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STI-KAIST, 청색 OLED 수명 2배 늘리는 분자 설계 기술 규명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원장 이식, KISTI) 슈퍼컴퓨팅가속화연구단 김재욱 선임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원(총장 이광형, KAIST) 화학과 김우연 교수 연구팀이 청색 유기 발광 다이오드(OLED)의 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는 발광 소재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팀은 백금 기반 고효율 청색 발광 소재가 빛을 내는 과정에서 분자 내부의 특정 결합이 끊어지는 것이 수명 저하의 주원인임을 규명하고, 발광 색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 결합만 선택적으로 강화하는 분자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 국가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100여 종의 분자 구조를 체계적으로 검토한 결과, 기존 대비 안정성 지표가 약 2배 높으면서도 깊은 청색 발광 특성을 유지하는 6종의 새로운 발광 소재 후보를 선정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ACS Omega> 11월 10일 게재됐다.

분자 결합 끊어짐이 수명 저하 주원인
OLED는 유기물(탄소 기반 화합물)을 이용해 스스로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 소자로, 화면이 밝고 명암비가 우수하며 소비 전력도 적어 스마트폰과 TV 등에 널리 사용된다. OLED는 빛의 세 원색인 적색, 녹색, 청색을 조합해 다양한 색상을 구현하는데, 이 중 청색은 고효율 소재의 수명이 짧아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어 디스플레이 업계의 오랜 과제로 꼽힌다.
특히 백금 기반 인광 소재(백금 원자가 빛 에너지를 흡수했다가 천천히 방출하는 발광 물질)는 적색과 녹색에서는 높은 효율로 이미 상용화됐지만, 청색에서는 빛을 내는 과정에서 분자가 빠르게 손상돼 수명이 짧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메커니즘으로 분자가 손상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양자화학 계산(원자와 분자의 전자 상태를 컴퓨터로 계산하는 방법)을 통해 청색 발광 과정을 상세히 분석했다. 그 결과, 백금 기반 청색 발광 소재가 빛을 내기 위해 여기 상태(분자가 에너지를 흡수해 전자가 높은 에너지 상태로 올라간 상태)가 되면, 분자 내부의 특정 화학 결합이 약해지면서 끊어지는 현상이 수명 저하의 주원인임을 밝혀냈다.
김우연 KAIST 교수는 “청색 OLED의 짧은 수명 문제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오랜 숙제였다”며 “이번 연구는 색상 변화 없이 안정성만 선택적으로 높이는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발견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자 설계 전략을 개발했다. 청색 발광에 필요한 분자 구조는 유지하되, 여기 상태에서 끊어지기 쉬운 결합 부위에 화학적으로 더 강한 구조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발광 색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분자의 안정성만 선택적으로 강화할 수 있었다.

(오른쪽) 본 연구에서 제안한 청색 발광체 6종의 분자 구조.
슈퍼컴퓨터로 6종 신규 고안정성 소재 선정
연구팀은 KISTI 국가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을 활용해 100여 종의 분자 구조를 체계적으로 검토했다. 각 분자 후보에 대해 발광 색상, 안정성, 발광 효율 등을 계산으로 예측하고, 기존 OLED 제조 공정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했다.
그 결과 깊은 청색 발광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안정성 지표가 기존 소재 대비 약 2배 높은 6종의 새로운 발광 소재 후보를 선정했다. 이들 소재는 기존 소자 구조와 호환이 가능해 즉시 양산 공정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민중 KISTI 슈퍼컴퓨팅가속화연구단장은 “국가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체계적인 분자 스크리닝(대량의 화합물 중에서 원하는 특성을 가진 물질을 선별하는 과정)이 연구의 핵심이었다”며 “향후 AI 기반 소재 탐색 기술과 결합해 신규 발광 소재 발굴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현재 효율이 낮은 청색 OLED를 고효율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어, 디스플레이의 전력 소모를 줄이고 수명을 늘릴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TV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 기기,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는 산업기술기획평가원과 한국연구재단, 국가과학기술연구회, KISTI 국가슈퍼컴퓨팅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