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이 위성 인터넷 지배권을 두고 스페이스X와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다시 한번 맞붙으려 한다. 지난 2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는 아마존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카이퍼 프로젝트(Project Kuiper)를 위한 위성 발사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아마존은 올해 5월 테스트용 카이퍼 통신위성을 발사하여 스페이스X(SpaceX)의 위성 인터넷 사업 스타링크(Starlink)에 맞서고, 수억 명의 잠재적 인터넷 사용자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많은 기업이 위성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고 싶어 하고 몇몇 회사들은 이미 사업을 개시했지만, 이 시장의 주요 기업은 스타링크와 아마존이다. 미국 기업 TMF 어소시에이츠(TMF Associates)의 위성 전문가 팀 패러(Tim Farrar)는 “두 업체가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고 말한다.
아마존의 첫 번째 카이퍼 위성 두 대를 발사하는 데 사용될 미국 발사서비스 기업 ULA(United Launch Alliance)의 새 로켓 벌컨 센타우르(Vulcan Centaur)는 NASA의 발사기지가 있는 플로리다의 케이프 커내버럴(Cape Canaveral)에서 조립됐다. 이 로켓은 이르면 5월 4일에 처음 발사되어 카이퍼샛-1(KuiperSat-1)과 카이퍼샛-2(KuiperSat-2)라는 이름의 프로토타입 카이퍼 위성 두 대를 실어나를 예정이다. 아마존은 2029년까지 카이퍼 위성 총 3,236대를 모두 발사할 계획이다. 첫 번째 위성들은 2024년 초에 발사될 가능성이 있다.
패러는 “아마존은 기술 분야 전반에 걸쳐 혁신을 이루겠다는 야심이 있다. 따라서 그들이 이 분야에 뛰어든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지난 몇 년 동안 기업들은 영리 목적으로,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오지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위성을 통한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확대하려고 노력해왔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구축한 3,500대 이상의 위성으로 이루어진 스타링크는 이러한 위성 인터넷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아마존은 스타링크가 위성 발사를 시작한 2019년에 카이퍼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이로 인해 머스크는 당시 아마존의 CEO였던 베이조스를 ‘모방꾼’이라고 트위터에 지칭하기도 했다. 현재 500대 이상의 위성을 보유한 영국 기반의 원웹(OneWeb) 같은 다른 곳들도 성장하고 있지만, 패러는 “중요한 경쟁은 스페이스X와 아마존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스페이스X에 맞서기 위해 아마존은 지난해 전 세계에 남아있는 ‘로켓 발사 이용권’을 모두 구매했다고 밝혔다(물론 경쟁 업체인 스페이스X는 자체 로켓으로 위성을 발사하기 때문에 아마존의 이러한 행보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아마존이 ULA,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Blue Origin), 유럽의 아리안스페이스(Arianespace)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거래를 성사시킨 덕분에 카이퍼 프로젝트 위성들은 향후 5년간 다양한 곳에서 92회 발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발사를 신속히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허가에 따라 아마존은 2026년 7월까지 위성의 절반을 발사해야 한다. 아마존 대변인은 “마감기한을 맞추기 위한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아마존은 우주 쓰레기 증가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자체 계획의 세부 사항을 마무리 지은 후에 FCC로부터 위성 발사를 시작해도 된다는 완전한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아마존이 이용권을 구매한 로켓 중 어느 것도 아직 우주에 도달하지 못했다(사실 아마존이 초기에 이용하려고 했던 발사체 한 대는 1월에 폭발했다). 패러는 이에 대해 “대부분의 로켓들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아마존 대변인은 아마존 위성들이 고도 약 600km에서 궤도를 따라 움직이며 캐나다부터 아르헨티나에 이르는 위도 영역을 커버하여 “전 세계 인구의 95%에 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마존 대변인은 또한 “우리 위성은 개별 가구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광대역 통신이 없는 지역의 기업, 학교, 병원, 정부 기관 등의 다양한 기관에도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FCC에 총 위성 수를 7,774대로 늘려 스타링크와 마찬가지로 알래스카를 포함한 북쪽과 남쪽의 더 넓은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했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상당하다. 스페이스X는 현재 스타링크에 접속하는 데 월 110달러(약 14만 5,000원)를 청구하고 있으며, 위성 접속을 위한 안테나 선불 비용은 599달러이다. 지난해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 따르면 아마존은 카이퍼 위성 개발에 ‘1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으며, 프로젝트 참여한 직원은 1,000명 이상이다. 아마존의 현 CEO인 앤디 재시(Andy Jassy)는 회사의 소매 시장인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아마존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s)와 함께 카이퍼 프로젝트가 회사의 ‘네 번째 기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우주 투자 기업 코스믹 애플(Kosmic Apple)의 산업 전문가 샤군 사크데바(Shagun Sachdeva)는 “아마존의 사업 모델은 사람들의 인터넷 연결에 의존한다. 따라서 인터넷 연결을 제공하기 위한 위성들을 보유하는 것이 아마존에는 매우 합리적인 일이다”라고 설명한다.
아마존은 아직 서비스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전에 회사의 목표가 “인터넷 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사회에 빠르고 합리적인 가격의 광대역 통신을 제공하여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스타링크가 공언해온 목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정도로 비용이 저렴해질 수 있을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크데바는 “비용은 내려가겠지만, 어느 정도로 저렴해질지가 관건”라고 말한다. 3월 14일 아마존은 표준 안테나 한 대당 생산비가 400달러라고 밝혔지만 소매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아마존은 초당 1기가비트의 속도로 초당 1테라비트의 대역폭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스타링크가 발표한 수치와 비슷하며, 전체적으로 두 서비스는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핵심적인 차이점은 스타링크는 수년 전부터 서비스를 운영 중인 데 반해 아마존은 2024년 하반기까지 서비스 제공을 시작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스페이스X는 이용자를 유치하고 계약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천문학의 문제
우주 쓰레기와 지상에서의 천문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남아있다. 2019년 이전에는 우주에서 활동 중인 위성이 3,000개 정도에 불과했다. 스페이스X와 아마존은 이 숫자를 2030년까지 2만 대로 늘릴 것이다. 궤도 위에서 움직이는 수많은 물체들을 추적하고 서로 충돌하지 않게 하는 것은 골치 아픈 일이다.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교(University of Southampton)의 우주 잔해 전문가이며 스타링크, 원웹 및 다른 위성 사이의 수많은 근접 통신을 추적해온 휴 루이스(Hugh Lewis)는 “궤도에서 이러한 시스템 중 하나라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 그들은 계속 도박을 하고 있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한다.
아마존의 대변인은 아마존이 “우주에서의 안전을 염두에 두고 시스템과 운영 매개변수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또한 “위성들이 임무를 마치면 위성에 탑재된 추진 엔진을 사용해서 1년 안에 위성을 궤도에서 제거할 것이고 위성이 고장 날 경우에는 대기 항력에 의해 해당 위성이 자연스럽게 궤도를 이탈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마존은 위성들의 크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스타링크의 위성과 마찬가지로 아마존의 위성도 천문학자들에게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햇빛을 반사하거나 심지어 밤하늘의 모습을 바꿔 놓을 가능성도 있다. 위성이 천문학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는 시도는 기껏해야 약간의 성공만 거뒀을 뿐이며, 위성들은 특히 황혼 무렵이나 해 뜨기 전 어스름한 때에 밝게 보이는 경향이 있다. 망원경을 이용한 우주 관측은 이미 위성이 남기는 밝은 줄무늬로 인한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 문제는 미래에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아마존은 천문학자들과 협력해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 대변인은 “반사율은 우리의 위성 설계 및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우리는 이미 천문 관측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만한 결정을 많이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약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없다면 일부 천문학 관측이나 연구는 더 어려워지거나 심지어 불가능해질 것이다.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University of Regina)의 천문학자 서맨사 롤러(Samantha Lawler)는 “스타링크는 약속한만큼 위성을 희미하게 만들지 못했다. 또 다른 회사가 밝은 위성 수천 개를 발사하면 하늘이 어떻게 보일지 상당히 걱정된다”고 말한다.
아마존은 하루에 위성을 최대 4대까지 생산하면서 계획을 빠르게 진전시킬 예정이다. 첫 번째 시험 위성 두 대를 발사하고 나면 나머지 위성도 잇따라 발사될 수 있다. 아마존이 머스크에 대적할 수 있을까? 패러는 이 질문에 “그건 어려운 문제이다. 아마존은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