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보전 활동을 제대로 하려면 무엇보다 우리 주변에 어떤 생물이 얼마나 살고 있는지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조사를 통해 생물다양성을 평가하고, 동물의 이동을 추적하며, 외래종을 발견한다. 그러나 이런 조사를 하려면 여전히 사람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거나 포획한 생물을 일일이 세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조사에서 빠지는 생물이 생길 수도 있다.
생물학자들은 DNA를 분석하는 기술을 이용해 생물이 주변 환경에 남긴 DNA 흔적인 ‘환경 DNA(eDNA)’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배설물이나 토양, 물, 공기에서 시료를 채취해 eDNA를 분석하면 멸종위기종의 존재를 확인하거나, 사람이 직접 발견하기 전에 외래종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다.
최근 연구자들은 eDNA를 수집하기에 특히 효과적인 장소를 하나 더 찾아냈다. 바로 거미줄이다. 끈적이는 거미줄에는 줄을 만든 거미의 흔적뿐 아니라 먹잇감의 잔해, 주변 동식물에서 나온 침과 꽃가루 같은 생물성 물질도 달라붙는다. 생물은 살아가는 동안 공기와 주변 환경 곳곳에 DNA를 남기는데 거미줄이 이를 자연스럽게 붙잡아두는 셈이다.
호주 커틴 대학교의 조슈아 뉴턴(Joshua Newton) 분자생태학 연구원은 거미줄에 대해 “지금까지 사용하거나 시험해본 채집 매체 가운데 가장 뛰어난 축에 든다”고 말했다. 뉴턴 연구원은 척추동물 개체군을 연구하기 위해 꽃과 개울, 죽은 나무의 구멍은 물론 달리는 자동차에 장착한 필터까지 활용해 시료를 채취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