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e than 200 people have been treated with experimental CRISPR therapies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 계속되는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까

지난 달 열린 유전자 편집 관련 국제 서밋에서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들이 발표되었지만, 안전성 및 윤리성을 둘러싼 우려 속에 빛을 보지 못했다.

필자는 지난 며칠 동안 인간 게놈(생물의 유전정보, 유전체라고도 함)을 바꾸기 위해 유전자 편집 도구를 언제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 하며 이러한 시도가 바람직한지에 대해 고민했다. 이는 매우 중대한 질문이며 특히 배아 편집과 관련하여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이기도 하다.

필자는 지난 3월 초 런던에서 열린 인간 게놈 편집에 관한 제3차 국제 서밋(The third international summit on human genome editing)에서 과학자, 윤리학자, 우호적인 환자 단체 등 수많은 사람이 앞선 주제를 두고 고심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유전자 편집과 관련하여 우리가 열을 올리게 되는 부분은 한둘이 아니다. 과학자들이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하여 세포 내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 지난 10년 동안, 이 기술을 심각한 질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다양한 임상 시험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크리스퍼는 이미 인간의 목숨을 구하거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몇몇 임상 시험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일부 지원자가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었다. 성공률이 높은 치료는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소수의 부유층만 누릴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시험은 일반적으로 성인 체세포의 유전자를 다루지만, 더 나아가 난자, 정자 및 배아에 크리스퍼 및 다른 유전자 편집 도구를 사용하려는 집단도 존재한다. 원하는 대로 유전자를 수정해 만들어내려는 맞춤형 아기(Designer Baby)에 대한 망령은 여전히 유전자 편집 기술 분야를 떠돌고 있다.

2018년 홍콩에서 열린 마지막 정상회담에서 당시 중국 선전의 남방과학기술대학교(Southern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의 교수로 재직하던 허젠쿠이(He Jiankui)는 인간 배아에 크리스퍼를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최초의 ‘CRISPR 아기’에 대한 소식은 예상대로 엄청난 논란으로 이어졌다. 미국 국립의학원(US National Academy of Medicine) 원장인 빅터 디자우(Victor Dzau)는 “우리는 그 당시에 받았던 충격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회고했다.

런던에서 개최된 제3차 인간 유전자 편집 국제 서밋이 열린 건물 외부에서 시위 중인 사람들

허젠쿠이는 결국 징역형을 선고받고 2022년 출소했다. 중국에서는 이미 2003년부터 유전될 수 있는 게놈 편집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었지만, 허젠쿠이 사건 이후 중국에서는 이러한 위법 행위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일련의 법률을 추가로 제정했다. 베이징 줄기세포 및 재생 의학 연구소(Beijing Institute of Stem Cell and Regenerative Medicine)의 야오진 펑(Yaojin Peng)은 서밋에 참석한 청중들에게 오늘날 유전될 수 있는 게놈 편집 행위는 형법상 금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인간 게놈 편집 서밋에서 극적인 사건은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한 수많은 완치 사례가 눈물샘을 자극했다. 둥글납작한 모양의 정상 적혈구와 달리 적혈구 모양이 낫 모양으로 변형되어 신체 전반에 산소를 원활히 운반하지 못하고 결국 악성 빈혈을 유발하는 겸상 적혈구 질병(sickle-cell disease) 치료에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에 관한 세션에서는 해당 질병을 이겨낸 37세의 생존자 빅토리아 그레이(Victoria Gray)가 연단에 섰다. 그녀는 청중들에게 질병의 심각한 증상으로 인해 얼마나 힘든 유년기 및 청소년기를 보내야 했고 의사가 되겠다는 꿈까지 포기하게 되었는지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녀는 한번 극심한 통증이 시작되면 몇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야 했던 일화들도 상세히 들려주었다. 그녀의 아이들은 엄마를 잃을까 봐 두려워했다.

그 후 그녀는 골수에서 채취한 세포의 유전자를 편집하는 치료를 받았다. 그녀가 ‘슈퍼 세포’라고 표현한 새로운 세포는 그녀에게 새로운 삶을 안겨주었다. 그녀는 유전자 편집을 거친 세포를 수혈받은 지 몇 분 만에 다시 태어난 듯한 느낌을 경험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상태가 호전되기까지 7~8개월이 걸렸지만, 이 기간이 지나자 그녀는 “과거에 의미 없이 흘러간다고 느꼈던 삶을 진정으로 즐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필자는 흔히 메마른 감정의 소유자들로 여겼던 과학자들이 주변에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와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가 공동 설립한 연구기관인 브로드 연구소(Broad Institute)에서 근무하며 새롭고 향상된 형태의 크리스퍼 개발에 앞장선 데이비드 리우(David Liu)는 빅토리아가 임상 시험에서 크리스퍼에 기반한 치료를 받은 200명 이상의 환자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그 밖에도 암, 유전적 시력 상실, 주요 인체 기관에 단백질이 축적되어 장기 손상을 야기하는 질환인 아밀로이드증을 포함하는 다양한 질병에 대한 시험이 진행 중이다.

리우는 백혈구의 T세포(적응면역에 관여하는 림프구)에 영향을 미치는 백혈병 진단을 받은 영국의 십대 소녀 얼리사(Alyssa)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얼리사의 경우 화학 요법이나 골수 이식이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런던에 있는 그레이트 오먼드 스트리트 병원(Great Ormond Street Hospital)의 의사들은 크리스퍼에 기반한 접근법을 시도했다.

이를 위해 기증자에게서 건강한 T세포를 채취한 후 크리스퍼를 사용하여 T세포를 변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T세포는 얼리사의 면역 체계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변형되었지만, 얼리사 내부의 악성 T세포를 추적하고 공격할 수 있었다. 변형된 세포는 치료의 일환으로 얼리사에게 제공되었으며 결과는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리우는 “치료 후 약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그녀에게서 암 세포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벌써 이러한 성공 사례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은 매우 놀랍다. 하지만 염려되는 부분도 존재한다.

이번 서밋에서는 형평성의 문제가 여러 차례 거론됐다. 유전자 편집 치료법을 받기 위해서는 수백만 달러나 되는 막대한 비용 지불이 예상된다. 누가 이러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서밋 참석자 중 많은 사람이 중하위 소득 국가의 국민들이 유전자 편집 기술의 혜택에서 배제될 가능성에 대해 염려했다.

현재 크리스퍼 치료법은 여전히 실험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 중 승인을 받은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치료법을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임상 시험에 참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임상 시험은 부유한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University of Buenos Aires)에서 심리학자 겸 생명윤리학자로 재직 중인 나타샤 살로메 리마(Natacha Salomé Lima)는 전 세계 암 발병 사례 중 70%가 중하위 소득 국가에서 나타나지만, 유전자 치료 관련 암 실험은 3분의 2가 고소득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자는 서밋 주최 측이 전 세계에서 연사를 초빙하고 유전자 편집 기술의 적용 대상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포함시키기 위해 애썼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일부 참석자들은 논의에서 여전히 일부 집단의 의견이 누락되었다고 판단했다. 스스로를 유전자 조작 및 생체 예술에 관심이 있는 ‘워크숍학자(workshopologist)’라고 소개한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ETH Zurich)의 마크 두세일러(Marc Dusseiller)는 필자에게 “성소수자(LGBTQ) 집단의 경우는 어떻냐”고 질문했다.

크리스퍼 치료 중에는 실패한 사례도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많은 연구자들은 아직도 이 치료법의 작동 원리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이 기술을 통해 DNA 염기서열을 잘라내고 DNA 염기 조각 또는 유전자 코드 조각을 교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치료 후 유전자의 다른 부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도하지 않은 영향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지 못한다. 치료 과정에서 실수로 유전적 변화를 유발하여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해 27세의 테리 호건(Terry Horgan)은 근육 퇴화를 유발하는 불치병인 듀시엔형 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을 치료하기 위해 고안된 크리스퍼 치료법의 임상 시험에 참여하던 중 사망했다. 그의 사망 원인과 유전자 치료와의 관련성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서밋의 개최 장소인 크릭 연구소(Crick Institute)에서 줄기세포 생물학자로 일하고 있는 로빈 로벨 배지(Robin Lovell-Badge)는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과학자들이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절박한 상황의 개인들에게 무단 시술을 제공하는 회사를 설립할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질병 치료 목적을 넘어서 더욱 강력한 유전자를 제공하기 위해 불법 시술을 판매할 수도 있다.

서밋 첫날 회의장 입구에는 두 명의 시위대가 ‘맞춤형 아기 연구를 중단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서 있었다. 많은 과학자가 이러한 우려에 공감하며 특히 미래에 난자, 정자 또는 배아의 유전자를 편집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아기가 유전병에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해 배아의 DNA를 변경하는 작업은 가능하다. 그러나 초기 배아에 대한 연구 결과(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배아를 파괴하기 전 14일 동안만 배아 연구를 할 수 있음)에 따르면 배아가 유전자 편집 이후 의도하지 않은 해로운 영향에 노출될 위험이 훨씬 더 높다. 또한 그 결과로 나타난 변화는 다음 세대로 유전된다.

참석자 대부분의 우려가 기술적이고 윤리적인 측면에 집중된 반면, 두세일러는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필자에게 회의장의 분위기가 너무 심각하다고 지적하면서 유전자 편집을 둘러싼 중대한 문제는 어느 정도 유머로 넘길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두세일러는 “우리는 좀 더 별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더 많은 농담을 섞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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