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chemist is reimagining the discovery of materials using AI and automation

加 화학자의 ‘혁신적’ 도전…“AI와 로봇, 양자컴퓨팅까지 동원해 기후변화 막겠다”

2010년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35세 미만의 혁신가'에 선정됐던 캐나다 화학자가 인공지능, 로봇, 심지어 양자컴퓨팅까지 활용해서 기후변화에 맞서는 데 필요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의 혁신적인 실험실에서 어떤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봤다.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나 토론토에 살고 있는 화학자 알란 아스푸루 구직(Alán Aspuru-Guzik)이 기후변화 모델을 살펴볼 때, 그의 시선은 주어진 예측을 둘러싼 불확실성의 범위를 보여주는 오류 막대로 향한다. 그는 이에 대해 “과학자로서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기후변화가 우리의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고작 20~30년 안에 인류는 아직 존재한 적 없는 물질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물질은 빠르고 저렴한 탄소 포집을 가능하게 하는 ‘분자’와, 비싸고 채굴하기도 어려운 리튬을 대신해서 전 세계적인 재생 에너지 공급량을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이다.

우리 예상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게 흘러간다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물질에 대한 필요성이 ‘긴급’에서 ‘급박’을 거쳐 ‘매우 처참하게 위험’한 단계까지 변화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그런 물질들을 우리가 그렇게 빠르게 찾아낼 수 있을까?

2010년에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 선정한 35세 미만의 혁신가 35명 중 한 명이기도 했던 아스푸루 구직은 삶의 상당 부분을 이 질문에 바치고 있다. 유용한 신물질을 만들고 개발하는 과정은 좌절감이 느껴질 정도로 느린 속도로 진행되곤 한다. 과학자들이 새 분자를 생산한 후 원하는 특성을 찾기 위해 하나씩 테스트하는 방식을 뜻하는 전형적인 ‘시행착오’ 방식의 경우 평균적으로 20년 정도가 소요된다. 따라서 이 방식은 대부분의 기업이 추구하기에는 너무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가 위험 요소까지 큰 방식이다.

아스푸루 구직이 컴퓨터에 능숙한 화학자들과 공유하고 있는 목표는 연구에 소요되는 긴 시간을 몇 달이나 몇 년으로 줄여서 인류가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데 필요한 배터리나 탄소 포집 필터 같은 무기들을 빠르게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그는 디지털 시뮬레이션, 로봇 공학, 데이터 과학, 인공지능(AI), 심지어 양자컴퓨팅까지 활용해서 소멸하고 있는 물질 및 소재 산업을 되살리고자 한다.

분자의 전자 구조에 관한 정확한 지식을 활용해서 분자를 새로 설계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상상해 보라. 이러한 분자를 만들고 테스트하는 로봇도 상상해 보라. 그리고 그 소프트웨어와 로봇이 힘을 합쳐서 분자를 테스트하고, 설계를 조정하고, 다시 테스트하면서 우리가 찾고 있는 특성을 가진 바로 그 물질이나 소재를 만들어내는 것을 상상해 보라.

이것이 바로 그의 핵심 아이디어이다. 물론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분자의 구조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며, 자동화 노력을 거부하는 화학 합성 과정은 과학보다는 오히려 예술에 가까운 작업일 때가 많다. 그러나 AI, 로봇 공학, 컴퓨팅의 발달이 이러한 아이디어에 새 삶을 불어넣고 있다.

아스푸루 구직은 2017년에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워크숍의 공동 의장을 맡았다. 노벨상 수상 과학자와 17개 정부 대표를 비롯한 133명이 참석한 그 워크숍의 목적은 전 세계의 연구 커뮤니티가 위에서 언급한 목표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이 워크숍은 물질 발견 분야가 소수의 연구자만 관심을 갖는 연구 분야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우선순위가 되는 데 도움을 준 중요한 순간이었다. 행사가 끝난 이후 특히 캐나다와 인도, 유럽연합이 물질 및 소재 연구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계획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Alan Aspuru-Guzik
아스푸루 구직은 컴퓨터과학을 이용해 화학 실험 방식을 바꾸자고 주장하는 선도적인 과학자이다. DEREK SHAPTON

이러한 연구는 수많은 학문을 이용하기 때문에 매우 야심 차고,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화학자, 소프트웨어 공학자, AI 개척자, 양자컴퓨터 프로그래머, 로봇 공학 애호가이자 ‘연쇄’ 창업가로서 아스푸루 구직은 이러한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데 필수적인 다양한 도구를 연결하는 상상력과 적합한 컴퓨터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화학 연구의 새로운 방식을 전파하는 설득력 있는 과학자로 처음 등장했다.

포덤대학교 화학자이자 그와 자주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조슈아 슈라이어(Joshua Schrier)는 “알란은 사람들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슈라이어는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이 연구를 수행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는 일종의 혁신가로 알란을 설명했다.

구글의 양자 알고리즘팀 팀장 라이언 바부시(Ryan Babbush)가 보기에 아스푸루 구직의 가장 독특한 특성은 그의 ‘창의적인 부단함’이다. 그는 “알란은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가장 새롭고 가장 알 수 없는 영역에 사용한다. 그는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것에는 관심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러한 성격은 신물질을 시장에 가져오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신물질 개발은 아주 작은 연구 분야에 몰입하면서 사업적으로는 끝없이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바부시는 아스푸루 구직이 물질 발견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이 연구 속도를 높이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도구와 자동화 도구를 제공하면서, 연구 과정을 다시 설계하는 데 흥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스푸루 구직은 토론토에 실험실을 구축하고 있으며, 그곳에서는 AI 알고리즘이 새 분자를 설계하면 로봇이 빠른 속도로 분자를 만들어서 테스트한다. 이 실험실은 일종의 프로토타입으로, 신물질이나 신소재를 발견하는 연구가 미래에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인지 시연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는 “요청을 받으면 어느 실험실이든 쉽게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가능하게 하고 싶다”고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그는 미래에 우리가 더 나은 위치에서 다음번 전 세계적 위기에 대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세상에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분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당장 분자를 만드는 데 매진해야 한다.”

전투의 상처

아스푸루 구직은 매우 활기차게, 빠른 속도로, 가끔 주제를 벗어나며 이야기한다. 내가 처음 토론토대학교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 그는 자신이 모아 놓은 멕시코 프로레슬링 루차 리브레(lucha libre)의 마스크를 내게 보여줬다. 아즈텍 문양으로 장식된 그 마스크들은 밝은 파란색, 녹색, 분홍색 등 색이 다양했다. 그는 “이 마스크들은 인간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무실에 노벨상 수상자나 히타치(Hitachi) 이사를 데려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야기를 멈추고 ‘마스크를 하나 골라서 사진을 찍어 보세요’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마스크들이 그의 다면적인 삶을 보여주는 하나의 은유로 느껴진다.

아스푸루 구직은 작가, 음악가, 건축가로 이루어진 반은 가톨릭이고 반은 유대교인 가정에서 성장했다.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National Autonomous University)에서 화학을 공부하던 19세의 그는 어느 날 쿠에르나바카에서 밤새 파티를 즐기고 운전해서 돌아오는 길에 큰 자동차 사고를 겪었다. 이 사고로 외과 의사들은 그의 배를 열고서 장을 고치고 찢어진 혈관을 봉합해야 했으며, 이 수술로 인해 그의 복부 정중앙에는 가로로 긴 중앙선 같은 상처가 남게 되었다.

이렇게 이른 나이에 죽음을 경험한 그는 지적 탐구에 몰입하게 되었다. 어떤 연구 분야가 그의 흥미를 자극하면, 그는 그 분야가 아무리 난해하거나 자신의 지식 범위를 넘어서더라도 매달리곤 했다.

당시는 속도도 느리고 지루한 실험을 진행하는 대신 컴퓨터 기반의 모델링을 사용해서 원하는 특성을 가진 분자를 설계하는 방식의 가능성을 두고 모두가 크게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던 때였다. 과학자들은 ‘가상 화학(virtual chemistry)’의 새 시대가 올 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다. 컴퓨터는 너무 느렸고, 분자는 너무 복잡했다.

대학교 도서관에서 저널들을 훑어보던 아스푸루 구직은 컴퓨터로 분자 화학 연구를 진행하는 것의 어려움을 설명한 논문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1926년에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는 전자와 양성자 같은 아원자 입자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방정식을 발표했다. 분자를 아원자 수준에서 수학적으로 모델링할 수 있으면, 결과 물질에 관한 추론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다른 물질과 어떻게 결합하는지, 그것이 얼마나 단단하거나 부드러운지, 얼마나 빨리 분해되는지 등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대부분의 물질에 대해서 슈뢰딩거 방정식은 심지어 오늘날 가장 거대한 슈퍼컴퓨터를 사용한다고 해도 너무 복잡하다.

이 수식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수정하기 위해서 아스푸루 구직은 더 정확한 근사치를 활용하는 방정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이 그가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연구 주제로 삼았던 프로젝트가 되었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수식을 단순화하면서 동시에 단순화된 수식을 이용한 모델도 과학적으로 유용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었다. 아스푸루 구직의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연구자는 임의의 분자를 모델링, 즉, 시뮬레이션하고, 결과 물질의 특성에 대해 즉시 예측할 수 있었다.

다른 과학자들도 이와 유사한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그러나 아스푸루 구직이 대학원에서 만든 그 알고리즘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이 알고리즘 덕분에 버클리에서 박사 후 연구원 일을 그만뒀을 때 하버드대학교에서 일자리를 제안받을 수 있었다. 하버드대학교로 옮긴 후에, 하버드대학교의 조교수이자 40명의 컴퓨터과학자, 생물학자, 공학자, 물리학자, 화학자로 이루어진 아스푸루 구직 연구팀 팀장으로서 그는 하버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Harvard Clean Energy Project)에 뛰어들었다. 대부분의 태양광 패널은 햇빛을 전기로 전환하기 위해 실리콘을 사용한다. ‘그런데 실리콘 대신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더 저렴하고 만들기 쉬운 유기 물질은 없는 것일까?’라는 것이 그의 의문이었다.

아스프루 구직이 관심을 쏟는 분야는 (상단부터) 거리 미술용 스티커들, 실험실 로봇 공학, 멕시코 루차 리브레 마스크, 자동화된 유체 처리 장치까지 다양하다.

6년 동안 아스푸루 구직과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광전지 특성을 가지는 물질을 찾기 위해 230만 개에 달하는 다양한 유기 분자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그가 이러한 가상 화학을 처음으로 실현한 연구자는 아니었지만, 그는 전례 없는 규모로 가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 컴퓨팅 능력이 향상되면서 단일 분자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몇 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1990년대에는 그런 시뮬레이션에 며칠씩 걸리곤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한계가 없어 보이는 듯한 서버 공간을 확보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공간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의 장치에서 빌려온 것이었는데, 오래전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에서 사용했던 SETI@Home 프로그램과 유사한 시스템을 활용해서 연구팀은 프로젝트에 도움을 주고자 스크린 세이버를 다운로드한 사람들의 컴퓨터에서 임시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공간을 빌려올 수 있었다. 그는 이에 대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슈퍼컴퓨터를 갖고 있는 것과 비슷했다. 단지 이 컴퓨터는 전 세계에 나뉘어 있을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아스푸루 구직은 이론적으로 태양광 전지에 사용할 수 있는 많은 유기 물질들을 발견했다. 문제는 발견한 분자들이 너무 복잡해서 저렴하게 제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유기화학자들과 논의를 통해 쉽게 만들 수 있는 분자를 파악하지 않았던 것이 내 실수”라고 밝혔다.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서 아스푸루 구직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시행착오 방식을 사용하는 결합 화학 연구를 했는데, 차이가 있다면 실험실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대신에 컴퓨터로 진행한 것이었다. 그리고 2012년부터 토론토와 다른 지역의 연구자들은 딥러닝(deep learning)과 다른 머신러닝 방식에서 계속해서 돌파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새로운 물질을 찾고 있는 다른 많은 화학자들처럼 아스푸루 구직도 AI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그는 더 빠르고 더 계획적인 방식으로 분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어딘가에 명중하기를 바라면서 마구잡이로 총을 쏘는 것과 같다. 그러나 AI는 저격수다. 목표를 정해서 조준을 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그는 10만 개에 달하는 유기 물질의 분자조성과 화학적 특징을 설명하는 데이터 세트를 신경망에 입력해서 교육시켜야 했다. 그러면 AI 프로그램이 패턴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즉, 주어진 분자와 그 분자가 형성하는 물질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식을 사용해서 실험실에서 합성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후보 분자를 만든다. AI의 도움으로 아스푸루 구직은 평범한 LED보다 밝은 새로운 ‘유기 발광 다이오드(organic light-emitting diode, OLED)’를 발견했다. 그는 또한 미래에 유기 플로우 배터리(organic flow battery)에 사용할 수 있는 새 화학 물질도 파악했다. 유기 플로우 배터리는 리튬 같은 금속을 필요로 하지 않는 거대한 산업용 배터리를 의미한다.

한편, 그는 초기 단계인 양자컴퓨팅 분야에도 열중하기 시작했다. 전자와 양성자가 전통적인 물리학 법칙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슈뢰딩거 방정식은 기존 컴퓨터에서 정확하게 구동되기가 어렵다. 양자역학에 따라 움직이는 이러한 전자와 양성자는 (연결되어 있지 않더라도 서로 영향을 주며 함께 움직이면서) ‘얽혀’ 있으며, 소위 ‘중첩’(동시에 여러 가지 대립되는 상태를 차지)되어 존재할 수 있다. 이렇게 복잡한 현상을 모델링하는 데 필요한 계산도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한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양자컴퓨터의 ‘큐비트(qubit)’ 또한 양자역학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양자컴퓨터가 분자 시뮬레이션에 훨씬 적합한 기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러한 시뮬레이션이 작동할 수 있는 방법을 누군가가 알아내야 했다. 2014년에 아스푸루 구직과 그의 연구팀은 다목적 양자 컴퓨터는 아니지만, 실재하는 오류에 취약한 소형 양자컴퓨터에서라도 분자를 모델링할 수 있는 ‘변이 양자 고유 솔버(Variational Quantum Eigensolver, VQE)’ 프로그램을 배포했다. 슈뢰딩거 방정식이 아원자 입자를 설명하기 위해 의도된 일종의 추상적인 수식이라면, VQE는 양자비트를 이용해서 분자 내 입자의 움직임을 모방한다. 마치 재연 배우들이 게티즈버그 전투를 수행하는 것과 비슷하다.

언젠가 기업들이 더 강력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면, VQE를 이용해 화학자들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시뮬레이션 구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모델은 너무나 정확해서 과학자들이 실제로 물질을 합성해서 테스트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아스푸루 구직은 “이런 지점에 도달한다면 물질과학에서 내 역할도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 아스푸루 구직은 과학자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써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미국에 계속 머무는 미래가 더는 그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일주일 후에 그는 일자리를 찾고 있다며 호주와 캐나다에 있는 동료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에게 응답한 것이 토론토대학교였다. 토론토대학교는 캐나다에 일류연구자들을 초빙하려고 계획된 명망 있는 정부 지원 연구팀 직위와 함께 인공지능 벡터 연구소(Vector Institute for Artificial Intelligence)의 직위까지 제안했다. 인공지능 벡터 연구소는 토론토를 AI 연구의 전 세계적 허브로 만들고 있는 머신러닝의 개척자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이 공동 설립한 비영리 법인이다. 그러나 아스푸루 구직의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인 것은 ‘매터 랩(Matter Lab)’이라고 하는 매우 급진적인 새 실험실 설립을 약속받은 일이었다. 이런 연구실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그가 수년 동안 꿈꿔왔던 일이었다.

중요하지 않으면 버린다

아스푸루 구직은 “매터 랩에서 우리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진 후에 한 가지 문제만을 공략한다. 질문은 이런 것이다. 그 문제가 세상을 위해 중요한가? 아니라면, 버린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이미 한 적이 있는가? 답이 ‘그렇다’라면, 우리가 할 필요가 없다. 먼 미래에 가능한 일인가?”라고 말했다. 여기서 ‘먼 미래’라는 표현이 핵심이다. 아스푸루 구직은 실현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그 실현 가능성은 작아야 한다. 그는 이에 대해 “발견하려는 물질이 너무 쉬운 물질이면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게 놓아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론토 시내에 있는 전후 벽돌 건물에 위치한 그의 실험실은 토론토대학교의 다른 실험실과는 다르다. 천장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멕시코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án)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써 밤색과 버건디색 흡음판으로 장식되어 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진 곳에는 흄 후드(fume hood) 아래 플라스크와 저울, 비커가 놓인 책상과 함께 전형적인 실험실 의자가 놓여 있는데, 이곳에서 대학원생들은 자신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가 했던 것과 거의 같은 방식으로 화학 실험을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아마 이곳을 보면, 이 작업 공간이 그다지 자주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실험실 중앙에는 150만 달러의 로봇이 놓여 있다. 트랙을 따라 앞뒤로 움직이는 기계 팔이 유리와 금속으로 만들어져 질소로 채워진 케이스 안에 들어있다. 기계 팔은 근처에 나열된 용기에서 가루와 액체를 선택해서 그 내용물을 수많은 원자로 중 한 곳에 정확하게 집어넣을 수 있다. 아스푸루 구직은 “로봇은 화학 물질을 일 년 내내 쉬지 않고 혼합해주는, 지칠 줄 모르는 실험실 조수와 같다”고 설명했다. 로봇은 단 12시간 만에 40개의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그의 실험실 내 실험 환경을 독특하게 만드는 요소가 두 가지 더 있다. 첫 번째는 아스푸루 구직과 동료들이 설계한 ‘ChemOS’라는 소프트웨어다. 이 소프트웨어에는 후보 분자를 생성하는 AI 시스템과, 요청이 있을 때 로봇이 후보 물질을 합성하도록 지시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포함되어 있다.

두 번째 특별한 요소는 생산 과정에 적용된 ‘폐루프(closed loop)’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아스푸루 구직은 로봇 뒤편에 있는 한 쌍의 가는 호스를 가리키며, “저곳에서 ‘소변’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반응이 끝나면, 결과로 생성되는 액체가 그 플라스틱 호스를 타고 모양과 크기가 마치 작은 냉장고와 유사한 분석 기계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 분석 기계는 원치 않는 부산물을 분리한다. 정제된 물질은 다른 로봇으로 흘러가고, 그 로봇이 물질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한다. 그러고 나서 로봇이 실험 결과를 ChemOS 프로그램에 다시 입력하면, AI가 데이터를 업데이트하고 그 즉시 더 나은 새 후보 분자를 생성한다. 이 같은 예측, 합성, 테스트로 이루어지는 과정은 최종 승자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된다.

Aspuru-Guzik in lab
토론토의 새 물질 실험실은 기존의 화학 장비와 최신 자동화 및 AI 장비를 모두 갖추고 있다. DEREK SHAPTON

이렇게 자동화된 폐루프 발견 시스템은 아스푸루 구직의 지칠 줄 모르는 지원 덕분에 새 화학자들 사이에서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다. 밴쿠버, 뉴욕, 샴페인-어바나, 글래스고에 있는 과학자들도 비슷한 연구시설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실험실은 분자 제조를 위한 다목적의 자동화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스푸루 구직이 자신의 실험실이 다음에 무엇을 생산할지에 관해 구체적으로 추측하지 않는 것이다. 다음에 만들어낼 물질은 호기심이나 어쩌면 전 세계적 위기의 중대성에 따라 정해질 수 있다.

마스크 만들기

2020년에 아스푸루 구직은 초기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체중이 증가했고, 이로 인해 복부에 있는 외과 수술 흉터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줌(Zoom) 회의가 만들어내는 2차원 세상에 갇혀 있는 듯한 지루한 느낌을 받았으며, 실험실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다는 것에 좌절감을 느꼈다. 평생 바쁘게 연구에 바치며 살아온 그는 이렇게 목적 없어 보이는 상황을 버틸 수가 없었다. 그에게는 무언가 변화가 필요했다.

몇 달 뒤에 그는 컴퓨터를 붙잡고 오페라 같은 창법과 무대 위에서의 섬뜩한 행동으로 유명했던 로큰롤의 선구자 ‘스크리밍 제이 호킨스(Screamin’ Jay Hawkins)’를 닮은 루차 리브레 마스크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 캐릭터에 ‘브루호’(Bruho: 마법사를 뜻하는 스페인 단어 ‘brujo’의 변형)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신의 작품을 도시 경관에 접목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는 그림을 스티커로 만들어서 우편함과 가로등에 브루호 아바타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곧 토론토의 분주한 거리예술가의 일원이 되었다.

현재 아스푸루 구직은 가까운 미래에 관해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목표는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모델이 될 수 있는 자신의 ‘폐루프’ 시스템의 모듈형 버전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는 합성 로봇과 분석 로봇이 포함된 ChemOS 패키지가 담겨 있는 ‘일체형 실험 상자’를 만들고 싶어 한다. 이 장치를 활용하면, 사용자들은 주어진 물질에 대한 설명을 쉽게 입력할 수 있고, 시스템은 즉시 후보 분자를 시뮬레이션해서 테스트할 수 있을 것이다. 아스푸루 구직은 우리가 요청하는 대로 신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려면 기술이 확산되어야 하며, 그 기술은 사용하기도 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두 번째 중기 목표는 토론토에 자신의 흔적을 예술적으로 남기는 것이다.

그의 실험실을 방문하고 이틀이 지나서 나는 그와 그의 연구팀과 함께 밤에 거리로 나가 스티커와 포스터를 붙였다. 그의 물질 실험 연구와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 공동 작업이다. 8명으로 이루어진 우리 그룹에는 팔을 가득 채운 문신이 있는 냉담한 젊은 여성 솝 고스트(Soap Ghost), 집에서 만든 밀가루 풀이 담긴 양동이를 수레에 싣고 나타난 건장한 중년 남성 어번 닌자(Urban Ninja), 그리고 가운데 가르마를 한 머리의 한쪽 절반을 크루엘라 드빌(Cruella de Vil)처럼 금발로 염색한 불면증 환자 라이프(Life)도 있다. 그는 내게 “해가 뜰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투지 있게 말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이 직접 디자인한 스티커 묶음이나 돌돌 말린 포스터를 가지고 있었다.

토론토에서 스프레이 페인트를 사용하지 않는 이런 거리 예술은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경찰들이 눈감아 주는 일이 많기는 하다). 따라서 우리는 빠르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닌자는 우리를 좁은 골목으로 데려갔고, 그 골목은 빈 합판으로 된 어떤 건물의 벽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그곳에 밀가루 풀을 바르고, 벽을 턱수염을 기른 부처님,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쥐, 제다이처럼 로브를 걸친 브루호의 모습 등 다양한 이미지로 도배했다. 여러 포스터와 스티커가 뒤섞인 그 모습에서 어떤 시각적 의미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일종의 무질서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불가능할 만큼 짧은 시간 안에 빈 벽의 ‘공허’는 ‘다양성’에 자리를 내줬고, 아스푸루 구직은 여기서 전율을 느꼈다. 그는 “이 벽은 몇 분 전만 해도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어떤 모습인지 보라”고 흥분하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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