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스스로 회복하는 구리 촉매 개발…이산화탄소 전환 상용화에 돌파구
이산화탄소를 에틸렌·에탄올 같은 산업적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전환하는 전기화학 반응에서, 촉매가 작동 중 스스로 활성 상태를 회복하는 ‘자가재생(self-regeneration)’ 설계 전략이 개발됐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정동영 교수 연구팀은 이산화탄소 전환 반응에 널리 쓰이는 구리 촉매의 표면 재구성 메커니즘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성능 저하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전해질에 극미량의 구리 이온을 첨가하는 방식만으로 촉매 수명과 선택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음을 11일 밝혔다. 이 연구는 화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AC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지난 2월 5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촉매는 왜 빠르게 망가지는가: 재구성의 두 얼굴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화학 원료로 바꾸는 전기화학적 CO₂ 환원 기술은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하는 핵심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공장이나 발전소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그냥 대기에 내보내는 대신,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화학 반응을 일으켜 에틸렌·에탄올 같은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반응을 주도하는 촉매의 성능이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으로, 이것이 기술 상용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 지목돼 왔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구리(Cu) 촉매다. 구리는 이산화탄소 전기환원 반응에서 탄소 원자 두 개를 연결하는 C-C 결합 형성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금속으로 알려져 있다. 구리 촉매는 반응이 진행되는 동안 단순히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표면 구조 자체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재구성(reconstruction)’ 과정을 겪는다. 이 재구성의 양상에 따라 촉매 성능과 수명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 발견이다.
연구팀은 재구성이 크게 두 가지 경로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첫 번째는 촉매 표면에 산화물이 형성됐다가 다시 환원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산화-환원 기반 재구성’이다. 이 방식은 초기에 활성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반응이 길어질수록 촉매 표면이 손상되며 성능이 저하된다. 두 번째는 구리 금속의 일부가 전해질(촉매와 반응물 사이에 놓이는 이온 전도 용액) 속으로 녹아 나왔다가 다시 촉매 표면에 달라붙는 ‘용출-재증착 기반 재구성’으로, 이 과정에서 새로운 반응 자리인 활성점(active site)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확인됐다.

자가재생의 원리: 전해질에 녹인 구리 이온 한 방울
연구팀이 제안한 해법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전해질에 극미량의 구리 이온을 미리 녹여두면, 반응 중에 구리가 표면에서 녹아 나오는 속도와 다시 달라붙는 속도가 균형을 이루며 순환한다. 이 순환이 반복될수록 C₂ 화합물 생성에 유리한 활성점이 촉매 표면에 계속 새롭게 형성된다. 결과적으로 촉매는 마치 스스로를 수리하듯 장시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 전략이 갖는 실용적 의미는 크다. 기존에 촉매 성능을 회복하거나 유지하려면 고전압 조건을 걸거나 별도의 복잡한 공정을 추가해야 했다. 고전압은 에너지 소비를 늘릴 뿐 아니라, 원하지 않는 부반응을 일으켜 생성물의 순도를 떨어뜨리는 문제도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방법은 전해질 조성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만으로 충분해, 공정 복잡성과 에너지 소비를 동시에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전략을 통해 에틸렌(ethylene)과 에탄올(ethanol) 같은 C₂ 화합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C₂ 화합물이란 탄소 원자 두 개로 이루어진 화합물로, 플라스틱·합성섬유의 원료인 에틸렌과 연료·의약품 원료로 쓰이는 에탄올이 대표적이다. 이산화탄소에서 이러한 고부가가치 물질을 직접 생산할 수 있다면, 탄소 감축과 자원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촉매 설계의 새로운 개념: ‘만드는 것’을 넘어 ‘유지하는 것’으로
이번 연구의 의의는 단순히 더 좋은 촉매를 합성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연구팀은 촉매 성능 저하를 불가피하게 받아들이는 대신, 이를 제어 가능한 동적 과정으로 이해하고 설계에 역이용하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즉, 반응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촉매가 최적의 상태를 스스로 유지하도록 시스템 자체를 설계한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정동영 교수는 “촉매 성능 저하를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라 제어 가능한 과정으로 이해하고 접근한 결과”라며 “반응 중에도 촉매가 지속적으로 최적의 활성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설계 개념이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에 그치지 않고,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반응 등 다양한 전기화학 에너지 변환 기술 전반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김한주 박사과정생과 안홍민 석박사통합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주도했다. 논문명은 ‘Dynamic Interface Engineering via Mechanistic Understanding of Copper Reconstruction in Electrochemical CO2 Reduction Reactio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