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료연, 암모니아 추진선 부식 막는 코팅 기술 개발
암모니아 추진선의 최대 난제인 금속 부식 문제를 해결할 탄소코팅 기술이 국내 최초로 개발됐다. 한국재료연구원(KIMS, 원장 최철진) 극한재료연구소 장영준, 김종구 박사팀과 에너지·환경재료연구부문 문영모 박사팀은 6일, 암모니아 환경에서 금속 부식을 92% 줄이는 고내식(부식에 강한) 탄소코팅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수소 함유 비정질 탄소 코팅 기술(ta-C:H2)은 암모니아 용액에서 기존 선박용 금속재료가 보이던 부식 전류를 92% 감소시켰다(48 μA/㎠ → 4 μA/㎠). 국제해사기구(IMO)가 2030년까지 국제해운 연료의 일정 비율을 무탄소 연료로 전환하도록 요구하면서,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암모니아는 강한 알칼리성으로 금속을 빠르게 부식시키고 마모시켜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이었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Carbon(IF 11.0)’ 12월 1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암모니아가 금속을 녹이는 이유
암모니아(NH3)는 수소 운반체로 각광받는 무탄소 연료다. 탄소가 없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액화가 쉬워 저장과 운송이 편리하다. 문제는 암모니아가 물과 만나면 강한 알칼리성(높은 pH) 용액이 된다는 점이다. 이 알칼리성 환경에서 금속 표면은 빠르게 산화되고 부식된다.
특히 선박용으로 널리 쓰이는 스테인리스강(440C 강재)은 암모니아 환경에서 치명적 약점을 드러낸다. 표면에 형성된 보호막(산화막)이 암모니아와 화학 반응을 일으켜 깨지면서 부식이 급격히 진행된다. 게다가 암모니아의 미끄러운 성질 때문에 금속 부품들이 서로 마찰할 때 마모도 심해진다. 엔진, 펌프, 밸브 같은 핵심 부품들이 빠르게 손상되는 것이다.
그동안 조선업계는 금속 표면을 보호하기 위해 질화물 코팅이나 습식도금(금속을 전기화학적으로 입히는 방법) 기술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 기술들은 해수나 일반 대기 환경을 전제로 개발된 것이라 암모니아처럼 강한 알칼리성 환경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도금층이나 경화층을 만드는 과정에서 미세한 구멍(기공)이나 층간 결합 결함이 생기는데, 암모니아가 이 틈으로 파고들어 부식을 시작한다.
연구책임자인 장영준 책임연구원은 “암모니아 환경을 전제로 공정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한 것이 핵심”이라며 “기존 표면 코팅 기술의 부수익 상용화는 이런 한계 때문에 장애를 겪어왔다”고 설명했다.

자장과 수소로 완벽한 보호막 생성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진공 상태에서 탄소 원자를 금속 표면에 하나하나 쌓아 올리는 ‘자장여과아크 공정’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두 가지 핵심 기술을 더했다.
첫째는 펄스 바이어스(순간적으로 전압을 걸었다 뺐다 하는 방법) 제어다. 코팅이 쌓이는 동안 정밀하게 전기장을 조절해 탄소 원자들이 빈틈없이 촘촘하게 배열되도록 유도한다. 마치 벽돌을 쌓을 때 틈새를 최소화하듯, 미세 기공과 계면(층과 층 사이의 경계면) 결함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둘째는 수소 도입이다. 코팅 과정에서 수소를 첨가하면 탄소 구조 내부에 수소 원자가 들어가 전기적 특성이 바뀐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 함유 비정질 탄소(ta-C:H2, tetrahedral amorphous carbon with hydrogen)는 암모니아 수용액에서도 부식 반응이 억제되는 안정한 구조를 갖는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기존 선박용 금속재료가 암모니아 용액에서 제곱센티미터당 48 마이크로암페어(μA/㎠)의 부식 전류를 보인 반면, 새 코팅은 4 μA/㎠로 떨어졌다. 부식이 92% 감소한 것이다. 부식 전류는 금속이 얼마나 빠르게 녹아내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낮을수록 부식 저항성이 높다.
공동 연구자인 김종구, 문영모 책임연구원은 “외부 기술 도입이 아닌 KIMS의 내부 기술과 인프라 간 협력을 통해 기술 고도화에 집중한 점이 특징”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후속 연구에서 이식 가능한 독자 기술로,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030년 무탄소 연료 전환, 시간과의 싸움
국제해사기구(IMO)는 2023년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국제해운 연료의 일정 비율을 무탄소 연료로 전환하도록 요구했다. 해사안전위원회(MSC) 역시 암모니아 연료 선박 임시 지침을 승인하며, 연료계 금속재료의 내식성(부식에 견디는 성질) 검증을 공식적으로 의무화했다.
일본, 노르웨이, 싱가포르 등 선진국은 이미 암모니아 추진선 실증 프로젝트를 통해 금속 부품의 내식·마모 성능 검증에 한창이다. 한국도 ‘2050 녹색해운 국가 행동계획’과 ‘K-암모니아 친환경 선박 추진 전략’을 수립하고, 조선3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를 중심으로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2030년까지 6년도 채 남지 않았다. 암모니아 추진선을 상용화하려면 엔진뿐 아니라 연료 저장 탱크, 배관, 펌프, 밸브 등 연료계 전체 부품이 암모니아 환경에서 장기간 안전하게 작동해야 한다. 하나라도 부식되거나 마모되면 연료 누출로 이어져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암모니아 추진선 설계 및 선급(선박의 안전성을 인증하는 기관) 인증에서 요구하는 내식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국산 표면 고내식 기술로 평가받는다. 장영준 책임연구원은 “본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친환경 조선·선박용 핵심 부품의 고효율화와 신뢰성 향상을 통해, 경기 회복이 가능한 실질적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실험실 수준의 성과를 대량 생산 공정으로 옮기는 과정에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있다. 자장여과아크 공정은 진공 장비가 필요하고 공정 시간이 길어 비용이 높다. 복잡한 형상의 대형 부품에 균일하게 코팅하는 기술도 더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암모니아 추진선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앞두고, 이번 연구는 한국 조선업계가 기술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탄소 연료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 중심에 암모니아가 있고, 암모니아를 다루려면 부식과 마모를 이겨낼 소재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 연구진이 개발한 탄소코팅 기술은 그 첫 번째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