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종착지는 화성, 하지만 달 탐사 장애 극복이 먼저

인류가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디딘 지 반세기가 지난 현재, NASA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통해 달 탐사와 우주 탐사에 재기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박사를 만나 프로젝트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NASA는 2022년 11월 16일 아르테미스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무인 발사(2022년)와 유인 달 궤도 선회(2024년) 외 6번의 달 착륙 임무를 포함, 총 8번에 걸쳐 임무를 수행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2024년 아르테미스 2호에 4명을 태운 오리온 캡슐로 달 궤도를 돌 예정이다. 이후 2025년(혹은 2026년) 아르테미스 3호는 남성과 처음으로 여성이 함께 달 표면을 밟고 일주일가량 머물 계획임을 밝혔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폴로의 쌍둥이 남매의 이름을 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우주 비행사를 달로 귀환시키겠다는 NASA의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비교적 단기적인 유인 임무였던 아폴로와 달리 아르테미스 임무는 더 광범위한 비전과 목적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박사는 “아르테미스의 목적은 달에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NASA의 목표는 화성이다”라고 설명한다. 달에서의 자원 채취는 연료의 가능성과 지속 가능한 우주 탐사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그러나 달을 향한 과정도 쉽지 않다.

최기혁 박사는 “유인 우주 탐사선은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간 기업은 상업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에 실험 횟수나 인력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인터뷰 중인 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박사
사진: 정예원/MIT 테크놀로지 리뷰 코리아

안녕하세요. 유인 달 탐사는 지난 1972년 이후 계속된 인류의 염원처럼 느껴집니다. 아폴로 프로그램보다 확장된 탐사 방향성과 이번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유인 우주비행보다 SLS(우주발사시스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SLS는 비용 측면에서 유지가 힘들고 이럴 경우 탐 탐사 프로그램 전체가 취소되거나 비슷한 결말을 맺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기혁 박사(이하, 최): SLS 발사체의 고비용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폴로랑 성능이 비슷해요. 출력 면에서도 그렇고요. 그런데 완전히 재설계해서 새로운 발사체가 된 거죠. 물론 비용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나온다면 다른 방안을 제시할 겁니다. 미국은 플랜 B, 플랜 C를 미리 준비하거든요. 그리고 SLS 이 외에도 아르테미스 3호 유인 달 탐사에 사용하기로 결정한 스페이X의 스타십(Starship) 대체 심우주 유인 수송선이 있어요. 아마존 블루 오리진의 블루문 수송선도 있고요. 또 다양한 저궤도용 유인 수송선(보잉사의 Starliner, 시에라 네바다사의 Dream Chaser 등)도 있죠. 이를 잘 조합한다면 SLS의 고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물론 스타십이 성공한다면 SLS는 필요없어질 거예요. 플랜 B를 만들기 위해 두 개의 시스템을 동시에 사용할텐데 달 착륙 초기에 스타십을 사용하고 이후는 블루문으로 갈 겁니다.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했고 그동안 노하우가 집적됐을 텐데, 왜 달 탐사는 여전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려운 걸까요? 

최: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아폴로 당시 엔지니어들은 10년 전 다 은퇴했어요. 아폴로 계획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반영돼 있습니다. 우주 탐사로 소련과 전투를 벌인 것이고 미국은 총력전을 폈어요. 어마어마한 자본이 투여됐고 미국 이공계 대학에서 우수한 인재를 전부 투입했죠. 지금은 그렇게 못합니다. 우주 개발은 까다롭고 결과가 안 좋을 경우 책임이 커서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아요. 일은 힘들고 책임질 일이 많으니까요. 인재를 모으기도 힘들고 예전만큼 자본을 투여할 수도 없습니다. 과거에 했던 아날로그 방식은 다 손으로 그린 제도판에 기반하고 있죠. 디지털화가 되어 있어야 분석을 할텐데 거의 새로 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50년 전 달 탐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하는 것처럼 된 겁니다. 

2025년 아르테미스 3 유인 우주 탐사에 스페이스X의 스타십 우주선이 선택되었습니다. 이 유인 달 착륙은 2025년 진행될 예정인데요. 지난 4월 스타십이 시험 비행에 실패했습니다. 실패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비행 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아르테미스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건지 궁금합니다.

최: 네. 차질이 생길 겁니다. 저도 우주과학자의 한사람으로 걱정하고 있습니다. 아르테미스 3호 유인 달 착륙 임무가 2025년 말로 다가왔는데 달 착륙선 스타십이 아직 지구 궤도에 못 올랐습니다. 더욱이 안전과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사람이 달에 착륙하기 전 최소 1회 이상 무인 착륙 연습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소식이 없죠. 공학적으로 불안한 이유는 높이 50M인 착륙선이 착륙할 때 조금만 잘못 디디면 쓰러집니다. 그러면 귀환이 힘들어지는 거죠. 그리고 달 궤도를 도는 것과 달 착륙은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달에 갔다가 재진입해서 오려면 더구나 유인 우주선이라면 안전이 중요하죠. 유인 우주 탐사에 많은 경험과 기술,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NASA가 있으니 어떻게든 마무리 지을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아직 가시적으로 성과가 안 보여 우려스럽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옛날 러시아의 N-1 로켓을 상기시킵니다. (편집자 주: 소련의 달 탐사 로켓. 소형 엔진을 여러 개 이어 붙여서 사용했으며 1단부는 무려 30개의 엔진을 장착했다.) N-1 로켓은 시리즈 4대가 모두 폭발했어요. 달에 가려면 출력이 3천 톤 돼야 하고 아폴로는 800톤짜리 4개를 묶었죠. 굉장히 큰 로켓이에요. 소형 로켓을 묶을 경우 서로 간섭이 일어날 수도 있고 연쇄적으로 문제가 터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러시아는 달 탐사 시도를 이후에 멈췄습니다. 스타십도 28개로 엮여있습니다. 최근 아르테미스 계획 관련하여 달에서 화성 탐사 연습을 수행하는 ‘Moon To Mars’ 정의와 임무 개발에 관한 국제회의가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달 착륙선 개발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최근 선정된 아마존 블루 오리진의 블루문 착륙선이 관심을 끌고 있어요.

박사님께서 쓰신 논문에도 나와 있지만, 아르테미스 계획의 목표는 인프라 구축인 듯합니다. 우주에서의 실질적인 장기체류와 화성 나아가 다른 행성 탐사를 하기 위한 단계로 이해됩니다.

최: 네, 맞습니다. 아르테미스 유인 달 탐사는 3단계로 진행이 됩니다. 1단계는 기본적인 유인 우주 수송선과 유인 달 착륙선 개발 등 기본적인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달에 첫발을 디디는 2025년까지, 2040년까지는 달에 거주 모듈, 전력/에너지 모듈과 연료생산 시설 등 인프라를 설치하는 2단계, 그리고 3단계는 2040년부터 달에서 달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인프라를 확대하게 됩니다.  그리고 달까지는 민간 기업에 맡기고 이후는 NASA의 주도로 화성 탐사가 본격화될 거로 예상합니다.

그럼, 달 착륙으로 얻은 자원이나 건설하는 체류지의 소유는 어떻게 되나요? 이와 관련해 지정된 법이 아직 없는 걸로 아는데 어떻게 논의되고 있습니까?

최: 복잡한 얘기인데, 미국의 달 협정(달과 기타 천체에 있어서 국가 활동을 규율하는 협정(Agreement Governing the Activities of States on the Moon and Other Celestial Bodies))이 있습니다. 소위 남극조약하고 같아요. 소유권을 누구도 주장하지 못하게 해놓은 거죠. 18개국이 서명했는데 미국은 사인하지 않았어요. 우리나라도 안 했고요. (편집자 주: 달 협정은 1979년 12월 5일 국제연합 총회에서 채택, 같은 해 12월 18일 서명, 1984년 7월 11일 발효되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달에 갈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이다 보니 의미가 없는 거예요. 그러나 유엔에서 인정한 조약이기 때문에 미국도 함부로 못 해요. 전 오바마 대통령 때 미국 내에서 달 자원을 탐사하려는 개인이나 기업의 활동을 법으로 인정했어요. 달의 자원으로 사업할 수 있게 한 거죠. 달에서 자원을 가져온다, 그건 국제법에는 어긋날 수 있어요. 소유권을 주장한다든지 자원을 함부로 채취한다든지 그런 건 국제법에 문제가 되지만, 미국 법에서는 어긋나지 않습니다. 보통은 국제법이 국내법보다 우선하지만요. 이제 달에서 자원 채취가 이루어지거나 기지들이 생겨서 사람이 상주하게 되면 이걸 법적으로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문제가 구체화될 겁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향한 국내 우주 탐사 전망


유인 우주 탐사 국제협력 프로그램 참여 로드맵 도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유엔이 아닌 NASA가 주도하는 여러 양자 간 협정 형태로 체결되었습니다. 2021년 우리나라도 약정에 서명했고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대한 국내 항공우주계의 생각 및 전망은 어떻습니까? 어떤 역할 및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최: 우선 약정에 서명하는 것과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는 건 별개로 생각해야 합니다. 약정은 말 그대로 동의한다는 의미예요. 우리나라는 서명도 하고 참여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우리나라가 우주개발에 참여하고 임무를 실행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겁니다. 국내 우주 과학자와 우주 엔지니어들은  여러 임무를 실행할 수 있는 기회로, 우주산업체들은 유인 우주개발을 포함한 우주과학, 우주자원활용(ISRU) 등 새로운 우주산업 분야로 확대되어 고용 창출을 이룰 수 있겠죠. 

우리나라는 위성과 발사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달 탐사선 발사와 함께 유인 임무를 포함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무인 착륙선과 로버는 달의 우주환경과 자원탐사를 수행할 수 있고, 아르테미스 유인 달 착륙선으로 한국 우주인이 달에 착륙하면 휴대용 지표투과 레이더로 땅속에 있는 물과 얼음을 찾을 수도 있을 겁니다. 달의 남극에서 물을 찾는 것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초기의 가장 중요한 과학적 임무이기 때문입니다.

지표투과 레이더는 이건 어떤 기술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최: 저주파 레이더입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한데 설명하자면, 과학과 기술이 접목되는 과학 임무예요. 한국 우주인이 달에 간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거죠. 휴대용 지표투과레이더(Ground Penetrating Radar, GPR)로 땅속을 투과해서 물을 찾는 겁니다. 땅속에 들어가는 주파수는 낮아요. 높은 주파수는 다 반사돼 버리거든요. 낮은 주파수는 땅속을 어느 정도 투과하고 다시 나옵니다. 물을 찾는다고 아무 데나 막 파볼 수는 없어요. 달 남극 지역에 20킬로미터 직경의 새클턴이라는 거대한 충돌구가 있는데 영구 음영지역이죠. 태양 빛이 안 닿기 때문에 증발의 우려가 없어서 물과 천연자원이 많을 거로 예상합니다. 달의 남쪽 지역에 탐사가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우리나라는 2022년 다누리호의 성공으로 달 탐사선 발사에 성공한 7번째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누리호 3차 발사에도 성공했죠. 이러한 점이 우주 개발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궁금합니다. 

최: 발사체가 있다는 사실이 갖는 의미가 굉장히 큽니다. 스페이스 클럽(Space Club)이라고 자국의 위성을 우주로 보내는 발사체를 쏠 수 있는 발사장을 모두 갖춘 나라들이 있는데, 우리나라가 2013년 나로호로 11번째로 등록이 되었죠. 당시 1단 엔진을 러시아에서 만들어 조금 아쉬웠는데 지난 5월,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으로 100% 기술을 갖춘 국가가 되었습니다. 대개 우주선진국들은 위성과 발사체 개발을 마치면 우주 탐사와 우주 활용에 나섭니다. 우리나라도 작년에 달 궤도선 다누리호를 발사했죠. 또한 2032년 달 착륙선을 한국형발사체로 발사할 예정입니다. 우리의 발사체가 우주개발의 운반수단이 되고 발사 시점을 스스로 정함으로써 우주 탐사와 활용에 큰 융통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향후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언급하셨는데요. 우리나라의 우주산업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강화해야 할까요? 

최: 현재 우리나라는 우주개발과 우주산업의 패러다임이 동시에 바뀌고 있습니다. 우주개발은 지금까지 위성과 발사체 하드웨어 기술이 주를 이루었죠. 2022년 한국형 발사체 성공으로 우주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면서 우주 활용, 탐사와 우주과학 중심으로 변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국내 우주산업은 100% 정부 예산에 의지했지만, 최근 들어 산업체들이 우주산업에 뛰어들면서 이익 창출을 위한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보령제약이 미국의 민간 우주정거장 사업에 투자해 조인트 벤처를 만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현재 우주산업 생태계를 갖춘 나라는 미국밖에 없어요. 미국도 몇 년 전까지는 국가 예산으로 돌아갔지만 민간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죠. 우주선진국인 유럽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도 대부분 정부 예산에 의지하고 있어요. 국내 우주산업의 자생적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최소 10년간 국가 우주개발계획의 실효성과 강제력을 갖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내 우주산업체들이 투자 계획과 인력 계획과 같은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어요. 다음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그리고 대학교에서는 바로 쓸 수 있는 우주 핵심기술을 개발해 산업체로 이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산업체에 기존의 연구개발(R&D) 성격의 지원이 아닌 서비스와 제품 구매로 바꾸어야 합니다. 국내에서 모든 기술을 다 개발할 수는 없어요. 필요한 기술을 해외 협력의 형태로 가져갈 수도 있고요. 자율성도 그만큼 커지는 거죠. 국내 우주산업체도 자생력과 국제경쟁력이 생길 겁니다.   

가장 관심 깊게 보고 있는 항공 기술이나 연구 주제가 있을까요?

최: 우주복의 생명유지 시스템과 외골격 정치를 결합해 국민용 방독면이나 소방복, 군용 아이언맨 슈트를 만드는 데 관심이 있고요. 현재 우주핵심기술링 대기권 재진입 연구를 하고 있어요. 고층대기 분석과 특히 탄소재료, 세라믹 재료를 이용한 열보호시스템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국내 우주산업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소형 유무인 우주수송선과 소형 유무인 우주정거장 개발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 자체로 우주 핵심기술이며 우주 실험과 우주 제품 생산공장으로 사용됩니다. 또 지중탐사 레이더(GPR) 기술로 지상의 땅속 인프라와 지뢰 등을 탐지하여 사람들의 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있습니다. 우주 탐사에서는 달과 화성의 물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겠죠. 국내에는 LIG Nex1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레이더 기술을 가진 중대형 산업체가 많습니다. 앞으로 유인 탐사 계획과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참여에 대한 자문, 학회 발표를 할 예정이며, 올해 말에 아르테미스 책도 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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