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용 향정신성 약물의 문제
지난 5년 동안 단 한 주도 내 이메일 수신함에 환각제의 잠재적 효능에 대한 연구와 의견, 보도자료가 도착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환각제는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는 약물이다. 감각을 바꾸고 환각 상태에 빠뜨린다. 그러나 동시에 ‘개방(openness)’과 ‘의식의 확장(expansion of consciousness)’과 같은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경험들도 유발한다.
실로시빈(psilocybin)과 LSD와 같은 환각제에 대한 인식은 지난 70년간 롤러코스터처럼 극심한 변화를 거쳤다. 환각제에 대한 언론 매체의 보도만을 기준으로 살펴보자면, 환각제는 대중의 흥미를 자아내는 단계에서 공포와 불신을 심어주는 단계로 나아갔다. 그러나 최근 환각제는 제2의 전성기를 경험하고 있다.
더 많은 학계의 연구자들, 치료사들, 관련 회사들이 정신 질환의 치료를 위한 환각제의 잠재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사례로는 우울증,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약물 사용 장애(SUD) 등이 있다.
최근 나는 환각제를 이용한 비만 치료 가능성을 연구한 한 논문을 발견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University of Copenhagen)의 니콜 파다헌지(Nicole Fadahunsi)와 동료 연구자들이 진행한 연구였다. 그들은 환각제가 우리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고 중독성 약물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다면,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을 바꾸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환각제에 체중 감량이나 생활방식의 변화처럼 다른 측면의 접근법이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아직 이 주장을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는 없다. 그러나 제한적이긴 하지만 환각제가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존재한다. 일부 임상시험 결과는 엑스터시(ecstasy)로도 알려진 향정신성 합성 물질 메틸렌디옥시메타암페타민(MDMA)이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증상을 개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작년에 발표된 한 임상시험의 경우 실로시빈이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항우울제만큼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임상시험들은 비판을 받고 있다. 실로시빈 연구를 예로 들어보자. 연구자들은 질문지를 통해 시험 참가자들에게 우울증 증상이 어느 정도 경감되었는지 물었다. 답변 결과는 목표치에 달하지 못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논문에 “이 데이터에서 어떤 결론도 도출할 수 없다”라고 썼다.
하지만, 이 연구가 발표되고 불과 5일 이후에 연구 책임자였던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의 로빈 카허트-해리스(Robin Carhart-Harris)는 정반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영국의 언론 매체 <가디언(The Guardian)>에 기고한 기사에서 “실로시빈이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항우울제보다 우울증 치료에 더 효과적으로 보인다”라고 언급한 것이다.
이 기사에서 카허트-해리스는 “우울증의 원리를 더 잘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에 있어 정신건강 학계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임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은 가디언에 실린 카허트-해리스의 견해에 강력한 의문을 제기했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의 웨인 홀(Wayne Hall)과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의 키이스 험프리스(Keith Humphreys)는 몇 달 전 한의학 학술지를 통해 “왜 가디언의 편집자들이 연구 역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단기간에 진행되었던 2상 임상시험에 대한 기사를 실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 시험은 어떤 임상적 결과도 입증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홀과 험프리스는 “일부 유명 의학 학술지들이 연구의 기준을 낮추고 언론 매체는 연구자들에 휘둘려 연구 결과를 부적절하게 과장하고 있다. 이것은 불행히도 환각제가 부각되는 최근 상황으로 이어졌다”라고 신랄한 비판을 던졌다.
환각제 관련 연구를 지난 10년간 다뤄온 입장에서 나는 이들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분위기가 너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환각제는 얼마 전만 해도 허용하지 않는 불법 약물에서 모두의 칭송을 받는 기적의 약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사실 환각제가 새로운 치료법이 되어 의료계를 뒤바꿀 수 있다는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는 환각제 연구가 거품처럼 과장되었다고 믿는다. 존스 홉킨스 대학교(Johns Hopkins University)의 3명의 연구원들은 환각제를 정신 질환에 대한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려는 학계의 확신과 투자가 최고조에 달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그들 중 두 명은 환각 및 의식 연구 센터(Center for for Psychedelic and Consciousness Research)에 재직 중이다. 그들은 환각제의 거품이 곧 꺼질 것이라고 지난 8월 한 학술지에서 언급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현재 정신건강 분야에서는 많은 흥미로운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그 분야는 과장할 필요조차 없다. 우리는 여전히 환각제가 뇌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밝혀내고 있다. 몇몇 연구들에서는 일부 환각제가 가소성(plasticity) 즉, 신경 회로를 재구성하고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는 능력을 올리는 효과가 있음이 드러났다. 가소성이 학습에 도움을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각제 또는 그 구성 물질들은 특정 상황에 처한 일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환각제가 비만을 해결한다는 것은 약간 과장된 것 같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확실하고 분명한 정보에 항상 열려 있음을 밝힌다. 굳이 환각제의 도움 없이도 말이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관련 기사 보기:
- 네이선 맥기(Nathan McGee)에게 메틸렌디옥시메타암페타민(MDMA)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임상시험 중에 메틸렌디옥시메타암페타민을 투여받은 그는 내 동료 샬럿 지(Charlotte Jee)에게 “이제 삶의 기쁨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 일부 연구자들이 가상현실을 이용해 환각제를 투여하는 경험을 재현하려 한다. 해- 나 키로스(Hana Kiros)가 직접 시험에 참여했다.
- 다른 연구자들은 환각제가 뇌에 정확히 어떻게 작용을 하는가를 밝히기 위해 AI를 이용하여 복용자들의 경험을 적은 ‘보고서들’을 연구했다. 지난 3월의 내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환각제 복용 효과에 대한 많은 일화적 데이터들에서 어떤 결론을 얻을 수도 있다. 올해 초 테일러 마예브스키(Taylor Majewski)가 밝힌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환각제 사용 경험을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있다.
관련 정보들:
- 12월 첫째 주에만 약 1만명의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2023년 어느 시점에는 코로나19가 더 이상 세계적인 비상사태를 상징하지 않길 기대한다. (WHO)
- 중국에서 엄격한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되면서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공포에 휩싸여 해열제, 진통제, 복숭아 통조림을 무조건 사들여 비축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 (CNN)
- 원격 의료 웹사이트들이 이용자의 민감한 건강 정보를 기술 회사에 유출하고 있다. 웹사이트들을 대상으로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사람들의 개인적인 신상 정보와 정신건강에 대한 정보가 페이스북에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STAT))
- 제약회사 모더나(Moderna)와 머크(Merck)의 발표에 따르면 맞춤형 mRNA 암 백신이 2상 임상시험에서 좋은 성과를 보였다. mRNA 백신을 기존 약물과 함께 사용할 경우 기존 약물 단독 사용보다 암 재발이나 사망의 위험성을 44% 줄여준다. (Moderna)
- 우울증 환자들이 증상을 더 잘 이해하고 치료를 받기 위해 뇌에 14개의 전극을 이식하는 임상시험에 참가했다. 신경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수집된 데이터를 사용해 “기분 해독기(mood decoder)”를 제작했다. 이 시험에 참여한 한 지원자는 “우울증은 영혼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과 같다”라며, “전극으로 정확하게 아주 작은 부분을 자극하자 그 무게가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본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