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을 소아 환자에 이식하려는 스타트업
엘리 카츠(Eli Katz)가 줌(Zoom) 화면 너머로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말했다. 사진 속 새끼 개코원숭이는 가운을 입고 똑바로 앉아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 작은 아가씨는 꽤 침착해 보인다.”
생명공학 기업 이제네시스(eGenisis)의 최고의료책임자(CMO)인 카츠는 이 원숭이가 유전자 편집 돼지로부터 심장을 이식받은 최초의 개코원숭이이며, 앞으로 인간 아기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하기 위한 연구의 일환으로 수술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이제네시스는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CRISPR)를 이용해 돼지 유전체를 70회가량 수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돼지의 유전체를 편집하여 인간에게 성공적으로 돼지의 장기를 이식할 수 있다고 본다. 이 회사는 이르면 내년부터 심장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소아 환자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아기들이 사람의 심장을 이식받기 전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그에 앞서 이제네시스는 12마리의 새끼 개코원숭이로 이식을 연습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두 차례의 수술이 진행되었지만, 수술받은 두 마리 모두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그럼에도 이제네시스는 다른 전문가들처럼 낙관적인 입장이다. 이제네시스의 경쟁사인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United Therapeutics)와 협력해 온 뉴욕대 랑곤 이식센터(NYU Langone Transplant Institute)의 로버트 몽고메리(Robert Montgomery) 소장은 최초의 간 이식 수혜자들 역시 상당수가 생존하지 못했지만, 이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러한 이식수술의 혜택을 보았다고 말한다. 그는 “선천성 심장 질환을 앓는 아기의 대다수가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소아 심장 환자는 중점적으로 살펴야 할 큰 집단이다”라고 덧붙인다.
위험성 편집하기
오늘날 미국에서만 10만 명 이상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매일 약 17명이 사망한다. 연구자들은 세포 및 생체 물질을 활용해 인공장기를 인쇄하는 3D 바이오프린팅이나 체내에서 새로운 장기를 배양하는 방법 등 다양한 선택지를 모색하고 있다.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는 것 또한 장기 이식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
동물의 장기와 조직을 사람에게 이식해 병을 치료하는 일명 ‘이종 이식’의 역사는 과거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동물의 혈액을 사람에게 수혈하려 했던 첫 실험 이후 1960년대 및 1990년대에도 이종이식은 계속 시도되었고, 상당수는 원숭이나 개코원숭이의 장기를 사용했다. 그러던 중 1990년대 초, 학계에서는 돼지가 가장 적합한 공여 동물이라는 데 합의했다고 몽고메리는 말한다.
영장류는 소중한 존재다. 영장류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지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비인간 영장류는 소수에 불과하고 번식 속도도 느리다. 또한 이들은 사람에게 해로운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더 크다. 한편 돼지는 사람들이 기르기에 익숙한 데다가, 이식하기 적합한 크기의 장기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종 간 장기 이식은 간단하지 않다. 동물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는다고 해도 수혜자의 체내에서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데, 더욱이 동물의 조직에는 사람의 면역체계가 ‘이물질’로 받아들이는 성분들이 훨씬 더 많이 포함되어 있어 사람의 면역세포가 이식된 장기를 공격할 수 있다. 장기와 함께 바이러스가 사람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지 않더라도 공여 동물의 장기에는 오래전 조상 DNA에 숨어들어 물려받은 고대 바이러스의 유전자인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endogenous retroviruses)’가 존재한다.
이러한 바이러스들은 숙주 동물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다른 종에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호주 멜버른에 있는 머독 어린이연구소(Murdoch Children’s Research Institute)의 생명윤리학자인 크리스 깅겔(Chris Gyngell)은 “동물에게만 있던 바이러스가 인체에서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진화할 위험이 있다”라고 말한다.
이제네시스 연구진은 이러한 위험성을 해소하기 위해 크리스퍼를 사용하고 있다. 이제네시스의 사장 겸 CEO 마이크 커티스(Mike Curtis)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를 사용해 유전체에 있는 50~70개의 레트로바이러스 사본을 비활성화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유전체를 편집하면 스스로 증식하려는 레트로바이러스의 활동을 차단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제네시스의 과학자들은 다른 유전자도 편집한다. 일례로 이들은 신체에 극심한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단백질들이 생성되지 않도록 여러 돼지 유전자를 ‘녹아웃(knock out)’해 삭제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공여 돼지 유전체에 7개의 사람 유전자를 삽입해 수혜자의 면역거부반응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커티스는 “총 70개 이상의 유전자를 편집한 장기 공여 동물을 생산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연구진은 돼지의 결합 조직에서 발견되는 세포인 돼지 섬유아세포로 유전자 편집을 수행한다. 그런 다음, 편집한 세포의 DNA가 포함된 핵을 돼지 난자 세포에 주입한다. 그 결과 난자와 정자가 수정해 배아가 생기면, 이를 암컷 성체 돼지의 자궁에 이식한다. 마침내 제왕절개로 복제 새끼 돼지가 태어난다. 커티스는 최초로 성체의 체세포를 복제해 태어난 양 ‘돌리’를 언급하며, “90년대에 돌리를 복제할 때 사용한 것과 동일한 기술이다”라고 설명한다.
이제네시스는 미국 중서부의 한 연구 시설에서 약 400마리의 복제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커티스는 이 시설이 동물권 운동가들의 표적이 됐다는 이유로 정확한 위치를 밝히길 꺼렸다) 그리고 2022년 초 이 회사는 사람에게 이식하기 적합한 장기를 생산하기 위해 ‘무균’ 시설을 설립했다. 이곳의 모든 출입자는 돼지를 감염시킬 만한 요소가 유입되지 않도록 샤워 후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커티스는 현재 이 시설에 있는 200마리의 돼지가 15~25마리씩 무리 지어 길러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본질적으로 아주 깨끗한 돈사라고 보면 된다. 시설에서는 들여오는 모든 사료와 폐기물, 공기흐름을 관리한다”고 설명한다. 일반 돼지우리와 같은 진흙은 없다.
커티스는 장기 공여를 하지 않는 돼지는 연구용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한다. 연구진은 수많은 유전자를 편집하는 게 동물의 일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연구진은 돼지 유전체에 삽입한 사람 유전자가 시간이 지나도 계속 발현되는지 연구하려고 한다. 커티스는 복제 돼지 중 몇 마리가 4살이 넘었다며 “지금까지는 좋아 보인다”라고 덧붙인다.
EGENESIS
합병증
장기 이식에서는 장기의 크기가 중요하다. 외과 의사는 공여자와 수혜자의 심장 크기를 맞추기 위해 주의를 기울인다. 커티스는 새끼 개코원숭이의 경우 크기가 작기 때문에 생후 한두 달 정도 된 돼지의 심장이 이식하기에 적합하다고 설명한다. 이때 이식된 심장은 개코원숭이가 자라며 함께 성장할 것으로 전제한다.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은 첫 번째 개코원숭이는 생후 1년 미만의 어린 개체였는데, 수술 하루 만에 죽었다. 커티스는 “수술 합병증 때문이었다”라고 말한다. 그는 개코원숭이에게 필요한 수액을 흘려보내던 정맥이 막혀서 발생한 문제였으며 “그 개체는 안락사해야 했다”라고 말한다.
몇 달 후 연구진은 두 번째 개코원숭이를 수술했다. 수술팀은 또 다른 수술 합병증에 직면했다. 이번에는 의사가 개코원숭이의 혈관을 돼지의 장기에 계속 붙어 있게 하는 데 실패했다. 이 개코원숭이는 수술 후 9일 만에 사망했다.
커티스는 두 경우 모두 “심장 자체는 잘 뛰고 있었다”라며, “지금까지 심장 기능 면에서 볼 때 처음 두 마리를 통해 관찰된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수술을 집도한 외과의들이 이제는 수술 합병증을 피해 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어려운 결정들
이제네시스 연구진은 개코원숭이 실험이 마무리되면 심각한 선천성 심장 질환을 가진 2세 미만의 아기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하고 싶어 한다. 이 아이들은 치료법에 제약이 크다. 일단 아기에게 이식하기 적합할 정도로 크기가 작은 심장이 매우 드물고, 성인 심장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일부 장치들은 아이들 심장 크기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커티스는 이러한 아기들이 사람 심장을 기증받을 때까지 임시방편 차원에서 돼지 심장으로 시간을 벌 수 있기를 희망한다. 만약 돼지 심장을 이식할 만한 수혜자가 나오면 이제네시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수술 승인을 요청할 수 있다.
윤리학자들은 아기가 수술 사전동의를 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할 것이다. 뉴욕 시러큐스에 위치한 업스테이트 의과대학교(Upstate Medical University)의 생명윤리학자 시드 존슨(Syd Johnson)은 보호자가 비참한 상황 속에서 수술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자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간절히 원할 부모들 말이다”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깅겔은 아직 실험 단계의 수술을 함에 있어 가장 큰 이득을 볼 사람이 누구인지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소아 환자는 주어진 선택지가 훨씬 적기 때문에 성인보다 임상적 수요가 더 큰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한다.
심장 이식을 받은 경험이 있는 몽고메리도 이 의견에 동의한다. 그는 이제네시스의 목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기들의 사망률은 50%에 달한다”라며 “아기가 살아날 확률은 동전 던지기의 확률과 같다”라고 말한다.
반면 존슨은 이러한 추론이 틀렸다고 본다. 그녀는 이종 이식 수술이 위험할 뿐만 아니라, 면역거부반응 때문에 아기가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물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의 100%가 이식 직후 사망했다”라며 “이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라고 존슨은 말한다. 2022년 유전자 편집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최초의 생존자였던 데이비드 베넷 시니어는 수술 두 달 후 사망했다.
존슨은 유전자 편집 동물의 장기를 사용할 때 더 큰 위험이 따른다고 말한다. 특히 이 같은 유전자 조작이 사람 수혜자에게 장기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녀는 “관련자들이 소아 심장 환자의 생존을 강렬히 열망하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잠재된, 혹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위험에 대해서는 정직하고 투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몽고메리는 뇌사 판정을 받은 성인에게 유전자 편집 돼지 장기를 직접 이식한 경험이 있다. 당시 신장과 심장을 비롯한 장기들은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에 인수된 경쟁사 리바이비코르(Revivicor)가 사육한 돼지로부터 얻은 것이었다. 이 시험은 단 2, 3일에 걸쳐 진행되었지만, 몽고메리는 후속 연구의 연구 기간을 이식 후 한 달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그는 일단 지금까지 “결과가 매우 준수하다”라고 말한다.
몽고메리는 면역체계가 덜 발달한 소아 환자에게서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작기 때문에 오히려 소아가 성인보다 돼지 장기 기증에 더 적합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아이들에게서 어느 정도의 면역학적 관용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제네시스의 세 번째 개코원숭이 이식 수술은 2023년 8월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 회사는 12마리가 수술을 받을 때까지 한 달에 한 번 이상 수술을 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수술적인 문제가 해결돼 개코원숭이들이 더 오래 생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커티스는 유전자 편집 돼지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은 다른 비인간 영장류가 이미 1년 넘게 생존했다고 전했다.
몽고메리는 “새로운 분야가 개척될 때는 가파른 학습 곡선을 그리게 된다”며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