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재앙까지 인류에 남은 시간 3년에 불과하다
기후변화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 연료의 연소로 인해 이산화탄소 및 기타 온실가스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인간 활동에 의해 촉발되었다. 이러한 온실가스는 태양으로부터 열을 가두어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고 그 영향으로 인한 기후시스템의 변화는 극도의 폭염, 폭풍, 폭우와 같은 기상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남성현 교수는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기후변화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 이전처럼 계속 미뤄둘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기후 비상인 상황이다”라며 “과학자가 느끼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일반인들의 인식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인식의 간극 사이에는 과학적 차원을 넘어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하게 얽혀 있는 문제들이 있다. 다시 말해 기후 문제는 복잡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 세계 정부, 산업계 및 개인의 행동력이 요구된다.
앞으로의 10년이 중요하다. 지구는 산업화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고, 당장 멈추지 않으면 지금의 모습도 영영 돌이킬 수 없을지 모른다. 공존과 공멸의 갈림길 앞에 서 있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지구와 생명체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남성현 교수는 “우리가 살아가는 하늘과 땅과 바다를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지구환경과학 분야를 전공으로 정했지만, 이제는 기후 위기를 알리는 데 더 큰 책임을 느낀다“라고 말한다.
안녕하세요.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국내 학계에서 최근 기후 변화와 관련해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가 있을까요?
남성현 교수(이하, 남) 제 전문 분야인 해양학계에서는 기후변화 관련해서 해양온난화, 해수면 상승, 해양산성화와 빈산소화가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육지에 살다 보니 바다를 쉽게 잊고 기후변화에 관련된 것을 대기의 문제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지구온난화로 증가된 열의 대부분(90% 이상)은 해양에 흡수되어 해양온난화를 가져옵니다. 그리고 이것이 다시 대기를 데우고 식히는 패턴, 증발과 강수 패턴 등을 바꾸며 곳곳에서 전례 없는 기상재해를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해양을 모르고는 기후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해양의 과학적 이해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해양온난화로 인한 문제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남 해양온난화는 해수의 수온을 상승시켜 해빙뿐만 아니라 육지의 빙하도 빠르게 사라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얼음이 녹으면서 해수면 상승 수치도 가속화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연안 침수 피해가 심각해질 거예요. 염분으로 인한 토양의 오염이나 해일 피해 규모도 커지겠죠. 해수면을 일정하게 유지하던 균형이 깨져서 생기는 이같은 문제에 대한 대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 해수면 상승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영구 동토가 녹으면서 메테인이 대기 중에 방출되고 북극한파와 같은 기상이변도 심화됩니다. 빙권 환경에 서식하는 자연생태계 파괴는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죠. 그 밖에도 해수의 수온 상승으로 대기 중의 이산타화탄소 흡수 능력이 약해지고 있어요. 바닷물은 한번 데워지면 온도가 쉽게 낮아지지 않고, 이 바닷물이 곳곳으로 흐르면서 다양한 이상 기후 현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면 배출량을 더 급격히 줄여야 하는 문제도 생깁니다. 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해수가 산성화되죠. 해양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산호초가 오염되면 해양생물에 피해가 심해지면서 황폐화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해양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인류의 삶도 보장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류는 기후변화로 인해 어떤 피해를 입을 거로 예상하십니까? 기후 위기가 더 심화되면 어떻게 될까요?
남 극심한 폭염과 한파, 폭우와 가뭄 사태가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해일과 홍수 피해도 가중되고 있죠. 기후변화로 증가하는 자연재해는 서로 얽혀있기 때문에 그 상호작용으로 인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피해는 생물다양성과 자연생태계 파괴, 물 부족과 식량난, 난민 문제로 번지게 되고요. 저소득 국가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어서 미국의 경우, 극심한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를 입어 밀 수확량이 3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는 기후 위기 대응에 실패하면 전 세계 기아 인구가 2억여 명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죠. 세계기상기구(WMO)는 2050년이 되면 50억 명 이상 물 부족을 경험할 거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기아와 기근이 심해지면서 고향을 버리고 떠나는 기후난민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지구온난화 위험 수준을 막아내지 못하면 2050년까지 기후난민의 수가 최대 10억 명에 이를 거라고 예상합니다. 이에 더해 감염병 확산도 경고의 대상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원인도 기후변화로 인한 열대 박쥐 서식지의 확산으로 보고 있죠. 빙하가 사라지며 노출되는 고대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없는 신종 바이러스 전염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한반도 연근해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과 남극 연안을 포함해 전 세계 바다를 60회 이상 탐사하셨는데, 기후 변화 관련해서 특별히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주제가 있을까요?
남 개인적으로는 기후 변화에 따른 해양과 빙권 환경 변화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고요. 스웨이트 빙하(Thwaites Glacier)를 계속 주목하고 있습니다. 스웨이트 빙하는 현재 매우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데, 그 이유는 바닷물, 해수의 침투 때문입니다. 어는점 이상의 수온을 가진 해수가 바다에 떠 있는 빙하(빙붕, ice shelf) 하부에 유입되면 빙하 아래쪽을 녹이며 깊숙하게 파고들게 됩니다. 빙하 표면보다 하부가 녹으면서 지반이 닿아 있는 부분도 빙하 안쪽으로 점점 더 깊숙하게 후퇴하고 있고요. 이렇게 아래를 점점 더 깊숙하게 파고들면 그 위에 놓인 빙하의 무게 때문에 빙하가 불안정해지며 붕괴할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빙하가 붕괴되면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을 65cm 상승시키고 더 안쪽에 있던 거대한 빙하가 이 스웨이트 빙하를 통해 해양으로 흘러나오게 됩니다. 서남극 전체 빙상(ice sheet)이 다 나오게 되면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이 5m 이상 상승하기 때문에 이 빙하를 “운명의 날 빙하(Doomsday Glacier)”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고자 1) 따뜻한 하층의 해수 유입을 막기 위한 해저 제방 건설 방안, 2) 빙하가 파고드는 부분을 얼리는 방안, 3) 바다 위에 흘러나오는 빙붕의 지지대를 건설하는 방안 등 (지구)공학적 접근에 대한 아이디어가 제시되는 상황입니다.

(우) 독일 연구조사선 메테오르(Meteo)에서 대서양에 1년 이상 설치해 두었던 계류 장비를 회수하는 모습
지구와의 공존 시나리오
우리는 인류세(anthropocene)에 살고 있다. 인류에 의해 만들어진 지질시대 즉, 인류가 일군 산업화로 인해 위기를 맞은 지구에 거주 중이다. 남성현 교수는 “지금까지 물질 성장만을 추구하며 인간 우위의 사고방식으로 밀고 온 지구 사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생태중심주의의 환경 감수성을 높이면서 지구와 공존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제는 지구를 더 존중하는 방식으로 지구를 사용해야 할 때이다”라고 말한다.
교수님께서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과학적 이해의 중요성을 피력하셨는데요. 동시에 지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학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과학적 이해가 바탕이 된 공학적 해법이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남 맞습니다. 과학적으로 잘 이해하고 공학적인 접근을 하면 기후 위기와 각종 지구환경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식, 즉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인간이 자연을 활용하여 자연과 공존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과학적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자연을 이용하다 보니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을 비롯한 각종 지구환경문제가 불거진 겁니다. 이제는 문제가 매우 심각해져서 인류의 생존까지 우려해야 할 상황이 되었으니, 공학적 접근 방식을 바꾸어야 할 때라는 거예요. 지구환경문제를 가져온 공학적, 기술적 접근을 탈피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공학적, 기술적 접근 방법을 과학적 이해에 따라 달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탄소 중립을 위한 여러 공학적, 기술적 접근이겠지요.
‘피나투보 효과’라고 부른 이산화황의 효과를 인위적으로 재현하려는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과학적인 접근과 연구에 걸리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는 일부 산업계의 인위적이고 극단적인 개입이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십니까?
남 이슈가 된 스타트업에서 사용한 이산화황은 양이 미미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지구환경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행위, 즉 인위적으로 기후를 조절하고자 하는 지구공학(geoengineering), 기후공학(climate engineering) 행위 자체는 엄격하게 규제하고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과학적으로 면밀한 부작용 등의 검토와 국제적인 합의를 거치지 않은 섣부를 지구공학, 기후공학적 처방은 임상 실험을 통과되지 않고 각종 부작용 우려를 안고 있는 비인가 약품을 처방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칫 더욱 심각한 지구환경 문제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합니다. 그러나 과학적 이해에 기반한 새로운 방식의 기술적, 공학적 시도는 필요하며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감시, 추적, 진단, 기술 개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기후 위기에 살고 있는 인류에 전할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남 디스토피아(dystopia)라고 부르는 기후재앙까지 우리에게 얼마의 시간이 남았냐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사실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오르기 전에 이미 수천만 명이 만성 기아에 직면하고 수억 명이 극단적 폭염과 대규모 산불, 막대한 폭우와 홍수에 시달리게 될 거라는 거죠.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디스토피아가 펼쳐진다는 겁니다. 많은 과학자가 지구온난화를 돌이킬 수 없게 되는 티핑포인트가 1.5~2도 사이에 있을 거라고 봅니다. 현재는 산업화 이전 대비 1.09도 올랐으며, 1.5도 티핑포인트까지는 불과 0.41도 남은 상황입니다. IPCC 기후변화 제6차 평가보고서에는 지금과 같은 배출량을 유지할 경우, 2020년~2040년 사이에 1.5도 이상 오를 거라고 전망하죠. 지구온난화 1.5도 상승까지 남은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은 400~650 기가톤(Gt) 정도입니다 이를 인구 비례로 계산해 보면 우리나라에 남은 탄소 배출량은 2 기가톤에 불과해요. 국내 연간 탄소배출량이 0.6~0.7 기가톤 수준임을 감안하면 남은 시간이 고작 3년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따라서 온실가스 농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탄소배출량 감소를 위해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율은 높이며, 수송 부분에서의 탄소배출량 조절도 상당히 중요할 거로 보입니다. 각국 정상들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며 대응 의지를 보이고 있어요. 이는 국가 간 협력, 산업계와 개인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가능하겠죠. 기후변화는 지구환경의 악화를 등한시한 인류에게 보내는 엄중한 경고장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매거진 Vol. 10
새로운 기후 시대의 생존 방안
본 기사는 <MIT 테크놀로지 매거진> 2023년 9·10월호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