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불거진 ‘코로나19 기원설’ 논쟁, 진짜는 너구리였나?
지난주,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팬데믹 이후 계속 논쟁거리로 남아 있는 주제, 즉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논의가 부활했다.
대부분 과학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마도 2019년 말 중국 우한의 화난 수산시장에서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전염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반대로 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서 동물로 전염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여전히 많은 사람은 이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에서든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하던 인근의 실험실에서 유출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0년에 수집된 후 공개되지 않은 데이터는 ‘동물 전파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데이터는 잠재적 용의자로 너구리를 지목한다. 하지만 이 데이터가 동물 전파론 에 얼마만큼의 무게를 더 실어주는지는 누구에게 물어보느냐에 달려있다. 이 데이터를 통한 새로운 분석은 논쟁을 재점화시키고, 심각한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현재의 소동은 2022년 2월 중국 과학자들이 공유한 연구로부터 시작되었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CDC)의 조지 가오(George Gao)와 동료들은 동료평가 전 논문에 화난 수산시장에서 수집하고 분석한 1,380개의 샘플에 대한 설명을 적었다.
이 샘플들은 시장이 폐쇄된 직후인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수집된 것으로, 당시 연구팀은 샘플에서 인간의 유전물질 외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기록했다.
화난 수산시장에서는 수산물 외에도 다양한 동물류가 판매되었다. 가오의 논문에는 닭, 오리, 거위, 꿩, 비둘기, 사슴, 오소리, 토끼, 대나무 쥐, 고슴도치, 고슴도치, 악어, 뱀, 도롱뇽 등 다양한 동물의 목록이 길게 나열되어 있다. 이 목록에 나온 동물들이 전부는 아니며, 너구리와 같은 다른 동물들도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부분은 뒤에 다시 언급할 것이다.
하지만 가오와 동료들은 자신들이 조사한 18종의 동물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그들은 코로나19의 최초 발병지로 알려진 화난 수산시장에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져온 것이 인간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가정했다.
다시 2023년 3월로 시간을 돌려보자. 3월 4일, 파리 소르본 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인 플로렌스 데바레(Florence Débarre)는 국제 데이터베이스인 기사이드(GISAID)에 업로드 된 데이터 일부를 발견했다. GISAID는 전염성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추적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구자용 유전자 데이터 공유 사이트이다. 2022년 6월에 업로드된 것으로 보이는 이 데이터는 가오와 동료들이 2022년 2월에 발표한 연구를 위해 수집한 것으로 추정되나, 실제 논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데바레와 동료들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오 연구팀의 샘플 중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된 샘플이 너구리를 비롯해 다양한 동물들이 서식하는 곳에서 수집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데바레의 분석 결과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디애틀랜틱(The Atlantic)>에 보도되었다. 그 후 데바레와 동료들은 분석 결과를 자세히 기술한 논문을 과학 학술 플랫폼인 제노도(Zenodo)에 올렸다. 제노도는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가 운영하는 공개 연구 보관소로 동료평가를 거치기 전 논문과 데이터가 게재된다.
캐나다 서스캐처원 대학교의 바이러스학자이자 데바레와 논문을 공동 집필한 안젤라 라스무센(Angela Rasmussen)은 3월 21일 트위터 계정에 “이는 큰 발견이었다. 새로운 분석 결과는 최초 감염된 동물의 존재를 입증하지는 않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던 정확한 지점에 너구리나 다른 감염에 취약한 종들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했다“라고 올렸다.
우리는 이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과 전파의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너구리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데이터는 화난 수산시장 내에 있던 너구리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시장에 있던 너구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고 해도, 너구리가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켰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 발견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한 실험실 유출론’을 지지하는 사람은 이 발견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할 것이다. 화난 수산시장에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되었다거나, 너구리가 이와 관련되어 있다는 새로운 결정적 증거는 없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화난 수산시장의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한 원인이라고 믿는 과학자들에게 묻는다면, 이 발견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들에게는 이 발견이 ‘실험실 유출론’이 사실이 아니라는 결정적 증거이다. 적어도 바이러스에 취약한 동물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 속에는 더 많은 갈등이 있다. 데바레와 동료들은 3월 10일 가오의 연구팀에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알렸다고 말했다. 다음날, 가오 팀의 데이터는 GISAID에서 사라졌고 데바레팀은 자신들의 발견을 세계보건기구(WHO)에 전했다. WHO는 두 팀의 연구 결과를 논의하기 위해 WHO 내 부설기관인 ‘새로운 병원체의 기원 조사를 위한 과학 자문그룹(Scientific Advisory Group for the Origins of Novel Pathogens, 이하 SAGO)’ 회의를 두 차례 소집했다.
SAGO는 3월 18일에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두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간 숙주나 기원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시장에서 취급한 감염 취약종 동물들이 인간 감염의 근원이라는 증거를 추가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중국 연구자들이 데이터를 숨기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2022년에 공개된 동료평가 전 논문에는 너구리와 관련된 언급이 없었지만, GISAID에 게시된 데이터와 사진 증거를 보면 시장이 폐쇄되기 전에도 너구리가 시장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WHO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지난 3월 17일 미디어 브리핑에서 “가오 팀의 데이터는 3년 전에 공유될 수 있었고, 공유되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WHO에서는 중국이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필요한 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공유할 것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바레의 연구팀은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CCDC)에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요청하는 많은 과학자에 속한다. 데바레와 동료들은 연구 샘플이 2020년 초에 수집된 점을 감안하면 “이미 터무니없는 시간이 지났다”고 적었다. 가오와 동료들은 현재 <네이처>지에 제출할 논문을 작성 중인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우리는 그때가 되어야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더 극적인 사건도 있었다. 3월 21일, 데바레는 자신의 트위터에 GISAID의 접근이 차단되었다고 올렸다. 이는 아마도 데바레와 동료들이 중국 연구팀의 결과에 대한 자신들의 분석을 공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같은 날 GISAID가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중국 연구팀은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마도 <네이처>에 제출할) 논문을 준비 중이었다. 해당 데이터를 사용해 자신의 논문을 출판하는 다른 과학자들은 사실상 중국 연구팀의 결과를 부당하게 ‘선점하는’ 꼴이 되었다. 데바레의 접근 권한은 다음날 복구되었으며, 데바레는 ‘우리의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에 사과를 요구했다.
라스무센은 트위터에 “이는 ‘선점’에 관한 것이 아니며, 우리 모두의 삶에 심각한 혼란을 가져온 팬데믹이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에 대해 전 세계인이 알 권리의 문제이다”라고 올렸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논쟁은 계속 격렬해지고 있다. 미국의 연방기관들은 이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과학자 대부분은 ‘동물 전파설’을 지지하지만, 많은 과학자는 ‘실험실 유출설’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나는 ‘동물 전파설’이 유력하다고 생각한다. 동물을 우리 안에 가두고 밀접 접속하게 시키는 것은 비인간적일 뿐 아니라 질병이 확산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야생동물을 포획하고 그들의 서식지를 침범하는 것은 질병이 종간 전파될 위험을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코로나바이러스의 발병이 다른 원인 때문이었다고 해도, 나는 우리가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유지하고 야생동물의 거래를 금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