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 스마트폰이 ‘몰카 탐지기’로 변신…1만원 LED로 숨은 카메라 잡는 AI
전문 장비 없이 스마트폰과 값싼 LED 조명만으로 일상 공간에 숨겨진 불법 촬영 카메라를 찾아내는 AI 기술이 개발됐다.
KAIST는 전산학부 한준 교수 연구팀이 싱가포르국립대학(NUS), 싱가포르경영대학(SMU)과 공동으로, 스마트폰에 발광다이오드(LED) 케이스를 부착해 숨겨진 카메라를 탐지하는 기술 ‘스윕LED(SweepLED)’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성과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불법 촬영 범죄의 확산과 기존 탐지 수단의 한계가 있다. 호텔과 공유숙박, 화장실 같은 일상 공간에 초소형 카메라가 시계·충전기·화재감지기 등으로 위장해 설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일반인이 이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시중의 휴대용 탐지기는 사용자가 렌즈에 반사되는 밝은 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라, 금속이나 유리, 광택 있는 플라스틱의 반사를 카메라 렌즈로 착각하기 일쑤였다. 결국 정확한 판별은 전문가의 몫으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사람의 눈이 아니라 AI가 여러 각도의 빛 반사 패턴을 분석하도록 해 이 문제를 풀었다. 핵심 부품 값이 7달러(약 1만 원) 미만이라, 스마트폰 액세서리 형태의 보급형 탐지기로 상용화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윤종혁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모바일 컴퓨팅 분야 최고 권위 국제학술대회인 ‘ACM 모비시스 2026’에서 지난 6월 발표됐다.

‘밝은 점 찾기’의 한계, 그리고 빛을 쓸어 비추는 발상
기존 몰래카메라 탐지의 원리는 단순했다. 카메라 렌즈에 빛을 비추면 반사돼 밝은 점으로 보이는데, 사용자가 이 점을 눈으로 찾는 방식이다. 문제는 세상에 빛을 반사하는 물체가 너무 많다는 데 있다. 금속 장식, 유리 표면, 광택 나는 플라스틱도 똑같이 밝게 빛나기 때문에, 어느 것이 진짜 카메라 렌즈인지 구별하기가 어려웠다.
근본 원인은 ‘한 방향에서만 빛을 비춘다’는 데 있었다. 한 각도에서 보면 카메라 렌즈든 거울이든 모두 밝은 점으로 보여 구분이 되지 않는다. 사용자의 육안에 의존하는 이 방식으로는 오탐(일반 물체를 카메라로 오인)과 미탐(진짜 카메라를 놓침)을 피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의 발상 전환은 ‘빛을 여러 방향에서 순차적으로 쓸어 비추는’ 것이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고정한 채, 케이스에 배열된 LED 조명의 방향만 바꿔가며 물체 표면의 반사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한다. 기술 이름의 ‘스윕(sweep)’은 빛으로 훑는다는 뜻이다. 정지된 한 장면이 아니라, 조명이 움직이는 동안의 반사 ‘변화’를 본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 방식이 통하는 이유는 카메라 렌즈의 독특한 구조에 있다. 일반 광택 물체의 반사점은 조명 방향이 바뀌면 위치가 이동하거나 사라진다. 반면 카메라 렌즈는 내부에 여러 겹의 렌즈와 빛의 양을 조절하는 조리개, 빛을 받아들이는 이미지센서가 겹겹이 쌓여 있어, 빛을 쓸어 비추면 반사 모양이 다른 물체와 구별되는 독특한 방식으로 변형된다. 연구팀은 이 시간에 따른 반사 변화 패턴을 딥러닝(심층 학습)으로 학습시켜, 카메라 렌즈만의 고유한 ‘지문’을 AI가 알아보도록 했다.

5초에 94%, 꺼진 카메라도 잡는다
성능 검증은 실제 환경을 가정해 이뤄졌다. 연구팀은 숙박 공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충전기, 탁상시계, 리모컨, 장식품 등 30종의 물체를 대상으로 시험했고, 약 94%의 탐지 정확도를 기록했다. 물체 하나를 검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5초 이내로, 의심되는 물건에 스마트폰을 잠시 고정했다가 옆으로 조금 옮겨 반복하는 것만으로 검사가 끝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꺼진 카메라도 찾아낸다’는 점이다. 기존의 일부 탐지 기술은 카메라가 내보내는 무선 신호나 전자기파를 잡아내는 방식이라, 전원이 꺼져 있거나 영상을 외부로 전송하지 않는 카메라는 탐지하지 못했다. 반면 스윕LED는 신호가 아니라 렌즈 자체의 광학적 반사를 분석하기 때문에, 카메라가 꺼져 있어도 렌즈가 빛에 노출돼 있으면 찾아낼 수 있다. 몰래 숨겨둔 뒤 꺼놓은 카메라까지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사용 환경의 제약도 크지 않았다. 빛의 반사를 분석하는 방식이라 밝은 곳에서는 성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될 수 있지만, 연구팀은 야간 실내와 주간 실내 모두에서 높은 정확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호텔이나 숙박시설의 실내조명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하드웨어도 스마트폰을 개조하지 않고 ‘맥세이프’처럼 후면에 부착하는 액세서리 형태로, 전용 앱이 LED 작동과 촬영을 함께 제어한다.
다만 연구팀은 이 기술을 완결된 제품이 아니라 ‘탐지를 돕는 도구’로 규정했다. 94%는 평균 정확도인 만큼 강한 표면 반사나 렌즈와 비슷한 오목한 금속 구조에서는 혼동이 생길 수 있는데, 이 경우 스마트폰의 위치나 각도를 바꿔 여러 번 확인하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의심되는 위치를 빠르게 선별해 사용자가 추가 확인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이다. 한준 교수는 “스마트폰 기반의 저비용 하드웨어와 인공지능 분석을 결합해 비전문가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 탐지 기술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더 다양한 카메라와 은닉 형태에 대응하도록 성능을 검증하고, 하드웨어를 소형화해 실제 제품과 서비스로 확장하는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