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ocked-in man has been able to communicate in sentences by thought alone

‘뇌 활동 기록 장치’로 의사소통 성공…전신 마비 환자 대화 길 열리나

루게릭병으로 전신이 마비된 환자가 뇌에 이식한 전극을 통해 문장으로 의사소통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수프와 맥주를 요청했고, 완전히 전신마비가 된 이후 처음으로 아들과 이야기도 나눴다.

전신이 완전히 마비된 한 남자가 뇌의 활동을 기록하는 장치를 사용해서 완전한 문장으로 소통하는 데 성공했다. 이 남자는 뇌에 이식한 장치를 사용해서 의사 전달을 하기 위한 훈련을 받았고, 나중에는 마사지를 해달라고 하거나 수프나 맥주를 달라고 하고, 아들과 함께 영화를 보자고 요청하기도 했다.

의식이나 인지기능은 온전하지만 온몸이 완전히 마비된 ‘감금증후군(locked-in syndrome)’ 환자가 이런 방식을 이용해서 소통한 것은 처음이라고 이번 연구를 진행한 연구원들은 밝혔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이하 ‘BCI’)’는 사람의 뇌 내부에서 전기 신호를 기록하여 장치를 제어하는 명령어로 전환한다. 신체가 부분적으로 마비된 사람들은 최근 몇 년 동안 BCI를 이용해서 생각만으로 의수나 의족을 움직이기도 하고 ‘예’나 ‘아니요’ 같은 단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완전히 전신이 마비되어 눈동자조차 움직일 수 없는 환자가 BCI를 사용해 완전한 문장으로 대화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연구 결과를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신경외과의사 제이미 헨더슨(Jaimie Henderson)은 “신체가 완전히 마비된 상태에서 누군가와 다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내게도 이번 연구는 대단한 성과로 느껴지며, 연구에 참여한 환자에게도 이번 연구는 분명히 매우 의미 있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환자는 독일에 거주하는 남성으로, 그는 2015년 8월, 서른 살 때 ‘루게릭병’이라는 명칭으로 잘 알려진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이하 ‘ALS’) 진단을 받았다. 희소병인 ALS는 신체의 움직임에 관여하는 뉴런에 영향을 주는 진행성 신경질환이다. 그는 ALS 진단을 받은 그해 말에 말도 할 수 없게 되고 움직일 수도 없게 되었다. 그리고 2016년 7월부터는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호흡하고 있다.

그는 2016년 8월에 ‘아이트래커(eye-tracker)’라고도 불리는, 눈동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장치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이트래커를 이용하면 이용자들은 컴퓨터 화면에 보이는 글자들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나자 그의 상태가 더 악화되어 더는 눈동자를 특정한 위치에 고정시킬 수 없게 되면서 아이트래커 활용도 어려워졌다. 그러자 가족들은 종이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방식은 이랬다. 가족 중 한 명이 네 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배경 안에 격자 모양으로 글자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고, 다른 가족들은 각각의 색에 적힌 글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다가 그가 눈동자 움직임을 보이면 ‘예’로 해석했다.

남자와 그의 가족들은 그가 결국에는 눈동자도 움직일 수 없게 될까 봐 걱정했다. 그래서 그들은 당시 독일 튀빙겐대학교에 있던 뇌과학자 닐스 비르바우머(Niels Birbaumer), 그리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BCI를 비롯한 장치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ALS Voice gGmbH’의 우지왈 초드리(Ujwal Chaudhary)의 도움을 구했다.

2018년 2월에 남자를 만난 초드리는 가족이 사용하고 있었던 의사소통 시스템을 자동화하려고 했다. 연구팀은 가족이 만든 의사소통용 종이를 판독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눈동자 움직임을 추적하는 장치를 연결해서 남자가 어떤 글자들을 선택하는지 파악했다.

그러나 상태가 점점 악화되면서 그는 눈동자를 움직이는 능력도 잃기 시작했고, 결국 이 장치도 활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초드리는 뇌에 전극을 심는 방법을 제안했다. 아주 작은 전극들을 뇌에 이식하면 뇌세포의 전기적 활동을 직접 기록할 수 있다. 그러나 전극을 이식하려고 두개골에 구멍을 내고 뇌의 보호막을 제거하는 수술 과정에서 뇌에 감염이 일어나거나 뇌 손상이 일어날 작은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방법은 최후의 수단이었다고 비르바우머는 설명했다. 그는 “수술이 필요 없는 BCI나 아이트래커가 소용없는 상황이 되면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덧붙였다.

초드리에 따르면, 남자는 눈동자 움직임을 이용해서 수술에 동의했다. 남자의 아내와 여형제도 수술에 동의했다. 윤리위원회와 독일 연방 의약품의료기기관리기관(BfArM)이 수술을 승인했던 2019년 말 무렵에 남자는 아이트래커도 아예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2019년 3월, 의사들이 길이가 1.5mm 정도 되는 아주 작은 전극 그리드 두 개를 남자의 운동피질에 이식했다. 뇌의 위쪽에 있는 운동피질은 신체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다.

신호를 명령어로 바꾼다

전극을 이식한 다음 날, 연구팀은 남자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남자에게 신체를 움직이는 상상을 해보라고 요청했다. 신체 움직임을 상상하는 것은 의수나 의족, 또는 엑소스켈레톤(exoskeleton)을 사용하는 사람이 그것들을 제어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방법이며,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회사 뉴럴링크(Neuralink)가 시도하려고 계획 중인 방식이기도 하다. 이 방식은 두뇌에서 믿을 수 있는 신호를 받아서 그것을 일종의 명령어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자에게 이 방식은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12주 동안 계속된 시도 끝에 그들은 이 방식을 폐기하고, ‘뉴로피드백(neurofeedback)’이라는 다른 방식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뉴로피드백은 사람에게 뇌 활동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면서 뇌 활동을 제어하는 방법을 배우게 하는 방식이다. 이 남자의 사례에서는, 남자의 뇌에 이식된 전극들이 활동 증가를 기록하면 컴퓨터가 상승하는 소리를 재생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반대로 뇌 활동이 줄어들면 하강하는 소리가 재생됐다.

2019년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지기 전까지 남자의 집에 매주 방문했다는 초드리는 “이틀 만에 그는 소리 주파수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게 되었다”며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남자는 마침내 뇌 활동을 제어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고, ‘예’라고 대답할 때는 컴퓨터에서 상승하는 음이, ‘아니요’라고 대답할 때는 하강하는 음이 나오게 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남자가 예/아니요로 소통할 수 있게 되자, 가족과 소통할 때 원래 사용했던 종이 기반의 시스템을 모방한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 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남자는 예를 들어 ‘노랑(yellow)’ 또는 ‘파랑(blue)’ 같은 단어를 듣고 어느 색깔 구역에 있는 글자들을 고를 건지 선택했다. 그런 이후에 그는 상승하는 음이나 하강하는 음을 내서 어떤 글자를 선택하고 어떤 글자를 무시할 건지 골라냈다. (영상 참조)

정말 쉽다

이런 방식을 이용해서 남자는 곧 완전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초드리는 “그의 가족들은 그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되자 너무나 기뻐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3월 22일, 동료들과 함께 이번 연구 결과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남자가 처음 완성한 문장 중 하나는 “와, 이거 정말 쉽구나”였다.

그러나 의사소통 속도는 여전히 느렸다. 개별 문자 하나를 선택하는 데 거의 1분씩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연구팀은 이 장치가 남성의 삶의 질을 상당히 개선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그는 특정한 식사나 수프를 요청했고, 다리를 어떻게 움직여서 마사지해주면 좋을지 간병인에게 전달하기도 했으며, 어린 아들과 함께 영화를 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난 내 멋진 아들을 사랑한다”는 말도 전할 수 있었다.

초드리는 “나는 자주 그와 함께 자정이나 새벽까지도 함께 있었다. 그가 전달하는 마지막 단어는 항상 ‘맥주’였다”고 말했다.

남자가 처음 완성한 문장 중 하나는 “와, 이거 정말 쉽구나”였다.

초드리는 빈번하게 사용되는 단어 목록을 만들어서 남자가 어떤 말을 할 때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문장을 완성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의사소통의 속도를 개선할 방법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전극들이 남자의 뇌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연구들을 보면 뇌에 이식된 전극들이 5년 이후에도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다는 결과도 다수 있다. 이에 대해 에든버러 대학교의 키아누시 나자포어(Kianoush Nazarpour)는 감금증후군 환자에게는 “단 하루도 매우 중요하다”며 “그들에게 이런 시스템은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권과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는 근본적인 기회다. 그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정말 중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자포어는 향후 10년에서 15년 이내에 다른 감금증후군 환자들에게도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어떤 의사소통도 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예’와 ‘아니요’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삶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영국 운동신경질환협회(Motor Neurone Disease Association)의 연구개발 담당자 브라이언 디키(Brian Dickie)도 나자포어의 예측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ALS를 비롯한 운동신경 관련 질환이 있는 환자 중에 몇 명이나 이런 BCI의 혜택을 받게 될지 궁금해하고 있다. 

차질

이번 연구에서 BCI를 이용한 남자는 정확히 말해서 ALS의 일종인 진행성근위축증(progressive muscular atrophy, 이하 ‘PMA’)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다. 이 병은 척추에서 근육으로 이동하는 운동뉴런을 공격하기 때문에 환자는 근육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근육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ALS 환자의 95% 정도는 뇌의 운동피질 역시 퇴화한다고 디키는 설명했다.

PMA 환자 역시 운동피질이 퇴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아마도 연구가 종료된 이후에 남자가 의사소통 능력을 일부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이것 때문인 것으로 예상된다. 비르바우머는 지난 몇 달 동안 남자가 장치를 사용해서 ‘예’나 ‘아니요’ 밖에 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비르바우머는 “왜 그가 문장을 만들지 않고 ‘예’, ‘아니요’만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 거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일지도 모른다. 뇌의 특정 세포들이 전극을 이물질로 인식하고 주변을 둘러싸면서 전극의 기능을 제한하고 있을 수도 있다. 비르바우머는 “심리적 이유일 수도 있고, 기술적인 이유일 수도 있고, 전극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 괜찮은 상태이고, 좋은 삶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극이 결국 작동하지 않게 된다면 남자의 가족들은 전극을 제거하거나 어쩌면 뇌의 다른 영역에 다른 전극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요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예, 아니요를 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비르바우머는 말했다. 그는 가족들이 사생활 보호를 요청해서 어떤 내용인지 말할 수는 없지만, “그의 가족들은 내게 처음 1년 반 동안 자신들이 원했던 정보 대부분을 얻었다고 말했다. 질문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사실 ‘예’와 ‘아니요’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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