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2일 새벽, 27세의 장덕준씨는 한국의 거대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에서 야간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장덕준씨는 쿠팡 대구칠곡물류센터에서 1년 조금 넘게 일하며, 배송허브로 발송할 물품으로 가득 찬 상자들을 운반했다. 장덕준씨가 욕실에서 1시간 30분 넘게 나오지 않자 그의 아버지가 문을 열었을 때 장덕준씨는 욕조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두 팔로 가슴을 부여잡고 웅크리고 있었다. 장덕준씨는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지만, 맥박이 없고 자가호흡이 안 돼, 오전 9시 9분에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검시관은 장덕준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결론 내렸다.
장덕준씨의 사연이 기자의 눈길을 끈 이유는 그가 그해 쿠팡에서 사망한 세 번째 노동자였고, 점점 우려되는 쿠팡 성공의 실체를 다시 한번 세상에 드러내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쿠팡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불과 몇 년 만에 한국 고용 규모 3위에 올라서면서, 거대한 물류창고 네트워크와 3만 7,000명의 직원, 배송기사 부대, AI 기반 도구들을 활용해 경쟁이 치열한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했다. 쿠팡은 대한민국 곳곳에 있다. 국민 절반이 쿠팡 앱을 다운로드했고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는 (이 서비스 주문량의 99.3%를 24시간 안에 배달한다고 쿠팡은 주장한다) 아마존도 능가했다는 이유로 관심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