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m Humberstone
How creativity became the reigning value of our time
창의성은 어떻게 AI 시대의 지배적 가치가 되었나
사학자이자 디자인 연구자인 새뮤얼 프랭클린은 신간 《창의성의 숭배(The Cult of Creativity)》에서 ‘창의성’이 비교적 최근에 탄생한 개념임을 밝히고, 그것이 어떻게 하나의 가치 체계를 넘어 이념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추적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무엇 하나 쉽게 합의하기 어려울 만큼 분열됐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 인식하는 현실마저 제각각인 지금 같은 시대에도 여전히 모두가 공감하는 지극히 현대적 가치가 하나 있다. 바로 창의성이다.
우리는 창의성을 교육하고 수치화하며 타인의 창의성을 부러워한다. 동시에 창의성을 길러내고 키우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기술이 언젠가 창의적 사고를 빼앗아버리지 않을까 끊임없이 우려한다. 이러한 집착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창의성이야말로 개인의 성취, 직업적 성공, 나아가 세상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는 그동안 창의성을 중심으로 산업을 만들고, 공간을 꾸미며, 도시를 설계해 왔다. 그리고 그 안에는 ‘크리에이티브한 사람(creatives)’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계층이 생겨났다. 또 세상에는 해마다 개인의 창의성을 끌어내고, 깨우며, 향상하고, 정복하는 방법을 다룬 수천 권의 책과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그렇게 어렵게 얻어낸 창의성을 어떻게 관리하고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는 책과 글도 셀 수 없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