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보다 빠르다지만…쿠팡의 어두운 그림자

쿠팡은 AI를 활용해 ‘즉각적인 배송’을 약속한다. 그러나 이런 속도에는 노동자 사망을 비롯한 심각한 노동 문제가 수반된다.

2020년 10월 12일 새벽, 27세의 장덕준씨는 한국의 거대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에서 야간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장덕준씨는 쿠팡 대구칠곡물류센터에서 1년 조금 넘게 일하며, 배송허브로 발송할 물품으로 가득 찬 상자들을 운반했다. 장덕준씨가 욕실에서 1시간 30분 넘게 나오지 않자 그의 아버지가 문을 열었을 때 장덕준씨는 욕조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두 팔로 가슴을 부여잡고 웅크리고 있었다. 장덕준씨는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지만, 맥박이 없고 자가호흡이 안 돼, 오전 9시 9분에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검시관은 장덕준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결론 내렸다.

장덕준씨의 사연이 기자의 눈길을 끈 이유는 그가 그해 쿠팡에서 사망한 세 번째 노동자였고, 점점 우려되는 쿠팡 성공의 실체를 다시 한번 세상에 드러내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쿠팡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불과 몇 년 만에 한국 고용 규모 3위에 올라서면서, 거대한 물류창고 네트워크와 3만 7,000명의 직원, 배송기사 부대, AI 기반 도구들을 활용해 경쟁이 치열한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했다. 쿠팡은 대한민국 곳곳에 있다. 국민 절반이 쿠팡 앱을 다운로드했고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는 (이 서비스 주문량의 99.3%를 24시간 안에 배달한다고 쿠팡은 주장한다) 아마존도 능가했다는 이유로 관심을 받고 있다.

AI를 활용한 쿠팡의 배송 시간 단축은 특히 두드러진다. 쿠팡의 자체 알고리즘은 배달 차량에 택배상자를 적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부터 배송기사들을 위한 정확한 배송 경로와 순서까지 모든 것을 계산한다. 물류창고에서는 AI가 구매를 예상하고 출고 물품의 상차 마감시간을 계산한다. 이를 통해 쿠팡은 700원짜리 마스크에서부터 1,000만원짜리 카메라에 이르기까지 수백만 개의 품목을 24시간 내에 배송할 것을 약속할 수 있다. 이런 혁신 덕분에 쿠팡은 자신 있게 자사를 “전자상거래의 미래”라고 홍보하고 있다. 또한 이런 혁신은 최근 시가총액 840억 달러(2014년 알리바바 이후 아시아 기업으로는, 미국 내 최대 기업공개 규모, 한화로 약 95조원) 규모의 미국 나스닥 상장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혁신과 효율은 쿠팡 노동자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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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은 장덕준씨가 숨지기 전인 지난 여름, 내가 쿠팡의 창고 노동자와 택배 노동자들 몇 명을 만났을 때 염두에 둔 질문이었다. 노동자들이 ‘일회용 물건’ 취급을 받는다고 어머니에게 말했던 장덕준씨처럼 이들 모두 쿠팡의 알고리즘 혁신의 비인간화 효과를 경험했다. 어떤 이들은 초인적 배송시간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치열한 작업 속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어떤 이들은 일하다가 화장실에 가기조차 어려웠다고 말했다. 2014년, 주문형 배달서비스 로켓배송을 시작했을 때 쿠팡은 하위직 직원들에게도 평균 이상의 수당을 주는 안정적인 직업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노동자들은, 한국의 노동 분야 전문기자 김하영이 말한 바 “인공지능의 팔다리”로 전락한 것 같았다.

이런 비판의 상당 부분이 아마존의 근무 환경에 대한 보도와 비슷하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비록 쿠팡은 2010년, 그루폰(Groupon)과 같은 소셜 커머스 기업으로 설립됐지만, 2014년 아마존의 수직통합 풀필먼트 모델(vertically integrated fulfillment model)*로 전환하며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그렇게 하면서 바로 이 노동 문제에 부딪혔다.

*판매 상품 적재부터 재고 관리, 포장, 출하,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체계

과도한 ‘주문형’ 업무

로켓배송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이유는 확실하다. 바로 쿠팡의 알고리즘이 제 시간에 소비자에게 택배를 배송하기 위해 언제 물품이 물류창고에서 출발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결정할 것이라는 약속 때문이다. 물류창고에서는 이런 상차 마감시간이 거의 2시간마다 찾아온다.

쿠팡 창고직원이었던 고건씨는 “거기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최우선사항이 로켓배송 마감 시간을 지키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내게 말했다. “우리는 로봇에 불과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고씨는 2020년 5월, 마감 시간에 맞추기 위해 달리다가 왼쪽 햄스트링이 찢어져 병가를 냈다. 그후 그는 회사에서 해고됐다.

팬데믹 기간 동안, 이런 초효율에 대한 집착으로 빚어진 인명피해는 계속 쌓여갔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쿠팡과 쿠팡의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업무 관련 부상과 질병은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해 982건이 되었다.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쿠팡도 ‘시간당 물량 처리 개수(UPH)’ 지표를 사용해왔다. 이는 쿠팡 창고에서 실시간으로 작업자들의 생산성을 측정하고 혹독한 작업속도를 유지시키기 위한 시스템이다. 비록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의무화된 최소한의 휴게시간인) 8시간 교대근무마다 1시간의 쉬는 시간이 공식적으로 주어지지만, 지난 9월 내가 만난 한 배송기사는 대부분의 기사들이 일정에 맞추기 위해 쉬는 시간에도 계속 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쿠팡에 다니지 않는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보내온 이메일 성명에서 쿠팡 홍보 담당자는 자사 물류창고에서 더 이상 UPH를 추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내가 인터뷰한 어느 현직 직원은 일부 물류창고 관리자들이 여전히 이런 방식으로 작업 속도를 공공연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관리자들은 ‘UPH’라는 용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노동자들에게 너무 느리다고 닦달한다. 아마 어떤 구체적인 증거에 근거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쿠팡이 큰 수익을 낸 팬데믹 기간 동안, 이런 초효율에 대한 집착으로 빚어진 인명피해가 계속해서 쌓여갔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쿠팡과 쿠팡의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업무 관련 부상과 질병은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해 982건이 되었다. 장덕준씨의 심장마비 사망 이후 3명의 쿠팡 노동자들이, 노동운동가들의 말에 따르면 과로로 사망했다 (이들 사망에 대한 공식적인 재해 판정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사망사고가 제기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영업에 큰 타격을 입힌 사례는 하나도 없다. 반대로 쿠팡은 노동력을 얼마나 마음대로 쓸 수 있는지에 대해 꿰뚫고 있는 것 같다. 비록 쿠팡은 하청업체를 이용하기보다 직접 인력을 고용하지만, 대다수는 전날 밤 ‘쿠펀치’라는 앱을 통해 일용직으로 채용되거나 통상 몇 달간 근무하는 임시계약직으로 채용된다. 이런 유연성 덕분에 쿠팡은 자사의 인건비를 사업의 변동에 따라 맞추어가면서 군살 없이 조직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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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PANG, LLC

하지만 노동자들은 고용이 거부될 수 있다는 끊임없는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쿠팡은 반대 목소리를 내거나, 산업재해를 신고하거나, 생산성 요건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계약 연장을 보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노동자들은 내게 말했다.

쿠팡은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보낸 성명에서 “고용과 해고를 포함한 모든 면에서 자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있다”며 “계약직 직원의 계약 갱신율이 90% 이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은 이전에 쿠팡이 산업재해를 신청한 직원을 부당하게 해고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물류창고 노동자였던 전우옥씨는 “직원을 채용하자마자 회사에서는 문제를 일으키는 직원의 경우 계약 연장은 안 된다는 점을 아주 분명하게 밝힌다”고 말했다.

장덕준씨의 사망은 이런 고용방식이 얼마나 착취적일 수 있는지에 대한 전형적인 예가 되었다. 쿠펀치를 통해 매일 밤 교대근무를 신청했던 일용직 노동자로서 고인은 자신의 불안정한 고용상태를 걱정했다. 하지만 고인은 회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를 희망했다고 그의 어머니 박미숙씨는 내게 말했다. 사망에 이르기까지 몇 달간 고인은 잦은 초과 근무뿐 아니라, 최대 연속 7일 59시간 동안, 오후 7시부터 새벽 4시까지 야간근무를 하면서 (시급 8,590원에 해당하는) 최저임금을 받았다. 박미숙씨는 “마감시간이 끝나고 나면 매번 아들은 완전히 녹초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쿠팡이 전날 저녁 주문한 상품에 대해 오전 7시 배송을 보장하는 야간배송 서비스를 늘리면서, 대구 물류창고에서는 보통의 야간근무 시간 동안 마감 횟수가 약 3번에서 7번으로 증가했다고 한 노동자는 전했다. 마감 시간을 지키느라 장덕준씨는 신체적 피해를 입었다. 탄탄하고 건장한 체격이었던 고인은 2019년 6월 쿠팡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 몸무게가 15kg 줄었다고 박미숙씨는 말했다. 이런 급격한 체중 감소로 아들의 얼굴에 주름살이 생겼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지난 2월,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장덕준씨의 사망을 과로사로 인정했다. 고인의 사망에 대한 최종 보고서에서는 장덕준씨의 신체에 심각한 근육 파괴의 흔적이 남아있었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직원건강검진 확대 등 근무조건 개선을 약속했다.

이메일 성명에서 쿠팡 홍보 담당자는 장덕준씨의 사망이 회사 역사상 유일하게 공식 판결을 받은 업무 관련 사망 사례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창고 자동화에 대한 최근 투자로 “직원들을 위해서, 효율성을 높이고 작업량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전세계적 우려

이 모든 것이 아마존을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익숙하게 들릴 것이다. 아마존의 배송기사와 풀필먼트센터 노동자들은, 이제 막 쿠팡에서 발생하고 있는 유사한 문제들을 보고해왔다. 아마존 역시 높은 부상률로 이어지는 혹독한 작업 속도, 직원 감시 및 해고를 위한 알고리즘 사용, 노동자를 로봇처럼 다루는 가혹한 생산성 요건, ‘일회용 노동(disposable labor)’에 의존하는 듯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미국에서는 이런 조건들에 대한 불만이, 올해 초 앨라배마주 베서머에 있는 아마존 풀필먼트센터에서 역사적 노조 설립 운동에 불을 지폈다. 전미 소도매·백화점 노조연맹(RWDSU) 위원장인 노조 조직자 스튜어트 아펠바움(Stuart Appelbaum)은 아마존 물류창고에서의 ‘견딜 수 없는’ 속도에 대해 얘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는 실제로 일의 미래에 관한 것이다. 사람들은 알고리즘으로 관리된다. 그리고 휴대전화 앱을 통해 훈련 받으며, 문자메시지로 해고된다. 사람들은 참을 만큼 참았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 및 협박 등 노조 와해 활동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아마존은 대규모 반노조 공세를 펴기 시작하면서, 배송기사들이 병에 소변을 볼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아마존은 이후 이런 보도를 부인하는 입장을 철회했지만, 결국에는 베서머 투표에서 이겼다.

제프 베조스는 4월 초, 노조결성 찬반 투표 직후 아마존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회사는 높은 부상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직무순환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복잡한 알고리즘을 활용해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서로 다른 근육 및 힘줄을 사용하는 작업을 하도록 만듦으로써 반복적인 동작을 줄이고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으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베조스는 썼다. 하지만 이 계획의 밑바탕에는 노동자들의 부상을 더 심각한 기능장애의 경고 신호라기보다, 작업 프로세스의 단순한 효율 문제로 보는 문제적 관점이 깔려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 계획은, 애초에 이 문제를 일으킨 전체주의적이고 성과 집착적인 미시관리의 연장에 가까울 뿐 과로에 대한 진지한 해결책으로 보이진 않는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보내온 이메일 성명에서, 아마존 대변인 맥스 글레버(Max Gleber)는 이 프로그램에 관한 추가 정보 요청을 거부했다. 그는 “우리의 점검 프로세스는 재고 이동을 추적하는 것이지, 사람을 추적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이것이 육체적 업무라는 것을 알지만 직원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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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노조 설립 운동은 실패했을지 모르지만, 이는 현재의 노동자 보호가 아펠바움이 말한 미래의 일과 얼마나 대적하기 힘든지 부각시켰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쿠팡은 한국 노동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하여 노동자들에게 계속 불안정한 계약을 맺게 하는 동시에 (따라서 노조 결성 가능성은 떨어진다) 이들에게 날로 증가하는 작업량을 떠맡겨왔다.

지난해 여름 기자가 쿠팡 관련 보도를 처음 시작했을 때, 원래는 쿠팡의 한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한 회사의 미흡한 조치를 조사하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곧 나는 쿠팡의 노동 문제가 아마존의 노동 문제와 얼마나 유사한지에 마음이 끌렸을 뿐 아니라 쿠팡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싸움 상대가 단지 부실한 대응을 한 지역 고용주가 아니라 ‘초고속 배송’ 그 자체임을 즉각 이해했다는 사실에도 마음이 끌렸다.

쿠팡은 자사의 노동관행에 대한 비판에 직면했을 때 종종 같은 입장을 반복해왔다. 즉, 자사의 직접 고용 모델이 다른 업체들에 비해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인간적인 일에 조금 더 임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갑자기 그 일의 성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내가 인터뷰한 노동자들은, 이런 해결책은 그 어떤 것이라도 의미 있는 진전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 창고 노동자였던 고건씨는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배송마감시간과 로켓배송이다. 그게 모든 것의 시작이다”라고 내게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쿠팡 기사 노조는 단순히 근무조건이나 임금의 점진적 개선을 위한 운동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초단기 배송 보장 정책의 철회를 촉구했다.

쿠팡 퇴사 후 고건씨는 쿠팡 물류창고 노동자들을 위한 시민단체를 설립했다. 고건씨는 아마존 노동자들이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아마존 노동자들에게 연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함께 집단행동을 시작한다면 좋을 것이다”라고 그는 내게 말했다. 이는 그저 즉석에서 한 발언이었지만, 중요한 통찰처럼 느껴졌다. 세계적으로 전자상거래를 재편하고 있는 보편화된 단일 모델에 도전하려면 일종의 노동자 간의 국제적 연대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실존적 딜레마

노동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쿠팡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쿠팡이 처해 있는 더 큰 경제적 흐름은 팬데믹 기간 동안 심화되기만 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는 상점 폐쇄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전자상거래 산업은 2021년 말까지 세계적으로 5조 달러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은 기업공개 사업설명서에서 자사의 핵심적인 ‘실존적 딜레마(existential dilemma)’를 인정했다. 즉, (쿠팡 비즈니스 모델의 양대 축인) “속도와 신뢰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2014~2020년 사이 14배 증가한) 인건비를 통제해야 한다는 딜레마 말이다.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아직 이익을 내지 못했다.)

이런 줄타기에 있어 노동자의 권리에 한층 더 관심을 둔 접근 방식은 무엇을 수반할 것인가? 빠른 배송은 노동자의 복지와 공존할 수 있을까? 나는 최근 노동권연구소 장귀연 소장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작년에 이야기를 나눴을 때 그녀는 쿠팡의 물류창고를 한국의 1970년대 악명 높은 노동 착취 기업들과 비교했다.

장 소장은 “물류 시스템 자체를 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휴식권과 노동자의 건강을 고정된 전제조건으로 설정한 다음 알고리즘을 작동시켜 배송을 얼마나 빨리 할 수 있는지를 계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업의 명운이 전적으로 빠른 속도에 달려 있는 전자상거래 기업이 기꺼이 속도를 늦추기로 결정할 가능성은 물론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리고 설령 쿠팡이 접근 방식을 바꿨다 할지라도 ‘거의 즉각적인 배송’에 대한 약속은 이미 모든 곳에서 똑같은 문제를 반복해왔다. 쿠팡을 따라잡기 위해 네이버와 신세계그룹과 같은 경쟁사들도, 의심할 여지 없이 자사의 노동자들에게 훨씬 더 큰 부담을 지울 더 빠른 배송을 약속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다른 업체들에서도 10명이 넘는 택배 기사들이 근무 중에 숨졌다. 유족과 노조 관계자들은 이런 사망의 상당수를 장덕준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과로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휴식권과 노동자의 건강을 고정된 전제조건으로 설정한 다음 알고리즘을 작동시켜 배송을 얼마나 빨리 할 수 있는지를 계산해야 한다.”

장귀연 노동권연구소장

미국에서도 아마존을 앞지르려는 경쟁이 더 치열해짐에 따라 (예를 들어, 월마트는 당일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동일한 전개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기업들은 기대치를 바꾸고 소비자들에게 실질비용을 숨겨왔지만, 팬데믹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에 직면한 많은 노동자들은 더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는 직장을 찾을 만한 여유가 없다.

윤리적인 초고속 배송은 아마 더 나은 임금, 더 엄격한 보건 규정(health protocols),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직원 고용으로 이뤄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쿠팡의 사례에 비춰보면 이는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명제일지도 모른다. 결국, 갈수록 혹독해지고 비인간화되는 일선 작업자들의 노동 없이는 ‘더 빠른 배송’ 보장이라는 게 얼마나 제공되기 힘든지를 깨닫기는 어렵다. 배송기사였던 전직 직원이 내게 말했던 것처럼, “이는 인건비를 대폭 삭감하지 않고는 결코 운용될 수 없는 모델이다.”

맥스 김(Max Kim)은 대한민국 서울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기자이자 작가이자 프로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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