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lgorithms around us
세 권의 최신 AI 신간을 통해 본 인간과 AI
인간과 AI의 공존은 이미 시작됐다. AI가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혼재하는 가운데 AI를 움직이는 알고리즘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파헤친 세 권의 신간을 살펴봤다.
일정한 간격으로 템포를 맞춰주는 메트로놈이 똑딱 소리를 내며 움직이자 레코드판이 돌아가고 기분 좋은 팝 음악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되며 천장인 줄 알았던 평평한 철판이 거대한 압축기로 돌변해 무서운 기세로 내려오기 시작한다. 압축기는 블록 빼기 게임인 젠가((Jenga)처럼 쌓여있는 일상 속 다양한 물건들을 하나씩 찌그러뜨린다. 색색의 페인트 캔이 눌려 터지고, 체스 말이 넘어진다. 시끄럽게 울리던 알람 시계가 곧 조용해진다. 기타의 목도 꺾인다. 이모티콘 얼굴을 한 장난감도 예외는 아니다. 압축기가 고무로 된 이모티콘 얼굴을 누르기 시작하자 눈알이 튀어나온다. 결국 압축기는 굉음을 내며 바닥까지 와닿는다. 그런데 잠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경쾌한 음악이 다시 시작되고 굳게 입을 다물었던 압축기가 다시 위로 올라간다. 처참히 파괴된 물건들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압축기 아래에는 검은색의 얇고 세련된 물체 하나만 놓여 있다. 새로 출시된 아이패드다.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애플의 악명 높은 ‘크러쉬(Crush)’ 광고를 보다 보면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고 대체하는 모습에 불안감이 엄습한다. 물론 쇼핑이나 내비게이션처럼 우리가 직접 하기 싫거나 특별히 잘하지 못하는 일을 컴퓨터가 대신해 주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우정, 예술, 언어, 창의력처럼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고 인간만의 성역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소프트웨어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