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 게이츠의 기후 펀드, ‘기후적응’으로 투자 확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가 설립한 기후 기술 투자 펀드인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가 투자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기후적응(climate adaptation)을 투자 카테고리에 추가하고, 청정기술 스타트업들이 공장 건설과 기술 확장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투자 펀드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러한 내용은 10월 19일 시애틀에서 열린 ‘브레이크스루에너지 서밋(Breakthrough Energy Summit)’ 마지막에 발표됐다.
지금까지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소위 ‘5가지 위대한 도전(five grand challenges)’에 집중하면서 전기, 수송, 제조, 건설, 농업 분야에서 기후 오염을 줄이겠다고 약속하는 회사들을 지원해왔다. 이러한 투자는 모두 기후위기 완화를 위한 것이었다. 이번에 투자 카테고리에 새로 추가되는 기후적응은 기후변화를 막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의 위험에 대비하여 보호책을 강화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에릭 툰(Eric Toone) 브레이크스루에너지 투자 위원회 기술 책임자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후적응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전 미국 대통령의 과학 고문이었던 존 홀드렌(John Holdren)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세 가지 선택지(완화, 적응, 고통)가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는 “완화로는 기후 위기 해결에 빠르게 도달할 수 없고 고통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툰은 “따라서 우리는 계속해서 완화에 투자 초점을 맞출 것이지만 적응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투자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JAMES TEMPLE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몇 가지 분야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여기에는 농부들과 지역사회가 점점 더 발생 빈도가 늘어나거나 심각해지고 있는 가뭄에 맞설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방법도 포함된다. 그러한 방법에는 첨단 담수화 기술이나 공기 중에서 수분을 추출하는 기술이 해당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에는 세계가 더 더워지고 습해지거나 건조해지는 상황에서 농작물의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실내 농업(indoor farming)과 유전자 변경 등도 포함될 수 있다.
툰은 브레이크스루에너지가 점점 증가하는 해수면 상승과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는 강력한 태풍의 위협에 직면한 전 세계 항구 인프라를 강화할 방법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분야의 투자 기회에는 폭풍 해일에 자동으로 반응하는 동적 계류 시스템, 덥거나 가혹한 조건에서도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는 크레인, 더 튼튼한 선박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게이츠는 최근 블룸버그(Bloomberg)와 가진 인터뷰에서 회사가 조성 중인 브레이크스루에너지의 새 펀드가 이러한 투자 영역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며 18일 브레이크스루에너지 행사에서도 이를 재확인했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해당 펀드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 언제 조성이 마무리되는지에 관해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약 1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성했다.
‘셀렉트(Select)’라는 이름으로 별도로 조성된 투자 펀드는 회사들이 실증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주로 ‘대규모, 후속’ 펀드를 제공할 예정이다. 실증 사업은 상업적인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기술을 더 대규모로 시험하고 최적화하기 위해 시행된다. 툰은 주로 브레이크스루에너지의 기존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회사에 펀드를 지급할 예정이지만, 투자 대상이 여기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가 지원하는 스타트업 중 몇 곳에 투자한 바 있는 싱가포르의 지주회사 테마섹(Temasek)도 새 펀드에 투자할 예정이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해당 펀드의 규모나 다른 투자자 명단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