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기업들은 지난 수년 동안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 복잡한 계산 처리 속도를 높여주는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하는 양자컴퓨터가 금융, 신약 개발,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업을 처리해주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감은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더 연구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물리와 화학 분야에서 특히 더 높았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까다로운 양자컴퓨터 개발에 몰두하는 동안에 또 다른 도전자가 나타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AI는 이제 기초 물리학, 화학, 재료과학 등 완전한 양자컴퓨터가 개발돼 상용화되면 강점을 발휘할 것으로 여겨졌던 분야에서 성과를 내며 양자컴퓨터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주세페 카를레오(Giuseppe Carleo)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교(EPFL) 전산물리학 교수는 10월 <사이언스(Science)>지에 발표한 공동 저술 논문에서 신경망 기반의 접근 방식이 강력한 양자 특성을 가진 물질을 모델링하는 선도적인 기술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며 “AI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양자 시스템의 규모와 복잡도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도 최근 엄청난 규모의 새로운 재료 데이터 세트로 학습한 AI 모델을 공개하면서 머신러닝을 활용한 신소재 개발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