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튬금속 배터리, 전기차 전환 앞당긴다
과도한 기대와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기차는 미국 내 신차 판매량의 약 2%만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점유율은 이보다 약간 높다.
대부분 고객들에 전기차는 비싸고 주행거리가 너무 짧으며 충전도 느리고 불편한 존재일 뿐이다.
이러한 모든 제약은 차량에 전원을 공급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관련이 있다. 이 배터리는 비싸고 무거우며 빨리 방전된다. 설상가상으로, 배터리 속 액체 전해질은 충돌 사고가 일어나면 큰 불을 일으킨다.
전기차가 가솔린 차량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이러한 단점을 해결할 획기적 배터리가 필요하다. 그러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의 자그딥 싱(Jagdeep Singh) CEO의 논지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거의 반세기 동안 학자들을 괴롭힌 화학적 수수께끼를 해결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주기율표에서 가장 가벼운 금속인 리튬을 활용해 화재 위험이나 성능 저하 없이 배터리의 에너지를 높이는 방법을 찾았다는 말이다. 열쇠는 불에 타기 쉬운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것이다.
왜 중요한가
그동안 배터리성능의 한계로 인해 보다 청정한 전기차로의 전환이 저지되어 왔고 전기비행기의 상용화는 거의 원천봉쇄되었다.
핵심 기업-기관
•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
• 삼성종합기술원(Samsung Advanced Institute of Technology)
• Solid Power
• 24M
실용화 시기
2025년
폭스바겐은 퀀텀스케이프에 수억달러를 투자할 만큼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회사는 배터리 대량생산을 위해 퀀텀스케이프와 합작사 설립에 합의했으며 2025년까지 전기차와 트럭에 이 배터리를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빨라진 충전, 길어진 주행거리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은 주로 흑연으로 만들어진다. 흑연은 전해질을 통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가는 리튬 이온을 쉽게 받아들이고 방출할 수 있다. 전하의 흐름은 전류를 생성하며, 이 전류는 배터리에서 나와 동력이 필요한 모든 장치로 공급된다. 그러나 흑연은 선반 위의 박스와 같이 탄소 시트 사이에 자리잡고 리튬 이온을 보관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에너지를 저장하지도 않고 전류 자체도 생성하지 않는 불필요한 중량에 불과하다.
리튬금속 배터리는 음극 자체를 리튬으로 만든다. 이는 배터리의 음극을 거의 모든 전류를 생성하는 원자로 채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론적으로 리튬금속 음극 기반 전지는 흑연에 의존하는 동일한 무게와 부피의 전지보다 50%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리튬금속 배터리 전문가로 카네기멜론대 부교수이자 퀀텀스케이프에 자문하는 벤칸 비스와나탄(Venkat Viswanathan)은 리튬이 반응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액체 전해질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면 배터리의 분해나 연소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문제는 리튬 이온이 앞뒤로 흐를 때 수지상돌기로 알려진 바늘 모양의 구조가 배터리에 형성되어 전지를 단락시키거나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WINNI WINTERMEYER
10년 간 은둔 상태에서 연구한 후 지난 11월에 상장한 퀀텀스케이프는 전고체 배터리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대한 핵심 내용 중 일부를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잘 작동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2월 온라인 발표회에서, 이 회사는 실험실용 단일층 배터리 시제품이 15분 안에 용량의 80% 이상 충전되고 수십만 마일의 주행이 보장되며 영하의 조건에서도 가동됨을 보여주는 차트를 제시했다. 이 회사는 자사 배터리가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80%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즉, 현재 한번 충전으로 250마일을 주행할 수 있는 자동차는 450마일을 주행할 수 있게 된다.
고체 전해질 연구의 선구자이자 오크릿지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의 배터리 연구원인 낸시 더니(Nancy Dudney)는 “퀀텀스페이스의 기술은 첫인상은 매우 좋다”라면서도 “다른 첨단 배터리 기술도 이 수준에 이른 바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배터리 분야는 획기적 기술을 약속했지만 결국 실패한 스타트업 기업의 사례로 가득하다. 퀀텀스페이스 앞에도 많은 난제들이 있고, 특히 시제품을 저렴하게 양산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가장 도전적 과제이다.
이 회사가 성공한다면 전기차 시장엔 일대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비용 절감, 주행거리 확대, 주유소만큼의 충전 편리성이 보장된다면 수천 달러를 들여 가정용 충전 포트를 설치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넘어 보다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 장거리 여행 중 배터리가 방전될까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불안도 완화할 수 있다.
에너지 밀도의 증대와 충전 속도 향상을 통해 장거리 트럭 운송이나 단거리 비행 등 다른 형태의 운송 수단의 전기화도 가능해다 (보너스로 한번 충전으로 며칠 간 쓸 수 있는 휴대폰과 노트북PC도 현실화될 수 있다)
배터리의 탄생
리튬금속 배터리의 역사는 1970년대 초에 시작되었으며, 오늘날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개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당시의 석유 위기와 처음으로 대두된 석유 고갈에 대한 두려움이 맞물린 결과, 자동차 산업 태동기 이래 처음으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어났다. 과학 저술가 세스 플레처(Seth Fletcher)가 저서 ‘병에 든 전등(Bottled Lighting)’에서 설명한 것처럼, 1972년까지 아메리칸모터즈(American Motors), 크라이슬러, 포드, GM, 도요타, 폭스바겐 등은 모두 전기차를 연구하고 있었다. GE, 다우케미컬, 엑손 등 대규모 기업의 연구실에서도 더 나은 배터리용 화학물질을 찾고 있었다.
당시 주류였던 납산축 배터리는 가솔린 엔진의 주행거리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1969년 GM의 실험적 전기차 ‘512’ 모델의 최고 속도는 시속 30마일 (약 50㎞), 주행거리는 47마일 (약 75㎞)였다.

1972년 엑손의 연구부서는 스탠포드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수료한 스탠리 휘팅엄(Stan Whittingham)이라는 젊은 화학자를 고용했다. 특히 그는 이온의 이동을 용이하게 해 주는 결정성 물질을 개발하고 있었다. 입사 후 휘팅엄과 동료들은 유망한 양극용 다공성 물질인 이황화티타늄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 물질을 전자를 쉽게 방출하는 고반응성 물질인 금속리튬재 양극과 짝을 지었다. 이는 경이로울 정도로 잘 작동했다.
연구팀은 1973년 특허를 신청했고, 1976년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했으며, 1977년의 한 자동차 전시회에서 더 큰 크기의 배터리를 선보였다.
1980년대 초가 되자 석유위기가 끝났다. 엑손의 새 경영진은 연매출 1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될 전망이 없는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전기차 및 배터리 개발을 중단했다. 휘팀엄은 “회사가 보기에 이 분야는 너무 작은 시장이었다”라고 말했다.
리튬이온 방식이 대세가 되다
리튬금속 배터리는 납축전지보다 훨씬 우수했지만, 실험실에서 빈번히 화재를 일으키는 등 엑손팀이 해결하지 못한 내재적 단점도 있었다.
리튬금속 배터리의 상용화를 시도한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문제에 부딪혔다. 1980년대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몰리에너지(Moli Energy)는 노트북 및 휴대폰용 2.2V 리튬금속 배터리를 개발했다. 그러나 1989년 일본에서 휴대전화에 불이 나 사용자가 화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나다. 조사 결과 배터리가 원인으로 드러났고, 결국 수천 대의 휴대폰이 리콜되고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한편, 휘팅엄의 연구에 기반한 후속 연구도 이뤄지고 있었다. 현재 텍사스주립 오스틴스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존 구디너프(John Goodenough)는 보다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양극을 개발하기 위해 이황화티타늄 대신 산화코발트를 사용했다. 메이조대학(Meijo)의 아키라 요시노(Akira Yoshino) 교수는 순수한 리튬 음극을 코크스(다른 형태의 탄소)로 대체했다. 이 물질은 리튬 이온을 많이 저장할 수 있으면서도 화재 위험은 줄였다. 마지막으로 소니 연구원들은 이 조각들을 짜맞춰서 1992년 최초의 상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해냈다. 휘팅엄, 구디너프, 요시노는 이러한 혁신에 기여한 공로로 2019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노트북PC와 휴대폰, 전기차 등에 쓰이며 큰 성공을 거두면서 리튬금속 기술을 상용화하려는 노력은 한동안 중단되었다. 그러나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 저장 형태가 될 리튬금속의 잠재력을 결코 잊지 않은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가연성 용매인 액체 전해질을 고체 물질로 대체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으로 간주되었다.
2000년경 오크릿지국립연구소의 한 연구팀은 고체 리튬금속 기술을 사용하는 박막전지(스마트카드 및 심장박동기와 같은 소형 전자장치용)를 시연했다. 박막전지의 생산 과정과 크기 및 모양으로 인해 시계 정도의 크기를 가진 물건 정도로 용도가 제한된다고 메릴랜드대학의 배터리전문가인 폴 알버투스(Paul Albertus)는 말한다. 그러나 이 연구는 리튬금속 배터리가 실용화될 수 있다는 증거가 되었다.
로드 킬
2000년대 후반에는 다양한 신생 기업들이 이 기술을 다시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가시밭길이 되었다.
일부는 이미 문을 닫았다. 2007년 설립된 시오(Seeo)는 독일 보쉬가 인수했지만, 보쉬는 나중에 배터리 연구를 중단했다. 2011년 프랑스에 본사를 둔 볼로레(Bolloré)는 최초로 고체 리튬금속 배터리를 차량에 장착하고 블루카(Bluecar)라는 차량공유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러나 이들이 사용한 폴리머 기반 전해질은 고온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이 배터리는 승용차에만 쓸 수 있었다.

WINNI WINTERMEYER
그러나 다른 몇몇 회사들은 최근 보다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 특히 작년 12월 퀀텀스페이스의 설명회 이틀 후, 2012년 설립된 콜로라도주 스타트업 솔리드파워(Solid Power)가 오늘날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을 능가하는 22층 리튬금속 배터리의 시제품을 이미 생산 중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1월 미국 에너지부의 ARPA-E 사업부는 배터리 기업 24M 및 카네기멜론대 비스와나탄의 전기비행기용 리튬금속 배터리 연구에 90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전기비행기용 배터리는 단위면적당 저장되는 에너지와 방출할 수 있는 동력이 중요하다.
퀀텀스페이스의 시작
모든 리튬금속 배터리 개발사들의 관건은 화재와 수지상돌기를 방지하면서도 이온이 쉽게 통과되고 배터리의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 전해질 물질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퀀텀스페이스가 자신들의 성과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회사의 기원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싱은 자신이 공동 창업한 네트워크 기술 기업 인피네라(Infinera) 사장 자리에서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스탠포드대 박사후 연구원 팀 홈(Tim Holme)과 그의 지도교수 프리드리히 프린츠(Friedrich Prinz)가 연구한 새로운 배터리 소재 기술을 기반으로 그들과 창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들 삼총사는 이듬해 퀀텀스페이스를 공동 창업하여 에너지 밀도가 높은 고출력배터리 개발에 착수했다. 초기에는 전전자 배터리 (all-electron battery)로 알려진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를 만들려 했지만, 개발은 처음 예상보다 어려웠다.
이 때쯤 회사는 클라이너퍼킨스(Kleiner Perkins와 코슬라벤처스(Khosla Ventures) 같은 벤처캐피탈에서 수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퀀텀스페이스는 리튬금속 기술로 조용히 방향을 전환할 수 있었다.
회사는 이후 5년을 고체 전해질에 적합한 재료를 찾는데 보냈다고 싱은 말한다. 그런 다음 결함과 수지상돌기 방지에 필요한 구성과 제조 공정을 만들기 위해 또 5년을 보냈다. 이 회사는 자사 전해질 소재가 세라믹이라는 것 외에 다른 것은 밝히지 않고 있다.
아직 멀었나?
지금까지 발표된 퀀텀스페이스의 모든 시험은 단층 배터리 셀에 대해 이루어졌다. (이 기사가 나간 후 회사는 4층 셀을 생산해, 테스트에서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차량에 적용하려면 수십 겹의 층이 들어찬 배터리를 생산해야 한다. 이는 마치 한 장의 카드를 다루다가 수십 장의 카드가 쌓인 카드 덱을 다루는 것과 같다. 그리고 수십년 간 배터리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리튬이온 배터리와 경쟁할 수 있도록 저렴한 배터리 제조법도 찾아야 한다.
이는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알버투스는 “개발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10년 간 3억 달러와 150명의 인력을 투입해 겨우 이 작은 카드하나를 완성한 것”이라며 “아직 수천 톤 규모의 배터리 공급은 요원한 상태이며, 그것은 정말 어려운 과제다”라고 말했다. 몇몇 배터리 연구자들은 4년 안에 생산 규모를 확장하고 안전 시험을 완료해 전기차에 적용할 수 있다는 퀀텀스페이스의 주장에 심각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이 회사의 성과와 다른 스타트업의 고무적 발표를 감안할 때, 대부분의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은 수십년 간 리튬금속이 극복하지 못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고 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이 기술을 ‘2021 10대 미래 기술’에 선정한 이유이다. 그러나 휘팅엄이 엑손에 합류한 후 이루어진 모든 진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년 간의 연구 개발이 더 필요하다는 것도 명확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