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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토워스 연구소, 뇌가 경험을 기억으로 바꾸는 메커니즘 규명

특정 샤페론 단백질이 아밀로이드 형성을 조절해 장기 기억을 만드는 과정이 밝혀졌다.

미국 스토워스 의학연구소 연구진이 뇌가 일시적인 경험을 지속적인 기억으로 전환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20년 이상의 연구 끝에 연구진은 신경계가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의도적으로 아밀로이드(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접혀 뭉친 구조)를 형성해 장기 기억을 만든다는 첫 직접 증거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초파리 실험을 통해 ‘Funes’라는 샤페론 단백질(다른 단백질이 올바른 구조로 접히도록 돕는 단백질)이 Orb2라는 프리온 유사 단백질의 아밀로이드 형성을 조절하며, 이 과정이 장기 기억 형성에 필수적임을 입증했다. 이번 발견은 아밀로이드가 항상 해롭다는 기존 통념을 뒤집고, 알츠하이머 등 아밀로이드 관련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Orb2 아밀로이드 섬유의 전자현미경 이미지.
빨간색 화살표는 샤페론 단백질 Funes가 Orb2 아밀로이드 조립을 돕고 있는 부분을 나타낸다.
출처: 스토워스 의학연구소

해로운 아밀로이드가 기능적일 수 있다

아밀로이드는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 헌팅턴병,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과 연관되어 있다. 단단하게 뭉친 아밀로이드 섬유가 뇌세포를 파괴하고 기억을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아밀로이드가 조절 불가능한 해로운 부산물이 아니라 뇌가 정보를 저장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스토워스 연구소 과학 책임자인 카우식 시 박사는 “불안정한 단백질이 어떻게 안정적인 기억을 만드는지 이해하고 싶었다”며 “이제 신경계 내에서 특정 경험에 반응해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단백질을 아밀로이드로 만드는 과정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초파리의 기억 중추에서 30가지 샤페론 단백질의 농도를 조작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배고픈 초파리에게 특정 불쾌한 냄새와 설탕 보상을 연결하도록 훈련시킨 결과, Funes 수치가 높은 초파리는 24시간 후에도 냄새-보상 연결을 기억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였다.

치료법 개발의 새로운 길

가장 놀라운 발견은 분자 수준에서 나왔다. 홍콩대학교의 루벤 에르바스 교수팀은 Orb2와 결합할 수 있지만 아밀로이드로의 전환을 촉발하지 못하는 Funes 변이체를 만들었고, 이 경우 초파리의 장기 기억이 형성되지 않았다. 이는 Funes가 장기 기억 형성의 필수 요소임을 보여준다.

시 박사는 “이 샤페론 단백질의 발견은 아밀로이드 기반 질환에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이 샤페론을 활성화해 독성 아밀로이드를 덜 해롭게 만들거나, 뇌에 기능적 아밀로이드를 형성하는 능력을 강화해 질병 유발 아밀로이드의 침입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초파리에서 나타난 이 과정이 척추동물의 신경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초기 증거를 확보하고 있어, 이 메커니즘이 보편적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