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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연, 이중 전극 교대 운전으로 해수 수전해 침전물 문제 해결

바닷물로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전극을 망가뜨리던 침전물을, 전극 두 개를 번갈아 쓰는 구조 설계만으로 스스로 제거하는 기술이 나왔다.

바닷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해수 수전해 기술에서 고질적 난제였던 무기침전물 문제를, 두 개의 전극을 교대로 운전하는 새로운 시스템 구조 설계만으로 해결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이창근, 이하 에너지연) SCI융합연구단 한지형 박사 연구팀은 한쪽 전극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동안 다른 쪽 전극의 침전물을 산성화된 해수로 자동 제거하는 ‘자가 세정(self-cleaning) 듀얼 환원전극’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에너지·화학공학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IF 13.2)> 3월호에 게재됐다.

바닷물로 수소를 만드는 기술, 왜 침전물이 문제였나

수전해(water electrolysis)는 물에 전기를 흘려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기술이다. 이때 생산되는 수소는 연소해도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연료로 꼽힌다. 그런데 수전해에 쓰이는 담수(민물)는 전 세계적으로 부족해지고 있어, 무한히 공급 가능한 바닷물을 직접 활용하는 ‘해수 수전해’ 기술이 중요한 연구 과제로 부상했다.

문제는 바닷물의 성분에 있다. 바닷물에는 마그네슘과 칼슘 이온이 녹아 있는데, 수전해 반응이 진행될 때 생성되는 수산화 이온(OH⁻)과 반응하면 수산화마그네슘(Mg(OH)₂) 등의 무기침전물이 만들어진다. 이 침전물이 수소 발생을 담당하는 전극(환원전극 또는 음극) 표면에 쌓이면 전기가 통하는 반응 면적이 줄어들고 에너지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기존 단일 전극 기반 시스템에서는 200시간 운전만으로도 에너지 소비량이 약 2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전물을 제거하는 기존 방법도 문제를 안고 있었다. 산으로 전극을 세정하거나 기계적으로 닦아내는 방법은 그 과정에서 수소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양극성막(BPM, bipolar membrane, 양이온과 음이온을 분리하는 특수 막)을 이용해 해수를 산성화함으로써 침전물 성장 속도를 늦추는 기술도 있었지만, 무기침전물 형성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듀얼환원전극 기반 해수 수전해 시스템

두 전극이 번갈아 일한다: 자가 세정 듀얼 시스템의 원리

연구팀이 내놓은 해법은 ‘역할 분담’이다. 두 개의 환원전극을 48시간 주기로 교대 운전하는 구조다. 한쪽 전극(작동 전극)이 수소를 생산하는 동안, 나머지 한쪽(휴지 전극)은 수소 생산을 멈추고 BPM에 의해 pH 약 2~3 수준으로 산성화된 해수 환경에 노출된다. 산성 환경에서는 전극 표면에 쌓인 침전물이 자연스럽게 녹아 제거된다. 침전물이 다 제거되면 양쪽 전극이 역할을 바꾸고, 이 과정을 반복한다.

이 방식의 핵심은 반응 중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산성 해수를 별도의 외부 세정 없이 그대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한지형 책임연구원은 “침전물 문제를 시스템 구조 설계만으로 제어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라며 “산성화된 해수를 활용해 전극이 스스로 회복되는 ‘자가 회복’ 개념을 세계 최초로 제안해 향후 해수 수전해 기술 개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48시간 주기로 전극 역할을 전환하면 침전물 두께가 임계 수준 이하로 유지되며 완전한 생성·제거 반복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단사업의 지원을 받아 강원대 임주현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수행됐으며, 논문명은 ‘Self-cleaning dual cathode for enhanced durability of bipolar membrane-based direct seawater electrolysis’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의 성능을 실험하고 있다

기존 기술 대비 15배 높은 성능, 상용화를 향한 다음 과제

성능 검증 결과는 기존 기술과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연구팀이 개발한 듀얼 환원전극 시스템은 400시간 이상 장기 운전 후에도 에너지 소비량 증가가 1.8% 수준에 그쳤다. 이는 200시간 운전만에 에너지 소비량이 약 27% 늘어난 단일 전극 시스템과 비교할 때 약 15배 높은 성능이다. 전극 촉매의 손실 면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400시간 운전 후 귀금속(Pt/Mo) 촉매 함량이 초기보다 20% 감소하는 데 그쳐, 200시간 운전만에 53%가 감소한 단일 전극 시스템 대비 높은 안정성을 나타냈다.

다만 상용화 수준까지 가려면 과제가 남아 있다. 연구팀이 현재 목표로 삼은 전류밀도(전극 단위 면적당 흐르는 전류의 양, 수소 생산 속도에 직결되는 지표)는 500mA/cm² 이상이다. 높은 전류밀도에서는 침전물 성장 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에, 고활성·고내구성 환원전극 소재 확보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또한 이번 전략을 멀티 셀 스택(여러 전기화학 셀을 적층해 대용량 수소 생산이 가능한 구조) 단위로 확장하는 후속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가 제시한 듀얼 환원전극 교대 운전 전략은 해수 수전해를 ‘침전물 발생을 억제하는 기술’에서 ‘침전물의 발생과 제거를 주기적으로 제어하는 기술’로 전환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평가받는다. 연구팀은 대면적 스택 운전 실증과 산업체와의 기술이전을 최종 목표로, 해수 기반 그린수소 생산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