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T는 왜 초소형 곤충 로봇을 개발했나?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미래
드론이 점점 장난감 수준을 넘어 더 산업 현장으로, 이동 수단으로, 그리고 화재 진압 같은 특수 목적으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수많은 종류의 드론이 상용화되고 있다. 이런 다양한 드론 중에서 곤충만큼 작은 드론은 아직 세상에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MIT가 초소형 곤충 드론을 만들고 있다. 초소형 비행체(Micro Aerial Vehicle, MAV)라고 불리는 드론이다. 이 초소형비행체는 꿀벌이나 나비만큼이나 작은 크기로 기존의 드론이 비행할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비행할 수 있으며, 군집 비행을 통해 넓은 영역을 빠르게 탐색할 수 있다. 마치 영화 ‘에일리언’ 시리즈 중 하나인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2012)’에서 동굴을 스캔해 3차원 구조 정보를 제공하는 옵저버(Observer)’라는 드론처럼 말이다. 이러한 초소형 비행체는 어떤 상업적 용도로 활용될 수 있고, 우리는 이런 드론을 왜 만드는 것일까?
MAV는 소형화를 통해 기존의 대형 로봇들이 할 수 없었거나 낮은 효율로 해냈던 일들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꿀벌이나 나비 등과 닮은 로봇 개발을 통해 환경오염의 시대에 급속도로 사라져 가는 수분 매개자의 자리를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그중 하나이다.
최근 놀라운 비행시간 증가를 보여준 꿀벌 로봇 개발로 주목받고 있는 MIT 전자컴퓨터공학과 김수한 연구원을 만나 MAV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그가 지난 1월 17일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한 꿀벌처럼 날개를 펄럭여 1,000초 이상 비행하는 로봇은 네 개의 날개를 갖고 있으며, 4cm 크기에 750mg의 무게에 불과하다.
현재 상용 드론의 대부분은 헬리콥터와 같은 회전익, 혹은 프로펠러기와 같은 형태의 고정익 방식이며, 곤충이나 새처럼 날개를 펄럭여서 나는 비행 로봇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날갯짓을 위한 구조가 복잡하고 무거워 비행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존 개발된 생체 모방 로봇도 10초 이상의 장시간 비행이 불가능했다.
이번에 김수한 연구원이 개발한 MAV는 현재 전력을 공급받기 위해 구리선에 연결된 상태로 작동하며, 주변 환경 탐지를 위한 센서도 탑재하고 있지 않다. 그는 향후 구리선을 없애고 일반 드론처럼 배터리로 비행할 수 있는 MAV를 개발하고, 비행시간 또한 지금의 10배인 1만 초로 늘리고 실제 벌처럼 꽃에 정밀하게 앉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MAV와 같은 소형 로봇은 무엇이며,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가?
먼저 ‘소형’이라고 하는 크기의 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손바닥 크기(지름 약 15~20cm)나 동전 크기(지름 0.2~0.2cm)의 로봇은 모두 소형 로봇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약 10배 정도의 차이가 나는 이 두 가지 다른 크기의 로봇을 설계하고 만들기 위해서는 완전히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로봇이 소형화될수록 기술적 난이도는 점점 더 높아진다. 따라서 대부분의 소형 로봇 연구는 아직 학계 내에서의 선행연구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소형 로봇이 상용화되어 산업 현장에서 활약하려면 약 5-10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MAV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 손바닥 크기의 로봇이 가장 작은 크기의 상용 드론이며, 이들 또한 MAV로 분류하기도 한다. 다만 크기가 작은 만큼 힘도 약하기 때문에 운송 등에 사용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제조 단가가 낮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어 저변을 넓힐 수 있으며, 경량인 만큼 로봇 제어 등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추락으로 인한 사고 걱정 없이 다양한 제어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등 대형 드론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생체 모방형 MAV는 어떤 점 때문에 주목받고 있는가.
생체 모방형 MAV는 현재 드론의 구조가 가진 소형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 현재 일반적인 드론은 4개의 프로펠러와 이를 구동하는 모터, 그리고 4개의 프로펠러 가운데 위치한 보드, 배터리, 카메라 등의 전자부품으로 구성된다. 더 작은 모터와 프로펠러, 더 간단한 전자회로와 더 작은 배터리 등이 있다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훨씬 더 작은 드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현재로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드론 구조를 소형화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은 바로 모터다. 모터를 포함하여 비행기 터빈 등 물리적 힘을 내는 장치를 구동기 혹은 액츄에이터(Actuator)라고 부르는데, 드론이 비행하려면 액츄에이터가 낼 수 있는 추력이 자체 무게에 비해 훨씬 높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드론에 사용되고 있는 전자기력 기반 모터의 경우 크기가 작아지면 모터 추력 밀도가 급격히 감소한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우리 연구팀은 기존의 구조를 탈피하고 곤충들의 날갯짓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구조의 비행 로봇을 만들고 있다. 가장 먼저 모터를 대체할 수 있는 초경량 인공 근육을 제작하고, 이 인공 근육 말단에 생체 모방 날개 구조를 부착해 날갯짓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렇게 제작된 근육-날개 모듈을 4개 부착해 기존 드론처럼 자유자재로 날 수 있는 로봇을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MAV에 사용된 유전탄성체 액츄에이터는 무엇인가?
곤충형 비행로봇 중 1g 이하의 소형 로봇의 시작은 하버드의 로버트 우드(Robert Wood) 교수 연구진이 개발한 로보-비(RoboBee)이다. 로보-비 개발 과정에서 얻게 된 구조, 제작, 제어에 대한 지식을 우리 또한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이번에 개발한 과 로보-비는 액츄에이터 기술에서 차별화된다.
로보-비의 경우 압전 액츄에이터(Piezoelectric actuator)라는 강체 재료를 통해 구동하고 있다. 반면 저희가 사용하는 유전탄성체 액츄에이터(Dielectric Elastomer Actuator, DEA) 인공근육의 경우 유연한 재질로 제작된다. DEA는 기존 강체 액츄에이터보다 유연성이 뛰어나며, 강한 복원력과 회복력을 갖고 있다. 이는 로보-비에 사용되는 액츄에이터뿐 아니라 모터를 비롯한 각종 상용 액츄에이터와 차별화되는 장점이다.
물론 DEA에도 단점은 있다. 바로 고전압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고전압 조건은 위험할 뿐 아니라 전압 공급 회로를 소형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여러 가지 재료공학적 테크닉을 이용해 DEA의 구동 전압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전압 문제만 해결된다면 앞에서 언급한 장점과 시너지를 얻어 더욱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DEA가 자연비행체의 날개 운동을 모사하는 데 유리한 것은 어떤 이유인가? 그리고 유사도를 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액츄에이터 기반의 날갯짓 구조는 여러 가지 이점을 갖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로봇의 경우 대부분의 무게가 로봇의 중심부에 집중되어 있고 구조적으로 로봇의 관성 대비 날개로 얻을 수 있는 회전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2회전 공중제비와 같은 민첩한 움직임도 가능하다. 이번에 발표한 MAV는 1초에 7000도 이상을 회전하는 회전 속도를 달성했는데, 이는 자연에 존재하는 곤충들의 회전 속도보다도 빠른 수치다.
그럼에도 여전히 실제 곤충을 따라가기엔 많은 부분에서 미치지 못한다. 이번 MVA는 꿀벌의 날갯짓을 모티브로 만들고 있지만, 실제로 꿀벌과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 꿀벌은 날개가 두 개인 반면 MAV는 4개의 날개를 갖고 있으며, 무게가 약 4배 무겁고 크기 또한 꿀벌보다는 잠자리에 가까운 크기다. 더구나 꿀벌 수준의 비행 성능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현 기술적 한계 내에서 실제 곤충의 복잡한 운동을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단순히 곤충을 완벽하게 따라 하는 것만이 이번 MAV의 목표는 아니다. 우리는 곤충 모방 시스템을 통해 물리학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이를 바탕으로 더 새로운 로봇 시스템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지금과 같은 구동 시스템을 더욱 최적화하고 현재는 외부에서 별도로 제공해야 하는 전력, 센싱, 제어를 모두 로봇에 올려 상용 드론과 같이 자유자재로 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향후 곤충을 닮은 MAV가 현재 드론, 혹은 그 외의 소형 로봇의 사용 범위를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소형 로봇에 배터리, 회로, 센서 등을 탑재하고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면 사용 범위는 급격히 넓어질 것이다. 특히 기존의 중대형 로봇을 적용하기 힘들었던 영역부터 하나씩 시도될 것이다.
예를 들면 비행기 터빈과 기계 안전 검사의 경우, 구조가 복잡해 사람이 들어가 내부를 확인하고 검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드론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을 보내 내부를 관찰할 수 있다면 굉장히 효율적일 것이다. 소형 로봇은 대형 드론에 비해 충돌이나 충격에 강하며, 로봇이 안에서 추락하거나 충돌하더라도 크기가 작고 가벼워 기계에 손상을 입힐 가능성이 매우 낮다.
또 다른 활용 사례로는 재난 구조용 로봇이 있다. 재난상황에서 인명을 구조할 때, 하나의 드론으로 수색하는 것보다 다수의 드론 편대를 활용하는 것이 보다 빠르고 정밀한 수색이 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적용 분야들이 향후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동시에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기술의 양면성, 즉 오용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초소형 드론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 채로 일반인들에게 풀려나갈 경우, 사생활 침해, 몰카 범죄, 감시 등의 부정적 목적으로 사용될 우려가 크다. 물론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이지만 기술 개발과 동시에 상용화 단계에서의 기술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까지 모두 연구자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MAV는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드론은 점차 하나의 이동 수단이자 모빌리티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MAV는 ‘마이크로모빌리티(Micromobility)’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드론으로 택배를 운송하고 사람들을 나르는 것은 이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초소형 가스센서가 집안을 누비며 가스 누출을 점검한다거나, 카메라를 장착 초소형 로봇이 무너진 건물 틈을 파고들어 조난당한 사람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현재로서 공상과학의 영역이다. MAV라는 새로운 모빌리티의 형태는 이를 뛰어넘어 새로운 기능을 창출하고 더 넓은 상상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MAV가 발전하면 적절한 가격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다수의 동시다발적 제어와 개체 간 촘촘한 통신망이 구축된 거대한 무리의 로봇이 등장할 것이다. 이는 기존 한 로봇에 모두 탑재해야 했던 기능을 분산시키고 세분화된 기능에 모빌리티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인간이 로봇을 통해 관리하지 못한 영역과 탐사하지 못한 공간들에 대한 통제 능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마이크로모빌리티의 근간이 되는 로봇 플랫폼을 연구하는 일은 공학자로서 굉장히 기대가 되는 일이다. 향후 5-10년 내에 마이크로모빌리티를 통하여 세상의 일부가 바뀌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