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네덜란드 연구진, 자연광이 당뇨 환자 혈당 조절 개선 규명
독일 당뇨병센터와 마스트리흐트대학교, 제네바대학교 공동 연구진이 자연광 노출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과 전신 대사를 개선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연구진은 제2형 당뇨병 환자 13명을 대상으로 자연광과 인공조명 환경에서 각각 5일간 생활하게 한 결과, 자연광을 쬔 기간에는 혈당이 정상 범위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변동성이 감소했으며, 지방 연소가 증가하는 등 대사 기능이 개선됐다. 이는 자연광이 당뇨병 환자에게 측정 가능한 대사적 이점을 제공한다는 첫 번째 통제된 실험 증거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Cell Metabolism’ 온라인에 1월 6일 게재됐다.

5일간 자연광 노출, 정상 혈당 유지 시간 늘어
현대인은 일상생활의 약 90%를 실내에서 보내며 자연광 접근이 크게 줄어들었다. 동시에 제2형 당뇨병과 같은 대사성 질환은 좌식 생활과 생체 시계(체내에서 24시간 주기로 생리적 과정을 조절하는 내부 시계)와 환경적 신호 간의 불일치로 인해 증가하고 있다. 연구진은 자연광 부족이 대사 질환의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가설 아래 실험을 설계했다.
마스트리흐트대학교의 요리스 호크스(Joris Hoeks) 교수는 “우리는 대부분 인공 조명 아래에서 하루를 보낸다. 인공 조명은 자연광보다 광도가 낮고 파장 스펙트럼이 좁다”며 “자연광은 생체 시계를 환경과 동기화하는 데도 더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65세 이상 제2형 당뇨병 환자 13명을 모집해 마스트리흐트대학교의 특별히 설계된 생활 공간에서 각각 4.5일간 머물게 했다. 참가자들은 최소 4주 간격을 두고 두 번 실험에 참여했으며, 한 번은 대형 창문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는 환경에서, 다른 한 번은 인공 조명만 사용하는 환경에서 생활했다. 식사, 수면, 신체 활동, 스크린 사용 시간 등 모든 생활 습관 요소는 광원을 제외하고 엄격히 동일하게 통제됐다.
연구진은 연속혈당측정기(24시간 동안 피부에 부착해 혈당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장치), 호흡 분석을 통한 대사 측정, 혈액 분석, 근육 조직 검사를 통해 참가자들의 대사 변화를 관찰했다.
놀랍게도 실험 기간이 짧았음에도 상당한 변화가 관찰됐다. 자연광에 노출된 사람들은 혈당이 정상 범위(4.4~7.2 mmol/L)에 머무는 시간이 유의하게 늘어났으며 혈당 변동성도 감소했다. 독일 당뇨병센터의 패트릭 슈라우벤(Patrick Schrauwen)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혈당 수치를 더 잘 조절할 수 있었음을 나타내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혈당이 하루 종일 급격히 오르내리는 것보다 조금 높더라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합병증 위험이 훨씬 낮다. 또한 자연광 환경에서는 저녁 시간대 멜라토닌(수면과 생체 시계를 조절하는 호르몬) 수치가 더 높았고, 지방 산화 대사도 개선됐다.
근육 생체시계 재설정, 지방 대사 패턴 변화
관찰된 대사 변화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혈액과 근육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다. 특히 근육 조직에서 생체시계 유전자(Per, Cry, BMAL1 등 24시간 주기로 활성화되고 억제되는 유전자)의 활동 패턴을 조사했다.
자연광을 쬔 뒤 이 유전자들의 리듬이 앞당겨지고 더 정돈된 패턴을 보였다. 흥미롭게도 그 근육세포를 실험실에서 따로 배양해도 이 변화가 유지됐다. 이는 자연광이 근육의 ‘대사 시계’를 재설정했음을 의미한다.
제네바대학교의 샤르나 디브너(Charna Dibner) 교수는 “배양된 골격근 세포에서 분자 시계의 조절과 혈액 내 지질, 대사산물, 유전자 전사체를 함께 분석했다”며 “종합적으로 결과는 생체 시계와 신진대사가 자연광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호흡 분석 결과도 주목할 만했다. 자연광을 쬔 날에는 참가자들의 몸이 탄수화물(포도당) 대신 지방을 더 많이 연소하고 있었다. 이는 당뇨병과 깊이 연결된 변화다. 제2형 당뇨병 환자는 보통 포도당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지방 대사도 손상돼 있는데, 자연광이 이 연소 패턴을 더 건강한 방향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혈액 분석에서는 세라마이드(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지방 분자)와 콜레스테롤 에스터 같은 유해 지질이 감소했고, LPE 같은 인슐린 감수성과 연관된 유익한 지질은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기분 변화가 아니라 대사 질환과 직결되는 생화학적 변화였다.
이 연구는 세계 최초의 통제된 교차 연구로, 소규모 노인 집단을 대상으로 단기간 진행됐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인공 조명과 비교해 자연광이 대사 건강에 미치는 유익한 효과를 입증한 최초의 증거를 제공했다.
연구의 제1저자이자 호크스 연구팀의 전 박사 과정 연구원인 얀-프리더 하름센(Jan-Frieder Harmsen)은 “다음 단계는 참가자들에게 수주간 빛 감지기와 혈당 측정 도구를 장착시켜 실제 생활 환경에서 자연광 노출과 대사 건강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것”이라며 “이 연구는 또한 종종 간과되는 건물 구조가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부각시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