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25 years of hype, embryonic stem cells are still waiting for their moment

줄기세포 연구 25년, 역사는 지금도 쓰여지고 있다

25년 전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등장한 배아줄기세포 기술은 여러 의학적 난관에 부딪히고 정치 논쟁에 휘말리며 개발이 지연됐다. 하지만 이제 과학자들은 줄기세포 치료법 개발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8년 미국 위스콘신의 한 연구진이 인간 배아로부터 다능성 줄기세포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인체 발달의 시작점인 줄기세포는 심근세포, 신경세포 등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로 자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생물학의 주요 돌파구로 여겨졌다.

훗날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이 놀라운 가능성에 대해 ‘병든 장기와 조직을 살아 있는 새것으로 대체하는 의료 혁명을 일으킬 꿈’이라고 요약했다. 줄기세포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자 궁극적인 목표였으며, 매체에서는 이에 온갖 화려한 수식어를 갖다 붙였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한 치료법은 시중에 나와 있지 않다. 단 한 개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이렇게 된 이유를 살피기 위해 2023년 6월 국제줄기세포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Stem Cell Research, 이하 ISSCR) 연례학술대회에 참석했다. 수백 명의 생물학자들이 모인 학회장의 한쪽 벽에는 현미경으로 본 세포의 흑백 사진이 거대한 스크린에 다소 위협적으로 띄워져 있었다. 그 속에는 팔을 뻗은 것처럼 털이 있는 둥근 모양의 세포들이 있는가 하면, 모래알 같은 기이한 물질로 채워진 직사각형 단면 모양의 세포들도 있었다. 주제곡으로 록 밴드 휴이 루이스 앤 더 뉴스(Huey Lewis and the News)의 ‘난 새 약을 원해(I Want a New Drug)’가 흘러나왔다.

줄기세포 학회에서는 이제 원로가 된 소식통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난 25년의 세월과 노력이 쌓여 대학 학장이나 원숙한 고문으로 변신해 있었다. 필자는 그들에게 25년이라는 기간 동안 새 치료법이 나오지 않은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지, 아니면 이 자신만만하던 기술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인지 물었다. 대부분은 줄기세포 기술이 지난하고 더디게 발전하는 것이 놀랍지 않다고 답했다. 새로운 생명공학 기술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로 최초의 유전자 치료 임상시험은 1980년에 이루어졌는데, 유럽 내 첫 유전자 치료제는 2012년에 이르러서야 판매가 승인되었다. 이 기준에서 줄기세포 기술은 순조롭게 발전하고 있다.

반면 어떤 이들은 줄기세포를 의학에 접목하는 게 의외로 어렵다는 데 동의했다. 기본적으로 세포는 아스피린 같은 약물처럼 원하는 대로 제조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다루기 쉽지 않다. 살아 있는 세포는 변하거나 죽을 수 있고 심지어 통제를 벗어나 암 같은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배아 줄기세포를 얻는 것 자체는 오히려 쉬운 편에 속한다. 하지만 질병 치료에 필요한 특정 기능을 가진 세포가 분화하도록 유도하기는 상당히 까다로웠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매슈 포르테우스(Matthew Porteus) 교수는 연단에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지만, 여전히 방향은 옳다”라고 말했다.

최근 줄기세포 기반 치료법은 드디어 큰 혁신을 맞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3년에 이루어진  조사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줄기세포 분야에서 약 70건의 새로운 임상시험이 진행되었는데, 이는 이전에 비해 세 배나 많은 수치다. 이러한 초기 임상시험 가운데에는 2023년 6월 인공 췌장 세포 주사를 맞은 두 명의 당뇨 환자에게 더 이상 인슐린을 투여할 필요가 없게 되었음을 밝힌 버텍스 파마슈티컬(Vertex Pharmaceuticals)의 연구도 있다. 실명과 간질을 치료하기 위해 줄기세포를 활용한 임상시험 역시 긍정적인 초기 결과를 발표했다.

ISSCR의 전 회장인 하버드 대학교의 하이판 린(Haifan Lin) 교수는 “곧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줄기세포는 가장 복잡한 세포이기 때문에 기술 발전이 지연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백지상태(Tabula rasa)의 세포

필자는 배아 줄기세포의 발단부터, 심지어는 그 시작 직전부터 이 주제를 다뤄왔다. 특히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는 낙태 반대 운동가들의 공세 속에서 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분리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취재했다. ‘생명공학의 금기(Biotech Taboo)’라는 표제의 1998년 7·8월 호는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배양 접시를 찍은 의미심장한 사진이 표지를 장식했다.

필자는 당시 기사에 “가장 흥미롭고 논쟁적이며 은밀한 과학 연구에 상을 수여한다면 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모든 부문을 휩쓸 것”이라고 썼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이를 백지상태(tabula rasa)의 세포, 즉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유형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아 줄기세포는 ‘의도한 대로 인간 조직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과학자들에게 처음으로 안겨준 잠재적인 ‘배양 접시 속 공장’이었다. 배아 줄기세포는 체외수정 시술을 하는 난임 병원에서 얻을 수 있었지만, 세포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초기 인간 배아를 파괴해야 했기 때문에 실험이 금기시되었다.

July/August 1998 cover of MIT Technology Review
1998년 어두운 분위기로 연출된 MIT 테크놀로지 리뷰 매거진 표지에서는 일찍이 배아 줄기세포의 도래와 이를 둘러싼 윤리적 논란을 예고했다. ROBERT CARDIN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보도 이후 수개월이 지나 과학계는 일단 한 지점에 도달했다. 1998년 11월 위스콘신 대학교(University of Wisconsin)의 제임스 톰슨(James Thomson)은 5개의 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채취해 실험실에서 증식시키고 있다고 발표했다.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톰슨의 논문은 3쪽 분량의 간결한 논문으로 줄기세포가 어떻게 의료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밑그림을 담고 있었다. 그는 시신의 장기나 세포가 부족한 상황에서 줄기세포를 활용하면 ‘신약 개발 및 이식 의학에 이용할 세포들을 무한히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그는 심근세포나 포도당에 반응하는 췌장의 베타세포 같은 특수 세포의 ‘생산을 표준화’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그는 제1형 당뇨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질병이 ‘단 한 가지 혹은 몇 가지의 세포가 제 기능을 못 해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즉 이러한 특정 세포들을 대체할 수만 있다면 ‘영구적인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었다.

만능줄기세포가 신체의 어떤 조직이든 대체할 수 있고 심지어 장기 재생에 활용될 수도 있다는 전망은 동시대 연구자들을 열광하게 했다. 스크립스 연구소(Scripps Research Institute)의 명예교수이자 도파민 생성 세포 이식을 활용한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생명공학기업 아스펜 뉴로사이언스(Aspen Neuroscience)의 공동 설립자인 잔 로링(Jeanne Loring)은 “내가 경험한 것 중 가장 마법과 같았다. 줄기세포는 계속 분열하고 무엇이든 만들어 낸다. 세포 생물학자에게는 이것이 바로 궁극적인 목표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문제는 원하는 유형의 세포를 정확히 만드는 방법”이라며, 더군다나 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증식하면 돌연변이가 축적돼 암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마법의 어두운 이면”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적 평가

줄기세포 개념은 이내 결정적인 시험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는 과학적이 아닌 정치적인 관문이었다. 아주 작기는 하지만 줄기세포가 살아 있는 체외수정 배아로부터 채취되고, 그 과정에서 배아가 파괴된다는 점에서 줄기세포의 발견은 천주교와 미국의 다른 종교 단체들의 분노를 샀다.

톰슨의 논문이 발표되고 2년이 지나 조지 W. 부시가 미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러자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은 백악관에 줄을 대고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연방기금의 자금 지원 차단을 요청했다. 반대로 환자단체의 도움을 받은 과학자들은 압도적인 로비 캠페인으로 대응했다. 그들은 줄기세포 치료에 찬성하며 집회를 열었다. ‘나는 줄기세포를 사랑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차량 스티커가 곳곳에 붙었다.

줄기세포를 질병 치료의 동의어로 여기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줄기세포 치료는 실제보다 더 현실에 가까워진 것처럼 보였다. 학술지 <스템 셀 리포트(Stem Cell Reports)>의 편집장 마틴 페라(Martin Pera)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했다. 한 예로 그는 사설에 정부와 자선단체들이 과학에 자금을 지원한다면 줄기세포 치료법이 ‘곧’ 실현될 것이라고 썼다. ISSCR 학회에서 그를 만났을 때 페라는 “당시에는 모든 것이 상상에 불과했다. 그때까지 실제로 주어진 것은 미분화된 줄기세포뿐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후에 앨버타 대학교(University of Alberta)의 티머시 콜필드(Timothy Caulfield) 보건법 교수는 뉴스 기사를 분석한 결과, 과학자들이 줄기세포 치료제가 나올 시기에 대해 ‘비현실적인 예상’을 제시하는 ‘권위 있는 진술’을 일관되게 내놓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나는 연구자들을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라면서 “당시 그들의 발언에 모든 이목이 집중되었고, 5년에서 10년은 충분히 가까우면서도 먼 기간이었다. 그들은 줄기세포가 흥미롭고 혁신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중은 전문가들의 예측을 곧이곧대로 들었고, 연구 자금 부족이 치료법 개발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주장 역시 믿었다. 그래서 미국이 일부 줄기세포에 대해서만 연구비를 지원하도록 제한을 두자, 환자단체는 반격에 나섰다. 캘리포니아에서는 2004년 주민발의안 71호로 캘리포니아 재생의학 연구소(California Institute of Regenerative Medicine)가 설립됐다. 이 법안은 줄기세포 연구를 캘리포니아주에서의 ‘헌법적 권리’로 규정하고, 10년간 30억 달러(약 4조 230억 원)의 세금을 연구비로 책정했다. 당시 로비스트들은 이 이니셔티브가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주어 투자 대비 두 배 이상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측했다. 가령 설립 ‘6년 차’ 예상에 따르면 제1형 당뇨병 치료제 개발만으로 인슐린 구입 등 여러 비용을 1,220억 달러(약 163조 6,000억 원) 절약할 수 있었다. 한 TV 광고에서는 줄기세포로 ‘백만 명의 파킨슨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러한 치료법 가운데 시장에 출시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줄기세포로 제 생명을 구하려 했던 옹호자 다수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여기에는 루게릭병으로 투병했던 배우 제니퍼 에스테스와 변호사 데이비드 에임스, 전신마비 장애인이었던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 등이 있다. 주민발의안 71호를 발의한 캘리포니아 부동산 사업가 밥 클라인의 아들인 조던 클라인도 그러한 인물 중 하나다. 지역 언론 <롱비치 비즈니스 저널(Long Beach Business Journal)>에 의하면 조던 클라인이 2016년 26살의 나이에 제1형 당뇨병 합병증으로 사망한 후, 밥 클라인은 정치적인 이유로 줄기세포 연구가 지연되었다며 정치권을 비난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 막내아들이 죽었다. 국회에서 이 법안의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내 아들은 살아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줄기세포에 대해 디스토피아적 시각과 유토피아적 시각이 팽팽하게 맞섰다.”

-티머시 콜필드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대중의 믿음은 갈수록 확고해졌다. 클라인과 같은 사람들은 정치적 간섭이 줄기세포 연구를 지연시키는 장애물이라 생각했다. 콜필드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줄기세포에 대해 디스토피아적 시각과 유토피아적 시각이 팽팽하게 맞섰다”라고 말한다. 그는 “어떤 이들은 줄기세포 연구가 비윤리적, 비도덕적이라고 하거나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나를 비롯한 연구 커뮤니티에서는 이 분야가 매우 유망하며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반박해야 했다. 그리고 이러한 옹호 발언들은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뚜렷한 증거들이 있다. 바로 자폐, 편두통, 다발성 경화증을 줄기세포로 치료할 수 있다는 허위 광고로 돈을 쓸어 담는 무책임한 병원들이다. 콜필드는 이를 ‘과학의 부당한 이용(scienceploitation)’이라고 부른다. 지난 수년 동안 구글에서 줄기세포를 검색하면 종종 혈액이나 지방 조직에서 채취한 세포를 통해 거의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수상한 병원들의 광고가 표시되었다.

필자는 최근 지인이 무릎 통증 치료를 위해 자기 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 주사를 맞으려고 7,000 달러(약 940만 원)를 지불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현상이 만연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녀가 받은 치료는 아무런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진작에 ISSCR에서 발행한 ‘줄기세포 치료 안내서’를 읽었다면, 돈을 아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일견 제품 사용서 같은 제목을 달고 있지만, 이 책자는 일부 병원들의 사기 행위에 관한 경고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으며 오늘날 광고되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들이 모두 가짜임을 설명한다.

이 광고들이 허위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줄기세포 치료가 과학의 발전 속도를 절대 앞설 수 없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이하 UCSF)의 아널드 크리그스타인(Arnold Kriegstein) 교수는 “줄기세포를 둘러싼 희망찬 전망이 대중에게 도달했을 때 줄기세포는 마치 마법의 치료제처럼 비쳤지만, 이는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라고 말한다. 그는 “줄기세포가 모든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세포를 만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게 과장 없는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이것은 절대 간단하지 않으며, 오히려 고되고 느리다. 과학이란 원래 이렇게 힘들고 오래 걸리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지연된 약속

이제 줄기세포 연구는 전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하지 않다. 이처럼 논란이 사그라든 이유는 부분적으로 지난 2006년 피부세포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세포를 배아 줄기세포와 유사한 세포로 전환하는 유도만능줄기세포 기술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도’ 줄기세포는 배아 줄기세포와 거의 같은데도 윤리적인 문제와 얽히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줄기세포를 활용하든 성숙하고 (특정 목적에 따라 이식하기 위한) 분화된 세포를 만드는 것은 대부분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일로 밝혀졌다.

과학자들이 원하는 종류의 세포를 생성하는 전략을 전문 용어로 ‘유도 분화’라고 한다. 줄기세포가 태아의 일부일 때 받는 외부 신호와 동일한 자극을 줄기세포에 주는, 일종의 요리책에 빗대어 생각하면 유도 분화를 이해하기 쉽다. 2일 차에 특정 성장인자를, 12일 차에는 또 다른 인자들을 첨가하는 식이다. 

하지만 요리책을 따라 할 수는 있어도 그에 앞서 올바른 레시피를 찾기는 상당히 어렵다. 예를 들어 제1형 당뇨병을 앓는 두 명의 자녀를 둔 과학자이자 현재 시험 중인 버텍스의 치료법을 개발한 더글러스 멜턴(Douglas Melton)은 포도당에 반응해 인슐린을 생성할 수 있는 ‘기능성’ 췌장 세포를 쥐에 이식하기까지 약 15년의 세월을 보냈다. 멜턴은 2021년 하버드 소식지에 “이 문제는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렸다. 한때는 아내에게 5년이 걸릴 거라 말했었다”라고 회상했다.

줄기세포를 원하는 유형으로 성숙시키는 데는 실제 임신 때처럼 실험실에서 6~7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더군다나 줄기세포를 원하는 유형으로 성숙시키는 데는 실제 임신 때처럼 실험실에서 6~7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 같은 특징은 새로운 실험을 할 때마다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기 때문에 새 아이디어를 시도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었다. 하버드 의대 소속 병원 중 하나인 매스아이앤이어(Mass Eye and Ear)의 수석 과학자 하나에 랄루(Hanae Lahlou)는 “나도 낙관적이었지만, 막상 실험을 해보면 200일도 걸릴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기니피그의 청력을 복구하기 위한 이식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연구진은 이식한 세포가 새로운 청모 세포로 자라나기를 바랐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제 랄루는 세포 이식 대신 더 빨리 진전 중인 유전학 기술을 시도하고 있다.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세포 이식을 치료 도구로 보지 않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환자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약을 원한다”라고 덧붙였다.

세포를 만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가장 인기 있는 성장 인자의 경우 1g이 75만 달러(약 1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검증되지 않은 접근 방식에 대한 규제 장벽까지 더해지면 생명공학 회사들이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한때 배아 줄기세포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2010년에 최초로 배아 줄기세포로 만든 치료제의 인체 시험을 시작했던 제론(Geron)은 1년 후 연구를 취소했다. 제론은 현재 항암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웹사이트에서도 배아 줄기세포에 대해 언급 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줄기세포 회사인 사나(Sana)는 2021년 기업공개 이후 주가가 하락했으며, 작년에는 심장 질환 치료를 위해 심장 근육을 만들려는 팀을 해고했다.

초기 임상시험

생명공학 업계에서 높은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은 드문 일이 아니며, 줄기세포 치료법이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투자자와 과학자들도 여전히 건재하다.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오늘날 이 분야에서 매년 약 15건의 새로운 임상시험이 시작되는 것이 이 분야가 반환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시험을 거친 치료법인 인공 망막 세포 이식은 아직 환자의 시력을 개선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초기 소수의 환자에서 세포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됐다. 2022년에 발표된 조사에 의하면 약 90건의 연구에서 3,000명 이상의 환자가 유도 또는 배아 줄기세포로부터 생성된 이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모든 실험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페라는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임상시험이 초기 단계에 있다. 모두가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로부터 개선법과 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서만 해결 가능한 한 가지 과제는 이식된 세포가 얼마나 오래 생존할 수 있냐는 것이다. 도파민 생성 뉴런을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 이식하는 시험이 과거 몇 차례 시도되었지만, 대부분의 사례에서 뉴런은 결국 죽고 말았다. 연구자들은 뉴런이 죽은 이유를 파악하고 전략을 개선하기 위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도파민이 너무 많으면 너무 적은 것만큼이나 부정적이며, 때로 무의식적인 움직임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위해서는 도파민 용량을 늘려야 할지 모른다. 40명의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한 버텍스의 또 다른 연구는 좀 더 유망해 보이지만, 이 역시 이식한 세포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즉 이것은 치료법이 무척 비싸도 그조차 영구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일부에서는 당뇨병 세포 이식 비용이 최소 50만 달러(약 6억 7,0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로링은 이러한 실험이 배아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법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놀랍고 논란의 여지가 없는 증거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녀는 “이것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라며 “이러한 순간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뇌전증 치료법

사흘에 걸쳐 줄기세포 학회에 참석하는 동안 이 분야에 커다란 혁신이 될 것 같은 한 연구가 필자의 눈에 띄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뉴로나 테라퓨틱스(Neurona Therapeutics)라는 생명공학 회사가 새롭게 진행하고 있는 임상시험으로, 1년 전 실험실에서 만든 인공 ‘억제성 중간 뉴런(inhibitory interneurons)’을 일반적인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두 명의 만성 뇌전증 환자의 뇌 깊숙이 이식한 연구였다. 연구진은 이식한 세포들이 주변 세포들과 수천 개의 연결을 형성해 발작을 유발하여 문제가 되는 뇌 신경망을 진정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간담회에서 뉴로나는 두 환자 모두 발작이 90% 이상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6세 남성 환자의 경우 한 달에 32회 발작으로 쇠약했던 과거에 비해 건강 상태가 개선됐다. 이 결과가 타당한 데이터로 뒷받침된다면, 현재 뇌전증 치료법 가운데 가장 과감한 방법인 측두엽 절제술만큼이나 세포 이식술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측두엽 일부 절제 시 발생할 수 있는 기억 상실이나 시력 상실과 같은 부작용도 없을 것이다.

뉴로나의 자문위원이자 공동설립자인 크리그스타인 UCSF 교수는 “많은 사람이 이 치료법에 열의를 갖고 있다. 이것은 최초의 뇌전증 세포 치료제가 될지 모른다”라고 말한다. 크리그스타인은 이런 유형의 치료법이 출현하기까지 25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사실 꽤 빠르다”라고 반박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치료법에 열의를 갖고 있다. 이것은 최초의 뇌전증 세포 치료제가 될지 모른다.”

-아널드 크리그스타인

의사들은 과거에도 돼지 세포를 이용해 신경세포 이식을 실험한 적이 있다. 하지만 2013년 배아 줄기세포가 인간 신경세포를 대량으로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처음 발견한 것은 크리그스타인 연구실의 박사후 연구원인 코리 니컬러스(Cory Nicholas)였다. 그 후 크리그스타인은 이 방법을 개선하여 동물 실험 및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 10년간 일련의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단계를 거쳤다. 대부분의 과정은 니컬러스가 CEO로 있으며 1억 6,000만 달러(약 2,147억 원) 이상을 모금한 뉴로나에서 이루어졌다.

크리그스타인은 “배아 줄기세포(유도 줄기세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단 두 명의 환자를 치료한 뉴로나의 결과는 아직 입증되지 않은 일화에 불과하지만, 실제 치료법으로 발전할 잠재성도 있다. 이식한 세포가 계속해서 연결을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효과가 커져 발작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그스타인은 “처음에는 허황된 꿈처럼 보였지만, 세포를 무제한으로 만들 수 있는 덕분에 이러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실제로 효과를 본 환자들이 있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라고 크리그스타인은 말한다. 그는 “우리는 임상 중이다. 세포를 환자에게 주입하였고, 이제 그 효능을 지켜볼 것이다. 현재 임상시험을 통해 몇 가지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 과연 줄기세포 치료는 광고일 뿐일까, 아니면 진짜일까?”라고 덧붙였다.

이 글을 쓴 Antonio Regalado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수석 생체의학 에디터이다.

미리보기 2회1회

MIT Technology Review 구독을 시작하시면 모든 기사를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