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hium-ion batteries just made a big leap in a tiny product

美 배터리 스타트업이 이뤄낸 중대한 기술적 도약

2011년 설립 이후 지난 10년 간 리튬이온 배터리 내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애써온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 실라의 신기술이 적용된 피트니스 트래커가 출시됐다.

2011년 창립 이후 지난 10년 동안 리튬이온 배터리 내 에너지 밀도(저장 용량)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온 소재 기업이 있다. 다름 아닌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 실라 나노테크놀로지스(Sila Nanotechnologies·이하 실라)다. 이 회사의 기술이 본격 상용화된다면 소형 기기부터 전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배터리가 들어가는 광범위한 제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실라는 흑연 음극재보다 훨씬 더 높은 용량을 가져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해왔는데, 최근 출시된 피트니스 웨어러블 기기인 후프 4.0(Whoop 4.0) 배터리에 음극재 분말(anode powder)을 공급하며 자사의 신기술을 최초로 공개했다. 아직은 작은 기기에만 기술이 적용됐지만, 실험실 내 결과가 좋게 나오더라도 실제로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은 배터리 분야에서 이 정도만으로도 뜻깊은 성과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진 베르디체프스키(Gene Berdichevsky) 실라 CEO는 “우리에게 후프 4.0은 테슬라로 따지자면 로드스터(Roadster)같은 존재”라며 “혁신적인 제품이 비로소 시장에 처음 출시된다”고 말했다. 로드스터는 테슬라가 만든 세계 최초의 전기 스포츠카다. 베르디체프스키는 과거 테슬라의 ‘7번째 직원’으로 입사해 테슬라가 처음 전기차를 개발할 때 중요한 배터리 문제들을 해결한 바 있다.

실라의 실리콘 기반 입자로 만들어진 배터리셀
SILA

실라가 개발한 실리콘 기반 배터리 음극재는 후프 4.0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약 17% 끌어올렸다. 일반적으로 매년 몇 퍼센트포인트 정도만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리고 있는 배터리 분야에서 이는 엄청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벤캣 비스와나단(Venkat Viswanathan) 카네기멜론 대학교 기계공학부 조교수는 이에 대해 “실라가 단번에 배터리 업계 내 4년 치 진보에 맞먹는 ‘큰 도약’을 이뤄냈다”고 호평했다.

커지는 기대감

실라는 여전히 몇 가지 기술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 위험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현재 실라가 이뤄낸 기술적 발전을 통해 배터리 성능이 크게 개선되면 이는 화석연료 사용량을 감축시키는 고무적인 신호로 간주될 것이다. 배터리의 에너지 저장 능력이 늘어나면 지금보다 더 많은 건물, 차량, 공장 및 기업이 청정 에너지인 전기 사용을 늘리고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운송 분야에서도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면 전기차의 이동 비용은 줄되 이동 거리는 늘어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자동차에 화석연료 사용을 고집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해결된다. 또한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에너지 저장량을 늘릴 수 있는 그리드 배터리(grid battery)나 충전 시간 간격을 늘려주는 전자제품도 등장할 수 있다.

2017년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의해 35세 이하 혁신가(Innovator Under 35)로 선정됐던 베르디체프스키는 “‘모든 것을 전기화’하는 데 있어 핵심은 에너지 밀도”라고 주장했다.

후프가 새롭게 출시하는 후프 4.0은 새로운 배터리 소재를 사용하는 등의 개선을 통해 기기 크기는 33% 줄었지만 배터리 수명은 5일로 늘렸다. 시계처럼 착용하고, ‘스마트 의류(smart apparel)’에 삽입할 수 있을 만큼 얇아진 것도 특징이다. 후프 4.0은 9월 8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 1월 5억 9,000만 달러(약 6,500억 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한 바 있는 실라는 현재 BMW와 다임러를 포함해 여러 자동차 제조업체와 배터리 소재 개발을 위한 제휴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나아가 리튬이온 배터리에 최대 40%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도 밝혔다.

화재 예방

베르디체프스키는 스탠퍼드 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 4학년이 되기 전에 테슬라에 입사했다. 그는 결국 테슬라의 존폐가 달린 잠재적 위험요소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바로 자동차에 들어 있는 배터리 수천 개 중 하나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배터리 전체가 점화되는 문제였다.

그는 배터리팩 디자인들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수백 번의 시험 끝에 테슬라는 열폭주로 인한 화재를 방지할 수 있는 배터리의 배치, 열전도 물질, 냉각 채널의 최적 조합을 개발했다.

테슬라가 로드스터를 출시한 후 베르디체프스키는 후속 제품인 모델S를 개발하기 위해 5년 정도 더 회사에 더 머물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도전을 할지를 두고 고민했다. 그러다 마침내 그는 자신만의 무엇인가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실라의 CEO이자 공동창립자인 진 베르디체프스키
DAVID PAUL MORRIS/SILA

베르디체프스키는 가장 본질적인 차원에서 에너지 저장 방식을 개선할 길을 찾기 위해 스탠퍼드대로 돌아가 재료공학, 열역학, 물리학에 관한 석사과정을 밟았다. 졸업 후 그는 투자회사인 서터힐벤처스(Sutter Hill Ventures)에서 사업에 기반이 될 아이디어를 찾는 기업가로서 1년을 보냈다.

이 기간 동안 실리콘 음극재를 리튬이온 배터리 음극재로 이용하는 방법에 관한 논문을 접하게 되었다.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 음극재보다 중량 기준으로 10배 더 많은 리튬이온과 결합할 수 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배터리의 에너지를 증가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실리콘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배터리에 리튬이온 음극재를 많이 보유할수록 더 많은 전류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리콘 음극재는 이온의 흐름에 따라 부피가 증가하기 때문에 충전 중에 부서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베르디체프스키가 찾아낸 글렙 유신(Gleb Yushin) 조지아 공대 교수가 공동 저술한 논문에 이 문제에 대해 해결책이 들어있었다. 다공성 코어(porous core)를 지닌 단단한 실리콘 물질을 사용하여 리튬이온을 더 쉽게 수용 및 방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해 베르디체프스키는 유신, 그리고 전직 테슬라 엔지니어였던 알렉스 제이콥스(Alex Jacobs)와 함께 실라를 공동 창업했다.

장애물과 지연

실라는 그 후 10년 동안 제조 능력을 확장하는 동시에, 화학실험을 5만 번 이상 반복하면서 방법론과 재료를 수정해 나갔다. 그 과정 초기에 회사는 완전한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더 비싸고 위험한 경로를 추구하기보다는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사들이 교체할 수 있는 방식의 드롭인(drop-in) 재료를 개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이 처음 기대했던 대로 진척되지는 않았다.

미국 에너지부의 ARPA-E(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Energy, 에너지 첨단 연구 프로젝트)로부터 수백만 달러(수십억 원)을 조달받은 후, 실라는 한때 연구기관에 자사의 재료가 2017년에는 상품화되어 2020까지 차량에 상용화될 수 있다고 말했었다. 2018년 BMW와 계약 체결을 발표했을 당시에는 이 입자들을 2023년까지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의 전기차(EV) 동력에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제 베르디체프스키는 이 시기를 ‘2025년 즈음’으로 미루어 내다보고 있다. 그는 ‘마지막 구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어려웠다고 말한다. 신소재를 사용해 최고의 성능을 얻기 위하여 기존의 배터리 제조사와 협력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이메일에서 “우리는 제품의 생산량을 확대하고 시장에 출시하는 문제에 대해 순진하게도 낙관적이었다”고 말했다.

후프 관련 소식은 실라가 기존 제품에서 달성한 것과 유사한 수준의 안전성, 수명, 성능 기준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입자를 엔지니어링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점은 실라가 개발한 입자가 배터리 음극 용량의 약 25%만 차지하고 나머지는 흑연 소재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비스와나단 교수는 흑연을 일부 대체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완전 대체하기까지 많은 실험이 시행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정밀성과 성능이 필요한데, 그는 이를 2루타와 홈런의 차이로 설명한다.

그 밖에도 그는 실라가 소비자 기기를 개발하는 현재 수준으로부터 앞으로 전기차의 더 엄격한 안전기준을 충족시키는 데에 이르기까지 까다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자동차, 트럭, 버스에 쓰일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매우 안전하면서도 충전 시간이 짧고 수명이 길어야 한다. 그런데 비스와나단에 따르면, 하나의 성능 기준에 맞추기 위해 소재와 공정을 개선할 때마다 다른 요소를 희생시켜야 되는 문제가 배터리 화학 분야에서 흔하게 발생하곤 한다.

베르디체프스키는 다음 상용화 제품에서는 실라의 배터리 소재가 흑연을 완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 베일에 가려진 협력자와 “준비 완료된(locked and loaded)” 상태라고 말했다. 언론과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아직 제품화가 요원한 리튬 금속 배터리 등과는 다르게, 실라의 실리콘 소재는 이미 제품화되어 있다.

“우리는 과대포장 광고가 아닌, 실제 제품만이 세상을 바꾼다는 사실을 믿는다.” 베르디체프스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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