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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 인체의 염증 ‘자연 꺼짐 스위치’ 메커니즘 규명

영국 UCL 연구진이 지방 유래 분자가 염증을 자연적으로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인간 대상 연구로 처음 규명했다.

영국 런던대학교(UCL) 연구진이 염증을 종식시키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생물학적 과정을 규명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연구팀은 에폭시옥실리핀(epoxy-oxylipins)이라 불리는 지방 유래 소분자가 면역 활동의 자연적 억제제 역할을 하며, 특정 면역 세포인 중간 단핵구(만성 염증을 촉진하여 조직 손상과 질병 진행을 유발하는 면역 세포)의 축적을 방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건강한 자원자 48명을 대상으로 한 인간 실험에서 sEH 효소를 차단하는 약물을 투여한 결과, 에폭시옥실리핀 수치가 증가하고 통증 완화 속도가 빨라졌으며 중간 단핵구가 현저히 감소했다. 이 발견은 만성 염증이 주요 글로벌 건강 위협으로 꼽히는 가운데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유망한 길을 열어준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16일 게재됐다.

인간 대상 실험으로 자연 억제 경로 발견

염증은 감염과 손상에 대한 신체의 최전선 방어 체계다. 그러나 이 반응이 적절한 시기에 중단되지 않으면 관절염, 심장병, 당뇨병을 포함한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면역 체계가 싸움에서 회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러한 전환을 이끄는 신호는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에폭시옥실리핀을 연구 대상으로 선택했다. 동물 연구에서 이 지방 유래 분자들이 염증과 통증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인간에서의 역할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히스타민이나 사이토카인(염증을 유발하는 신호 물질)과 같이 잘 연구된 염증 매개체와 달리, 에폭시옥실리핀은 과학자들이 면역 체계를 자연적으로 진정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미개척 경로의 일부였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사람에게서 관찰하기 위해 건강한 자원자들에게 통제된 일시적 염증 반응을 유발했다. 참가자들은 팔뚝에 자외선으로 사멸시킨 대장균을 소량 주사받았으며, 이로 인해 감염이나 부상 후 발생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한 통증, 발적, 열감, 부종이 특징인 단기 반응이 나타났다.

자원봉사자 48명은 예방군과 치료군 두 그룹으로 배정됐다. 각 그룹은 24명씩으로 구성됐으며, 각각 12명은 치료군, 12명은 위약군(대조군)으로 나뉘었다. 정해진 시점에 참가자들에게 GSK2256294라는 약물이 투여됐다. 이 약물은 용해성 에폭사이드 가수분해효소(sEH, 일반적으로 에폭시옥실리핀을 분해하는 효소)를 차단한다.

예방군은 염증이 시작되기 2시간 전에 약물을 투여받아 에폭시옥실리핀 수치를 조기에 높이는 것이 유해한 면역 변화를 제한할 수 있는지 시험했다. 치료군은 염증이 시작된 지 4시간 후에 약물을 투여받았으며, 이는 증상 발현 후 치료를 반영한 것이다.

두 그룹 모두에서 GSK2256294로 sEH를 차단하자 에폭시옥실리핀 수치가 증가했으며, 통증 완화 속도가 빨라지고 혈액 및 조직 내 중간 단핵구가 현저히 감소했다. 이 약물은 발적이나 부종 같은 외부 증상에는 유의미한 변화를 주지 않았다.

통증 완화 빨라지고 염증 세포 감소

추가 실험 결과, 에폭시옥실리핀 중 하나인 12,13-EpOME가 단핵구 변형을 촉진하는 p38 MAPK(세포 내 신호 전달 단백질)라는 단백질 신호 전달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실험실 실험과 p38 차단제를 투여받은 자원자 대상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제1저자인 올리비아 브래큰 박사(UCL 노화·류마티스·재생의학과)는 “이번 연구 결과는 유해한 면역 세포의 증식을 제한하고 염증을 더 빠르게 진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자연적인 경로를 밝혀냈다”며 “이 메커니즘을 표적으로 삼으면 전반적인 면역력을 억제하지 않으면서도 면역 균형을 회복시키는 더 안전한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신저자 데릭 길로이 교수(UCL 의학부)는 “이번 연구는 염증 발생 시 인간의 에폭시옥실리핀 활성을 최초로 규명한 연구”라며 “이러한 보호 지방 분자를 증강함으로써 만성 염증에 의해 유발되는 질환에 대한 더 안전한 치료법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연구는 완전히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자가면역 질환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우리는 이미 인간 사용에 적합한 약물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 약물은 만성 염증성 질환의 악화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용도를 변경할 수 있는 약물로, 현재 효과적인 치료법이 부족한 분야다”라고 설명했다.

이 발견은 류마티스 관절염 및 심혈관 질환과 같은 질환에 대한 잠재적 치료법으로 sEH 억제제를 탐구하는 임상 시험의 길을 열어준다. 브래큰 박사는 “예를 들어 류마티스 관절염은 면역 체계가 관절 내막 세포를 공격하는 질환”이라며 “sEH 억제제는 기존 약물과 병행하여 시험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해당 질환으로 인한 관절 손상을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는지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절염 영국(Arthritis UK) 연구 수행 책임자 캐롤라인 에일롯 박사는 “염증과 통증을 멈출 수 있는 자연적 과정을 발견한 이번 연구 결과를 보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 이 연구가 관절염 환자를 위한 새로운 통증 관리 방안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