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타자 리듬까지 읽어 사용자 수준 맞추는 개인화 AI 개발
질문의 내용뿐 아니라 사용자가 전문용어를 타이핑하는 리듬까지 분석해, 그 사람의 지식 수준에 맞춰 답변의 눈높이를 조절하는 개인화 AI 기술이 개발됐다.
UNIST 컴퓨터공학과 공태식 교수팀은 질문 속 전문용어를 입력할 때 나타나는 타이핑 행동을 분석해 맞춤형 답변을 내놓는 개인화 AI 기술 ‘ExPerT(엑스퍼트)’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기술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생성형 AI의 ‘눈높이 문제’가 있다. 같은 질문이라도 의사에게는 전문용어로, 일반인에게는 쉬운 말로 답해야 유용한데, 지금까지 챗봇은 사용자가 미리 설정한 프로필이나 과거 대화 같은 고정된 정보에 주로 기대 왔다. 문제는 사람의 전문성이 그렇게 고정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컴퓨터 전문가라도 회계 지식은 없을 수 있고, 같은 분야 안에서도 주제에 따라 이해 수준이 달라진다. 질문 내용만으로 판단하기도 어렵다. 전문가는 익숙한 내용을 짧게 묻고, 초보자도 전문용어를 섞어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여기서 발상을 전환해, ‘무엇을 묻는가’뿐 아니라 ‘어떻게 입력하는가’라는 행동까지 실시간으로 읽어 질문마다 전문성을 새로 판단하도록 했다. 이번 연구는 자연어처리 분야 국제학술대회 ACL 2026에서 상위 4%에 해당하는 구두 발표 논문으로 채택됐고, 상위 2%에 주어지는 ‘SAC 하이라이트 어워드’까지 수상했다.
고정된 프로필의 한계, 그리고 타자 리듬이라는 단서
기존 AI 개인화 기술의 뼈대는 ‘사용자를 하나의 고정된 정보로 규정하는’ 방식이었다. 미리 입력한 프로필이나 지금까지 나눈 대화에서 성향과 배경을 추출해, 그 사람에게 맞는 답변을 내놓는 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한 사람의 지식 수준이 분야와 주제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반영하기 어렵다.
질문의 ‘내용’만 분석하는 것도 완전한 해법은 아니다. 전문가는 잘 아는 내용일수록 오히려 짧고 단순하게 묻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초보자도 어디선가 주워들은 전문용어를 써서 질문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문장만으로는 진짜 이해도를 가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주목한 새로운 단서가 ‘키스트로크 다이내믹스’, 즉 타이핑 행동이다. 같은 전문용어를 입력하더라도 키를 누르고 떼기까지 걸리는 시간, 다음 키로 넘어가는 간격, 백스페이스(수정)를 누르는 횟수 등에서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에 차이가 나타난다는 데서 착안했다. 익숙한 용어는 막힘없이 일정한 리듬으로 치지만, 낯선 용어는 머뭇거리거나 자주 고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발상의 핵심은 타이핑을 ‘언어 이전의 신호’로 본다는 데 있다. 사용자가 무엇을 아는지 스스로 설명하지 않아도, 손가락의 움직임이 그 사람의 익숙함 정도를 드러낸다. 연구팀은 질문의 의미 정보와 이 타이핑 행동 정보를 함께 활용해, 사용자가 매번 자신의 수준을 밝히지 않아도 AI가 알아서 눈높이를 맞추도록 설계했다.

오차 18% 줄인 ‘질문별 개인화’, 그리고 남은 과제
ExPerT의 작동 방식은 두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질문에 쓰인 표현과 전문용어 같은 의미 정보와, 타이핑 과정에서 얻은 행동 정보를 챗GPT 같은 생성형 AI에 입력해 사용자의 전문성을 5단계로 추정한다. 그다음 이 추정 결과를 원래 질문과 함께 AI에 다시 전달해, 답변의 설명 수준과 전문용어 사용 정도를 조절한다. 초보자에게는 전문용어를 풀어 쓰고 기초 설명을 덧붙이는 반면, 숙련자에게는 기초 설명을 줄이고 전문적인 내용 중심으로 답하는 식이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 ‘인컨텍스트 러닝’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AI 모델을 처음부터 다시 학습시키지 않고, 몇 가지 예시를 함께 제공해 새로운 입력을 판단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별도의 대규모 재학습 없이 기존 생성형 AI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어, 실용성이 높다는 의미다.
성능은 실험으로 검증됐다. 연구팀은 화학·컴퓨터과학·경영 분야 참가자 40명이 입력한 질문 1,270개로 시험했는데, 질문의 의미 정보만 분석했을 때는 AI가 추정한 전문성이 참가자 본인 평가와 평균 0.488단계 차이가 났지만, 타이핑 정보까지 더하자 그 차이가 0.398단계로 줄었다. 타이핑 정보를 더해 추정 오차를 18.4% 낮춘 것이다. 과거 대화에서 성향을 뽑아내던 기존 방식(오차 1.162단계)과 비교하면 오차가 65.7% 낮았고, 전문성에 맞춘 답변에 대한 사용자 만족도도 일반 답변보다 17.52% 높았다.
다만 연구팀은 이 기술의 한계도 함께 짚었다. 타이핑 속도와 수정 행동은 전문성뿐 아니라 피로도, 키보드나 기기에 대한 익숙함, 손의 운동 기능, 입력 환경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전문성과 무관한 요인이 추정 결과를 흐릴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다양한 사용자와 입력 환경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이런 요인의 영향을 줄이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태식 교수는 “고정된 프로필이나 이전 대화 기록에만 의존해 실시간 맥락을 반영하지 못했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며 “의료·법률·금융처럼 지식 격차가 큰 분야의 전문 챗봇은 물론, 에듀테크나 기업용 고객 지원 시스템 등에서 실시간 눈높이에 최적화된 개인화 AI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대학원 박예지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데이터세트와 코드는 깃허브에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