대비 비용이 저렴하며 QR코드나 자기 테이프 등을 통해 AGV 전용 경로를 설정, 좀 더 빠른 이동이 가능하고 물류 창고 등 물량이 많은 곳에서 활용도가 높다.
AMR은 카메라, 라이다, 센서 등을 활용한 슬램(SLAM: 로봇에 부착되어 있는 장치만으로 외부의 도움 없이 돌아다니는 환경에 대한 지도를 작성하는 작업, 자율주행의 핵심기술) 방식으로 실시간 통신을 하며 이동하고 장애물을 알아서 피하기 때문에 안전한 이동이 가능하다.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되어 제조 공장이나 물류 창고 뿐 아니라 공항, 호텔, 전시장, 백화점, 음식점 등 다양한 공간에 확장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AMR과 AGV 모두 5년 동안 수요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겠지만, AMR이 적용 범위가 넓기 때문에 향후 AGV 성장을 약화시킬 거라고 예상한다.
Q 안녕하세요. AMR 물류 로봇으로 분리한 지 1년 정도 지났습니다. 모기업이 로봇 전문 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물류 로봇 기술력을 확보하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A 현재 보유한 기술력의 시작은 2013년입니다. 중간에 우여곡절이 있었는데요. 예전 회사에서 시장의 흐름을 관찰하며 물류 로봇 사업 쪽에 힘을 실었습니다. 중간에 우리나라 최초 상용 납품만 하는 실력 있는 물류 로봇 기업도 인수했고요. 그러다 회사가 물류 사업을 떼어내면서 현재 모기업인 티라유텍에 들어와 사업부 형태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티라유텍에 들어와 기존의 노하우로 새롭게 물류 로봇을 개발해 작년 1월 분사하게 된 거고요. 기존 물류 로봇 개발 인력들이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기때문에 티라로보틱스로 시작한 건 1년 남짓이지만, 단시간에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Q 오랫동안 물류 로봇 시장을 봐오셨을 것 같은데요. 몇 년 전부터 디지털화와 팬데믹으로 인한 변화가 클 것 같습니다. 앞서 물류 로봇 시장의 가능성을 보셨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A 물류 로봇 시장 특히 AMR 시장은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겁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고 있죠. 반면 인구는 감소하고 특히 제조나 물류 쪽 일손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어요. 팬데믹 이후 전자상거래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면 누군가는 구매한 물건을 가져다줘야 하죠. 특히 성수기에는 물류 창고가 포화상태가 됩니다. 팬데믹과 맞물려 제품 및 재료 수급에 큰 차질이 빚어진 적도 있고요. 사실 물류 창고가 상당히 부족한 상태예요. 업무의 강도도 상당히 높습니다. 이렇게 창고 시스템과 물류 시스템은 동반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송 로봇이 기존에 사람이 하던 일을 도와줄 거로 기대합니다. 노동력 감소 얘기로 자연스럽게 돌아가는데 인구 감소도 있지만, 업무의 강도가 높고 환경이 열악한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요. 더구나 공장이나 물류 창고가 대부분 지방에 있잖아요. 더 인력이 없죠. 로봇이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대비하는 경우도 봤고요. 산업 로봇 시장으로 보면 아직은 AGV 시장이 크지만, 주위 환경을 스스로 인식해서 적절하게 대응하는 형태의 AMR 시장이 더 커질 거라고 예상합니다. 2021년 AMR을 만드는 몇몇 업체가 유니콘 기업이 되었습니다. 즉, 로봇이 그만큼 많이 판매됐다는 거고요. 소위 캐즘(chasm, 제품 출시 후 초기 시장과 주류 시장 사이에서 일시적으로 수요 정체가 일어나는 현상)을 넘어 주류 시장으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방금 언급한 물류 로봇의 형태에 관한 질문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산업용 로봇이 지속가능 경영에 도움을 준다는 정보도 봤는데요. AMR은 어떤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까.
A 물류 산업에서 로봇이 사람을 대체할 거라는 불안감은 당분간 내려놔도 좋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고성능 로봇이 개발되어 사람들의 일을 완전히 대체할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멀었습니다. 현재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형태, 협업을 통해 사람이 잘하는 일과 로봇이 잘하는 일을 분업 형태로 나뉘는 추세입니다. 사람이 들 수 없는 무거운 짐을 반복해서 드는 일이나 기피하는 환경, 체력적으로 지치는 업무를 로봇은 24시간 할 수 있죠. 대신 사람들은 그 시간에 업무의 깊이를 더할 수 있습니다.
AMR과 AGV를 포함한 모바일 로봇 시장은 2022년 노동인구 감소, 전자상거래의 성장, 생산성 향상과 유연한 제조 환경 등의 이유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시장 조사 전문 기업 인터랙트 애널리시스(Interact Analysis)는 로봇 시장 보고서에서 2022~2027년 모바일 로봇 출하량이 연평균 50% 이상 성장할 것이며 2027년 말까지 400만 대 이상의 모바일 로봇이 설치될 거로 내다봤다.
급속한 디지털화는 물류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AI, loT, 로봇, 5G 등 첨단 기술은 산업 로봇 시장의 흐름도 바꿔놓았다. 국제로봇연맹(IFR)이 산업에 영향을 미칠 키워드로 제시한 ‘2023년 로보틱스 트렌드5’는 1. 에너지 효율(Energy efficiency), 2. 리쇼어링(Reshoring, 제조업의 본국 회귀), 3. 쉬운 사용성(Robots becoming easier to use), 4. 인공지능과 디지털 자동화(AI and digital automation), 5. 산업 로봇의 제 2의 인생: 장치 및 정비 업그레이드(Second life for industrial robots)이다. 물류 로봇 산업은 기술의 발전과 산업 성장에 따른 문제를 예방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100% 자체 제작 자율주행 물류 로봇, 티라로보틱스의 기술력과 핵심 가치
Q 산업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로봇이 갖추어야 할 능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AI 로봇은 점진적으로 사람의 행동을 모방할 거로 예상되는데요. 티라로보틱스는 AMR 로봇의 어떤 능력에 주안을 두고 개발하십니까?
A 로봇도 일을 하기 위해서는 지능이 필요합니다. 하버드 대학교 교육심리학과 교수이자 심리학자인 하워드 가드너가 인간의 지능을 8가지로 나눈 다중지능 이론을 연구했습니다. 이 다중지능을 로봇에 적용해보면 5가지 지능이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첫째, 물체를 인식하거나 공간을 인식하는 인지 지능, 둘째, 움직이는 데 필요한 육체 지능, 셋째, 공간을 이해하는 공간 인지 지능, 넷째, 사람과의 협업(로봇과 사람의 관계에서 중요한 건 안전이므로 이와 관련된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지능으로 보여지는 소셜 지능, 다섯째, 아직은 미흡하지만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는 논리 지능입니다. 티라로보틱스가 추구하는 AMR의 능력은 이 지능들을 기저에 둔 ‘상식을 가진 로봇’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상식은 사람에게는 너무 쉽고 당연한 거지만, 로봇에 상식을 갖게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예를 들어 작업장에서 짐을 실을 때 상식적으로 어떻게 싣고 가면 되겠다고 사람은 바로 판단하지만, 로봇은 프로그램하지 않는 이상 그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AMR의 모습은 작업 환경을 인지하고 사람의 의도를 이해해서 스스로 어떤 일을 상식적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죠. 그래서 저희는 이런 지능을 추구하면서 각각의 테스크를 하나하나 작게 세분화해서 만들고 종합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프로그램하고 있습니다.
Q 티라로보틱스는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기술력까지 갖췄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른 제품과 차별화하는 핵심 기술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티라로보틱스는 AI AMR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AI는 로봇에 들어가는 지능과 구별됩니다. 로봇은 몸(body)이 있기 일반적으로 말하는 AI에 비해 응용 범위가 좁고 발전 속도가 느립니다. 자율주행로봇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하드웨어도 매우 중요하고요. 구동 장치는 센서와 통신 모듈로 연결되는 자율주행 모바일 로봇의 핵심 기술입니다. 저희가 만드는 로봇은 100% 국내 자체 제작 및 생산하고 있습니다. 생산하는 모델들은 6륜 접지 휠 구조로 되어 있어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AWG 시스템)하고 동시에 여러 로봇을 모니터링 및 제어할 수 있는 FMS(fleet management system) 로봇운영시스템으로 상위 시스템 연동이 가능합니다. 몇 가지 다른 기술도 소개하자면 핵심부품을 내재화해서 크기를 1/3로 줄인 ADM 시스템, 자율주행과 특정 사람을 인식하는 추정 기능인 하이브리드 슬램, 낮은 지상고로 롤테이너 운반을 가능하게 하는 SML 시스템 등이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기술을 활용해 모델을 만드는데 기본 모델을 제외하고 다른 모델은 개발하지 않습니다.

Q 다른 모델을 개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물류 ARM 로봇을 개발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철학과 연결이 되어 있을까요?
A 모델 구상 아이디어를 내지 않는 건 현장 검증이 안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가 제안하는 가치의 중심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는데요. 그건 바로 현장에 있는 고객(로봇을 사용하는 사람이 아닌 시설 설치 및 운영 파트너)을 위한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철저하게 고객의 요청 사항에 의해 제품을 개발하고 그 모델이 하나씩 더해지면서 제품 모델 라인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품 개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고객의 목소리’입니다.
Q 제품 라인업이 곧 고객의 요청인 셈이네요. 제품 라인업이 어떻게 되나요?
A 그렇죠. 모델명은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운반 가능한 중량으로 구분해서 사용했습니다. 티라봇 T-1000은 1000kg, T-600은 600kg, T-300은 300kg, T-200은 200kg으로 T 모델은 4가지가 있고 롤테이너를 운반하도록 설계된 티라 L 모델은 L-200, 출시 예정인 L-60, L-CC(1000kg) 3가지가 있습니다. (협력사 사례는 사이트를 참조해주세요.) 이 제품들은 ROS(Robot Operating System, 로봇 구성요소를 제어하기 위한 라이선스 시스템) 기반의 다양한 주행 알고리즘(SLAM, QR, 추종 기능)을 사용하며 리프트, 컨베이어 등 추가 옵션 장치도 추가 가능하도록 개발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로봇은 실제 현장에서의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난데 세밀한 현장 검증과 경험이 축적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한국의 경우, 산업용 로봇 채택률은 높지만, AMR 산업 분야로 해외에서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극복 방안이 있을까요?
A 작년에 저희는 미국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기존의 기술로 해결되지 않는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고유한 기술력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저희는 제품을 개발할 때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표준화를 진행합니다. 최근에는 AMR의 CE인증을 비롯한 ISO인증, FCC인증 등을 취득했고요. CE 인증은 유럽연합(EU) 진출을 위해 취득해야 하는 인증입니다. 북미지역의 FCC인증(전자파, 전파 규제기준 충족) 취득으로 AMR의 주행안정성과 기능안정성에 대한 입증을 완료한 셈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북미 지역에 T-300 모델 40여 대를 수주했는데 현재 북미지역의 AMR 시장은 급성장 중이어서 다양한 제조사의 적극적인 AMR 도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해외 진출의 팁을 드리자면, 타사보다 나은 가치를 제안할 수 있는 적용 사례 선정에 신중을 기하는 게 중요하고요. 산업 관계자와의 교류를 통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를 보이고 협업해서 솔루션을 제안해보길 바랍니다. 국내 물류 로봇 시장만 염두에 두지 말고 함께 경쟁하면서 해외 시장의 판로를 개척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세계 로보틱스 리포트 2022’에 의하면 2021년 전 세계 공장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50만 대에 이른다. 이중 74%가 아시아에 설치되었으며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큰 로봇 시장을 갖춘 것으로 집계되었다.
Q 티라로보틱스의 포부와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티라로보틱스는 토탈 솔루션 제공 방식으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끔 서비스를 늘려갈 계획입니다. 예전에는 제품을 만들고 생산하기 위해 시설과 설비 등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기술과 산업이 발전하면서 세상에 인프라가 많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겁니다. AMR도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나온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려면 당연히 로봇이 있어야 하고 서비스를 잘 기획할 수 있는 서버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티라로보틱스는 고객의 작은 아이디어를 혁신적인 서비스로 만들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합니다. 올해는 북미를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인데 그 과정에서 더 많은 고객의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수연 에디터(pksyn@technologyreview.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