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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세계가 인정한 수산물 추적 기술로 글로벌 공급망 혁신 이끈다

KAIST 연구팀이 수산물 이력추적 플랫폼 'OLIOPASS'로 국내 최초 GDST 전 구간 인증을 획득했다.

마트에서 구입한 연어 한 조각. 이 생선이 노르웨이 해역에서 잡혀 태국에서 가공되고, 세 개 국가를 거쳐 당신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을 정확히 추적하는 것은 수십 년간 거의 불가능했다. 복잡하게 얽힌 유통 과정, 서로 다른 기록 방식, 국가마다 다른 규제 때문이다.

하지만 19일 KAIST는 김대영 전산학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이 이 난제를 풀어냈다고 전했다. 전 세계 단 7곳만 보유한 이 기술은 AI 시대를 대비한 ‘디지털 제품 여권’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급망의 공통 언어를 만들다

KAIST 오토아이디랩 부산혁신연구소의 김대영 소장(전산학부 교수)이 이끄는 연구팀은 11월 5일, GS1 국제표준 기반 디지털 이력추적 플랫폼 ‘OLIOPASS(올리오패스)’로 글로벌 수산물 이력추적 협의체 GDST(Global Dialogue on Seafood Traceability)의 ‘GDST 호환 솔루션(Capable Solution)’ 인증을 획득했다. 국내 최초이자, 전 세계에서 13번째 성과다.

더욱 주목할 점은 생산-가공-유통-판매의 전 과정을 빠짐없이 추적하는 ‘전 구간’ 인증을 받은 곳은 KAIST를 포함해 전 세계 단 7곳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근본적인 도전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공통 언어가 없었던 산업에 하나의 언어를 만드는 일이죠.” 김대영 소장의 설명이다.

1,5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수산물 산업은 파편화된 시스템 위에 구축되어 있다. 참치 한 마리가 수십 번 손을 바꾸고, 여러 국경과 규제 관할을 넘나들지만, 각 거래는 서로 다른 형식으로 기록되거나 아예 기록조차 되지 않는다. 이런 불투명성은 불법 어업, 원산지 허위 표시, 식품 안전 위험의 온상이 된다.

까다로운 국제 인증의 의미

2015년 세계경제포럼(WEF)의 제안으로 설립된 GDST는 단순한 업계 단체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식품 유통기업에 수산물을 공급하려는 기업들에게 사실상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GDST 인증이 특히 까다로운 이유는 ‘전 구간’ 추적 요구사항 때문이다. 어획/양식부터 가공, 유통, 소매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추적해야 한다. 전 세계 13개 인증 솔루션 중 OLIOPASS를 포함한 단 7개만이 이 완전한 여정을 처리할 수 있다.

인증 과정은 GDST가 정의한 핵심 데이터 요소(KDEs)와 중요 추적 이벤트(CTEs)를 플랫폼이 정확히 포착할 수 있는지 엄격하게 검증한다. 어선의 GPS 좌표부터 운송 중 온도 기록까지, 모든 것이 GS1 글로벌 표준에 따라 형식화되어야 한다.

“공급망을 위한 범용 번역기를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김 소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인도네시아의 어선이 베트남의 가공업체와 소통하고, 그들이 다시 캘리포니아의 유통업체와 데이터를 공유해야 하는데, 모두가 같은 어휘를 사용해야 합니다.”

글로벌 수산물 이력추적 협의체(GDST) 글로벌 인증로고와 KAIST 올리오패스 플랫폼 로고

네 가지 핵심 기술의 결합

OLIOPASS의 강점은 여러 첨단 기술을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했다는 점이다.

첫 번째는 GS1 EPCIS 2.0이다. 이는 전 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공급망 언어’다. 마치 영어가 국제 비즈니스의 공용어인 것처럼, EPCIS는 제품이 언제, 어디서, 왜 이동했는지를 모든 기업이 같은 방식으로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 어선이 기록한 데이터를 미국 슈퍼마켓 시스템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이유다.

두 번째는 GS1 Digital Link다. 소비자가 마트에서 수산물 포장지의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해당 제품이 어디서 잡혔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상세한 이력 정보에 즉시 접근할 수 있다. 기존 바코드가 단순히 가격 정보만 담았다면, Digital Link는 제품의 전체 여정을 담은 ‘디지털 신분증’인 셈이다.

세 번째는 블록체인 기술이다. 일단 기록된 데이터는 누구도 몰래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없다. 마치 여러 사람이 동시에 보는 공개 장부에 기록하는 것과 같아서, 원산지를 속이거나 유통 과정을 조작하려는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불법 어획 수산물이 합법인 것처럼 둔갑하는 것을 막는 핵심 기술이다.

네 번째는 AI-Ready 데이터 인프라다. OLIOPASS에 저장된 데이터는 인공지능이 바로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형태로 구조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AI가 과거 수백만 건의 유통 데이터를 학습해 “이번 주 기온 상승으로 어떤 지역 수산물의 신선도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미리 경고하거나, “이 경로로 운송하면 비용을 20% 절감할 수 있다”는 최적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미래를 예측하고 개선하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이다.

다가오는 규제의 파도와 다음 단계

KAIST의 성과 시기는 의미심장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식품안전현대화법(FSMA) 204조는 2028년 7월 20일부터 수산물을 포함한 고위험 식품에 대해 강화된 이력추적을 의무화한다. 준수하지 못하는 기업은 미국 시장에서 퇴출된다.

“FSMA 204는 분수령입니다. 이력추적을 마케팅 차원의 선택사항에서 시장 진입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바꿔놓았죠. 우리는 2019년 GDST 창립 멤버로 참여한 이후 이를 준비해왔습니다.” 김 소장의 설명이다.

GDST에서 KAIST의 역할은 규정 준수 기술 구축을 넘어섰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시스템이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상호운용성 프레임워크 설계에 핵심적으로 기여했다. 본질적으로 그들이 지금 테스트받고 있는 규칙의 일부를 직접 작성한 셈이다.

OLIOPASS가 수산물 이력추적으로 인증을 받았지만, 기반 기술은 산업에 구애받지 않는다. 공급망 데이터를 포착하고 공유하는 표준화된 접근 방식은 의약품, 국방 물류, 스마트시티, 첨단 제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다재다능함은 플랫폼이 GS1 표준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제품의 바코드를 구동하는 바로 그 시스템이다. GS1은 170개국의 300만 개 이상 기업에서 사용되며, 진정한 글로벌 인프라를 구성한다.

김 소장은 OLIOPASS가 모든 제품의 생애주기를 추적할 수 있는 ‘디지털 제품 여권’ 플랫폼이 되기를 구상한다. 유럽연합은 이미 순환경제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배터리, 섬유, 전자제품에 대한 유사한 요구사항을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를 예로 들면, 어느 나라에서 채굴한 리튬으로 배터리를 만들었는지, 수명이 다한 후 어떻게 재활용되는지까지 모든 과정을 추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김 소장의 팀은 이미 의약품 및 국방 물류 분야 기업들과 논의 중이다. 출처와 관리연속성이 중요한 분야다. 플랫폼의 AI-ready 아키텍처는 예측적 품질 관리, 자동화된 규정 준수 검사, 공급망 위험 평가 같은 응용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김 소장은 “이번 인증은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서 신뢰 가능한 데이터 기술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입니다. OLIOPASS를 수산·식품을 넘어 의약품, 물류, 국방,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시켜 KAIST 기술이 세계가 함께 쓰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증획득기관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