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은 어떻게 반도체 제조 ‘체스판’을 장악했나?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의 어느 칙칙한 월요일 아침, 칙칙한 새너제이 컨벤션센터(San Jose Convention Center)에서는 ‘SPIE 첨단 리소그래피 및 패터닝 컨퍼런스(SPIE Advanced Lithography and Patterning Conference)’ 참석자들이 행사장으로 밀려 들어와 좌석을 가득 채우더니 행사장 뒤쪽과 양옆의 벽을 따라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 컨퍼런스에는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그리고 이 선선한 2월의 어느 아침, 사람들은 인텔의 공동 창립자이자 초대 CEO였던 고(故) 고든 무어(Gordon Moore)에 대한 기술 업계 권위자들의 찬사를 듣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인텔의 전 CEO였던 크레이그 배럿(Craig Barrett)도 추모사를 했고, 약 20년 전 반도체 산업이 계속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던 이머전 리소그래피(immersion lithography) 패터닝 기술의 선구자인 전설적인 엔지니어 번정 린(Burn-Jeng Lin)도 추모사를 읽었다. 대부분의 추모사는 무어의 천재성과 업적, 인간성에 대한 증언 등 무어 본인에 대한 회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의 마지막 연사인 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는 추모사라기보다는 우승 세리머니에 더 가까워 보이는, 조금 다른 어조로 연설을 시작했다. 반 덴 브링크는 제조업체들이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컴퓨터 칩을 생산할 수 있게 해주는 기계를 만드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의 공동 대표이자 CTO이며 현재는 퇴임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