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에 맞선 구글 알파벳 X의 새로운 노력
9월 말, 비안카 바흐만(Bianca Baahman)은 인도네시아 동부에 자리한 전갈 모양의 작은 화산섬인 플로레스섬 서쪽 해안 해초대(seagrass meadow) 위에서 스노클링을 했다. 그녀는 초록빛 해초대 위에서 유영(游泳)하면서 해상 정박장인 폰툰(pontoon)에 달린 수중 카메라를 조종했다.
이 입체 카메라는 두 가지 약간 다른 각도로 고화질 입체 영상을 촬영해서 해저에서 싹튼 리본 모양의 수풀을 3차원 지도로 그려낼 수 있다.
바흐만은 ‘타이달(Tidal)’ 프로젝트 책임자다. 이런 카메라 외에도 컴퓨터를 이용해 인간의 시각적인 인식 능력 일반을 재현하는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및 기계학습을 활용해 해저 생태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이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목표다. 타이달은 지난 몇 년 간 이와 연동된 카메라 시스템을 이용해 노르웨이 해안 양식장의 어류를 모니터링해왔다.
이제 타이달은 그들이 보유한 시스템이 지구의 해초대를 보존하고 복구해서 궁극적으로는 바다가 지금보다 훨씬 더 방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할 수 있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타이달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의 연구개발 부서 ‘X’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X는 혁신적인 것을 만드는 공장이란 뜻의 ‘문샷 팩토리(moonshot factory)’로 불릴 만큼 혁신적인 도전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타이달이 맡은 임무는 환경 오염, 어류 남획, 해양산성화, 지구온난화처럼 날이 갈수록 커지는 기후변화 위협으로부터 해양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널리 알리고, 보호 활동을 장려해 수중 생태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다.
바흐만은 그들의 기술로 해양세계에서 절실히 필요한 부분을 밝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인류가 금세기 중반까지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대기 중에서 제거해야 하는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 중 상당량을 바다가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먼저 해안 생태계 복원이 필요하고, 해초 양을 늘리고, 플랑크톤 성장 자극을 위한 영양분을 첨가하는 등의 개입이 필요하다.
타이달은 처음에는 해초에 집중하기로 했다. 해초는 성장 속도가 빨라서 수심이 얕은 곳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데 특히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만일 지역사회와 기업과 비영리단체가 힘을 모아 해초대를 확장하면 해안 해초대는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직 어느 정도 양의 탄소를 해초에 격리할 수 있을지, 혹은 해초가 기후 조절에 얼마나 중대한 역할을 할지에 대해 개략적으로만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해초대를 복원하여 늘어날 탄소 포집량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방법과 이와 관련한 지식 없이는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조치의 효과를 추적하기 어려울 것이다.
타이달은 해초를 촬영해 만든 3차원 지도를 통해 탄소 포집량을 신뢰할 만한 추정치로 변환하는 인공지능 모델과 알고리즘을 개발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계획대로 돼서 타이달의 데이터 수집 기술을 자동화할 수 있다면 이 분야에 꼭 필요한 검증 방법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해양 생태계 복원 및 기후변화 완화에 도움 될 해양 기반의 탄소배출권 프로젝트를 촉진하고, 탄소배출권 시장에 신뢰를 더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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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달 팀은 자체 기술을 자동화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는 수영 로봇에 카메라를 장착해 원격으로 해안선을 모니터링하고 바이오매스의 성장이나 손실을 추정하는 식이다. 바이오매스란 일정한 지역 내에 생존하는 생물 자원을 말한다.
닐 데이브(Neil Davé) 타이달 총괄관리자는 “우리가 이 시스템들을 정량화하고 측정할 수 있다면 해초대를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한 투자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일부 과학자들은 다른 난제는 차치하고서라도 타이달의 기술이 바닷속에 저장되는 탄소의 규모를 정확히 추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데이브도 이 계획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 다만 그는 “타이달 팀이 호주 과학자들과 함께 인도네시아에 간 이유가 바로 그 효과를 알아내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X
2010년 초 구글은 미래 사업을 위해 원대하고 까다로우면서도 엉뚱한 아이디어를 추구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구글 X’를 선보였다.
구글 X는 오늘날 웨이모(Waymo)로 알려진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이어받았다. 그리고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구글 번역을 비롯한 모회사 알파벳의 여러 핵심 상품을 지원하는 구글의 딥 러닝 인공지능 연구팀인 ‘구글 브레인’의 기계학습 툴을 개발했다. 이 외에도 구글 글래스 증강현실 헤드셋을 세상에 내놓았다. 비록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지만 우주 엘리베이터와 텔레포테이션, 즉 순간이동 같은 기술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X는 초창기부터 기후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좋은 결과만 얻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비행 풍력 발전 회사인 마카니(Makani)를 인수했지만 2020년에 이 사업을 접었다. 또한 해수에서 탄소중립 연료를 생산하는 프로젝트인 포그혼(Forghorn)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휘발유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그간의 성과마저 포기하고 말았다.
구글 X에서 독립해 공식적으로 ‘졸업’한 회사는 몰타(Malta)와 단델리온에너지(Dandelion Energy)다. 전자는 소금 배터리에 열의 형태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고, 후자는 가정 냉난방에 지열 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회사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으며 여전히 각자 시장에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범한 지 12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X는 기후나 청정 기술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문제는 X의 다양한 기술과 더불어 타이달을 비롯한 기후 관련 프로젝트들이 지금과 달리 앞으로는 좋은 결실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X의 애스트로 텔러(Astro Teller) CEO는 MIT테크놀로지 리뷰에 “타이달이 처음에는 급진적인 혁신을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점차 여러 방면에서 일에 엄격해지면서 추진하는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초기 X의 기후 관련 프로젝트들은 주로 고위험의 하드웨어 중심적인 과제였다. 이들은 직접적으로 에너지 기술과 이산화탄소 배출, 전기와 연료 생산 및 저장 방식을 개선하고자 했다.
하지만 현재 X가 공식적으로 추진하는 기후 프로젝트에는 몇 가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일단 타이달을 제외한 나머지 두 가지 프로젝트로는, 작황 개선을 위해 태양광 패널을 장착한 로봇과 기계학습을 사용하는 미네랄(Mineral), 전력망 관리를 시뮬레이션 및 예측하고 최적화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태피스트리(Tapestry)가 있다.
타이달, 미네랄, 태피스트리를 통해 X는 산업계가 환경 위험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기술, 생태계가 더 뜨겁고 혹독해진 세상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로봇공학 전문성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부터 통찰을 도출해내는 알파벳의 강점에도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마카니 프로젝트에서 풍력 터빈을 날렸던 것보다 덜 혁신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문샷’다운 급진성은 낮춘 대신 현실성을 높인 것이다.
하지만 텔러는 이러한 변화 때문에 오늘날 X에서 연구하는 대상의 성격이 바뀌었을 수는 있지만 그들이 과거에 비해 더 쉽거나 소박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주장에는 반박한다. 그는 “나는 타이달이 이전보다 작은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인류에게는 바다가 필요하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바다를 죽이고 있다. 인류를 위해 바다에서 더 많은 가치를 얻는 동시에 바다를 계속해서 고갈시키는 대신 되살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 기술을 자동화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는 한 바다를 되살릴 수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더 나은 단백질원
데이브는 해양 생태계를 향한 위협이 커지는 데 비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18년 타이달이 설립되었다고 소개한다.
그는 “목표는 바다를 보호하고 세계를 구하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단순하다”며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바다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바다를 홀대하며 오용하고 있다는 공감대에 기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해상 양식이라는 주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해상 양식이란 보통 육지에 있는 탱크나 만, 혹은 대양에서 어류, 패류, 해초류 등을 기르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 이러한 방식은 인간이 소비하는 물고기의 절반만을 생산한다. 그러나 해상 양식의 비중이 커질수록 현재 문제가 되는 여러 폐해를 완화할 수 있다. 여기에는 예컨대 어류 남획을 부추기는 상업적 압력, 어선을 운항함으로써 발생하는 탄소 배출, 그리고 그물로 해저면을 긁으며 해양생물을 포획하는 방식인 트롤어업이 야기하는 환경적 영향과 같은 것이 있다.
타이달은 물고기의 건강이나 성장 속도, 비용 측면에서 더 탁월한 양식 기술을 양식업자들에게 새롭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기술로 그들은 더 적은 비용으로 물고기를 모니터링하고 문제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며 시스템을 최적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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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수중카메라 시스템에 쓸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시제품을 개발하고 시험했다. 그리고 녹화된 화면을 보고 사물과 여러 특징을 분별해 낼 수 있는 컴퓨터 비전 소프트웨어를 학습시키기 시작했다. 유아용 풀장에서 금붕어를 가지고 시험한 것이 그 첫 단계였다.
또 지난 5년 동안은 노르웨이의 수산물 회사 모위(Mowi)와 제휴하여 그들 기술을 대상으로 북해의 극한 환경에서 취약성 테스트를 진행해왔다.
본지와 화상 통화를 하는 동안 데이브는 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양식장에서 먹이를 줄 때 연어들이 무질서하게 달려드는 모습이 담긴 흑백 영상이었다. 이러한 영상을 맨눈으로 보아서는 의미 있는 정보를 도출하기 어렵다. 그러나 컴퓨터 비전 소프트웨어는 프레임마다 헤엄치는 개체나 먹이 앞에서 입을 벌리는 개체들을 식별하여, 각각의 물고기에 작은 상자 모양으로 태그를 지정했다.
데이브는 이러한 데이터를 양식장에서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자동화한다면 물고기가 섭식을 멈추었을 때 즉각적으로 가두리에서 먹이 주기를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카메라와 소프트웨어는 물고기 중량이 어느 정도인지, 번식할 만큼 성숙했는지, 건강 이상 신호는 없는지 등 여러 중요한 정보를 감지할 수 있다. 물고기의 등이 굽거나 세균에 감염됐을 때의 증상과 너무 작아서 사람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바다물이(sea lice) 같은 기생충의 존재조차도 알아챌 수 있다.
타이달의 그레이스 영(Grace Young) 과학수석은 “우리는 처음부터 언젠가 양식업에 발 들이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며 “그것이 다른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타이달은 기술을 상용화할 방안을 개발했다는 확신 속에 현재 자연 해양 생태계에 대한 정보 수집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영은 “지금이 중요한 순간”이라며 “우리가 구축한 기술이 다른 해양 산업에 어떻게 적용되어 차별성을 만들지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해안 생태계 복원하기
해초는 전 세계 해저의 약 0.2%를 뒤덮고 있으며, 얕은 해안가를 따라 수천 마일에 걸쳐 두터운 해초대를 형성한다. 그리고 해양생물들에게 영양분과 서식처를 제공하고, 오염물질을 정화하며 해안지대를 보호한다.
해초는 광합성을 한다. 이를 통해 햇빛, 물, 해수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로부터 필요한 양분을 스스로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탄소가 식물체 안에 저장되고 그중 일부는 해저에 퇴적된다. 해초는 유기 부유물을 흡수해 탄소를 포집하여 이를 가라앉히는 역할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해초대는 대략 85억 톤의 유기 탄소를 해저 퇴적물에 분리할 수 있으며, 그보다 미미한 양을 개체 내 바이오매스 형태로 분리할 수 있다. 해초대에서 매년 추가로 흡수하여 저장되는 탄소의 양은 최대 약 1억 1,000만 톤이다.
하지만 해초의 총 범위와 탄소 흡수율은 저마다 다르게 추정된다. 그러한 주된 이유는 지구의 광대한 해안선을 매핑할 수 있는 저렴하고도 쉬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학술원 연구에 따르면 지금껏 미국 해역에서 전체 해초대의 약 60%만이 조사되었으며 수중 서식지의 원격 감지가 어려운 탓에 그마저도 정확도가 천차만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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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초대가 얼마나 넓게 퍼져 있든 그 영역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개발, 남획, 오염은 모두 해안 생태계를 파괴하는 원인이다. 맹그로브숲과 염습지처럼 탄소를 흡수하는 서식지의 파괴도 여기에 포함된다. 수심 얕은 지역의 생물 군집 서식지를 개척하면 매년 수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추가로 방출된다. 한편 기후변화 자체만으로도 해수 온도를 높이고 산성화를 가속하여 수많은 심해종들에 갈수록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해안선 개발을 멈추거나, 이미 개발된 해안지대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되돌림으로써 해초대 보호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습지나 해초대를 적극적으로 관리 및 복원하고, 해수면이 상승함에 따라 해초들이 더 잘 자랄 만한 장소에 새롭게 해초를 심는다면 이 또한 보탬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에는 큰 비용이 들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 비용의 부담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다. 특히 수익성 있는 해안 개발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에는 더 어렵다.
가장 가능성 높은 방법은 기업이나 정부가 해초, 맹그로브, 염습지가 추가로 흡수하고 저장하는 탄소에 대해 배출권을 부여함으로써 자연 보전을 지원하기 위한 시장 인센티브를 창출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향후 수십억 달러 상당의 탄소배출권이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다.
탄소시장 인증 기관인 베라(Verra)는 이미 이러한 작업을 통해 획득한 탄소배출권의 계산법을 개발한 바 있다. 오래전부터 버지니아 배리어 열도에 거머리말 해초 심기를 해오고 있는 자연보호협회(Nature Conservancy) 버지니아 지부를 비롯하여 탄소배출권 획득 신청을 완료한 해초 프로젝트들도 있다.
하지만 일부 해양과학자와 탄소시장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많은 탄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보다 엄밀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후에 의미 있는 도움을 주지 않고도 탄소배출권 매매가 이루어질 위험이 있다.
잠수
탄소 제거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해양 기반 접근법의 잠재적 역할을 강조하는 연구가 늘어남에 따라 타이달은 작년 말부터 이 기술을 해초에 적용할 수 있는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데이브는 “수많은 선행 연구를 조사하면서 ‘우리가 개발한 기술들을 여기에 적용할 수 있겠다’고 감탄했다”고 말했다.
마침내 타이달 팀은 호주 정부 과학 기관인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Commonwealth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Organisation) 연구진과 여러 차례 회의를 했다. 이 기관은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산호초와 맹그로브숲, 해초대를 조사하기 위해 드론, 위성, 음향위치추적장치를 활용해 본 경험이 풍부했다.
CSIRO에서 해안 연구 활동을 감독하는 해양과학자 앤디 스티븐(Andy Steven)에 따르면 위성 사진상 얕은 바다에서 나타나는 어두운 영역과 잘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해초를 대규모로 매핑하기는 특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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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은 “모두가 훨씬 더 자주 지도를 업데이트하고 변화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한정된 시간 내에 의사 결정권자에게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조사하고 처리하는 데 타이달의 기술이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이달 프로젝트가 진정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CSIRO는 타이달의 시스템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테스트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 그들은 올여름 피지 연안에서 초기 현장 시험을 진행하였고, 이번 9월 인도네시아에서 후속 실험에 협력했다. 인도네시아의 수천 개의 섬은 세계에서 가장 넓고 다채로운 해초 지대를 자랑한다.
그 첫 시도에서 타이달은 기본 카메라가 장착된 기성 자율 잠수정에 자체 소프트웨어를 결합했다. 만약 표준 하드웨어를 사용하여 해초대를 스캔할 수 있다면, 보다 일반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이 기술이 더 쉽게 보편화되라는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그 계획은 실패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해초의 키는 크고 조수 높이는 낮았다. 추진기와 방향타가 해초 때문에 막혀 몇 분마다 멈춰야 했다고 바흐만은 말한다.
브레인스토밍 세션 후 타이달 팀은 자체 카메라를 부낭에 뒤집어 올려 보트로 부낭을 끌기로 했다. 소위 ‘해머슬레드(Hammersled)’에는 몸체가 똑바로 움직이게 해주는 안정판과 카메라를 물속에 더 깊이 담글 수 있게 하는 로프와 걸이대가 장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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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스템은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 위치한 알파벳 캠퍼스에 있는 대형 수영장에서 몇 차례 테스트를 거치는 동안 충분히 잘 작동했다.
그러나 더 큰 관문은, 과연 타이달이 자체 제작한 지도를 실제 해저에 있는 탄소 보유량 및 매장량의 추정치로 정확하게 변환할 수 있는지다.
‘우리가 해냈다’
스티븐과 동료들은 플로레스의 서쪽 끝에 있는 라부안 바조에 도착한 후, 14개의 선실을 갖춘 씨사파리VII호를 빌려 섬 주변을 항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갑판에서 감시드론을 날려 연구에 적절한 해초지대를 탐색했다. 이때 타이달 모델과 알고리즘이 실제 자연환경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를 학습할 수 있을 만한 지점들을 우선순위로 두었다.
시험은 먼저 CSIRO 연구진이 100미터에 달하는 구간을 선택하여 측정하고 조사하며 촬영한 다음, 타이달 팀이 같은 구간을 통과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들은 해머슬레드를 끌기 위해 작은 어선을 이용했다. 시험 구간을 가로지르는 동안 바흐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헥터 이(Hector Yee) 등 기타 팀원들은 교대로 수경과 오리발을 들고 물속에 뛰어들어 부함을 잡고 카메라가 올바른 방향을 향하도록 만들었다.
이 과정을 완료하고 나면, CSIRO 연구진이 삽과 끌 등의 도구를 이용해 1제곱미터 넓이의 연구 구획에서 해초와 깊은 곳의 퇴적물을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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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사파리호 선원이 타이달 팀이 카메라를 배에 싣는 것을 돕고 있다.
AGOES RUDIANTO타이달 연구진이 해머슬레드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카메라를 장착할 임시 부낭을 테스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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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본섬으로 돌아온 과학자들은 임시 오븐을 사용해 해초 표본과 퇴적물을 건조했다. 그런 다음 시료를 갈아 각기 다른 위치와 깊이를 표시한 수백 개의 시료 주머니에 넣었다.
앞으로 몇 달 동안 그들은 애들레이드에 있는 실험실에서 각 지점의 탄소 함량을 분석해 구획 당 총량을 측정할 것이다.
타이달의 테리 스미스(Terry Smith) 솔루션 엔지니어는 “알고리즘이 시료 채취 전에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료 분석 결과와 같은 답을 제시한다면 우리는 예상했던 결과를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해결 문제
그러나 해초를 활용한 방식이 탄소 제거에 특히 유망하다거나, 혹은 기후변화 완화 조치로 충분히 정밀하다는 주장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국립학술원에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여러 가지 탄소 제거 방식 중 해안 생태계에 초점을 맞춘 접근법은 확장 가능성 측면에서 거의 최하위를 기록했다. 주로 해안 생태계가 해안선을 따라 좁은 띠 형태로만 존재하고, 해안에서의 탄소 제거 활동이 인간 활동과 상당 부분 상충하기 때문이다.
아이삭 산토스(Isaac Santos) 스웨덴 예테보리대학(University of Gothenburg) 생지화학 교수는 “우리는 해초를 보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면서 “해초가 해안 및 해양생물 다양성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중요한 질문, 즉 ‘이것이 기후변화로부터 우리를 구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아니다'”라면서 “해초대에는 기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의 충분한 탄소를 저장할 만한 공간이 없다”고 덧붙였다.
여러 연구에서 강조하는 바와 같이, 해초 복원이 탄소 중립 및 기후변화에 미친 영향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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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해초대에서의 탄소 포집량은 위치, 계절, 종의 구성, 물고기 및 기타 해양생물에 의해 흡수되는 정도에 따라 차이가 매우 크다. 또한 해저 퇴적물의 탄소는 주변으로 녹아 나올 수 있어, 그중 일부는 바닷물에 용해되어 수천 년이 지나도록 바다에 남는 반면 다른 일부는 다시 대기로 빠져나간다. 거기에 더해 해안 생태계는 전체 기후 영향의 추정치에 영향을 줄 정도로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과 아산화질소를 생성한다.
마지막으로 비율상 해초대에 있는 대부분의 탄소는 타이달이 측정하려는 해초 내부가 아닌 해저에 묻혀 있다는 문제도 있다.
산토스는 이메일에서 “우리 또한 바이오매스와 퇴적물 탄소 사이의 상관관계가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따라서 바이오매스만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접근 방식에는 신뢰할 만한 추정치를 얻기 위해 많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국제학술지 <컨저베이션(The Conservation)>에 실린 한 에세이에서는 ‘환경 정의’라는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되었다. 저자인 애리조나주립대학교(Arizona State University)의 손자 클린스키(Sonja Klinsky)와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의 테레 새터필드(Terre Satterfield)는 이러한 프로젝트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역사회에 많은 결정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안 도시에 따라서는 활성화된 항구를 가령 염습지 같은 곳으로 되돌리고 싶지 않을지 모른다.
그들은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바다 근처에 거주한다”며 “이들 지역에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개입하면 자칫 직업과 지역사회, 식량 공급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썼다.
비밀을 풀다
과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안 생태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CSIRO의 스티븐은 여기에 필요한 연구가 수행될 수 있도록 타이달이 더 쉬운 방법론을 제공하길 희망한다며 기대를 내비쳤다. 또 그는 이것이 “굉장히 어려운 도전”이지만, “어디선가부터는 시작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환경 정의 문제 차원에서 타이달은 자연에 기반한 탄소 제거법이 잠재적으로 생태계와 지역사회에 여러 가지 이점을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타이달 프로젝트는 어업 인구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그들은 CSIRO와 협력하여 피지와 인도네시아의 지역사회를 교육해 그들이 탄소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데이브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비전은 이러한 환경을 관리하고 보호하며 잘 가꿀 수 있는 기술을 지역사회에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이메일에서 밝혔다.
그렇다면 타이달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호주 연구진이 해초와 퇴적물 분석을 완료하기까지는 수개월이 더 걸릴 것이다. 그들이 무엇을 발견하든 연구팀은 인공지능 모델과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다양한 지역 및 조건에서 정확한 탄소 추정치를 얻기 위해 현장 실험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한 예로 타이달은 또 다른 주요 해초 지대인 바하마를 중심으로 외부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할 계획이다.
타이달은 이 기술이 잘 작동한다면 이것이 해초 재배 및 맹그로브숲 복원을 포함한 다른 해양 기반의 탄소 제거법에도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데이브는 복원 작업을 수행하는 탄소상쇄 인증기관 또는 조직을 대상으로 하여 탄소 측정, 보고 및 검증 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들은 인간이 거의 개입하지 않고도 해초를 심는 자동 로봇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다.
데이브에 의하면 타이달은 이 시스템을 통해 충분히 신뢰할 만한 탄소 추정치를 얻지 못하더라도, 이러한 노력이 해양 생태계 연구와 생태계 보호 활동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수온 상승으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산호초의 생태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그 예다.
X가 구상한 타이달 프로젝트는 ‘문샷’다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확실히 이 프로젝트는 우주 엘리베이터만큼 급진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인류에게 매우 중요한 생태계의 비밀을 밝혀내는 데 수많은 주체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구축함으로써 어쩌면 타이달은 진정 어려운 문제를 풀어나갈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