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일찍 죽지 않았다
달에선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활발하게 화산 활동이 일어났던 것처럼 보인다.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5호’가 지구로 가져온 달 표본이 달 표면의 화산과 용암평원에 관한 새로운 단서들을 드러내 주고 있다. 10월 7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 연구에서 연구진은 이번 표본이 지금까지 달에서 채취한 가장 ‘젊은’ 표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표본은 달 서쪽에 위치한 ‘폭풍의 대양(Oceanus Procellarum)’에서 가져온 것으로, 이곳은 거대한 용암 호수가 굳어져 형성된 현무암 지대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이 표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달의 화산 활동은 이전에 과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 지속됐던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같은 표본에서 떼어낸 파편들을 비교하여 녹아 있던 마그마가 굳어진 시기를 알아냈다.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달처럼 암석으로 이루어진 소형 천체는 생성 초기에 일반적으로 대형 천체보다 온도가 빨리 내려간다. 그러나 연구진의 분석 결과, 달에는 그런 일반적인 통념이 적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연구에 공동 저자로 참여한 호주 커틴대학교의 알렉산더 넴친(Alexander Nemchin) 지질학 교수는 “기존에는 달이 크기가 매우 작은 천체이므로 형성 후에 매우 빠르게 활동을 멈췄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에 가져온 토양 표본은 기존 예측과 모순된다. 따라서 우리는 달에 대한 관점을 약간, 아니 어쩌면 많이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측정법과 천체 표면의 크레이터 수를 세는 방식으로 천체의 연대를 측정하는 기법 등을 사용해서 연구팀은 폭풍의 대양에 흘러 들어온 용암의 연대가 20억 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중국의 첫 번째 달 표본 채취 임무를 수행한 창어 5호는 1976년 이후 44년 만에 달 표면의 물질을 채취해 지구로 귀환한 첫 번째 탐사선이 되었다. 창어 5호는 2020년 11월 말에 발사돼 12월 초에 지구로 귀환했으며, 달 전체 탐사를 목적으로 최소 8단계 이상으로 계획된 중국의 달 탐사 프로그램에 포함된다.
넴친은 달의 맨틀 아래에 열을 발생시키는 방사성 원소(포타슘, 토륨, 우라늄 등)가 고농도로 존재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용암류의 원인이 이러한 방사성 원소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제 과학자들은 달의 용암류 형성 원인에 관해 다른 설명을 찾아야 할 것이다.
달의 화산 활동 역사를 제대로 밝혀내면 지구의 화산 활동 역사에 대해서도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약 ‘거대충돌설’이 옳다면, 달은 지구가 다른 천체와 충돌했을 때 떨어져 나온 지구의 거대한 조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대학교 세인트루이스의 지구 및 행성 과학 분야 폴 번(Paul Byrne) 부교수는 “우리가 달 표면 물질의 연대에 관해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될 때마다 그러한 발견은 우주에 관한 이해뿐만 아니라 다른 행성의 화산 활동과 심지어 지질학적 특징에까지 파급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번은 이번 연구 참여자는 아니다.
화산 활동은 달의 겉모습을 형성했을 뿐만 아니라(오늘날 우리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달 표면의 거대하고 어두운 부분들이 바로 오래된 용암층이다), 우리 인간이 우주에 존재하는 유일한 생명체인지에 관한 질문의 답을 찾는 데에도 도움을 줄지 모른다고 번은 덧붙였다.
그는 “외계 생명체를 찾으려면 생명체가 거주하기에 알맞은 환경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화산 활동은 생명에 필수적인 ‘대기’와 ‘대양’ 구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러한 새로운 발견을 통해 지구 외 다른 곳에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 정확히 무엇을 알아낼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