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roscientists listened in on people’s brains for a week. They found order and chaos.

일상 생활 속 인간의 뇌 상태를 관찰하다

신경과학자들이 일주일에 걸쳐 뇌 활성을 추적 관찰한 결과, 평상시 인간 두뇌는 안정과 혼돈 사이에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발견은 추후 뇌신경 질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일상생활 속 인간의 두뇌가 안정과 혼돈 상태의 중간에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의 두뇌 활성을 일주일 동안 기록하여 이 사실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책을 읽다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때 사람의 뇌는 준안정(semi-stable) 상태에서 또 다른 준안정 상태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뇌는 완전한 무작위적인 패턴으로 다른 여러 가지 상태를 무질서하게 경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돈 상태에 있던 뇌가 어떤 방식으로 안정을 회복하는지 밝혀지면, 극도의 안정이나 불안정으로 인해 나타나는 양극단의 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신경과학자들은 뇌의 지나친 혼돈이 발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반면, 지나친 안정은 사람을 혼수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한다.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깊이 이해하면 언젠가 뇌 자극을 이용해 뇌를 두 극단 사이 최적의 지점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주 동안 뇌에서 벌어진 일

뇌 이미징 기술은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많은 것을 밝혀냈다. 그러나 30분가량 환자를 뇌 스캔 장치에 가만히 누워 있게 하는 것만으로는 알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피츠버그 대학교(University of Pittsburgh)의 아브니엘 구만(Avniel Ghuman)과 맥스웰 왕(Maxwell Wang)은 이보다 긴 시간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었다. 왕은 많은 신경 질환이 몇 시간 혹은 며칠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파악하기 위해 구만과 왕은 약 일주일간 뇌 활성을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구만과 왕을 비롯한 연구진은 뇌전증으로 뇌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찾았다. 중증이나 치료가 불가능한 뇌전증 환자 가운데 일부는 발작을 유발하는 뇌의 국소 부위를 수술로 제거한다. 수술 전 일주일 정도 뇌에 전극을 이식하게 되는데, 이 기간에 전극이 환자의 뇌 활성을 추적 기록한다. 이를 통해 의사들은 뇌의 어느 부위에서 발작이 시작되는지, 정확히 얼마만큼 뇌를 절제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연구진은 20명의 연구 참여자를 모집했다. 각 환자는 3~12일간 10~15개의 전극을 이식받았다.

연구진은 전 기간에 걸쳐 전극에 기록된 데이터를 수집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추적 관찰 기간 내내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식사, 친구와 대화, TV 시청, 독서 등 일상에서의 활동도 계속할 수 있었다. 구만은 “사람이 현실에서 자연스러운 활동을 하는 동안 뇌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혼돈의 경계

일주일 동안 뇌 활성을 관찰한 결과, 연구진은 놀라운 패턴을 발견했다. 2022년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 신경과학학회(Society for Neuroscience)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연구진은 특정 뇌 네트워크가 마치 ‘춤’을 추듯 서로 소통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한다. 연구진은 뇌의 한 부위가 ‘말하는 것’처럼 보였고, 또 다른 한 부위는 ‘듣는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참여자의 뇌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두 가지 상태를 오가는 것처럼 보였다. 뇌 활성이 단순히 한 패턴에서 다른 패턴으로 이동하기보다, 그 사이에서 여러 다른 상태를 무작위로 오가는 것이 관찰되었다. 뇌가 준안정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전환되는 모습은 마치 혼돈을 보는 듯했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신경과학자 릭 애덤스(Rick Adams)는 이것이 설득력 있는 설명이라고 말한다. 그는 “뇌의 나머지 영역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시하는 중추가 없을지 모른다”라며 “마치 스노글로브(snow globe) 장식을 흔드는 것과 유사하다. 무작위 변화를 일으킨 다음 여러 배치를 거치면서 어떻게든 최적의 배열이 나올 것으로 믿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옥스퍼드 대학교(University of Oxford)의 신경과학자 하이리예 카그난(Hayriye Cagnan)은 “뇌에는 안정된 상태와 예측 불가능한 불안정한 상태 전환 과정이 있다”라고 말한다. 카그난은 건강한 사람의 뇌에서 나타나는 패턴을 알아낼 수 있다면 전기 자극을 사용해 신경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

구만이 바라는 것 역시 이와 같다. 그는 건강한 뇌의 활성 패턴은 “안정과 혼돈의 경계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것이 뇌에 있어서는 최적의 장소일지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만으로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건강한 사람의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알 수 없다. 이 연구에 참여한 모든 참여자가 중증 발작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서 뇌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앞으로 건강한 사람의 뇌 활성 상태를 밝히는 첫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더 나은 뇌전증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줄 것이다. 최근에는 뇌에 전극을 이식하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경우 전극이 발작의 시작을 감지하고 전기 자극을 가해 발작을 멈춘다. 그러나 이 장치는 완벽하지 않다. 휴스턴 베일러 의과대학교(Baylor College of Medicine)의 신경과학자 켈리 비잔키(Kelly Bijanki)에 의하면, 뇌의 무질서한 변화를 인식하고, 뇌를 혼돈과 안정 사이 적절한 지점으로 유도할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된다면 효과가 개선될 것이다. 

앞으로 구만과 왕은 어린이 뇌와 성인 뇌 활동의 차이를 같은 접근법으로 연구하고자 한다. 또한 하루 혹은 일주일 동안 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이러한 변화와 생체 리듬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더 깊이 연구하기를 희망한다.

미리보기 2회1회

MIT Technology Review 구독을 시작하시면 모든 기사를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