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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AI로 찾은 적외선 센서 소재…종합 성능 23.6배 향상

UNIST가 인공지능 기술로 상용 소재보다 20배 이상 뛰어난 마이크로볼로미터 센서용 박막 적층 소재를 개발해 고성능 열화상 카메라와 야간 보행자 인식 장치 상용화 가능성을 열었다.

적외선 열 감지 센서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특수 소재가 인공지능 기술로 개발됐다.

UNIST 물리학과 손창희·박형렬 교수팀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상용 소재보다 성능이 20배 이상 뛰어난 마이크로볼로미터 센서용 박막 적층 소재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마이크로볼로미터는 사물이 방출하는 적외선 열을 감지해 이를 전자기기가 처리할 수 있는 전기 신호로 바꿔주는 센서로, 뱀이 적외선 열을 감지하는 감각기관으로 어둠 속에서 먹잇감을 찾아내는 원리와 유사하다.

연구팀이 개발한 소재는 민감도가 뛰어난 이산화바나듐에 텅스텐이 첨가된 박막이 4겹으로 쌓여 있는 형태로, 각 층마다 텅스텐의 함량과 두께가 다르게 설계되었다. 실험 결과 상온(20~45도) 구간에서 온도 민감도(TCR)가 기존 상용 소재 대비 3배 이상 높은 7.3%를 기록했으며, 베타(β) 지표는 23.6배 향상됐다. 연구 결과는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1월 28일 자로 게재됐다.

유전 알고리즘으로 130만 개 조합 중 최적해 찾아

연구팀이 개발한 소재의 핵심은 이산화바나듐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한 데 있다. 센서는 온도 변화에 따른 전기저항 변화가 1차 함수처럼 직선에 가까울수록 신호 신뢰도가 높은데, 순수 이산화바나듐은 특정 구간에서 급격한 저항 변화가 일어나며 온도가 오를 때와 다시 내려왔을 때의 전기 저항값이 달라지는 이력 현상(히스테리시스)이 있다. 히스테리시스는 동일한 온도나 조건에서도 물질이 이전 상태에 따라 서로 다른 값을 나타내는 현상으로, 센서의 출력 신호에 오차를 발생시키고 반복 측정 시 안정성을 저하시킨다.

이 소재 박막층의 두께 조합은 이론적으로 130만 개가 넘어가는데, 연구팀은 유전 알고리즘이라는 AI 기술을 사용해 최적의 두께 조합을 찾아낼 수 있었다. 유전 알고리즘은 자연 선택과 진화 과정을 모사한 최적화 방법으로, 다양한 후보 중 성능이 우수한 조합을 반복적으로 선택하고 개선해 나가는 방식이다. 생물 진화의 ‘자연 선택’ 원리를 모방해 무작위로 생성된 수많은 두께 조합 중 성능이 좋은 것만 골라내어 서로 조합하고 수정시키는 과정을 반복해 최적의 두께 조합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사람이 일일이 소재 조합을 바꿔가며 했다면 산술적으로 750년이 걸릴 실험 규모를 인공지능 기술로 대폭 단축하고, 설계된 소재를 직접 박막 형태로 합성해 냈다는 데 의미 있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머신러닝과 결합하면 수많은 구조 조합 중에서 원하는 특성을 만족하는 설계를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으며, 특히 다층 박막처럼 변수의 수가 많은 경우 직관이나 반복 실험보다 훨씬 빠르게 최적 조건을 탐색할 수 있다.

AI 기술을 이용한 센서 소재 설계

온도 민감도 3배, 종합 성능 23.6배 향상

실험 결과, 이 소재는 상온(20~45도) 구간에서 온도 민감도(TCR)가 기존 상용 소재 대비 3배 이상 높은 7.3%를 기록했으며, 베타(β) 지표는 23.6배 향상됐다. 온도계수(Temperature Coefficient of Resistance, TCR)는 온도가 변할 때 물질의 전기저항이 얼마나 크게 변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TCR 값이 클수록 작은 온도 변화에도 저항 변화가 크게 나타나므로 적외선 센서와 같은 감응 소자의 감도가 높아진다. 베타 지표는 민감도뿐 아니라 신호의 정확성과 신뢰도까지 함께 고려해 실제 센서 성능을 평가하는 종합 성능 지표이다.

고성능 볼로미터 소자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온도 변화에 따른 저항 변화율을 나타내는 온도계수가 넓은 온도 영역에서 높게 유지되는 물질이 필요하다. 현재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볼로미터 소재는 넓은 온도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대신 약 1~2 %/K 수준의 낮은 TCR을 가지며, 반대로 높은 TCR을 갖는 물질은 특정 온도 영역에서만 동작하는 한계를 가진다. 금속–절연체 전이(Metal–Insulator Transition, MIT) 현상을 보이는 물질은 상전이에 의해 매우 높은 TCR을 나타내어 차세대 볼로미터 소재로 주목받아 왔으나, 상전이 온도 부근에서만 급격한 저항 변화가 나타나고 히스테리시스 현상이 동반되어 실제 센서 응용에는 제약이 있었다.

300도 저온 공정으로 상용화 가능성 확대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성과는 300도의 저온 공정으로 기존 반도체 회로(CMOS) 위에 직접 증착할 수 있어 상용화 가능성도 크다는 점이다. CMOS 공정 호환성은 반도체 및 센서 제조에 널리 사용되는 CMOS 공정 조건과 함께 제작이 가능한 특성을 의미한다. 기존 적외선 센서는 실리콘 기반 반도체 공정과 저온 증착 공정을 기반으로 제작되며, 센서 구조에는 열적으로 민감한 고분자 재료가 포함되기 때문에 높은 온도의 제조 공정을 적용하기 어렵다.

마이크로볼로미터는 저항 변화 신호를 읽어내는 반도체 회로 위에 증착되는 형태로 써야 하는데, 이산화바나듐을 이용한 기존 기술은 500도 이상의 고온 공정이 필요해, 고열이 이미 완성된 회로를 손상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국내 적외선 센서 기업 i3system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된 TiOx 버퍼층을 활용함으로써, 비교적 낮은 증착 온도(300℃)에서도 최대 약 15 %/K 수준의 높은 TCR 특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새로운 소재가 기존 제조 공정과 호환될 경우 별도의 공정 변경 없이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손창희 교수는 “자율주행 차량의 야간 장애물 탐지나 드론을 활용한 야간·원거리 감시, 다수 인원의 체온 변화를 감지하는 대규모 바이러스 감염 모니터링 등 고성능 열 감지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본 기술은 높은 감도와 안정적인 선형 응답 특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야간 자율주행 차량의 열 감지 시스템, 드론 기반 야간·원거리 감시, 다수 인원의 체온 변화를 감지하는 감염병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