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의 해결책, 새로운 시멘트 개발
그동안 필자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놀라운 기술들을 발견했다. 수소 비행기, 해저 채굴 로봇, 핵융합로 등의 기술들은 각각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일조할 것이다.
위 기술만큼 화려하진 않아도 기후변화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 분야들도 있다. 건축자재가 좋은 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건축자재는 시멘트인데 기후에 악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8%가 시멘트에서 배출되기 때문이다.
좋은 소식은 시멘트가 기후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몇몇 회사가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들은 최근 몇 주에 걸쳐 중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비록 로봇처럼 눈에 띄는 기술은 없지만, 건축 분야에 흥미로운 혁신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시멘트가 왜 기후변화에 중요한지, 이 흔한 건축자재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주요 기술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시멘트의 기초지식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 전에 몇 가지 정의를 살펴보자. 시멘트는 건축에서 일종의 접착제 역할을 한다. 즉, 무언가를 만들 때 자재들을 서로 붙여주는 재료다. 시멘트를 물과 모래 또는 자갈과 섞어 콘크리트를 만든다. 그리고 콘크리트를 굳혀서 건물이나 도로를 만들 때 사용한다.
시멘트가 기후에 악영향을 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시멘트 제조 과정에는 1,400°C에 달하는 엄청난 고온이 필요하다. 이 온도를 맞추기 위해 보통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된다. 철강산업 등 다른 중공업 분야도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두 번째, 시멘트의 주원료 중 하나인 석회의 화학반응이다. (끝까지 들어보라.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시멘트를 제조할 때 보통 칼슘, 산소, 탄소가 함유된 석회석을 원료로 사용한다. 석회석이 물이나 다른 재료들과 반응해 굳어지게 하려면 석회로 만들어야 한다. 석회는 칼슘과 산소가 결합한 물질이다.
석회석의 탄소는 석회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 일부 산소와 결합한 이산화탄소 상태로 공기 중에 방출된다. 이것이 바로 악명높은 온실가스다.
화학 공식은 아래와 같다.
CaCO3 (석회석) + 열 → CaO (석회) + CO2 (이산화탄소)
이 방식대로 시멘트를 제조하면 이산화탄소, 즉 온실가스를 공기 중으로 방출할 수밖에 없다.
해결책
시멘트가 기후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는 방법은 석회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물론 석회를 줄이면 기존 시멘트에 비해 강도와 내구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소량의 충전재를 섞으면 성능의 저하 없이 석회를 줄일 수 있다.
카본큐어(CarbonCure)는 혼합 방법에 흥미로운 접근법을 내놓았다. 이 회사는 콘크리트를 혼합할 때 이산화탄소를 첨가한다. 이산화탄소는 혼합물의 재료와 반응해 굳어지는데 일명 광화작용(mineralization)이라고 불리는 과정이다.
위에 설명한 시멘트 제조 공식과 반대로 이산화탄소를 다시 첨가하는 방식이다. 통제된 상태에서 이 과정을 수행하면 시멘트에 들어가는 석회의 양을 줄이는 동시에 이산화탄소를 방출되지 않게 묶어 둘 수 있다. (지난 해 본지에서 이와 비슷한 광화작용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공장에 대해 다룬 바 있다.)
최근 카본큐어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는 시멘트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직접공기포집(direct air capture)으로 알려진 기술이다. 카본큐어는 이산화탄소를 폐수에 첨가하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그렇지 않으면 반응이 너무 강해 재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카본큐어는 기술 시연을 위해 에어룸(Heirloom)과 제휴를 맺었다. 에어룸은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가진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이다. 두 회사는 대기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시멘트 제조에 사용하는 것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은 정말 소규모에 불과하며 공기직접포집이 과연 저렴하고 효율적인 기술이 될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카본큐어의 접근법은 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을 줄이고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새로운 시멘트의 개발
한편, 시멘트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필자는 서브라임 시스템즈(Sublime Systems, 이하 ‘서브라임’)를 공동 설립한 예밍 치앙(Yet-Ming Chiang), 리아 엘리스(Leah Ellis)와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서브라임은 최근 4,000만 달러(약 522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치앙과 엘리스 둘 다 배터리 기술 경험이 있고 시멘트를 새로 개발하는데, 그들의 기술을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위에서 언급한 시멘트가 기후에 악영향을 미치는 2가지 이유, 열과 화학작용을 기억하는가? 서브라임은 이를 고려해 새로운 시멘트를 개발할 예정이다.
먼저 서브라임은 일반적인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필요한 열을 전기로 대체한다. 치앙과 엘리스는 MIT에서 연구할 때 고온이나 화석연료 없이 석회석을 석회로 바꾸는 방법을 발견했다. 전기를 이용해 비슷한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다.
이 전기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다면 서브라임은 시멘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다.
시멘트의 화학작용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관련해서도 몇 가지 해결책이 있다. 엘리스는 서브라임의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농축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저온 상태이기 때문에 포집이나 사용 및 저장이 쉽다고 설명한다. 즉, 일반적으로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시스템에 사용되는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서브라임의 제조 방식에는 다른 원료도 사용할 수 있다. 탄소가 포함되지 않은 원료를 사용하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이유가 없다.
이처럼 서브라임이나 몇몇 회사가 중공업의 미래를 개척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어려움이 예상된다. 결코 쉬워서 선택한 길이 아니다”라고 엘리스는 말한다.
현재 서브라임의 공장은 연간 약 100톤의 시멘트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연간 100만 톤의 시멘트를 생산하는 일반 공장과 같은 규모의 역량을 갖춰야 한다. 서브라임은 2028년에 이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중공업 분야의 도전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아래 본지 기사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소형 모듈 원자로
원자력만큼은 크다고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다. 원자로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론적으로 이를 축소하면 건설 과정이 단순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소형 모듈 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에 대한 논의가 나온 지 거의 20년이 되었다는 것이다.
마침내 한 선도적인 소형 모듈 원자로 회사가 원자로 건설에 대한 미국 연방 정부의 규제를 통과했다. 원자력을 새롭게 개발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주제에 관한 본지 기사를 확인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