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oding the CRISPR-baby stories

유전자 변형으로 탄생시킨 ‘크리스퍼 베이비’를 제대로 이해하기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사용해 세계 최초로 유전자가 편집된 아이를 탄생시킨 중국의 과학자 허젠쿠이(35) 사건을 다루면서 유전자 편집 기술이 앞으로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지를 탐구하는 세 책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CRISPR genome editing)은 흔히 무한한 발전 가능성과 잠재된 위험이 공존하는 이야기로 묘사된다. 이러한 위험성은 2018년 11월, 허젠쿠이(賀建奎, He Jiankui)라는 젊은 중국 과학자가 크리스퍼를 이용해 인간 배아를 조작하고 있음이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저널리스트 안토니오 레갈라도(Antonio Regalado)에 의해 밝혀지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허젠쿠이가 조작한 배아 중에서 적어도 세 명의 청소년이 현재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크리스퍼 아기(CRISPR babies)’는 이제 유전자 편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되었다. 2020년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Doudna)와 엠마뉘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가 크리스퍼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했을 때에도 거의 모든 뉴스에서 허젠쿠이가 함께 언급되었다. 그는 금세기 최고의 과학 영웅 이야기에서 악역을 담당하게 되었다.

스토리텔링은 중요하다. 이야기는 과거가 우리에게 어떻게 기억될지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도 알려주기 때문이다.

허젠쿠이의 구상은 과학이 어떻게 진보하며, 영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 2017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제니퍼 다우드나가 주최했던 한 작은 비공개회의가 그 첫 순간이었다. 그 자리에는 허젠쿠이도 초대받았는데, 당시 미국의 한 중견 과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여러 중대한 혁신이 과학자 한두 명의 ‘카우보이 과학(cowboy science)’에 의해 이루어졌다.” 카우보이 과학이란 정성적인 어림짐작으로 결과를 산출하는 부정확한 접근법을 말한다.

필자 또한 2017년 1월 그 회의에 참석했는데, 허젠쿠이를 만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후 몇 달간 그와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실제로 그를 다시 보게 된 것은 2018년 홍콩에서 열린 ‘인간 유전체에 관한 국제정상회의’에서였다. 레갈라도가 그에게 모든 것을 공개할 것을 요구한 지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다. 국제회의가 끝난 후에 허젠쿠이는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이는 중국 당국이 그를 대학 캠퍼스 내 게스트하우스에서 검거했기 때문이었다.

한 달 후, 그는 필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다며 연락을 해왔다. 그는 크리스퍼 아기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프로젝트의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또 이를 지지하던 과학자, 기업가, 벤처 투자자, 정부 관계자들은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다. 대화 도중에 2017년 버클리 회의에서 언급되었던 ‘카우보이 과학’이 그에게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필자에게 “그 단어가 내게 큰 영감을 주었다”면서 “누군가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했다”고 말했다.

2017년 비공개회의 이후 허젠쿠이는 최초로 백신을 발명한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에서부터 체외수정(IVF)의 선구자 로버트 에드워즈(Robert Edwards)까지, 오늘날 영웅으로 칭송받는 과학의 선구자들에 관한 전기를 읽었다. 2019년 1월 그는 정부 수사관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인류 문명을 진보시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역사는 내 편에 설 것이다.”

필자는 2017년 회의 때 메모를 다시 살펴보면서 허젠쿠이가 회의에서 언급되었던 도발적인 발언의 앞부분만 기억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가 잘 기억하지 못하는 뒷부분의 내용은 이와 같았다. “비록 지금은 우리가 ‘카우보이 과학’을 하고 있지만, 물론 이는 최선의 방식이 아니다. … 우리는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 우리 기술을 개선해야 한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는다?

케빈 데이비스(Kevin Davies)가 쓴 <유전자 임팩트: 크리스퍼 혁명과 유전자 편집의 시대 (원제: Editing Humanity: The CRISPR Revolution and the New Era of Genome Editing)>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크리스퍼가 발견되고 개발된 여정을 따라간다. 유전학자인 데이비스가 편집자이자 작가로 변신하여 흥미진진한 서사 속에 풍부한 디테일을 능숙하게 엮어낸 이 책은 엄청난 경쟁과 갈등, 그리고 크리스퍼의 상업화를 둘러싼 자본을 묘사하면서 순수과학과 생명공학 비즈니스가 교차하는 장면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그러나 데이비스의 저서는 인류와 인간에 대한 논의보다는 유전자 편집의 사업적인 측면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러한 서사 방식은 마치 과학 발견과 기술 혁신만이 유일하게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처럼 묘사한다.

인류는 이 책의 마지막 줄에 와서야 유전자 편집의 대상 이상의 존재로 등장한다. “크리스퍼는 사회가 따라올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것이 어디로 향할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이야기에서 배제된다. 물론 이 책은 유전자 편집자들과 그 도구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미 앞의 이야기를 통해 과학을 진보의 원동력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인 비판은 진보를 방해하는 퇴행적인 의견으로 보는 시각에 익숙해져 있다. 이러한 방식의 이야기 전개는 과학의 신화적인 측면을 강화한다.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의 <코드 브레이커(The Code Breaker)>는 크리스퍼의 발견 과정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더 깊게 파고든다. 여기서 주인공은 물론 제니퍼 다우드나이다. 하지만 그는 다우드나 뿐만 아니라 대학원생부터 노벨상 수상자까지 그녀와 같이 연구했던 다양한 인물들도 함께 묘사한다. 때로는 감탄스럽고 때로는 다정한 세부 묘사를 통해 아이작슨은 발견의 희열, 경쟁의 열기,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유명 과학자로 등극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또 그는 허젠쿠이의 불명예스러운 사건도 언급한다. 이 책은 부와 명성, 특허, 수상과 같이 엄청난 판돈이 걸려있는 경주 속에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경쟁과 질투, 옹졸함을 그려내는 매혹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모든 디테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곳곳에 유명인에 관한 정보나 가십거리를 다루면서 결국 발견과 발명을 기념하는 상투적인 서사에서 그치기 때문이다. 아이작슨은 몇몇 장에서 ‘윤리’에 대한 다소 피상적인 자기 생각을 밝히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성찰과 학습을 불러일으킨다기보다는 진부하고 상투적인 이야기가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을 뿐이다. 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실제보다 훌륭하게 묘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중에서 오직 허젠쿠이만이 예외다. 그는 여러 장에 걸쳐 달갑지 않은 방해꾼으로 그려진다. 아이작슨은 허젠쿠이가 저지른 일의 근원과 동기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허젠쿠이는 자격이 없는데도 억지로 전문가 집단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모나지 않은 성격과 명예욕을 가진’ 보잘것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의 이러한 욕구 때문에 재앙이 뒤따르게 된다.

허젠쿠이의 이야기는 ‘공정한 재판’과 징역형으로 끝맺는다. 여기서 아이작슨은 의도치 않게 중국 관영 언론의 선전 보도를 그대로 인용한다. 이 사건이 중국 과학계의 신뢰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중국 당국은 허젠쿠이 사건을 성급하게 결론지었다.

서사에 힘 실어 주기

과학을 영웅적으로 그리는 서사는 영웅과 악당을 설정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앞서 소개한 책의 저자인 데이비스는 허젠쿠이의 이야기를 상당히 섬세하고 신중하게 설명하지만, 실패의 원인을 이해하기보다는 비난하는 쪽으로 치우친 편이다. 허젠쿠이의 프로젝트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미국 명문대에서 공부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이 비난받지 않고 오히려 인정받을 것이라고 믿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가 많은 잘못을 저질렀는지 깨닫지 못한 채 그렇게 일을 많이 진행할 수 있었는지에 관한 배경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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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허젠쿠이와의 인터뷰에서 받은 전반적인 느낌은 ‘불량함(going rogue)’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경쟁에서 이기려 하고 있었다. 그는 과학계 원로들의 말을 경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크리스퍼 혹은 인류의 미래와 관련된 과학 공동체 내부의 의견에 공감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예컨대 이러한 주장들이었다. 크리스퍼를 통해 우리는 질병과 노화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의 수많은 사례처럼, 창의적이고 용기 있는 개척자들이 경계를 허물 때 과학적 진보가 일어난다. 미래 세대에 변화를 물려줄 배아, 난자, 정자 등 생식선의 유전자 편집은 불가피하다. 단지 누가, 언제, 어디서 최초로 행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그는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이 우리에게 가져다줄 희망찬 미래에 대한 메시아적인 언약을 듣고, 또 믿었다. 마치 데이비스가 서술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 인간 유전자에서 염기 하나를 고치는 것은, 탐나는 구원의 성배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아이작슨 스스로도 언급했듯이, 국립학술원조차도 ‘심각한 질병이나 건강 상태’를 대상으로 생식 공학을 연구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허젠쿠이는 유전적으로 HIV에 저항성을 가지도록 아기들의 유전자를 편집하였는데, 이로 인해 비평가들로부터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편집을 한 것으로 맹비난을 받았다. 비평가들은 바이러스 전염을 피하는 더 쉽고 안전한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 사회에서 HIV 양성을 판정 받은 사람들에게 끔찍한 사회적 낙인이 찍히기 때문에 자신의 목표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도 국립학술원은 다음과 같이 여지를 남기고 있다. “‘합리적인 대안’과 ‘심각한 질병이나 상태’와 같은 개념들은 필연적으로 모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서로 다른 사회에서는 이러한 개념들을 각각의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맥락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것이다.|

과학중심적인 스토리텔링은 과학이 사회의 경계 밖에서 순수하게 자연과 지식만을 다루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이러한 언급을 통해 그의 연구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것이 그의 기괴하고 음울한 실험의 진정한 동기였다. 허젠쿠이와 그가 속했던 과학 공동체는 아이작슨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이상적이고 선한 과학(virtuous science) 공동체와는 조금 달랐다. 지식과 기술적 재능은 갖추었지만, 지혜는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등장했으며, 야망, 탐욕, 혹은 근시안적인 사고방식 등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작슨은 그의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과학자들을 단순한 기술 개발자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그들이 만들어낸 도구가 가지는 과도한 힘을 평가하고, 이를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무분별하게 적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주의하고자 한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실패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과학중심적인 스토리텔링의 또 다른 부작용은, 과학이 사회의 경계 밖에서 순수하게 자연과 지식만을 다루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IVF를 논할 때 이 기술의 상업적인 이용은 이야기의 핵심 요소이지만, 아이작슨과 데이비스는 이에 대해 거의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유전자 편집과 관련된 논쟁에서도 그들은 상업적인 분야를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과학의 권위자들은 마치 세상이 실험실 환경처럼 통제 가능하다고, 혹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과학자들처럼 이성적으로 사고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인류의 서사

이러한 과학중심 서사는 연구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을 이야기에서 배제시키려고 한다. 반면 이벤 커크시(Eben Kirksey)는 그의 책인 <돌연변이 프로젝트(The Mutant Project)>에서 이러한 환자들을 포함한 보다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자 했다. 그의 책도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유전자 편집 연구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그는 책 속에서 질병과 장애를 단순히 DNA 분자의 문제가 아닌 생생한 삶의 체험으로 다루고자 하는 환자, 활동가, 예술가, 학자들의 이야기 또한 서술하고 있다. 커크시의 책에서 정의의 문제는 우리가 신체를 대상으로 어떤 것은 해도 되는지, 어떠한 것은 하면 안 되는지와 긴밀하게 얽혀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진보의 의미를 기술 중심적인 시각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맥락까지 포함하여 평가할 수 있다. 

데이비스처럼 커크시도 허젠쿠이 사건을 언급한다. 경험 많은 인류학자인 그는 무엇이 등장인물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인지 묘사하는 데 있어서 탁월하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은 그의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환자들의 인터뷰이다. 이들 중에는 HIV 양성 사실이 공개된 이후 직장에서 해고된 의료 전문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해고된 이후 허젠쿠이의 프로젝트에 더욱 깊게 관여하였다.

커크시는 공학적 신체(engineerable bodies) 이상의 존재로서의 인간을 강조하며, 또한 유전자를 편집하고자 하는 우리의 욕망에도 주목한다. 이러한 커크시의 시각을 통해 독자들은 인간이 스스로를 치료하기 위해 유전자 편집 기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대한 위험성을 인식할 수 있다.

성급하고 맹목적인 기술 개발 욕구는 이러한 위험을 너무 쉽게 무시해버린다. 홍콩의 유전자 편집 학회 마지막 날 아침, 허젠쿠이가 크리스퍼 아기 실험을 발표한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회의 조직위원회는 그를 질책하는 동시에 그의 연구를 모방하고 싶은 연구자들을 위한 권고안을 제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 성명이 발표된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사고방식이 숨어 있었다. ‘만약 어떠한 기술이 발전하기 시작하면, 사회는 단지 그 기술을 수용하고 긍정해야만 한다.’ 그곳에 자리했던 한 위원은 왜 그들이 서둘러 성명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커크시에게 말해주었다. “과학의 세계에서는 가장 먼저 논문으로 발표하는 사람이 모든 것을 차지한다.”

현재까지 크리스퍼와 관련된 서사는 논문을 발표하고, 유전자 편집 기술을 획득하고, 이와 관련된 미래의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 있어서 과연 누가 승자가 될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승리를 향한 맹목적인 경쟁 과정 중에 과거로부터의 얻은 교훈은 쉽게 무시되곤 한다. 하지만, 기술적 진보와 관련된 흥미진진하고 짜릿한 서사는 연약하지만 풍요로운 인간 그 자체의 이야기를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훌륭한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우리의 미래가 거기에 달려있다. (By J. Benjamin Hurlb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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