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는 지난 18일, 대전에서 우주연구원·항공우주공학과 연구팀이 참여한 공동연구를 통해 달 피트와 용암동굴 탐사용 ‘전개형 에어리스 휠’ 기술, 즉, 접었다가 펼칠 수 있고 공기가 필요 없는 바퀴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복잡한 기계 장치 대신 종이접기 구조를 활용해, 급경사와 암반, 낙하 위험이 겹친 달의 극한 지형에서도 소형 로버가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달 지하 공간은 방사선과 극심한 온도 변화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미래 거주 후보지로 주목받아 왔지만,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 탐사가 막혀 있었다. 이번 성과는 그 기술적 장벽을 처음으로 낮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왜 달의 ‘구멍’은 아무도 들어가지 못했을까
달 표면에는 커다란 구멍처럼 보이는 지형이 곳곳에 있다. 지하의 빈 공간이 붕괴되며 생긴 **피트(Pit)**와, 과거 용암이 흘러가며 만들어진 **용암동굴(Lava Tube)**이다. 이곳은 태양과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비교적 보호받을 수 있어, 미래 달 기지 후보지로 꾸준히 주목받아 왔다. 동시에 태양계 초기의 지질 기록을 거의 손대지 않은 채 보존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문제는 접근이다. 피트 내부는 경사가 급하고, 바닥 상태를 알 수 없으며, 암반과 낙석이 섞여 있다. 로버가 한 번 미끄러지거나 뒤집히면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달 탐사는 대부분 평탄한 표면에만 머물렀고, ‘달의 내부’는 지도 위의 미지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기존에 제안된 방식은 대형 로버가 탐사 지점까지 이동한 뒤, 소형 로버를 분리해 투입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소형 로버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했다. 바퀴가 작아 큰 장애물을 넘기 어렵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내구성에도 제한이 있었다. 바퀴 크기를 상황에 따라 바꾸는 가변형 휠도 연구됐지만, 달의 극한 환경에서는 문제가 발생했다.
달 표면은 낮과 밤의 온도 차가 300도에 이르고, 미세한 달 먼지는 사포처럼 금속을 마모시킨다. 이 과정에서 부품이 서로 들러붙는 냉간 용접, 불균일한 열팽창, 기계 부품 마모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결국 핵심은 속도나 출력이 아니라, 고장이 나지 않는 구조였다.

종이접기로 만든 바퀴가 길을 열다
KAIST 연구팀이 선택한 해법은 기존 로봇 공학의 상식을 비틀었다. 더 많은 기계 장치를 추가하는 대신, 아예 움직이는 부품을 줄이자는 접근이다. 연구팀은 힌지나 기어 같은 복잡한 부품을 없애고, 종이접기(오리가미) 구조와 소프트 로봇 기술을 결합한 전개형 에어리스 휠을 설계했다.
이 바퀴의 핵심은 ‘다빈치 다리’ 구조다. 여러 개의 부품이 서로 맞물리며 힘을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접히고 펼쳐지는 동작을 별도의 기계 장치 없이 구현한다. 탄성이 뛰어난 금속판을 종이접기처럼 접어 바퀴 형태를 만들었고, 공기를 넣지 않는 에어리스 구조로 충격에도 강하게 설계했다.
이 바퀴는 접혀 있을 때 지름이 약 23cm에 불과해 소형 로버에 탑재할 수 있지만, 펼치면 50cm까지 커진다. 작은 로버가 큰 바퀴를 단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셈이다. 덕분에 깊은 홈이나 암반 지형에서도 넘어갈 수 있는 기동성이 확보됐다.
시험 결과도 인상적이다. 인공 월면토 위에서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보였고, 달 중력을 기준으로 약 100m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충격 시험에서도 형태와 기능이 유지됐다. 복잡한 부품이 없기 때문에, 달 먼지나 극한 온도 변화에서도 고장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로봇 전문 학술지 <Science Robotics>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달 피트와 용암동굴에 실제로 진입할 수 있는 첫 실질적 이동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통신과 전력 공급 같은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탐사의 발목을 잡아온 ‘이동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달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 가는 길은 이제 지도 위의 선이 아니라, 실제 바퀴 위에서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