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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물 한 방울로 45시간 전기…웨어러블 자가발전 길 연다

빗방울보다 적은 물 한 방울로 최대 45시간 전기를 만드는 손톱만 한 발전기가 나왔다. 물의 증발에 기대지 않고 구조 자체로 전기를 만든다.

빗방울보다 적은 3마이크로리터(μL)의 물로 최대 45시간 직류 전기를 만드는 손톱보다 작은 발전기가 개발됐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고현협 교수팀은 물속 양이온의 농도 차이를 발전기 구조 자체로 유도해 장시간 전기를 생산하는 초소형 박막 수분 발전기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일반적인 수력발전이 물이 떨어지는 낙차로 터빈을 돌리는 것과 달리, 이 발전기는 물속 양이온의 농도 차로 전압을 만든다.

웨어러블 기기가 늘면서 외부 전원 없이 스스로 전기를 만드는 ‘자가발전’ 기술이 중요해진 가운데, 극소량의 물만으로 밀폐된 상태에서도 오래 전기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지난달 온라인 게재됐다.

물 증발에 기대던 기존 발전기의 한계

‘수분 발전’은 물과 고체 소재가 맞닿는 곳에서 일어나는 이온의 이동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물이 소재 내부의 미세한 구조와 상호작용하면서 이온이 이동하고 전하가 분리되는데, 이 흐름을 외부 회로로 끌어내 전류를 얻는다.

이 방식의 장점은 ‘가만히 있어도 발전한다’는 데 있다. 압전이나 마찰전기 발전은 누르거나 비비는 기계적 움직임이 있어야 전기가 나오지만, 수분 발전은 별도의 움직임 없이 연속적인 직류 전기를 만들 수 있다. 웨어러블 기기처럼 작고 지속적인 전원이 필요한 곳에 적합한 이유다.

문제는 기존 수분 발전기의 작동 방식에 있었다. 대부분 물이 증발하면서 생기는 흐름이나 주변 습도 차이를 이용해 이온의 농도 차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물을 계속 공급해야 했고, 주변 습도와 공기 흐름에 따라 출력이 들쭉날쭉했다.

더 근본적인 제약은 ‘밀폐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물과 외부 공기가 계속 접촉해야 발전이 되므로 소자를 완전히 봉인하기 어려웠고, 여러 소자를 층층이 쌓거나 다른 전자소자와 결합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외부 환경에 성능이 좌우되는 구조 자체가 실용화의 걸림돌이었다.

초박막 수분 발전기 배열 구조와 디지털시계 구동 성능

발전기 구조로 ‘농도 차’를 만들어 45시간 전기

연구팀의 해법은 외부 환경 대신 ‘발전기 구조 자체’로 이온 농도 차를 만드는 것이었다. 발전기 박막 속에 한쪽으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물 통로를 설계한 것이 핵심이다. 이 통로의 벽은 물속에서 음전하를 띠는 소재인 맥신(전기가 잘 통하는 2차원 나노물질)과 셀룰로스 나노섬유(식물에서 얻은 물을 잘 흡수하는 소재)로 이뤄져 있다. 통로가 좁아질수록 양이온이 벽의 인력에 더 강하게 끌려, 좁은 쪽의 양이온 농도가 넓은 쪽보다 높아진다.

이 비대칭 통로는 기발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맥신 나노시트 사이사이에 셀룰로스 나노섬유를 넣은 박막의 한쪽 끝은 물을 잘 빨아들여 크게 부풀게 하고, 반대쪽 끝은 테이프로 눌러 부풀지 못하게 했다. 그 결과 물을 넣으면 한쪽으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통로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양쪽의 양이온 농도가 달라지면 그 차이로 전위(도난 전위)가 생기고, 외부 회로를 연결하면 직류 전류가 흐른다.

성능은 뚜렷했다. 발전기 하나는 가로 5㎜, 세로 7㎜로 손톱보다 작고 발전 박막 두께는 15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단 한 번 3μL의 물만으로 20시간 이상 전압을 유지하고 최대 약 45시간 전압을 출력했다. 박막 내부에 층층이 쌓인 나노 통로가 물의 이동을 늦춰 농도 차가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막고, 밀폐 구조가 물의 손실을 줄인 덕분이다. 맥신을 쓴 소자는 전기가 덜 통하는 산화그래핀 소자보다 5,000배 이상 높은 전류를 냈다.

실용 가능성도 확인됐다. 얇고 유연해 여러 층으로 쌓을 수 있어, 2층으로 쌓은 단위 소자 48개를 직렬로 연결하자 별도의 저장장치 없이 상용 디지털시계를 직접 구동했다. 증류수뿐 아니라 수돗물·바닷물·땀으로도 전기를 만들었고, 습도 17~90%의 다양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고현협 교수는 “밀폐 상태에서도 장시간 전압을 유지하고 얇고 유연하며 여러 층으로 쌓아 충분한 전력을 낼 수 있다”며 “웨어러블 전자기기뿐 아니라 소형 센서, 분산형 전자기기 등 다양한 자가발전 전원 기술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나상윤·정건영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