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부모 아기’ 기술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2016년 유전자를 물려준 부모가 세 명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었던 ‘세 부모 아기(Three-parent baby)’가 처음 태어나 화제가 되었다. 이 남자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로부터 대부분의 DNA를, 그리고 다른 한 명의 부모에게서 소량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세 부모 아기 기술은 어머니의 치명적인 질환이 자녀에게 전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되었다. 병을 일으키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대신해 세 번째 부모로부터 건강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기증받으면 아기가 질환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원리였다. 이론적으로 그럴듯해 보였던 이 치료법은 현재 영국, 그리스,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제공되고 있으며, 작년에는 호주에서도 합법화되었다.
그런데 세 부모 아기가 늘 성공적이지는 않은 듯하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이 기술로 태어난 두 명의 아기에게서 흔히 과학자들이 ‘복귀(reversion)’라고 하는 현상이 나타난 사례를 확인했다. 두 경우 모두 아기 어머니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비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했다. 둘 다 배아 단계에서는 1% 미만이었으나 한 명은 50%, 다른 한 명은 72%까지 증가하였다.
다행히도 이 아기들의 부모에게는 미토콘드리아 질환이 없었다. 이들 부모는 불임 치료를 위해 시술을 한 경우였다. 하지만 이 연구를 수행한 과학자들은 세 부모 아기 기술로 태어난 아기 다섯 명 중 한 명은 결국 어머니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많이 물려받게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일으키는 돌연변이를 가진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아주 치명적인 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이번 연구로 인해 일부 병원에서는 최소한 미토콘드리아 DNA가 복귀하는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미토콘드리아 질환 예방 목적으로 이 시술을 수행하는 것을 재고하고 있다. 수 년 간 세 부모 아기 치료법을 연구해왔던 벨기에 겐트 대학교(Ghent University)의 비에른 하인드릭스(Björn Heindryckx)는 “미토콘드리아 결함으로 인한 질환이 발병할 경우 매우 치명적인 결과가 나타난다. 이 치료법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례를 직접 목격한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거주하는 배아학자 파블로 마주르(Pavlo Mazur)는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이 시술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말한다.
세 부모 아기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세포의 세포질에 떠다니는 작은 ‘에너지 공장’이다. 대부분의 DNA는 세포의 핵에 보관되어 있지만, 극히 일부는 미토콘드리아에 존재한다. 이러한 미토콘드리아 DNA(이하 mtDNA)는 어머니에서 자녀로 모계 유전된다.
mtDNA에 병원성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으면 문제가 된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미국에서 4,300명 중 1명꼴로 발생할 정도로 드물다. 학계에서는 다른 유전적 이상이 아닌 mtDNA의 돌연변이 때문에 발생하는 미토콘드리아 질환의 발병 빈도를 계속 연구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실명, 빈혈, 심장 질환, 청각장애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일부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과학자들은 미토콘드리아 질환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미토콘드리아 대체 요법(mitochondrial replacement therapies, 이하 MRT)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아기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DNA와 함께 기증자의 mtDNA를 물려받을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 대체 요법에는 몇 가지 방식이 있지만 주로 두 가지 접근법이 사용된다. 첫 번째 방식에서는 먼저 어머니가 될 여성의 난자에서 세포핵을 빼낸다. 그다음 기증자 여성의 난자에서도 세포핵을 제거한 뒤 남아있는 세포질에 앞서 채취했던 어머니 난자의 세포핵을 이식한다. 이렇게 어머니의 세포핵과 기증자의 세포질이 한 개의 난자로 융합된다. 마침내 기증자의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난자가 정자와 수정해서 배아가 되면, 이 배아는 이론적으로 세 명의 유전적 부모를 가지게 된다.
두 번째 방식은 어머니 난자와 정자, 기증자 난자와 정자를 각각 수정시켜 두 개의 수정란을 만든다. 그리고 어머니 난자로 만들어진 수정란에서 세포핵을 빼낸 다음, 미리 세포핵을 제거한 기증자 수정란에 이를 주입한다. 또 마찬가지로 세 명의 유전적 부모를 가진 수정란이 탄생하게 된다.
MRT를 통해 태어난 아기가 몇 명인지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다. 주로 학회를 통해 몇몇 병원에서 일부 사례를 언급했을 뿐이다. 공식적인 임상시험은 2017년 영국의 뉴캐슬 불임 치료 센터(Newcastle Fertility Centre)에서 시작되었다.
영국 보건부 산하 규제 기관인 인간생식배아관리국(the Human Fertilisation & Embryology Authority, HFEA)의 법정승인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뉴캐슬 불임 치료 센터는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자녀에게 대물림할 위험이 있는 30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MRT를 시행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뉴캐슬 연구진은 이 연구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으며 해당 분야의 다른 연구자들과 연구 결과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
몇몇 다른 연구팀에서는 MRT가 난임 치료에 효과적인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많은 부부가 원인 불명의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난자의 세포질에 있는 일련의 단백질들이 임신 진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MRT가 본질적으로 난자의 세포질을 다른 사람의 것으로 교체한다는 점에서 일부 과학자들은 MRT가 이러한 사례를 치료하고 체외수정(IVF) 성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생식생물학자 다간 웰스(Dagan Wells)도 이와 같은 생각으로, 웰스가 소속된 연구팀에서는 그동안 MRT의 안전성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를 해왔다. 그런데 시험관 내 세포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MRT가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항상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만약 사람에서 미토콘드리아 질환 예방에 실패했을 경우 이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세포 교체
세포에서 완벽하게 핵 DNA만을 채취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즉 세포에서 핵을 빼낼 때는 세포질과 세포질 안의 mtDNA도 일부 섞이게 된다. 배아학자들은 소위 동반 이동(carryover)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대개 이러한 mtDNA는 배아 전체 mtDNA의 1% 미만이다. 웰스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하고 있는 오리건보건과학대학교(Oregon Health & Science University)의 배아생물학자 쇼우크라트 미탈리포프(Shoukhrat Mitalipov)는 “보통은 난자에 원래 존재하던 99%의 미토콘드리아가 건강하기 때문에, 혼입된 1%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미탈리포프와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 수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를 복귀 현상이라고 부른다. mtDNA의 복귀 현상은 어머니가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문제가 된다. 신체에서 ‘결함이 있는’ mtDNA의 비율이 너무 높아지면 자녀에게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웰스와 미탈리포프를 비롯한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이 사람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험관 시술을 3~11회 실패한 경험이 있는 25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MRT를 수행하였다. 연구에 참여한 여성 지원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불임 진단을 받았으며 임신 경험이 없었다.
미국에서는 MRT가 금지되어 있고 영국에서는 뉴캐슬 불임 치료 센터가 유일하게 MRT 수행 승인을 받은 곳이기 때문에 이 연구는 그리스에 있는 병원에서 이루어졌다.
먼저 연구진은 모두 표준 체외수정 시술 절차를 거쳐 여성 배우자로부터 난자 여러 개를 채취했다. 그런 다음 난자에서 염색체가 부착된 ‘방추체(spindles)’를 빼냈다. 그리고 이것을 세포핵이 제거된 가임 여성 기증자의 난자에 주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난자를 남성 배우자의 정자와 수정시켜 배아를 생성했다.
배아가 세포분열을 반복하는 발생 과정에 들어서자 연구진은 일부 세포를 채취해 미토콘드리아 DNA를 조사했다. 모든 배아에서 대부분의 mtDNA는 기증자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었다. 여성 배우자의 mtDNA는 전체 mtDNA의 1% 미만이었다.
이 연구에는 122개의 여성 배우자 난자와 122개의 기증자 난자가 사용되었고, 이 가운데 기증자의 mtDNA를 물려받은 85개의 난자가 정자와 수정에 성공했다. 여기서 24개의 수정란이 건강한 배아로 성장했으며 19개가 여성의 자궁으로 이식돼 7명이 임신했다. 여성 한 명이 9주 만에 유산했지만, 나머지 6명은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다. 이 아기들은 모두 2019년 말부터 2020년 사이에 태어났다.
연구진은 또한 아기가 태어난 시점부터 미토콘드리아 DNA의 수치를 조사했다. 이들은 아기의 뺨에서 긁어낸 상피세포, 소변, 제대혈, 기타 혈액 표본에서 DNA를 채취하였다. 다섯 아기들은 어머니의 mtDNA 수치가 1% 미만으로 낮게 유지되었다. 하지만 한 아기에게서는 특이한 결과가 관찰되었다.
배아 단계에서는 아기의 mtDNA 중 1% 미만만이 불임 여성인 ‘모체’의 mtDNA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고 나머지 99%는 기증자로부터 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아기가 성장함에 따라 이 비율은 달라졌다. 아기 신체 내 어머니 mtDNA의 비율이 30~60% 사이로 증가한 것이다. 웰스는 “거의 50:50이었다.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한다. 이 결과는 2023년 2월 국제학술지 <임신과 불임(Fertility and Sterility)>에 게재되었다.
미탈리포프는 “아기들에게서 복귀 현상이 관찰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원숭이뿐 아니라 인간에게서도 실제로 복귀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데이터를 통해 입증되었다”고 말한다.
뉴캐슬 불임 치료 센터의 매튜 프라이어(Matthew Prior) 센터장은 “사람에게서 복귀 현상이 관찰된 것은 처음이다”라고 말한다. 그와 연구팀은 MRT를 통해 태어난 아이에서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뉴캐슬 불임 치료 센터에서 MRT를 통해 아기가 태어났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논문으로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미 다른 사례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나디야 클리닉(Nadiya clinic)에서 배아학자로 일했던 파블로 마주르 박사는 2020년 한 화상회의에서 동료들에게 “MRT 시술로 태어난 한 남자 아기에게서 복귀 현상이 나타났다”고 이야기했다.
마주르에 의하면 이 아기는 불임 치료를 위한 MRT 임상시험에서 태어난 열 명 중 한 명이었다. 마주르와 동료들은 앞서 보고된 사례와는 달리 먼저 배아를 만든 다음 핵을 제거해 이식하는 조금 다른 시술을 하였다. 이는 영국에서 뉴캐슬 연구진이 사용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2019년에 태어난 이 아기는 MRT 시술 경험이 있는 한 여성의 둘째였다. 마주르에 의하면 2017년에 태어난 첫째 아이는 여자였고, 어머니의 mtDNA 수치가 1% 이하로 유지되는 등 어떠한 복귀 현상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연구진이 같은 여성의 난자로, 같은 클리닉에서 동일한 시술을 하였는데 이 남동생은 약 72%의 어머니 mtDNA를 가지고 태어났다.
마주르는 “우리는 웰스 연구팀보다 먼저 이 현상을 발견했으나 발표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웰스는 이 아기들의 부모에게 미토콘드리아 병원성 유전자가 없었으므로 아기들의 건강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만약 부모에게 mtDNA 문제가 있었다면 큰 문제가 되었을 수 있다. 60%는 질병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상당히 높은 수치다”라고 덧붙였다.
질병에 걸릴 위험
웰스는 얼마나 많은 아기가 mtDNA 복귀 현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겪을지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추가로 MRT 시술을 100건 더 한다고 했을 때 이 중에는 복귀 현상이 단 한 건도 나타나지 않을 수도, 또 반대로 대부분에서 복귀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는 “현재는 표본 크기가 너무 작아 일반적인 빈도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미탈리포프의 입장은 더욱 단호하다. 그는 이번 연구와 세포 및 원숭이를 대상으로 했던 연구에 근거할 때 MRT 후 복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대략 20%라고 추측한다. 다시 말해 만일 MRT를 mtDNA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할 경우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mtDNA를 위험한 수준까지 물려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수치는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 수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여부다. 미토콘드리아 질환 병력이 없는 불임 부부에게 MRT의 위험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MRT를 사용할 경우에는 아기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프라이어는 어떤 부부에게는 20%라는 수치가 받아들일 만한 정도로 느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연구가 보고되었다고 해서 뉴캐슬 불임 치료 센터에서 진행하기로 한 임상시험 계획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프라이어는 “당연히 우리는 연구 결과를 추적 관찰할 것이고 적절한 시기에 그 결과를 발표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겐트 대학교의 의료윤리학자인 하이디 메르테스(Heidi Mertes)는 MRT가 없는 상황에서 질환을 가진 부부들이 어떻게 할지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질환이 유전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수해서라도 아이를 가지기를 원한다면, 자연 임신 대신 MRT를 시도하는 것은 병원성 mtDNA가 유전될 위험을 80%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메르테스는 난자 기증이나 입양도 고려하는 부부라면 “이러한 방법들이 MRT보다 좋은 대안일 것”이라고 말한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미토콘드리아 유전학자 조안나 폴튼(Joanna Poulton)은 mtDNA가 복귀할 위험이 20%라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이 위험은 특정한 상황에서는 더 높을 수 있다. 폴튼은 “낮은 수치만으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도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일부 질환은 15% 정도로도 발병한다고 부연했다.
이 문제는 애초에 mtDNA가 너무 복잡해서 해결하기 더 어렵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한 사람에게서도 장기마다 돌연변이율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여러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가진 산모라고 하더라도 일부 난자에는 건강한 미토콘드리아가 들어있을 수도 있다. 한 아기의 혈액 세포에서는 ‘결함이 있는’ mtDNA의 수치가 낮게 나타나더라도 뇌나 근육에는 높은 수치가 나타날 수도 있다. 미탈리포프에 의하면 이러한 현상들은 원숭이에서도 관찰된다. 그는 한 동물 개체에서조차 ‘결함이 있는’ mtDNA 수치가 “간에서는 90%, 혈액에서는 0%일 수 있다”고 말한다.
또 mtDNA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갈수록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하인드릭스는 “이러한 돌연변이는 일생에 걸쳐 점진적으로 증가해 증상이 뒤늦게 발현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한 예로 일부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청소년기 전까지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MRT로 태어난 아기 가운데 얼마나 많은 아기가 심각한 병에 걸리게 될지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착상 전 유전자 검사(PGT)의 문제점
이번 연구는 아기의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하던 또 다른 방법과도 연관된다.
MRT가 개발되기 전 일부 병원에서는 착상 전 유전자 검사(이하 PGT)라는 기술을 통해 배아의 질병 가능성을 검사했다. PGT로는 체외수정으로 생성한 배아에서 세포 몇 개를 채취해 질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검사 결과에 따라 ‘결함이 있는’ mtDNA 수치가 높은 배아를 배제하고 선별적으로 배아를 이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PGT가 늘 정확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mtDNA 수치는 배아와 태아가 발생 과정을 거치며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PGT를 하더라도 아기가 질병의 원인을 가지고 태어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병원성 mtDNA가 건강한 mtDNA보다 더 잘 복제되면 이러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건강한’ mtDNA와 ‘결함이 있는’ mtDNA의 비율은 아기가 성장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물론 후자가 더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
하인드릭스는 “상황은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그가 있는 겐트 대학병원을 포함해 수많은 난임 센터가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앓고 있는 부부를 대상으로 PGT를 했지만, 태어난 아이의 건강 상태를 추적 관찰하지는 않았다. 그는 “우리가 더 주의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발견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PGT의 한계가 드러난 사례가 한 건 보고되었다. 어떤 아기가 태어났는데, 이 아기는 배아 단계에서 PGT를 했을 때 어머니의 ‘결함 있는’ mtDNA가 12%가량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고 성장함에 따라 이 수치는 50%까지 증가했다. 결국 이 아기에게서는 뇌 발달 장애, 행동 문제, 뇌출혈 발생 징후 등 다양한 문제 증상이 나타났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선별하기 위해 PGT로 검사한 뒤 태어난 아기는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직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하인드릭스에 의하면 PGT 검사법을 개발하여 2006년부터 수행해 온 프랑스 병원에서조차 이 방법으로 태어난 아기는 29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가 속한 병원에서는 지난 10년간 4~5명의 아기만이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태어났다. MRT 복귀 현상과 마찬가지로 이 아기들은 출생 시점에서 건강했더라도 성장함에 따라 미토콘드리아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하인드릭스는 “우려되는 상황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PGT 시행을 거쳐 태어난 아기들도 추적 관찰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경우에도 복귀 현상과 같은 문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위험한 선택일까?
그렇다면 MRT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뉴캐슬 연구팀은 계속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그 밖의 경우에는 적어도 미토콘드리아 질환 예방을 위한 MRT 사용을 잠시 중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토콘드리아 질환에 걸리지 않은 불임 부부와 같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이어 나가야 한다.
마주르는 미토콘드리아 질환 예방 목적으로 MRT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하인드릭스도 mtDNA가 복귀할 가능성이 20%인 것은 너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그가 속한 겐트 대학병원의 윤리위원회에서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MRT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할 리가 없다고 했다.
메르테스는 MRT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이를 경계해왔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MRT에 어떤 문제가 존재할지 모른다는 것, 또 건강한 기증 난자와 배아를 무의미하게 소모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녀는 “결국 환자들에게 기존의 대안보다 더 위험한 치료법을 제안하는 셈이다”라고 말한다.
메르테스는 MRT와 같은 실험적인 치료법이 ‘부모와 자녀가 유전적으로 연결되는 게 중요하다는 관념’을 강화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녀가 건강하지 않을 위험을 대가로 할 정도로 유전적 연결성을 갖는 게 중요한지 고민해보는 게 현명하지 않겠는가?”라고 묻는다. 부모들은 자기 난자를 고집하는 대신 기증 난자를 사용하거나 아이를 입양하는 방법을 통해 MRT로 인한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그러는 한편 메르테스는 MRT를 제공하는 병원에서 “사람들이 이 위험성을 현실적으로 지각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메르테스와 프라이어 둘 다 MRT가 ‘꼭 필요’하거나 적어도 자녀와의 유전적 연결을 원하는 의사가 확고한 사람들에 한해 수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탈리포프는 자신과 같은 과학자들이 언젠가 미토콘드리아 복귀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지 원인을 알아내기만 하면 된다.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시간이 좀 더 주어지면 결국 밝혀질 것이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