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한국인 맞춤형 치매·파킨슨병 조기진단 기반 구축
질병관리청(청장 임승관) 국립보건연구원(원장 직무대리 김원호)이 치매와 파킨슨병의 발병 기전 규명과 조기 진단, 예후 예측에 관한 핵심 연구성과를 수록한 성과집을 발간한다. 23일 질병관리청은 해당 자료가 국가 단위 ‘뇌질환 연구기반 조성 연구사업(BRIDGE)’을 통해 얻은 성과로, 조기진단·예측을 위한 AI·영상 기반 연구, 국민과 임상 현장에 적용 가능한 중재·관리 연구, 한국인 특이적 특성 분석을 통한 맞춤형 질환 관리 연구 등 세 가지 핵심 분야에서 국제학술지 게재 논문 총 101편, 특허 5건을 도출했으며, 2025년 상위 5% 학술지 게재 비율이 45.5%에 달했다고 밝혔다.
딥러닝으로 뇌 변화 정량화, 고위험군 조기 선별
치매와 파킨슨병은 증상이 뚜렷해진 이후에야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질환 발생 이전 단계에서의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국립보건연구원은 뇌영상(PET·MRI), 임상 지표 등의 장기 추적 자료를 함께 활용해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 분석기법을 적용해 질병의 진행 경로와 위험도를 분석하고,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이전 단계에서의 변화 양상을 규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규모 MRI 영상 데이터를 딥러닝 기반 모델로 분석하여 개인별 뇌 변화 양상을 정량적으로 파악했다. 이를 통해 질환이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군을 조기에 선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국민과 임상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중재·관리 전략과 관련한 연구도 함께 추진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인 성인 1,144명을 대상으로 신체활동 수준과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병 바이오마커(p-tau217, NfL, GFAP 등), 인지기능 지표를 분석한 다기관 연구가 있다.
p-tau217은 알츠하이머 병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타우(tau) 단백질 217번 위치가 인산화된 형태로 초기 병리(신경섬유 엉킴)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혈액 바이오마커다. 타우 단백질은 뇌 신경세포 안에서 세포의 골격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이며, NfL(Neurofilament light chain)은 신경세포의 축삭 손상이 발생하면 혈액이나 뇌척수액에 증가하는 바이오마커로 알츠하이머병, 전측두엽 치매, 파킨슨병 등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에서 상승한다. GFAP(Glial fibrillary acidic protein, 교세포 섬유성 산성 단백질)는 아교세포(astrocyte, 뇌에서 신경세포를 지지하고 보호하는 세포) 활성과 뇌 염증반응을 반영하는 바이오마커로 초기 신경염증의 지표로 활용된다.
연구 결과, 신체활동 수준이 높은 집단에서 신경퇴행 관련 바이오마커 수치가 낮고 인지기능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경향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생활습관 요인이 생물학적 지표와 연관될 수 있음을 입증한 성과로, 국제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게재됐다.

and Exploration, BRIDGE) 개요
한국인 특이적 발병 특성 규명
또 다른 핵심 성과는 한국인 코호트(특정 집단을 장기간 추적 관찰하는 연구 방법)를 기반으로 한 집단 특이적 분석 결과다. 희귀 조발성 치매 실어증(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병하며 언어 기능이 특히 손상되는 치매)의 유전요인을 세계 최초로 밝혔으며, 서양인과 다른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인자를 찾아내 한국인 특이적 발병 특성을 제시했다.
파킨슨병 분야에서도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코호트 연구를 통해 심장 교감신경 기능 변화, 후각 기능 저하, 대사 요인 등 비운동 증상(떨림이나 경직 같은 운동 증상 외에 나타나는 증상들)과 질병 특성 간의 연관성이 규명됐다. 관련 연구 성과는 주요 학술지에 게재되며, 한국인 특이적 임상 양상을 반영한 질환 이해와 관리 전략 개발의 근거를 마련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BRIDGE 사업을 통해 도출된 연구 성과가 치매와 파킨슨병의 조기 진단과 예측, 현장 적용 가능한 중재 기술, 한국인 맞춤형 질환 관리 전략으로 확장될 수 있는 첫 단계 성과라고 설명했다.
BRIDGE 사업은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중심이 되어 국내 여러 대학 및 의료기관과 협력하여 수행하는 국가 연구사업으로, 향후 뇌질환의 정확한 진단법, 예측모형 개발, 예방·관리지침 개발 등을 위한 연구성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뇌질환 코호트를 중심으로 산재된 인프라를 통합하고 연계하여 제공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데이터 간 연계가 가능하도록 뇌질환 코호트 공통항목 설정 등 표준화 및 단계별 정제를 통한 질 관리로 고품질의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뇌영상, 유전체 표준화 데이터 생산을 통해 임상정보와 연계 가능한 인프라의 범위를 확장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성과집은 국가 단위 코호트와 데이터 인프라 구축의 의미를 정리한 결과물”이라며 “질병관리청은 앞으로도 뇌질환 연구기반을 바탕으로 치매와 파킨슨병의 조기 진단, 예방 및 맞춤형 관리 기술 개발로 이어지는 연구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