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rain implant changed her life. Then it was removed against her will.

인생을 바꾼 뇌 임플란트를 제거해야만 했던 이유

우리가 ‘신경권(neuro right)’을 법으로 보장해야 하는 이유를 뇌 임플란트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살펴본다.

때에 따라서 환자가 누리는 삶의 질은 질병에 대한 치료적인 접근보다 뇌에 삽입한 전극에 의해 더 많이 향상될 수 있다. 임상시험의 일환으로 뇌 임플란트를 이식받아 자기 주체성과 자아의 변화를 겪었던 한 호주 여성 리타 레깃(Rita Leggett)의 사례를 들어 보자. 레깃은 연구자들에게 그녀와 기기가 ‘일체화됐다’고 말했다.

이식 후 2년이 지나 레깃은 임플란트 제작사의 파산으로 인해 기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큰 충격에 빠졌다.

최근 발표된 한 논문에서 윤리학자들은 사람에게서 뇌 임플란트와 같은 장치를 제거하는 행위에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문제는 앞으로 뇌 임플란트 시장이 성장하고 레깃처럼 임플란트를 이식받는 사람이 증가함에 따라 적절한 대응 마련이 시급해질 것이다. 이 논문의 공동 저자인 뮌헨 공과대학교(Technical University of Munich)의 마르첼로 이엔카(Marcello Ienca)는 “우리가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형태의 인권 침해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 논문에서 이엔카와 그의 동료들은 “기술 덕분에 새로 태어난 그녀가 이후 기기 제거를 강요당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빼앗기고 말았다”라고 했다. 그리고 “회사는 새롭게 창조된 사람에 대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식된 기기를 제거했고, 기기를 제거하자마자 새 사람은 소멸했다”라고 언급했다.

레깃은 뇌전증 환자를 돕기 위해 고안된 뇌 임플란트 임상시험을 통해 기기를 이식받았다. 그녀는 겨우 3살 때 중증 만성 뇌전증 진단을 받았고 평소 격렬한 발작을 일으키곤 했다.

이 논문의 공동 저자이자 태즈메이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Tasmania)의 윤리학자인 프레더릭 길버트(Frederic Gilbert)는 레깃을 정기적으로 인터뷰해 왔는데, 그는 이전까지 그녀가 발작을 예측할 수 없어 정상적인 삶을 살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그는 “레깃은 혼자 장을 보러 갈 수도 없었고, 집 밖으로 거의 나서지도 못했다”라고 말하며, 그녀의 병이 그녀 삶에 있어 “매우 파괴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길버트에 의하면 레깃은 49세에 임상시험에 모집되었다. 당시 호주의 한 연구진은 뇌전증 환자에게 임박한 발작을 경고하기 위해 개발한 뇌 임플란트의 효능을 시험하고 있었다. 임상시험 참여자들은 뇌 활동을 추적 관찰하기 위해 4개의 전극을 이식받았고, 기록된 데이터는 장치로 전송돼 발작 직전의 뇌 활동 패턴을 인식하는 알고리즘 학습에 사용되었다.

휴대용 기기는 향후 몇 분 또는 몇 시간 내에 발작이 일어날 가능성을 알려주었다. 예를 들어 빨간불이 켜지면 발작이 임박했음을 의미하고 파란불이 켜지면 발작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뜻이었다. 레깃은 2010년에 참가해 이 기기를 이식받았다.

인간-기계 공생

뇌 임플란트의 효능은 임상시험 참여자마다 다르게 나타났지만, 레깃의 경우에는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그녀는 인생 처음으로 발작 증상을 포함해 그녀의 삶 전반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기기가 알려주는 사전 경고 표시를 보고 발작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예방약을 복용할 수 있었다.

수년에 걸쳐 해온 인터뷰에서 그녀는 길버트에게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레깃은 “운전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결정들을 스스로 해 나갈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현재 62세인 그녀는 뇌졸중 발병 후 회복 중에 있어 인터뷰를 거절했다. 

또한 그녀는 기기와 일체화되며 새로운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나와 임플란트는 수술로 이어져 그 즉시 긴밀히 결합했다”면서 “과학과 기술의 도움으로 기기와 나는 하나가 되었다”라고 말한다.

길버트와 이엔카는 이들을 서로가 이익을 얻는 공생관계로 설명한다. 이 경우 레깃은 발작을 예측하도록 돕는 알고리즘으로부터 이득을 얻었다. 반대로 알고리즘은 결과적으로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레깃의 뇌 활동 기록을 이용했다.

하지만 이 상황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2013년 임플란트를 만든 회사인 뉴로비스타(NeuroVista)가 사실상 파산하고 만 것이다. 이 회사는 참여자들에게 뇌 임플란트를 제거하도록 권유했다. (현재 이 회사는 폐업했다.)

레깃은 비탄에 빠졌다. 그녀는 뇌 임플란트를 유지하고 싶었다. 길버트는 “레깃과 그녀의 남편이 회사와 협상을 시도했다”고 말한다. 그는 “그들은 주택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으려 했고, 그녀는 임플란트를 사고 싶어 했다”라고 말한다. 결국 레깃은 시험에 참여한 사람 중 마지막으로 임플란트를 제거했다. 이는 그녀 의지에 매우 반대되는 일이었다.

레깃은 길버트에게 “나는 임플란트를 계속하고 싶었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길버트는 몇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그녀가 임플란트를 제거한 이야기를 할 때 눈물짓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덧붙였다.

임플란트를 제거한 이후 인터뷰에서 레깃은 길버트에게 말했다. “기기를 제거하고 나서부터는 전처럼 안전하고 안심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이제 행복하고 외향적이며 자신감 넘치던 여성이었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여전히 내 임플란트를 떠올리거나 얘기할 때면 감정적이게 된다. 임플란트가 너무 그립다.”

레깃은 깊은 슬픔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녀는 “그들은 내가 의지할 수 있던 내 일부를 앗아가 버렸다”라고 말했다.

이엔카는 기기가 사람의 일부가 된다면 이를 제거하는 것은 “자아를 개조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 사례는 그러한 현상을 최초로 보여주는 증거다”라고 말한다.

척수를 다친 이후 손 움직임을 회복하기 위해 임상시험용 뇌 임플란트를 이식했던 이안 버크하트(Ian Burkhart) 역시 상실감을 경험했다. 2021년에 임플란트를 제거한 버크하트는 “임상시험에 참여했을 때부터 언젠가 시험이 끝나면 임플란트가 제거될 줄 알고 있었다”라고 말한다. 그는 기기를 제거하고 “나 자신에 대한 감각을 일부 잃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버크하트는 “내가 처음 척수를 다쳤을 때 모두가 ‘다시는 네 어깨 아래로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회상한다. 그는 “임플란트로 잠시 기능을 회복했다가 제거 후 다시 잃게 되었다. 정말 힘들었다”라고 전했다.

버크하트의 경험은 레깃의 경우와는 조금 다르다. 그는 연구실 환경에서만 기기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환경적 제약 덕분에 자기 자신을 기기와 분리해서 인식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또 버크하트의 기기를 이식한 연구진 역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결국 기기를 제거하게 된 원인은 감염 때문이었다.

임플란트는 그의 삶을 바꿨고, 이것을 잃는 경험은 그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그는 “임플란트를 제거하는 것은 감정적, 심리적, 육체적으로 아주 버거울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인권으로서의 신경권(neuro right)

이엔카는 임플란트를 제거하는 행위를 인권 침해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유럽연합 기본권헌장(CFR)은 정신적 온전성(mental integrity)에 대한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이엔카는 대부분의 법률 체계에서 이를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보다 ‘정신건강 치료를 받을 권리’로 간주하는 듯하다고 말한다.

세계인권선언에 명시된 사상의 자유에 대한 권리도 마찬가지로 해석의 여지가 있다. 역사적으로 이 권리는 신념, 종교, 언론을 둘러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하지만 이엔카에 의하면 이 또한 바뀔 수 있다. 그는 “권리는 어떤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엔카는 ‘신경권’의 중요성을 연구하는 윤리학자이자 법학자로서 인간의 뇌∙정신 보호와 관련된 인권을 다룬다. 그는 현재 신경권이 기존 인권 내에서 인정될 수 있는지, 아니면 새로운 법률이 필요한지 여부를 연구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듀크 대학교(Duke University)의 법∙윤리학자이자 신경권에 관한 책을 저술한 바 있는 니타 파라하니(Nita Farahany)는 “환자가 강제로 임플란트를 제거하게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

이엔카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인간 자아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면, 의학적 필요성 외 어떤 조건에서도 사용자의 동의 없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제거하는 것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그는 “BCI가 사람의 구성 요소로 인정되는 것이라면, 이를 제거함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의지에 반해 그 사람의 일부를 없애는 것이다”라고 덧붙인다. 이엔카는 이를 국제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장기 강제 적출에 비유한다.

레깃이 참여한 임상시험 프로젝트에서 일했던 신경과 전문의 마크 쿡(Mark Cook)은 ‘시대를 앞서간’ 이 회사의 결정에 동감한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많은 연락을 받았고, 그 가운데 이 일을 질책하는 사람도 많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쿡은 약물 및 기기의 의료 임상시험에서 이와 같은 결과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전에 참가자가 이러한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엔카와 길버트는 어떠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임상시험이 종료된 후에도 참가자가 기기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 경우를 대비해 기업이 기기의 유지보수를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주 정부가 개입해 필요한 자금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버크하트도 의견을 냈다. 그는 “이러한 회사들은 어떤 식으로든 이러한 기기를 지원할 책임이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적어도 회사들이 기기의 지속적인 유지보수를 책임지고 사용자가 준비된 상태에서만 기기를 제거할 수 있도록 자금을 따로 마련해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버크하트는 또한 서로 다른 장치에서 사용하는 여러 부품을 공유할 수 있도록 업계에서 부품을 표준화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그는 일례로 업계 모든 회사에서 동일한 배터리를 사용한다면 기기의 배터리를 교체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파라하니도 이 의견에 동의한다. 그녀는 “기기를 상호 호환할 수 있게 제작해 시간이 지나도 다른 업체에서 수리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엔카는 “우리가 지금 처음으로 목격하고 있는 이 같은 문제는 앞으로 점점 더 보편화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블랙록 뉴로테크(Blackrock Neurotech)와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Precision Neuroscience)를 비롯한 여러 대기업이 뇌 임플란트 기술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온라인 임상시험 등록 플랫폼에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검색해 보면 150개 이상의 결과가 나온다. 버크하트는 약 30~35명이 그가 사용했던 것과 유사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이식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길버트는 레깃이 향후 뇌 임플란트 임상시험에 참여하겠다는 관심을 비추었지만, 최근 그녀에게 발생한 뇌졸중으로 인해 다른 연구에 참여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임상시험이 끝난 후 그녀는 발작을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약물을 조합해 복용하고 있다. 그녀는 여전히 임플란트를 그리워한다.

그녀는 길버트에게 “끝내 기기의 전원을 껐을 때부터 나는 계속해서 마음 깊이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귀중한 것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만큼 상실감을 느꼈다. 임플란트는 내 일부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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