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SA의 달 복귀 계획, 시작부터 난항
1972년 12월 14일은 아폴로 탐사 계획의 마지막 날이었다. 달 착륙선 챌린저(Challenger)의 안팎은 모두 달 표면을 얇게 둘러싼 레골리스(regolith)라는 잿빛 먼지 막으로 뒤덮여 있었다. 지질학자 잭 슈미트(Jack Schmitt)는 지구로 가져갈 243파운드(약 110킬로그램)의 돌이 담긴 시료 용기들을 챙기고 있었다. 유진 서넌(Eugene Cernan) 사령관은 마지막 과학 장비를 슈미트에게 건넨 후, 자신의 뒤에 놓인 우주선에 탑승하기 전 마지막으로 주변 풍경을 살펴보았다.
“달을 떠나는 지금, 우리는 이곳에 처음 왔던 것처럼 이곳을 떠난다. 신의 뜻대로 우리가 이곳에 다시 돌아올 그날에는 인류의 평화와 희망을 담아오겠다.” 서넌은 휴스턴(Houston)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에 무전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낮은 산과 완만한 형태의 언덕 사이의 계곡에 달 표면에서의 마지막 발자국을 남긴 후 사다리에 올라 우주선에 탑승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NASA는 우주비행사들을 다시 한번 달 표면으로 보낼 계획을 품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폴로의 누이인 아르테미스(Artemis)의 이름을 따라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달의 새로운 영역을 방문하고 새로운 시료를 수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에는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 및 최초의 유색 인종 우주비행사를 포함하여 새로운 인물들이 함께 한다.
이 계획이 성공할 것인지, 그리고 NASA 지도부의 염원처럼 새로운 달 착륙이 우주 탐사 분야에서 새로운 ‘아르테미스 세대’의 탄생으로 이어질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아르테미스와 아폴로 프로그램의 차이는 매우 명확하다. 아폴로 계획의 열기는 많은 사람의 기대보다 빨리 가라앉았다. 아르테미스는 서넌과 그의 전임자들이 참여한 우주 탐사보다 정확도 및 민첩성이 낮고 자본력은 훨씬 더 약한 우주 탐사 비전에 기초한다. 아폴로 프로그램이 미국의 독창성과 자본주의가 지닌 힘을 과시하기 위한 고가의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구상되고 실행된 데 반해, 아폴로의 후속 프로그램에는 미국의 정치 상황과 관성의 힘이 작용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3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검토는 수년간 이뤄졌으며 수십 년에 걸쳐 논의된 부분도 있다. NASA 모든 조직과 미국 전역의 제휴 대학교들이 대거 참여하는 아르테미스의 보조 프로젝트들 중 상당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 프로그램에 아르테미스라는 이름을 붙이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2022년 11월 최초 발사하려던 계획이 연료 관련 문제와 허리케인으로 인해 두 차례 연기되기 전에도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집단의 이익을 위한 수많은 이질적인 목적이 뒤섞여 있다. 일부 우주 애호가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우리 모두의 공통된 의식 속에서 언제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목적지인 달로 복귀하는 계획 그 자체이지만, 누군가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화성 탐사를 위한 교두보로 이해한다. 어떤 이는 아르테미스가 2011년 미국 우주왕복선(Space Shuttle)의 운영 종료로 인해 급격히 약화된 우주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이 프로그램을 과학적 발견과 발명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수단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활동은 아폴로 프로그램의 진행 과정에서 처음으로 수행되었지만, 인류가 달을 보고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한 최초의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임무인 무인 시험 비행을 맡은 아르테미스 1호는 2022년 11월 16일 한밤중에 우주를 향한 힘찬 여정을 시작했다. 이 우주선은 지금까지 발사된 로켓 중 가장 강력한 우주발사시스템(Space Launch System, SLS)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자유의 여신상보다 높이가 15피트(약 4.6미터)나 더 긴 SLS는 주황색의 메인 연료 탱크와 흰색 발사체로 구성되어 있다. 양 측면의 발사체로 인한 추진력과 프로그래밍 방식 모두에서 그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우주왕복선과 유사하게 보인다. 수차례 예정 기한을 지키지 못해 의회, 행정부 및 NASA 자체 감사관들의 비판을 받은 우주 탐사 옹호자들과 과학자들은 달 귀환 계획을 서둘렀다.
그러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를 흐리는 것은 NASA 유인 우주 비행 프로그램의 주된 목표가 달 탐사 임무가 아니라 바로 이 로켓이었다는 불편한 사실이다. 로켓의 정확한 행선지는 언제나 부차적인 문제로 여겨졌고 목적지는 수차례 변경되었다. 만약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기거나 SLS가 너무 비싸거나 지속하기 어렵다고 여겨지면, 달 탐사 프로그램 전체가 취소되거나 적어도 그와 비슷한 결말을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은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인간을 달 표면에 다시 보내려는 시도가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방식으로 시작되었음을 드러낸다. 설사 재착륙 프로젝트가 진행된다고 해도 이를 매우 단기간에 종료시킬 수 있다.
2003년 2월 1일, 텍사스주 상공은 한낮에 쏟아지는 유성우처럼 보이는 무언가로 밝게 빛났다. 이 밝은 물체들은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28번째로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하던 중 공중분해된 우주왕복선 컬럼비아(Columbia) 호의 파편들이었다. 미국의 전 국민이 우주왕복선에 탑승하고 있던 7명의 비행사를 애도하는 가운데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은 NASA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이러한 노력 속에서 탄생했다. 컬럼비아 참사가 발생한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04년 1월, 부시 대통령은 2011년까지 우주왕복선의 운영을 중단하고 2016년까지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을 폐쇄한 후, 이를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내용의 우주탐사 비전(Vision for Space Exploration)을 발표했다. 컨스텔레이션 프로그램은 달 또는 화성까지 발사할 수 있는 새로운 구성 가능(configurable) 로켓인 아레스(Ares), 지구 저궤도(low Earth orbit)에서 운행되는 새로운 유인 탐사선 오리온(Orion), 그리고 알테어(Altair)라는 새로운 달 착륙선으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컨스텔레이션 프로그램은 잡다한 아이디어 모음에 불과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 이 프로그램은 이미 일정보다 몇 년 뒤처져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컨스텔레이션 프로그램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과거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의 CEO를 역임했던 노먼 오거스틴(Norman Augustine)이 이끄는 위원회를 추가로 소집했다. 오거스틴 위원회는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규모에 비해 실제 조달된 자금이 크게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감시단체들은 이러한 심각한 비용의 한계가 NASA의 다른 임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전면 중단하며 다시 한번 달을 탐사하겠다는 미국의 꿈을 사실상 좌절시켰다.
컨스텔레이션 프로그램이 도마 위에 올랐을 당시 NASA에서 부국장으로 재직했던 로리 가버(Lori Garver)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모든 사람은 우주정거장이 운영 중단될 때까지 대형 로켓이나 달 착륙선에 자금을 투입하려는 어떤 계획도 없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회상하며 “컨스텔레이션 프로그램은 말뿐인 계획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중단된 직후, 의회 의원들은 우주왕복선 시대가 끝난 후에도 해당 사업과 관련된 직업들을 유지하기 위해 로켓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의 예산 요청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국가의 재정권을 쥐고 있는 의회는 록히드(Lockheed)나 보잉(Boeing)과 같은 기존 기업들에게 수익성 있는 계약을 할당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 관료들은 의회에서 승인한 로켓을 발사할 곳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이들은 목적지를 소행성으로 정했다. 이 로켓은 인간이 착륙할 수 있게 지구로 가까이 끌어당기는 로봇팔이 달린 우주선을 회수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었다. 가버는 “어떠한 목적지도 없는 로켓 프로젝트에 예산이 할당됐고 NASA는 이를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했다”라고 말한다. 수많은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소행성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지만, 이 로켓(이후 SLS로 명칭이 변경됨)과 소행성 궤도 변경 임무(Asteroid Redirect Mission)는 그 후 몇 년 동안 각각 지지부진하게 진행됐다. 이 로켓의 첫 번째 무인 발사는 원래 2016년으로 예정되었지만, 발사 일은 이후 6년 동안 계속 연기되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지원한 또 다른 프로그램은 우주 산업의 활성화에 일부 기여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스페이스 X(Space X)는 재사용 가능한 팰컨(Falcon) 9 로켓을 개발(이후 대형 로켓인 팰컨 헤비(Falcon Heavy)도 자체 개발)하여 군사용 위성과 정부 사업을 위한 민간 위성을 발사했다. 2020년 스페이스 X는 우주비행사들을 쏘아 올리기 시작하며 미국 땅에서 우주로 사람을 보낼 수 있는 역량을 되찾았다.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의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을 포함한 다른 민간 기업들은 주로 유명 인사들과 관광객들을 우주로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NASA 엔지니어들은 우주왕복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계속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다. 보잉과 같은 기존 계약업체들은 일정 지연과 급증하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SLS 작업을 진행하는 대가로 거액의 보너스를 계속 지급받아 의회 감시단체 및 NASA 감사관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비난의 중심이 된 소행성 프로그램은 취소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로켓 프로그램도 접으려 했지만, 이러한 시도는 미 상원 세출위원회의 의장이자 SLS의 대표적인 지지자인 앨라배마(Alabama) 주의 리처드 셸비(Richard Shelby) 의원을 중심으로 입김이 센 상원 의원들에 의해 무산되었다(이를 이유로 혹자는 SLS를 ‘상원 발사시스템(Senate Launch System)’으로 비꼬아 부르기도 한다). 그 결과 이 로켓은 2019년 트럼프 행정부의 NASA 국장인 제임스 브라이든스틴(James Bridenstine)이 달 궤도를 선회하고 달 표면에 착륙하여 영구적인 정착지 건설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일련의 임무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발표할 때까지 목적지도 정해지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되었다. 최초의 유인 임무는 2024년에 달 주위를 순환하는 것으로 계획되었으며 아르테미스의 최초 달 착륙은 현재 2025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달 재탐사에 대한 과학적 및 문화적 보상은 엄청날 수 있다. 달의 형성과 지구의 초기 역사에 대해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품어온 질문들은 달의 후면에서 채취한 새로운 시료를 통해 해답을 찾게 될지 모른다. 연구원들은 이미 ‘민간 달 착륙선 운반 서비스(Commercial Lunar Payloads Services, CLPS)’ 프로그램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은 아르테미스호 주변 민간 달 착륙선에 실을 기기와 로봇 실험 장비들을 준비하고 있다. CLPS 프로그램은 NASA와 민간 기업 간에 위험과 보상을 분담하여 달 재탐사 계획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아르테미스와 관련해 NASA는 공개적으로 지구로의 귀환이 아닌 달로 ‘향하는 여정’만을 설명한다. 달 귀환에 대한 이야기들은 대부분 최종 목적지인 화성으로의 여정도 포함한다. 당국 관계자들은 대부분 달 귀환 계획이 우리에게 다른 세계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궁극적으로 인간이 화성을 탐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한다.
달 탐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중에는 콜로라도 광업 대학교(Colorado School of Mines)에서 기계 공학 교수로 재직 중인 크리스 드레이어(Chris Dreyer)도 포함되어 있다. 드레이어는 NASA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달에서의 건설 작업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드레이어 팀은 착륙장을 위한 건설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레골리스를 퍼내고 평평하게 만드는 자율주행 달 불도저(autonomous moon bulldozer)를 설계하고 있다. 스페이스 X가 제작할 아르테미스 착륙선은 막대기 모양의 아폴로 달 탐사 모듈보다 무겁고 높기 때문에 착륙장이 필요하다. 착륙장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착륙선 자체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의 힘이 착륙선 아래의 땅을 변형시키고 레골리스를 도넛 위에 뿌려진 가루 설탕처럼 공중 위로 날릴 것이다. 착륙장은 착륙선이 착륙 과정에서 전복되는 것을 방지한다.
NASA/JOEL KOWSKY
드레이어는 “아폴로 탐사의 전 과정을 살펴보면 매번 착륙할 때마다 바위 밭을 피하기 위해 약간의 모험을 감수해야 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해당 시점의 기술 수준은 모든 작업에 제약으로 작용했다. 우리는 달로 돌아가서 동일한 작업을 반복할 수 있지만, 이는 어떠한 진보도 낳지 못할 것이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일부는 우주에서의 삶과 작업을 발전시키는 것에 초점을 두며, 이 건설 작업도 이러한 목표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아르테미스는 이러한 발전을 서서히 실현해 나갈 것이다. 이 로켓은 1년 반마다 한 번씩 발사될 예정이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발사 간격이 길어 프로그램의 추진 강도와 대중의 지지가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 탐사 프로그램들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했다. 아폴로 프로그램은 빠르고 맹렬한 속도로 진행되어 8년 만에 첫 번째 착륙에 성공했지만, 아폴로가 6번째로 착륙할 무렵 미국인들은 아폴로 프로그램 대신 국내 프로그램에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5번째 우주 왕복 미션이 진행될 무렵, NASA는 우주선에 크리스타 매콜리프(Christa McAuliffe)라는 교사를 탑승시켜 새로운 관심을 환기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녀는 1986년 1월 챌린저호가 발사된 지 1분 만에 폭발하면서 다른 우주비행사 6명과 함께 목숨을 잃고 말았다.
SLS를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로켓이 우주까지 도달하는 데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는 구식 방법을 활용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SLS의 많은 부분은 우주왕복선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NASA에는 우주왕복선 궤도선(shuttle orbiter)의 하단 끝에 삼엽형(trefoil) 배열로 함께 설치하는 14피트(약 4.3미터) 길이의 원뿔형 왕복선 메인 엔진 16개가 남아있었다. 이 엔진들은 SLS에 전원을 공급하는 새로운 용도로 사용된다. 그러나 우주왕복선 궤도선, 엔진 및 외부 탱크는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반면, SLS와 그 엔진은 그렇지 않았다. 최초의 아르테미스 비행에는 오래된 우주왕복선 엔진들이 사용되었고 다음으로 예정된 발사에는 다른 엔진이 사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그 후에는 새로운 엔진이 필요하다. 에어로젯 로켓다인(Aerojet Rocketdyne)은 아직 계획되지 않은 아르테미스 5 미션부터 사용될 추가 엔진 제작에 착수하기 위해 17억 9,000만 달러(약 2조 2,071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노터데임(Notre Dame) 대학교의 달 지질학자이자 NASA의 달 탐사 계획에 노골적인 비평을 쏟아내는 클리브 닐(Clive Neal)은 “NASA는 완전히 폐기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지속될 수 없는 로켓을 설계했다. 지구로 되돌아오는 부분은 오리온뿐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실망했다”고 말한다.
NASA는 역사상 가장 많은 테스트를 거친 로켓 엔진을 사용하고 있으며 달 탐사에 이러한 엔진들을 재활용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절감액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2022년 초, NASA 감찰관(inspector general)은 의회에 SLS의 최초 비행 3회에 각각 41억 달러(약 5조 553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알리며 이를 ‘지속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NASA와 보잉은 이후 해당 가격대가 더 낮아질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외부 분석가들은 간접 비용을 어떻게 구분하는지에 따라 매회 발사 비용이 최소 8억 7,600만 달러(약 1조 801억 원)에서 최대 20억 달러(약 2조 4,660억 원)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행성 협회(Planetary Society)의 수석 대변인이자 선임 우주정책 고문인 케이시 드레이어(Casey Dreier)는 최근 발간한 에세이에서 “SLS는 관점에 따라 자본력이 막강한 업계의 환심을 사는 고장 난 시스템의 산물이 될 수도, 원칙대로 작동하는 대의 민주주의의 사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인간이 달에 귀환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여러 상업용 중발사(heavy-launch) 로켓들이 개발되고 있다. 스페이스 X는 재사용 가능한 우주선인 스타십(Starship)을 제작 중이며 여기에는 우주비행사를 달까지 수송하는 구성이 포함되어 있다.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은 뉴글렌(New Glenn)이라는 재사용 가능한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로켓 제조업체인 ULA(United Launch Alliance) 역시 올해 초 과학 기기와 민간 자본이 투입된 달 착륙선들의 발사를 시작할 벌컨 센타우르(Vulcan Centaur)라는 대규모 로켓을 보유하고 있다. 가버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NASA가 아르테미스 우주비행사를 달 표면으로 수송하기 위해 스타십 모델을 선택한 것에 놀랐다고 밝혔다. “이러한 선택은 스타십이 제대로 작동할 것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타십이 문제없이 작동한다면 SLS와 오리진은 필요가 없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주에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수십 개의 대학교에 막대한 연구 자금이 투입되었다. 로켓 발사가 실패하더라도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분해된 형태로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전의 인간 우주 탐사 프로그램은 NASA라는 단일 기관 아래 통합적으로 진행되었지만,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경우 트럼프 정부 하의 당국 간부들은 다양한 프로젝트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다 분산적인 방법을 마련했다. NASA의 감찰관은 이러한 접근 방식을 비판했지만, 일부 관계자들은 이를 통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더욱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유동적인 정치 환경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달에서 인간의 장기 거주를 현실화하기 위한 여정에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발목을 잡는 것은 로켓뿐만이 아니다. 우주여행은 항상 추진되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작업이다. 또한 달로 돌아가는 것은 NASA가 수행하기 어려운 작업임이 입증되었다. 몇몇 관계자들은 2025년 유인 달 착륙이라는 목표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오직 과학뿐이라면, NASA는 태양, 화성, 목성, 토성, 그리고 태양계 너머의 공간을 대상으로 임무를 수행했던 것처럼 로봇을 발사할 것이다. 하지만 달은 여전히 우리에게 손짓하며 착륙선이나 탐사 로버(rover)가 아닌 서넌 사령관과 같은 인간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과 유럽 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 역시 이러한 성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로봇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워싱턴 D.C.에 위치한 스미스소니언 국립항공 우주 박물관에서 아폴로 담당 큐레이터로 근무하는 티젤 뮤어-하모니(Teasel Muir-Harmony)는 “이러한 시도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을 어느 정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을 또 다른 세계로 보내는 행위에는 형언할 수 없고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그들의 경험을 공유한다. 그들은 우리 모두를 위한 아바타다. 로켓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달로 돌아가려는 시도는 어떤 사람들에게 인간적 의무로 느껴지기도 한다. 부시 대통령은 컬럼비아호에 탑승했던 비행사들을 추모하며 달을 향한 귀환을 “인간의 마음에 새겨진 욕망”이라고 표현했다. 이 경험은 언제나 감탄을 자아낼 것이며, 우주 탐사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가치 있는 목표가 될 것이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과거 아메리카라는 신대륙을 발견했던 때처럼 좋은 의도를 가지고 수년 전 시작된 실험이다. 이 프로그램은 출발부터 한계를 보였는데 이는 앞서 말한 좋은 의도 때문이기도 했고, 일부는 더 냉소적인 이유 때문에 발생하기도 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이 탐사를 통해 진정으로 가치 있는 무언가를 얻기 바라는 성실한 사람들에게 넘겨졌지만, 이들은 이미 과거에 발생했고 현 상태로서는 완전히 바로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 근본적인 문제로 인해 좌절하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현재 상황을 부인할 수는 없다. 로켓에 대한 자금 지원은 계속되고 있고 여러 미션들이 예정되어 있으며 NASA는 “우리가 간다”고 말한다. 그리고 달은 우리가 어떤 우주선을 타고 가는지와 관계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