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8일, 서울에서 열린 제2차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AI 바이오 국가전략」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통적인 실험 중심 연구로는 시간과 비용, 실패 확률의 한계를 넘기 어려운 바이오 분야에 AI를 전면 적용해 연구 속도를 단축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신약개발을 비롯해 뇌·역노화, 의료기기, 바이오제조, 농식품까지 5대 핵심 분야를 선정하고, AI 모델·데이터·인프라를 묶은 국가 차원의 전환 전략을 통해 한국을 AI 바이오 글로벌 허브로 도약시키는 것이 이번 전략의 목표다.
왜 지금 ‘AI 바이오’인가
바이오 연구는 본질적으로 복잡하다. 분자 단위에서 인체 수준까지 이어지는 생명 시스템을 다루는 만큼, 실험에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고 성공 확률은 낮다. 정부가 바이오를 AI 적용의 핵심 분야로 지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는 방대한 바이오·의료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의 직관만으로는 찾기 어려운 패턴을 빠르게 도출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단순 분석을 넘어, 바이오 파운데이션 모델과 에이전틱 AI를 활용해 AI가 연구 동료처럼 후보물질을 설계하고 검증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AI 활용 시 신약개발 실험 기간이 수주에서 수일로 단축되고, 임상 1상 성공률도 기존 50% 수준에서 80%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유럽연합, 영국, 미국 등 주요국은 이미 AI 기반 과학기술 전략을 잇달아 발표하며 바이오를 핵심 전장으로 삼고 있다. 정부는 이를 ‘기술패권 경쟁의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5대 분야, 그리고 생태계를 먼저 만든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5대 분야별 AI 모델 구축과 이를 뒷받침할 협업 생태계 조성이다.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AI가 스스로 후보물질을 설계·검증하는 체계로 연구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국가 AI 바이오 연구소를 중심으로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모델을 개방한다. 뇌·역노화, 의료기기, 바이오제조, 농식품 분야 역시 특성에 맞는 AI 모델을 개발해 연구개발 속도와 산업 생산성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정부는 산·학·연·병이 함께 참여하는 AI 바이오 혁신 연구거점을 단계적으로 구축한다. 이 거점에는 고성능 컴퓨팅 자원과 AI·로봇 기반 자동화 실험 인프라가 함께 들어서며,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폐쇄형 클라우드 환경도 마련된다. 이렇게 생산된 데이터는 국가바이오데이터통합플랫폼을 통해 외부 연구자에게 개방된다.
정부는 이번 전략이 단순한 연구 지원 정책이 아니라, AI가 바이오 연구와 산업의 기본 도구가 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는 “AI 대전환 시대에 바이오 분야에서 한국이 가장 먼저 국가 전략을 수립했다”며, 민관 협력을 통해 세계적인 AI 바이오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