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이 심해 속의 광물이 재생에너지를 위한 미래의 광산”
최근 여행을 떠난 필자는 운 좋게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방문하게 됐다. 미국 애틀랜타에 위치한 조지아 수족관(Georgia Aquarium)의 고래상어 전시관이다.
600만 갤런(약 2,271만 리터) 이상의 물을 담을 수 있는 거대한 수조에는 고래상어 6마리가 수많은 만타가오리 및 다양한 해양 생물들과 함께 헤엄치고 있다. 학창 시절 수학여행으로 이곳을 방문했을 때 수조 바로 앞에 앉아서 이 장엄한 생명의 행렬에 매료됐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렇게 큰 수조도 실제 바다와 비교한다면 한 바가지 정도의 극히 작은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최근 심해에서 광물을 채굴하는 것과 관련된 기사가 부쩍 늘었다. 이 때문에 수족관 방문 전부터 바다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심해 채굴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심해의 몇몇 지점이 중요한 광물 공급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광물들은 배터리 및 기후변화를 해결할 기술들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상업적인 심해 채굴에 대해 갈수록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거의 밝혀지지 않았고 정치적인 요소가 개입될 가능성도 높다.
최근 유럽연합(UN)의 단체 중 하나가 이 주제로 회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올해 여름에는 심해 채굴과 관련된 몇 가지 중요한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사에서는 채굴과 바다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다.
바다에 광산이 있다?
우리가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바꿔야 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 풍력 터빈에 들어가는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 같은 희토류 원소, 기본적으로 모든 것의 재료가 되는 구리 등이 있다.
이러한 핵심 광물들은 완전히 고갈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구는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충분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채굴은 규모가 크고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에, 필요한 광물을 최대한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얻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구리를 예로 들어보자. 에너지 기술 분야에서 구리의 수요는 2050년까지 매년 100만 톤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좋은 매장지를 찾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채굴 회사들은 매장량이 많은 지점에서 구리를 거의 다 캐낸 상태로 지금은 매장량이 적은 채굴 현장에 의존하고 있다.
바다는 구리 및 다른 핵심 재료들의 새로운 공급원이 될 수 있다. 해저 채굴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지만 지금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다금속단괴(polymetallic nodules)’라는 감자 크기의 덩어리들이다. 다금속단괴는 특정 장소에서 발견되는데, 특히 태평양에서 하와이와 멕시코 사이에 위치한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Clarion-Clipperton Zone)의 해저 바닥에 주로 분포돼 있다.
다금속단괴는 바닷물의 미량의 원소들이 뼛조각이나 상어 이빨 같은 해저 바닥의 작은 물체들 위에 쌓이면서 수백만 년에 걸쳐 자연적으로 형성된다. 그 안에는 망간, 코발트, 구리, 니켈이 들어있는데, 이 금속들은 모두 전기차에 동력을 공급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재료다. 이 외에도 미량의 철, 티타늄, 희토류 금속, 리튬도 포함하고 있다.
다금속단괴가 포함한 금속들의 목록이 범상치 않은 탓에 일부에서는 이것을 ‘돌 속의 배터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금속단괴의 가능성을 발견한 많은 회사들은 지난 10년 동안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을 중심으로 상업적인 심해 채굴의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바다를 이용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해역 근처에서 산호, 해삼, 벌레, 덤보 문어에 이르기까지 많은 생명체가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비밀을 밝혀내지 못한 작은 생명체들도 수없이 많다. 과학자들은 채굴 작업으로 퇴적물을 들어낼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과정은 야생 생물은 물론 해저면 아래 탄소를 저장하는 자연적인 현상도 방해할 수 있다.
누가 결정권을 가졌나?
국제 수역의 관리는 복잡한 일이다. 심해 채굴 분야는 1994년 설립돼 자메이카에 본부를 둔 유럽연합 소속의 ‘국제해저기구(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 이하 ISA)’에서 담당한다. ISA는 상업적 채굴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만 하루라도 빨리 작업에 착수하고 싶어 하는 회사들이 있다.
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소위 ‘2년 규칙(two-year rule)’이라는 절차가 생겨났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규정이 통과되기 전 언제든지 ISA에 채굴을 시작하고 싶다고 통보할 수 있고 ISA는 이후 2년 동안 관련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미크로네시아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는 2년 전 2년 규칙을 발동시켰고 마감일은 2023년 7월 9일이다. 그러나 ISA의 다음 회의는 7월 10일에 시작될 예정이므로 이 마감일은 의미가 없다.
마감일이 지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확실치 않다. 어떤 회사는 상업적 채굴을 시작하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할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ISA가 규정을 확정하지 않았다면 신청서를 검토하는 것으로 바뀔 수도 있다.
최근 ISA 소속 단체가 자메이카에서 2주간의 회의를 마쳤다. 회의의 대표단은 향후에 마련될 규정과 그동안 이 단체에서 어떻게 상업적인 채굴 요청을 처리할 것인지 등을 논의했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ISA가 규정을 확정할 때까지 신청서를 받지 말라는 유럽연합 회원국 및 지지 단체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상업적 채굴이 바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질 때까지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전면 금지할 것을 요구하는 의견도 있다.
심해 채굴의 잠재적 이익과 해악을 저울질하는 것은 육지 채굴보다 훨씬 복잡하다. 이 상황은 현재 진행 중에 있으며,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앞으로 더 많은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다.
연관된 본지 기사
- 기술이 전환되면 우리가 필요한 재료도 바뀐다. 2023년 배터리 산업 전망 기사를 참고하라.
-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바다와 기후변화의 관련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후변화 관련 소식
배터리의 가격이 떨어지면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로 보다 쉽게 전환될 수 있다. 블룸버그(Bloomberg)는 폼 에너지(Form Energy)라는 회사가 철을 주재료로 하는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2022년 10대 미래기술> 중 하나로 철 배터리를 선정했다. (본지 기사: 오래 지속되는 전력망용 배터리)
NPR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새로운 규제가 도입됨에 따라 전기트럭의 인기 증가를 예상했다. 2035년까지 해당 주에서 신규 판매되는 트럭의 최소 절반은 배출이 없는(zero-emissions) 모델이어야 한다.
블룸버그는 테슬라가 중국의 대형 배터리 제조사 CATL과 미국의 신규 공장 설립을 두고 파트너십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전기차 배터리가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서 민감한 이슈가 되고 있다. (본지 기사: 중국은 어떻게 전기차 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는가?)
더 버지(The Verge)는 강력한 온실가스로 시장에서 퇴출된 프레온 가스(CFC)가 최근 다시 복귀했다고 전했다. 과학자들은 여전히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는 베네치아가 새로운 수문으로 홍수 피해를 막아내고 있지만 이 수문이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폴리티코(Politico)는 미국에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전기차의 종류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미국 국회의원들은 전기차 배터리 재료의 원산지와 배터리 제조 장소를 명시하는 세부안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