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전압으로 켜고 꺼도 광자 에너지 안 변하는 고순도 단일양자광원 개발
전압을 가해 켜고 끌 수 있으면서도 광자의 에너지가 변하지 않는 고순도 단일양자광원이 개발됐다.
UNIST 물리학과 남궁선·김제형 교수팀은 실리콘 나노 피라미드 위에 2차원 반도체 물질 텅스텐 디셀레나이드(WSe₂)를 올린 구조로 스타크 효과(Stark Effect, 전압 인가 시 광자의 에너지가 변하는 현상)를 억제한 고순도 단일양자광원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3월 11일 온라인 게재됐다.
양자 컴퓨터의 빛 스위치: 단일 광자를 전압으로 제어한다
양자컴퓨팅과 양자암호통신에서는 빛 입자, 즉 광자(photon) 하나하나를 정보의 최소 단위로 활용한다. 일반 형광등이 1초에 약 10¹⁸개 이상의 광자를 쏟아내는 것과 달리, 단일양자광원(Single Photon Emitter, SPE)은 아주 짧은 순간(나노초)에 단 하나의 광자만 방출하는 광원이다. 이 단일 광자를 정보의 단위로 사용하면, 도청 자체가 물리 법칙에 의해 감지되는 양자암호통신이나, 기존 컴퓨터로 풀기 어려운 문제를 빠르게 처리하는 광자 기반 양자컴퓨팅이 가능해진다.
단일양자광원을 실제 칩에 올려 활용하려면 전기 신호로 광원을 켜고 끌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기존 전기 제어 방식에서는 전압을 가하면 광자의 에너지(파장)가 변하는 스타크 효과가 발생했다. 양자 정보 처리에서는 여러 광자가 서로 간섭하며 정보를 처리하는데, 광자의 에너지가 달라지면 각 광자가 서로 다른 광자로 구별돼 간섭 같은 양자현상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여러 광원이 집적된 칩 환경에서는 전압이 불안정해지기 쉬워 스타크 효과가 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연구팀이 주목한 소재는 TMDC(전이금속 다이칼코게나이드, Transition Metal Dichalcogenide)계열의 WSe₂다. TMDC는 텅스텐(W)·몰리브덴(Mo) 등의 전이금속과 셀레늄(Se)·황(S)으로 이루어진 원자층 두께의 2차원 반도체 소재로, 단일 광자 순도가 높고 기계적으로 유연하며 칩 집적화가 용이하다. 특히 국소 응력(특정 위치에 가해지는 기계적 변형)을 통해 원하는 위치에 단일 광자 방출기를 선택적으로 생성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에어갭과 h-BN: 스타크 효과 억제와 순도 향상을 동시에
연구팀이 채택한 구조는 뾰족한 실리콘 나노 피라미드(높이 약 200nm, 폭 약 300nm) 위에 얇은 절연층(Al₂O₃)을 코팅하고, 그 위에 단층 WSe₂를 올린 형태다. 나노 피라미드의 뾰족한 끝이 WSe₂에 강한 국소 응력을 가해 그 자리에 단일 광자 방출기를 자동으로 만들어낸다. 동시에 나노 피라미드 자체를 전극으로, 절연층을 양자 터널링(quantum tunneling, 전자가 고전 역학으로는 넘을 수 없는 에너지 장벽을 양자역학적으로 통과하는 현상) 장벽으로 활용해 전압으로 단일 광자 방출을 켜고 끌 수 있도록 설계됐다.
스타크 효과 억제의 핵심은 나노 피라미드의 뾰족한 끝단과 WSe₂ 사이에 형성되는 미세한 에어갭(공기층)이다. 이 공기층으로 인해 단일 광자 방출기가 위치한 끝단에서의 전기장이 옆면보다 약 20배 낮게 형성된다. 그 결과 전압을 인가해도 광자 에너지 변화가 기존 연구 대비 현저히 작아, 파장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밝기만을 독립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다. 전압을 높여도 광자의 색(에너지)은 그대로이고 밝기만 바뀌는 셈이다.
순도 향상에는 h-BN(육방정계 질화붕소, Hexagonal Boron Nitride) 박막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h-BN은 원자적으로 평탄하고 결함이 거의 없는 2차원 절연 소재로, 이를 추가하면 실리콘 나노 피라미드와 2차원 반도체 사이의 유전체 결함에서 발생하는 배경 발광을 줄일 수 있다. 그 결과 단일 광자 순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g⁽²⁾(0) 값이 0.37에서 0.06으로 크게 향상됐다. g⁽²⁾(0) 값은 0.5 이하이면 단일양자광원으로 인정되며 0에 가까울수록 순도가 높은데, 0.06은 94%의 순도로 단일 광자를 생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리콘 공정 호환으로 칩 집적화 가능…양자통신·양자컴퓨팅 적용 기대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실용적 의미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 공정과 완전히 호환되는 방식으로 구현됐다는 점이다. 실리콘 칩 위에서 여러 단일 광자 방출기를 독립적으로 전기 제어할 수 있어야 양자 광자 회로의 실용화가 가능한데, 이번 구조는 파장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개별 방출기를 스위칭할 수 있는 핵심 요건을 충족한다. 레이저를 이용해 광원을 켜고 끄는 방식보다 전압 제어 방식이 칩 위에서 여러 광원을 동시에 제어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공동 연구팀은 “전기 신호로 단일 광자를 제어하면서도 광자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순도까지 함께 개선한 구조를 제시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실리콘 반도체 공정과 호환돼 향후 칩 기반 양자 통신, 광자 양자 컴퓨팅, 양자 광학 센서 개발에 직접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사티아브라트 베헤라(Satyabrat Behera) 연구원과 문종성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논문명은 ‘Electrical Control of Single Photon Emitters in WSe₂ on a Si Nanopyramid Array with a Negligible Stark Effect’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