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KAIST, 노화·비만에도 잘 작동하는 mRNA 플랫폼 개발

고령층·비만 환자에서 mRNA 의약품 효능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설계 기술이 나왔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찾아낸 핵심 조절 서열이 전임상 모델에서 효과를 입증했다.

mRNA 의약품의 단백질 생성 효율을 높이는 핵심 조절 서열을 바이오 빅데이터 분석으로 새롭게 설계해, 노화·비만 전임상 모델에서도 치료 효과가 향상되는 차세대 mRNA 플랫폼이 개발됐다.

KAIST(총장 이광형) 바이오및뇌공학과 이영석 교수와 가톨릭대학교(총장 최준규) 남재환 교수 공동연구팀은 mRNA의 핵심 조절 영역인 ‘5′ 비번역 영역(5′UTR)’ 서열을 정밀 설계한 새로운 mRNA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유전자·세포 치료 분야 국제 학술지 <Molecular Therapy(IF 12.0)>에 1월 2일 온라인 게재됐으며, 가톨릭대 윤수빈 박사와 KAIST 조형곤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mRNA 의약품의 성능을 좌우하는 ‘설계도 앞부분’

mRNA는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생산 설계도 역할을 하는 긴 단일 가닥 RNA 분자다. mRNA 의약품은 세포가 특정 단백질을 만들도록 유전 정보를 전달해 치료 효과를 내는 방식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차세대 의약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mRNA는 크게 네 가지 구간으로 나뉜다. 단백질 생산을 시작하고 속도를 조절하는 5′UTR, 특정 단백질 정보를 담고 있는 단백질 암호화 영역(CDS), mRNA가 세포 안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돕는 3′UTR, 그리고 안정성을 높여 단백질 생산을 돕는 poly(A) 꼬리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5′ 비번역 영역(5′UTR)’이다. 5′UTR은 mRNA에서 단백질 생산을 시작하고 효율을 조절하는 구간으로, 이 부분의 설계에 따라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양과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5′UTR과 3′UTR은 단백질의 종류를 결정하는 구간은 아니지만, 단백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들어지는지를 조절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두 영역은 백신이나 치료제 등 다양한 mRNA 의약품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핵심 바이오공학 플랫폼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기존 mRNA 치료제의 5′UTR 서열은 주로 문헌 기반의 알려진 서열을 활용하거나 단일 세포주에서 검증된 서열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기존 동물 실험 검증 연구는 대부분 4~12주령의 젊은 마우스에 국한되어 수행되어 왔으며, 노화나 비만 등 다양한 생체 환경에서의 안정적 작동 여부는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생물정보학을 활용한 mRNA 의약품 설계 및 검증 모식도

수십만 개 데이터에서 찾아낸 최적 서열

연구팀은 여러 조직과 세포 환경에서 단백질 생산 능력이 뛰어난 5′UTR 서열을 찾기 위해 대규모 바이오 데이터를 통합 분석했다. 유전자 활성도를 분석하는 대규모 조직 전사체 분석(RNA-seq), 개별 세포 수준의 유전자 발현을 확인하는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scRNA-seq), 실제 단백질 생성 효율을 측정하는 리보솜 프로파일링(Ribo-seq) 등 다양한 분석 기법이 활용됐다. 사람과 마우스 유래 데이터를 함께 분석함으로써 종(種) 및 모델 차이에 따른 편향을 최소화했다.

이러한 통합 분석을 통해 다양한 세포 환경에서도 단백질이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지도록 하는 5′UTR 서열 후보군을 발굴하고 최적화했다. HeLa, Nor10, Hepa1-6, HEK293A 등 여러 세포 모델에서 작동성과 기전을 검증했으며, 새롭게 설계한 5′UTR의 기능이 LARP1 및 LARP4와 같은 단백질 인자에 의해 조절되며 산화 스트레스 조건에 따라 반응성이 달라질 수 있음을 규명했다. 산화 스트레스란 세포가 노화·비만 등의 상태에서 받는 생화학적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단백질 생산 능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이영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방대한 생물 데이터를 분석해 mRNA가 단백질을 더 잘 만들도록 하는 설계 방법을 찾아낸 것”이라며 “이 기술은 특히 고령층이나 비만 환자처럼 의약품 효과가 떨어질 수 있는 환경에서도 mRNA 백신과 치료제가 잘 작동하도록 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화·비만 전임상 모델에서 단백질 생성과 면역 반응 향상 확인

연구진은 노화나 비만 상태에서는 세포가 산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단백질을 만드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에 제안된 5′UTR은 노화 또는 비만 동물 모델에서 효과가 감소하는 한계가 보고된 바 있다. 이에 연구팀은 새롭게 설계한 mRNA 치료제를 노화·비만 전임상 모델에 적용해 기존 서열과 비교하는 검증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새롭게 설계한 5′UTR을 적용한 mRNA는 노화·비만 마우스 모델에서도 단백질 발현 효과가 오히려 향상되는 경향을 보였다. 세포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생산력과 면역 반응이 기존보다 크게 향상되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5′UTR 최적화를 통해 고령층 및 비만 환자 등 다양한 환자 집단에서도 보다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mRNA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mRNA 백신뿐만 아니라 유전자 치료제, 면역 치료제 등 다양한 바이오의약 기술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연구팀은 LARP1/LARP4 결합에 의한 분자적 작용 메커니즘을 단일 핵산 단위로 규명하고, 자체 개발한 RNA 구조 분석 기법을 접목해 5′UTR 설계 기술을 고도화하며, 비만을 넘어 다양한 질환 환자를 위한 mRNA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 및 바이오의료개발사업, 식품의약품안전처 감염병 대응 혁신기술 지원연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감염병 예방 치료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