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KAIST, ‘암을 기억하는’ 면역세포로 맞춤형 항암백신 개발

KAIST 연구팀이 AI로 B 세포 반응을 예측해 개인 맞춤형 항암백신을 설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2027년 FDA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한다.

KAIST는 2일, 바이오및뇌공학과 최정균 교수 연구팀이 B 세포 반응까지 예측하는 AI 기반 개인맞춤형 항암백신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 항암백신이 T 세포(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면역세포)만 활성화했다면, 이번 기술은 B 세포(항체를 만들어 암을 오래 기억하는 면역세포)까지 동시에 자극한다. 이를 통해 암 재발을 막는 장기 면역 기억을 확보할 수 있다. 연구팀은 닥터오엔로직과 함께 전임상 개발을 진행 중이며, 2027년 미국 FDA(식품의약국) 임상시험 승인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12월 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좌부터) KAIST 최정균 교수, 김정연 박사, 안진현 박사

T 세포만으론 부족하다

신생항원은 암세포만 가지는 독특한 표식이다. 정상 세포에는 없고 암세포에만 있어, 이를 겨냥한 백신은 정상 조직을 공격하지 않으면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암세포는 교묘하다. 면역 회피 능력이 뛰어나 단기 공격만으로는 쉽게 재발한다.

그동안 항암백신 연구는 대부분 T 세포 중심의 면역반응에 집중되어 있었다. T 세포는 암세포를 직접 찾아가 죽이는 ‘킬러 세포’ 역할을 하지만, 암을 오래 기억하는 능력은 제한적이다.

반면 B 세포는 항체(특정 표적에 달라붙어 표시하는 Y자 모양 단백질)를 생산하고, 일부는 ‘기억 B 세포’로 변해 수십 년간 암의 정보를 저장한다. 마치 예방접종 후 평생 면역이 유지되는 것처럼, B 세포는 암이 재발했을 때 즉각 반응할 수 있는 장기 면역 기억을 제공한다.

2025년 5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 캔서(Nature Review Cancer)에 게재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마크 야초안(Mark Yarchoan), 엘리자베스 재피(Elizabeth Jaffee) 교수 연구팀의 논문은 이 문제를 지적했다. “B 세포의 종양 면역 역할에 대한 근거가 축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항암백신 임상시험이 여전히 T 세포 반응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최정균 교수 연구팀은 이 간극을 AI로 메웠다. 연구팀이 개발한 AI 모델은 특정 신생항원이 B 세포 수용체(BCR, B Cell Receptor)와 어떻게 결합하는지 구조적 특성과 발현량(세포 내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양)을 분석해 B 세포 반응성을 예측한다.

기존에는 암 환자의 유전자 변이를 분석해 신생항원 후보를 찾은 뒤, T 세포 반응성만 평가해 백신을 설계했다. 하지만 KAIST 연구팀의 AI는 T 세포와 B 세포 반응성을 모두 통합적으로 고려한다. 실제 임상에서 항암약 면역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는 근본적 개선이다.

기술 배경 모식도.
암세포 DNA 돌연변이 → 신생항원 생성 → B세포 수용체 반응” 이라는 복잡한 생물학적 과정을 시각적으로 단순화했다.
암세포의 DNA에서 발생한 돌연변이가 B세포 면역 수용체(B cell receptor)와 반응하는 과정을 예측하는 AI 모델의 모식도이다. 쉽게 말해 암세포를 가장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표적’을 AI가 찾아준다.

mRNA 플랫폼으로 상용화 가속

연구팀은 안전한 mRNA(메신저 RNA,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분자) 플랫폼을 활용해 항암백신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mRNA 백신은 COVID-19 팬데믹을 거치며 안전성이 입증된 기술이다. 환자별로 다른 신생항원 정보를 빠르게 mRNA로 제작할 수 있어 개인 맞춤형 치료에 적합하다.

최정균 교수는 “현재 신생항원 AI 기술을 사업화하고 있는 닥터오엔로직과 함께 개인맞춤형 항암백신 플랫폼의 전임상(동물 실험 단계)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7년 임상 진입을 목표로 FDA IND(Investigational New Drug, 미국 식품의약국에 신약 임상시험 승인을 받는 절차) 제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독자적인 AI 기술을 기반으로 항암백신 개발의 과학적 완성도를 높이고 임상 단계로의 진출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B 세포까지 활용하는 차세대 항암백신이 임상에서 성공한다면, 암 치료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 단기 공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면역계가 암을 평생 기억하고 감시하는 ‘장기 면역 기억’ 체계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2025년 12월 3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